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괜찮다고 말해줘요!
탁기형 글.사진 / 신원문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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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꼭 말로 하지 않아도 통화는 것이 대화다. 그 중 그림이나 사진과의 대화는 여러 가지 다양한 대화를 할 수 있어 기쁘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대화를 많이 가슴에 품고 있는 책이 “지금도 괜찮다고 말해줘요!”한다. 난 괜찮다고 말하기 싫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 주고 싶다. 모든 예술 분야가 그러하듯이 사진도 사진작가의 마음이 드러난다. 나는 이제 그와 입으로 대화하지 않고 그의 사진을 놓고 사진작가와 대화 하듯이 대화 한다. 하루가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포토에세이 형식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글은 보이질 않고 사진만 보인다. 보고 또 보아도 즐겁다.


16페이지의 콘크리트 사이로 피어난 꽃을 보고 있자니 힘든 삶이지만 꿋꿋이 일어서는 그가 보인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의 시련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아니 태어나면서부터 시련인 사람도 있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자 저 꽃처럼 콘크리트에서도 나름의 예쁜 꽃을 피우자.


41페이지의 ‘다람쥐의 초상권’ ㅎㅎ. 모르는 사람에게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에게 애교 있는 충고를 주는 사진이다. 아무나 찍는 것은 처음 사진을 배울 때 주로 하는 실례의 한 예다. 직접 초상권침해로 항의 받는 사람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다 차츰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배워가게 된다. 사진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진 찍는 예절이나 신사숙녀다운 매너를 배우는 것이다. 결국에는 삶에 대한 매너이다. 다람쥐를 선명하게 찍고 배경을 뭉개서 다람쥐가 훨씬 더 살아나 보인다.


45페이지의 ‘게으른 자의 행운’이라고 찍은 사진은 게으른 자의 외로움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로움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그것을 즐길 수 있다면 최상의 친구가 될 수 있다. 그 어떤 상상도 가능하게 해 준다. 진정으로 외로움과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멋지게 나이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렵다. 사람의 구조가 욕심의 세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50페이지의 화려하게 해 저무는 모습 보다는 48페이지의 함박눈 흩날려 마음 어지러운 날이 더 좋다. 폭설 안에 갇혀 지낸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성장 배경이 자연으로 둘러싸인 시골이었기에 초라하고 한가하고 촌스럽고 한가한 풍경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95페이지의 만국의 공통 언어인 웃음이 싱그럽다. 거짓 없고 밝고 깨끗한 웃음은 항상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우울한 사람은 이 사진을 하루에 한 번씩 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면 어느새 힘들고 피곤한 일상이 거품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 안의 사진에 대해 계속 말을 하면 너무 길어지겠다. 생각할 수 있고 무언의 대화에 가끔은 빠져 보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런데,,,읽는 다는 표현이 좀 그렇다. 본다는 표현이 맞겠다. 왜냐하면,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어느 사진 전시회장에 들어선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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