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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멘토 여행지 30곳
이두영 글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날씨도 따뜻해지니 여행가고 싶다. 창밖을 내다보면 집안에서 일하는 나는 답답증이 난다. 내가 하도 답답하다 했더니 지지난주 일요일에는 아들이 꽃구경을 가자고 했다. 아침 일찍 삼청동 O 박물관과 한옥 골목 한 군데를 돌아 나오며, 정독도서관에 들러 벚꽃을 구경했다. 그리고 중간고사가 끝나면 한 번 다녀오자고 한다. 아들과 딸이 여행을 좋아해서 같이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내 인생의 행운 같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으로 소통을 한다. 아이들에게 5월에 갈 곳을 정하느라 “내 인생의 멘토 여행지 30곳”을 펼쳤다.
책을 쭉 넘겨 보니 79쪽에 손중돈과 이언적의 가문이 있는 양동마을도 있다. 작년에 다녀 온 곳인데, 내가 찍었던 이끼 가득한 지붕을 책에서도 보니 반갑다. 작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회마을에 갈 때는 차가 들어가기에는 좁았던 길이 기억이 났다. 좁은 길 밑은 낭떠러지였다. 차가 서로 비켜서기에는 비좁아서 긴장했었던 기억도 났다. 하회마을에서 먹었던 헛 제삿밥이 기억에 남았다. 담백하고 맛있었다. 그리고 하회마을에서 보았던 탈춤은 우리 조상의 익살을 그대로 볼 수 있어 인상 깊었다. 88쪽에서 작가가 말해 주는 것처럼 혹시 이곳을 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간고등어를 먹어보기 바란다. 그 맛이 일품이다.
가장 가고 싶어지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23쪽에 있는 ‘봉화산 철쭉 트레킹’인데, 온 산이 철쭉으로 덮여 있고 길 마져도 철쭉에 파묻혀 머리에 난 가마처럼 보인다. 마침 5월인데 잘 됐다. 올 봄에는 저 길을 꼭 걷고 싶다. 나는 아이들에게 전북의 봉화산 철쭉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은 277쪽의 인천 ‘배미꾸미 조각공원’을 찜 했다. 작가는 드라마 ‘풀하우’ 촬영지이고 하루 코스로 다녀오기 좋은 곳이라는 세심한 설명을 붙여 놓았다. 결국 나는 아이들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아이들 중간고사가 끝나고, 내 일도 어느 정도 한가해지는 일요일에 다녀오기로 했다.
강원도는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 태백 해바라기 밭이 그렇고, 삼척의 이끼 폭포와 성황골의 물안개 속에 살면 세상의 근심은 모두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책은 자연 경관을 예술로 승화시켜 찍은 사진도 멋있지만, 사진을 이제 배우기 시작한 나에게 팁을 던져 준 것이 좋았다. 사진을 찍으려거든 구름이 약간 낀 날이나 아침 해가 뜨기 전이 좋다 것과 폭포 사진을 찍을 때는 물줄기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부근의 바위에 초점을 맞추면 괜찮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여행 책이니 주변 다른 명소나 가는 길, 음식, 숙박에 대해서는 당연히 적혀 있어서 그곳에 전화해서 확인만 잘하고 가면 될 것 같다. 올해는 이 책에 나온 곳 중 다녀오지 않은 몇 곳을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