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서 보낸 일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
안토니오 콜리나스 지음, 정구석 옮김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묘사의 힘
상황을 이해하는 데는 묘사가 힘을 발휘한다. 배경이나 인물, 상황을 묘사로 처리하면 이해력도 빨라지고 억지스러운 설정의 벽을 없애준다. 외국 드라마나 외국 영화를 보면 묘사가 많이 쓰인다. 영화나 드라마의 중간 중간 대화가 없는 부분에서 내레이션처럼 등장한 목소리가 상황이나 배경이나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상에서의 묘사는 한국인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정서와 맞다. 그래서 외국 영화나 외국 드라마를 재밌어 한다. "남쪽에서 보낸 일 년"은 묘사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이 소설은 묘사로 이루어 졌음에도 불구하고 읽기에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영화나 드라마는 영상적인 묘사였지만, 딱딱한 활자 중심의 묘사를 소화하기에는 힘이 든다. 활자로 된 책을 읽을 때는 대화체가 묘사 보다 더 막힘없는 생동감을 주기 때문이다.

*줄거리 엿보기
(1)나는 그분의 지적인 노동이 인생을 메마르게 했을 거라고 생각해. 고대역사, 식물학, 일반 예술이 그분의 삶을 다치는 대로 흡수해버렸다는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여성의 아름다운 육체를 보는 것이 선생님에게 절대적으로 불쾌한 일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어. 고학년 학생들은 몇 년 전 그가 연모한 여자, 난 어떤 여자인지 모르지만 이 도시에서 이름난 집안의 여자와 벌였던 사랑행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녀. 어쨌든 결혼까지 하려고 했대. 그들 둘은 라틴어도 할 줄 알았고 함께 시도 쓰고 나무도 심었대. 그는 너무 똑똑해서 영혼이 메말라버린 걸지도 몰라. 그래서 나는 그 선생님이 여자에 대해 말할 때 왜 당신의 생각 속에 에픽테토스, 쇼펜하우어, 몽테뉴, 프루스트, 플라톤과 같은 박식한 학자들을 인용하는지 이해가 안가. 자신의 이야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반론 할 수 없는 이론으로 무장하고 있어. 선생님 견해에 의하면 운명은 모든 것을 끌어들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공할 만한 힘이라는 거지. 사랑까지도 말이야. (p129-130)

(2)먼저 말을 꺼낸 것은 옥타비오 아리사였다.
- 우리는 고통, 고독, 시간에 빚을 지고 있단다.
- 고통, 고독, 시간이요?
- 그것은 견고하고 결단력 있는 속성을 갖기 위한 세 가지 기본적인 요소들이지. 이 세 가지에 모든 위엄 있는 업적의 비밀이 담겨 있단다.
- 그 세 가지는 평화와 자연의 호흡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선물이야. 나머지 열매들은……. 사람들은 알고 있지 혼란스럽고 제멋대로인 시간의 속성 때문이지.(p209-210)

*읽기를 끝내며
하노라는 고등학생이 혹독한 생활의 변화를 겪으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그러나 그의 천부적인 문학적 재능이 동기가 되어 친구를 만나고, 디아나라는 예쁜 소녀와 순수한 사랑으로 시련을 극복한다. 여기에 또 한 사람의 여인이 등장한다. 젊은 예술가인 하노와 정열적이고 육체적인 사랑을 하는 마르타이다. 이 셋의 삼각관계는 이야기 전개상 순수한 소년이던 하노가 성인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디아나와 마르타의 만남으로 보여준다.

위 (1)의 내용은 하노와 정신적인 혼란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디아나의 역사 선생님 옥타비오 아리사에 대한 묘사이다. 예술 밖의 모습을 옥타비오 아리사에 대한 묘사로 보이는 부분이기도하다. 위의 (2)의 내용인 p209-210쪽에서는 디아나가 자신을 만나러 오다가 교통사고로 죽고, 마르타의 만남에 종지부를 찍고 난 후 정신적으로 겪게 되는 하노의 성장에 대한 암시적인 글귀다.

"남쪽에서 보낸 일 년"은 생각할만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정구석 번역가의 소설에 대한 이해도가 컷기 때문에 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여운이 많은 작품을 가을에 읽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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