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 - 대중문화 속 법률을 바라보는 어느 오타쿠의 시선 대중문화 속 인문학 시리즈 1
김지룡.정준옥.갈릴레오 SNC 지음 / 애플북스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부터 끌리는 책이다. 책상위에 책을 놓아두었더니 밤새 아이들이 벌써 읽었다. 아직 학생인 아들은 법이라는 학문을 생각하면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책으로 보니 재미있고 이해가 잘 간다고 한다. 특히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정말 살인죄가 적용될까 부분에서는, 억울하지만 적용된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모르고 적은 이름 때문에 누군가 죽었다면 아무리 죄가 없어도 누구는 살고 누구는 적힌 이름 때문에 죽는다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법적으로는 아무런 죄가 성립되지 않아 무죄라고 한다. 왜냐하면 평범한 사람이 아무런 잘못을 저지를 마음도 없고, 나쁜 결과를 일으킬 것에 대한 예고도 없는데 무조건 결과에 대해 처벌을 받는다면 불안해서 일상생활을 영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은 억울한 사람을 구제해 주는 역할을 하지만, 위와 같은 예에서는 죽이려는 고의나 과실이 없는 사람은 무죄이고, 아무런 잘못 없이 갑자기 죽어야 하는 사람은 그 억울함을 풀길이 묘연한 것 같다. 법과는 상관없이 억울하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결국 운이 없어서? 라고 아이들은 입을 모았다.


이 책은 18가지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법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 중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도 있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에서는 ‘열려라 참깨’하면 바위가 열린다. 그런 흥미로운 바위 문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동화는 아이들에게 재미와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런데, 이 동화에서는 나쁜 사람은 죽게 되고, 훔친 도둑의 물건을 다시 알리바바가 훔친다. 아이들에게 도둑은 나쁘다는 인식이 되어 있다. 그들이 죽는 것에 대해 아이들은 나쁜 사람을 물리치는 것 일 뿐이다 라며, 죄책감 없이 받아들인다. 사실 아이들은 아직 단편적인 생각밖에 모른다. 그 하나하나를 따져서 이야기 하면 혼란스럽다. 그것은 아이들은 아직 판단력이 성인과 같지 않고, 이성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화는 살아있는 생명의 존엄성 보다는 권선징악적인 교훈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이야기 속의 인물들이 한 행위를 모두 현대 법으로 따져 보면 위법하지 않은 것이 없다. 물론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사실적으로는 물건을 훔친 도둑들 보다 그 물건을 가져다가 사용한 알리바바가 더 무거운 징벌을 받는다고 한다. 장물을 사는 사람이 없으면 도둑질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고 한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다면 스파이더맨이 부순 건물은 누가 보상해 줘야 하는 걸까? 사실 sf 영화에 나오는 기물 파손과 수많은 인명 피해가 실제라면 스파이더맨은 어떻게 될까? 아무리 정의를 외치며 악당과 싸워도 체포의 대상이 되거나 감옥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법은 정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므로 스파이더맨에 대한 조항이 있다면 형법에서는 ‘위법성조각사유’가 된다. 즉, 스파이더맨의 행동은 ‘정당방위’ 혹은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물의 피해나, 생명의 피해에 대해서는 누가 보상해야 할까?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권리와 의무와 책임이 있으므로 국가가 보상해야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18가지의 질문과 판결 이라고는 하지만 한 가지도 명확한 답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영화나 책에 나오는 영웅들을 보고 우리는 환호하지만, 실지로 그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그들에게만 예외적인 법안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나 책에 나오는 스토리로 법에 대해 알게 되니 법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법이라는 기준점이 있어서 위법이냐 아니냐를 무겁지 않게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스토리에서 법을 이끌어 내어 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는 것과 그 스토리를 뒤집어 보는 재미를 느끼게 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책을 손에 들자마자 아들이 밤새 읽었으니 오랜만에 추천해 볼만한 재미있고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