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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 대유행으로 가는 어떤 계산법
배영익 지음 / 스크린셀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생각하는 전염병은 감기, 수두가 일반적이다. 더 위험한 것으로는 사스, 에이즈, 콜레라 등이 있지만, 이 소설은 그런 종류의 바이러스가 아니다. 걸리면 근육이 괴사하고 폐가 집중적으로 손상되는 바이러스다. 흡사 달의 모양을 지녔다고 하여 M(moon)바이러스라 명명한 괴상한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란, 기생 숙주를 찾기 전까지는 마치 무생물과 같다. 자신이 살 조건이 갖추어 지면, 기생숙주의 몸에서 생명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반(半)생명적인 반응과 함께 숙주의 영양을 모조리 뽑아먹는다. 또한 증식을 계속하여 숙주를 파멸에 이르게 한다.
문양호라는 원양어선이 북태평양의 베링해(海)에서 조업중에, 유빙에 부딫히는 사고가 발생한다. 선원들 대부분이 이미 고된 노동으로 반죽음 상태여서 너무나도 위험했다. 그때 어기영이란 선원이 바다에 빠지고 만다. 이 선원을 건져 올렸지만 결국 문양호는 얼마안가 침몰하게된다. 그중에 이기영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된다. 하지만 그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숙주가 되고 만다.
이 소설은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자신을 합리화 할 수 있는지 감염자의 심리상태로 보여준다. 인간은 자신이 죽을 때가 되면 자기연민과 증오, 걱정, 슬픔등과 같은 여러 감정이 폭주하게 된다. 이성을 잃고 급성 우울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이 소설은 그런 인간의 심리상태를 잘 나타낸다. 그리고 전염병이 인간에게만 전염된다는 소재는 신선했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간의 진화관계도 흥미로웠다.
바이러스는 화전민과 같다. 바이러스는 숙주를 찾아 유랑한다. 숙주를 찾으면 화전민과 같이 숙주의 곳곳을 불태운다. 그리고 있는 대로 진을 빨아먹는다. 숙주가 죽으면 유유히 사라진다. 그 활동은 전형적인 화전민 그 자체였다. 책을 읽으며 그것이 잔인하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모든 생명의 원질적인 본능이라고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방법이다.
바이러스는 생명체의 욕구가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남아있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원래의 바이러스는 해를 끼치지 않았다. 다만 바이러스로 인해 과학이 발전하고 번영을 이루었다. 그러자 바이러스가 더 발전을 하여 아이러니해도 오히려 과학의 진보를 가져오는 것도 같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의학용어가 많이 나오는데, 이 의학용어에 대해 약간의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겠다. 읽으면서 우리나라에 신종플루와 구제역이 돌았을 때가 떠올랐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과연 우리가 이런 치명적인 전염병에 감염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봤지만 해답은 끝내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