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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철학으로 치료한다 - 철학치료학 시론
이광래.김선희.이기원 지음 / 지와사랑 / 2011년 1월
평점 :
00교육이 있을 때다. 어떤 강사가 외국에서는 입을 가리고 웃는 것도 정신병의 한 부류로 취급을 한다는 말을 던졌다. 이는 외향적이 아닌 내향성이 짙다고 해서 모두 병자로 모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선진국의 예를 들어 그들의 말이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믿는 어리석음을 보게 한다. 이러한 완벽한 거짓이 논리를 앞세워 세계를 휩쓸고 있음도 시사한다. 이유는 이제 세계는 경제전쟁 시대이기 때문이다. 돈이 되는 것이면 혈안이 되어서 믿을만한 학식을 가진 각계각층이 서로 공모한다. 그리하여 이익을 내야 개인이, 기업이, 국가가 살아남는다. 먼 훗날의 결과야 난 모른다는 심보인가? 아니면 먼 훗날의 부작용에는 또 다른 약을 만들어 팔아먹을 수 있다는 경제 논리인가? 그 좋은 예를 ‘약물에서 뇌를 구해야 한다’고 외치는 “마음, 철학으로 치료한다”에서 발췌했다.
“신경정신과 의학자나 임상의들과 제약회사에서는 정신장애의 기준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 그 기준을 낮출수록 의사들은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그만큼 커지고, 제약회사들은 팔아먹을 시장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거의 모든 인간 감정에 정신장애란 꼬리표를 붙일 수 있다. 또한 유행병으로 병리화가 가능해짐으로써 DSM의 리스트에도 올릴 수 있다.”(P48~49)
위에서 보는 것처럼 소위 배웠다는 지식인들이 더 황당하다. 사리사욕 때문에 인간을 경제 공장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과열되면 무서운 파괴력을 불러 오는데, 당장의 이익에 눈이 먼 사회가 두렵다.
학문은 단일 영역을 고수하지 않는다. 특히 철학은 모든 학문의 저변에 깔려 인간의 가치관 정립에 큰 몫을 한다. 그러나 어느 때 부턴가 철학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음, 철학으로 치료한다”를 읽어보니, 용감한 철학자들이 철학과 사회와 인간과의 접목을 꾸준하게 하고 있었다. 이 책은 권위적인 DSM의 생산자들과 세상읽기에 능란하고 민첩한 제약회사에 철학이 통쾌한 반격을 가했다.
“그럼에도 경전과 같은 DSM의 위상과 약물신앙의 위력은 신의 존재를 의심해서는 안 되는 종교와 같다. 그 때문에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제공되는 약물은 그들을 평생 SSRI라는 감옥에서 나올 수 없게 할지도 모른다. 더구나 조정 수단에 길든 그들의 뇌는 평생 동안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을 적게 분비하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경험적인 폭로나 양심선언을 주위에서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예컨대 약물을 정기적으로 복용한 이들의 10-40퍼센트가 지발성 운동장애를 겪게 되고, 그 가운데 50퍼센트 정도가 돌이킬 수 없는 뇌손상을 입게 된다는 보고들이 그것이다.” (P47-48)
이렇게 서두를 시작한 “마음, 철학으로 치료한다”는 철학자들을 통해 슬픔, 고뇌 그리고 패놉티콘적인 사회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마음의 병에 대해 거론한다. 그리하여 철학상담에서 인생은 질병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출발한다. 철학치료의 토대들로 소크라테스적 대화와 상담의 치료적 힘은 내담자에게 소속감과 연대감 그리고 존재감을 강화시킨다고 논하고 있다. 실존치료를 중요시하고, 실존의 안에는 고통, 절망, 불안이 있다고 역설한다.
“에피쿠로스학파가 인간 영혼이 겪는 고통이 핵심에서 주목한 것은 불안이다. 그들은 사람이 지니고 있는 불안의 가장 치명적인 대상을 죽음, 미래, 우연으로 보았다. 인간은 고통을 회피하고 쾌락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쾌락은 육체적 고통과 더불어 마음의 고통이 없는 상태이다.” (P206)
이 책은 이밖에도 병리를 양산하는 현대 사회의 마음병에 대해 히키코모리를 들어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혼란한 마음의 심각성을 알린다. 그것을 동양의 철학인 유학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자포자기한 사람은 인과 의까지도 포기한다. 가장 편안하고 가장 올바른 길을 버리는 상태가 위에서 말한 마음이 빈곤한 상태이며 마음이 위기에 놓인 상태다. 인간의 마음에 인의라는 영양을 무한정 공급해야 마음의 빈곤이나 위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자포자기자들은 그런 공급을 받을 수 없다. 이미 자신의 존재 가치나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인의를 실천함으로서 자신의 도덕성을 확인할 수 있고 자신의 존재감 또한 증폭된다. 이것은 자신이 자기의 주체라는 것을 깨달을 때 가능하다.”(P286)
이 책이 처음의 설득력을 끝까지 유지 하였을까 하는 의문점이 생긴다. 그것은 철학치료의 필요성에서는 공감대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철할치료의 효과, 철학치료의 방법에 대해서는 학설이나 사상가들의 이론만으로 증명하려 하였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저자들의 주장이 옳다고 공감하고 감사의 마음이 든다. 하지만 바른 치료법이라는 인식을 끌어낸 것에 비해 방법이 너무 철학 이론만으로 제시된 탓에 실천할 수 있는 구체성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은 마음병을 앓고 이는 이들에게 철학이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믿을 만한 확신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