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수사

제복 수사 ㅣ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1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수사 반장’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 시절이 그리워 제복경찰이 나오는 소설 ‘제복수사’를 읽었다. ‘수사 반장’이 시작되면 범인을 잡으려고 달리고 또 달리는 경찰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긴장을 느꼈었다. 스릴 있고, ‘수사 반장’이라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음막만 들어도 시선이 고정 됐었다. 그러나 ‘제복수사’는 범인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사건이 발생하면 정황을 파악해서 추리를 하는 정적인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카와쿠보는 사사키 조의 소설에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카와쿠보는 강력계 베테랑 형사였다. 한 경관이 물의를 일으키자 홋카이도 경찰본부는 한 지역에서 10년 이상 근무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운다. 25년을 한 곳에 근무했던 카와쿠보는 인구 6,000명의 농촌 마을인 시모베츠 주재소로 발령이 난다. 그러고 보니 비리가 터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몇 년 마다 발령을 내는 우리나라와 닮았다. 경찰 한 명이 전부인 주재소이니, 전화를 받아줄 여직원 하나도 없다. 그러니 카와쿠보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조용하기를 바랄 뿐이다.

첫 번째 사건은 모자 가정에 아들이 실종된 사건이다. 카와쿠보는 마을에서 흔히 있는 가출 사건으로 단정하여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는다. 며칠 후 이 사건은 교통사고사로 결말이 난다. 그러나 형사 생활을 오래 한 카와쿠보의 눈에는 타살의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그는 상황의 결과 보고에 그쳐야 하는 순경직분이다. 수사는 형사들의 몫인 것이다. 재수사를 제기 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어서 마음만 찜찜하다. 거기다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시끄럽지 않게 대충 사건을 무마하려는 좋지 않은 습성이 있다. 결국 부임 하던 날 마을 제2묘지에서 싸움이 있다는 신고를 무시하고 방법협회의 술자리에 참석 했던 것이 실수 였다고 생각한다. 사건은 그때 일어난 것이었고, 실종된 그 아들은 그 날 변을 당한 것임을 직감한다. 결국 범인은 그 일이 있은 후 교통사고가 나고 그 현장에서 자백을 하고 죽는다. 그 뒤로 4건의 사건이 더 일어나는데, 전직 형사답게 서두르지 않고 사건들을 잘 풀어 나간다. 어찌 보면 카와쿠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경찰이라는 신분보다는 탐정에 가까운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여태 읽어본 일본 소설 중 썩 괜찮은 소설이었다.

삶이 구차할 때가 있다. 그것은 옳은 일을 하려는데, 모두 옳지 않은 쪽으로 한통속일 때가 그렇다. 좋지 않은 책의 영향을 받으면 사람들의 의식도 그것을 따라 습성화가 된다. 그러나 좋은 책의 영향을 받으면 바른 심성과 사고 자세를 길러준다. 비록 경찰소설이고 처음부터 범인이 묻혀 버리게 되는 사건이었다. 책을 읽는 기분은 그야말로 지대로 짜증스럽다. 그러나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카와쿠보의 바른 심성 안에 범인은 이미 잡혔기 때문이다. 나쁜 쪽으로 사건의 결판이 난 것에 대해 죽어도 굴복 할 수 없다면, 정의를 표현하지 못한 마음이 시들지 않게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 그것이 책이 할 일이다. 나쁜 일을 한 사람은 언젠가는 벌을 받아야 한다. ‘제복수사’에 나오는 단편 ‘유한’ 에서는 자기 아버지를 죽인 아들이 중국인 연수생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 그러나 결국 아들인 쇼이치는 그의 범행을 꿰뚫어 보는 카와쿠보가 예리한 추리로 수사망을 좁혀오자 자수한다. 권선징악이 존재 한다는 걸 여기서 보게 된다. 이렇듯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조용히 일침을 가하는 카와쿠보라는 인물이 있어 이 책은 뿌듯한 마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