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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 원시의 자유를 찾아 떠난 7년간의 기록
제이 그리피스 지음, 전소영 옮김 / 알마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자연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고향이다. 사람의 고향도 원래는 자연이었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은 고향이 항상 그립다.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인간이 흙으로 빗어졌다는 말이 낭설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죽는다면 자연의 어머니인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라는 책은 저자인 제이 그리피스가 고향인 자연의 품에 안긴 날들을 기록했다. 야생의 숲, 빙하, 바다, 사막과 나눈 그녀만의 재치 있는 연애담이다. 아직 나도 그녀와 같은 연애를 하고 싶다.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에서 나는 그녀의 숲이 좋았다. ‘억제할 수 없는 기쁨 속에서 벌어지는 언어의 반란이 좋았고, 푸릇푸릇하고 시끄러운 동사들이 벌이는 숲’의 축제가 그녀 만큼이나 좋았다. 그녀가 숲에서 만난, 사람들의 꿈의 언어를 해석해 준다는 주술사. 그를 나도 갑자기 만나고 싶어졌다. 반딧불이를 잡아 가드다란 실로 묶어 책 위에서 빛을 낼 때 글을 쓰는 제이 그리피스가 마구마구 떠올랐다. 그러면서도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에서 그녀의 숲에 등장하는 모기떼의 집요함은 미치도록 끔찍해 보였다. 그것을 끔찍하다고 느끼는 나는 자연속의 인간이 아니라 길들여진 인간임을 느낀다.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에서 나는 그녀의 사막에도 눈길이 갔다. 욜릉우족의 한 여성이 ‘우리가 바로 땅의 몸체에 붙어 있는 혀와 같은 존재입니다’라는 말에 눈길이 갔고, ‘도마뱀은 자신이 즐겨 찾는 바위에서 낮잠을 자며 방금 전 개미를 잡아먹은 뒤에 내쉬는 숨으로 주변의 공기를 부드럽게 만들고’라는 풍경이 내 눈길을 사로 잡았다. 그러나 보츠와나 정부에 의해 땅에서 쫓겨난 부시먼 모켓세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마음 상하고 화가났다. 보츠와나 정부는 부시먼을 쓰레기처럼 대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바람에 날리는 쓰레기여서 술에 취에 비틀비틀 보호구역 주변을 돌아다닌다고 했다. 다이아몬드 광상을 차지하기 위해 부시먼의 땅에서 부시먼을 강제로 추방했다. 부시먼은 ‘무해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런 그들의 땅을 빼앗고, 그들의 신체를 묶고 음식과 물을 주지 않았으며 짐승처럼 다루고 고문 했다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 사냥꾼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백인들의 만행에 소름이 돋았다. 제이 그리피의 흔적에 여운이 남아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의 넘겼던 페이지를 자꾸만 다시 넘겨보았다.
처음엔 인간도 자연의 하나였다. 소나무, 사람, 사자, 원숭이, 개미, 바람, 해, 채송화 등이 한데 어우러진 자연이었다. 언제 부터인가 인간은 자신만의 성을 쌓았고 영역 표시를 했다. 자연과는 별개의 구역을 만들었다. 높은 빌딩과, 콘크리트로 눌러버린 땅, 흘러가는 물의 생을 좌지우지하는 댐, 산의 중심을 폭파시켜 터널을 만들었다. 그것에 ‘개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또 인간의 구역에 들어온 자연은 인간에게 길들여져야만 살아남았다. 인간과 함께 사는 개나 고양이, 뱀, 어항속의 물고기들이 야성을 제거 당하고 사람에게 길들여져 함께 사는 모습을 우리는 흔히 보았다. 그러나 개발을 견디지 못하는 자연은 시름시름 앓다가 맥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자연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데, 인간이 자연을 지배 하려고 두뇌를 사용하는 것은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