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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원 - 지금 이 길이 가장 좋은 길이 되기를
보경 지음, 진동선 사진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1년 2월
평점 :
종교적인 글들은 어렵다. 이 책은 보경스님이 자신의 삶 중 인상 깊었던 순간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 글이다. 책이 어려울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편하게 읽었고, 책에서 감동적인 부분도 만났다.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금강경> 18장인데, ‘부처님의 다섯 가지 눈’에 대해 나온다.
육안(肉眼):육신의 눈이다. 눈을 통해 볼 수 있는 범위 이다.
천안(天眼):육안의 한계를 넘어 볼 수 있는 눈이다.
혜안(慧眼):지혜로써 보는 눈이다.
법안(法眼):세상의 이치를 보는 눈이다.
불안(佛眼):오직 부터의 경지에 오른 자만이 가지는 눈이다.
‘부처님의 다섯 가지 눈’ 중에 보통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눈은 법안 까지 일 것이다. 불안은 불도를 오래 닦고 그 경지가 이미 보통 사람을 넘어선 사람이 갖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인지미‘成人之美’라 하여 ‘남을 이뤄주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라는 공자의 말에 대해, 보경스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성인지미‘成人之美’는 이웃을 모른 체하고 지내는 현대인들 에게 좋은 교훈이 된다.
세상을 살면서 완벽해 지고 싶을 때가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완성됨으로써 인생의 목표를 달성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삶이란 것에는 완성이 없다. 우리의 삶은 항상 만족된 것이 있다면 부족한 것도 있다. 채울 수 있는 것이 있는 반면, 채워도 밑 빠진 독처럼 되는 일도 있다. 그래서 인생은 공평하다고 하는가 보다.
보는 것과 아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철학에서 아는 것과 보는 것은 같다는 의미로 쓰일 수 있다. 이는 세상을 잘 보면 이롭고 잘 보지 못하면 해롭다는 데에서 나왔다. 그러므로 우리의 복은 세상을 어떻게 보면서 살아가는 가에 달린 것이다.
“사람들은 매일매일 써도 알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일상에서 가치 있을 만 한 것들을 자신도 모르게 지나치고 있다. 불교에서의 깨달음, 그것은 결국 사소한 일상에서 작은 걸음을 떼는 것이다. 깨달음의 길은 참 묘하다. 끝없이 고행해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자연적으로 얻고, 또 우연하게 얻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사소한 일을 소홀히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항상 특별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일상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이는 옳지 않다는 것을 한비자의 이야기가 잘 말해준다. 즉, 어떤 식객이 제나라 왕에게 가장 그리기 쉬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 그림이나 도깨비 그림이라 했다. 그리고 가장 그리기 어려운 그림은 다름 아닌 개와 말의 그림이라고 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귀신이나 도깨비는 사람들이 볼 수가 없어서 마음대로 지어낼 수가 있지만, 개와 말의 그림들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것이라 그 사람들의 눈에 맞게 그리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가까운 것에서 진리를 찾지 못하고 항상 먼 곳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좋은 교훈이 아닐까. 보경스님이 나의 고정관념에 냉수 한 잔 먹인 것 같다.
[아들의 책장 : 4-행복한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