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유전자 - 제국을 향한 피의 역사가 깨어난다
에릭 두르슈미트 지음, 이상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표지에 "제국을 향한 피의 역사가 깨어난다." "'정의로운 전쟁'을 명분으로 충돌할 중국과 미국! 신 냉전의 태풍 속에서 우리와 세계의 선택은?"라고 적혀 있다. 문구 한 줄로도 거대한 중국의 위압감을 느끼는 유럽의 표정이 읽힌다. 중국을 상징하는 용은 중국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신화 및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특히 중국에서 신성한 동물, 즉 영수(靈獸)라고 하여 매우 귀하게 여겼다. 용은 영수 중에서도 특히 귀하게 여겨져, 용이 모습을 드러내면 세상이 크게 변할 전조라고 믿어졌다라고 백과사전에 나와 있다. 유럽인이 중국을 용의 기세로 보았다면 사전에 나온 것처럼 세상이 크게 변할 전조일 수 있다. 나는 그런 의미를 먼저 생각하며 이 책을 읽는다.

저자는 먼저 징기즈칸의 정복 전쟁을 거론한다. 중국만이 아니라 전쟁이란 그 자체가 살상과 약탈과 황폐함을 초래한다. 저자는 칸의 시기가 막을 내리고 명나라의 황제 영락제가 제위 할 당시 정화라는 제독에 의해 서양과의 활발한 무역거래가 있었다고 적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쓴 의도가 여기에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즉 중국과 유럽과의 경제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데, 생각보다 크고 한 번 일어서면 무섭게 앞으로 진군하여 단숨에 장악하는 징기즈칸의 피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아시아의 용이 유럽 열강을 다 집어 삼킬 기세가 느껴져 중국의 정신과 뿌리와 힘의 근원을 하나하나 파헤치는 것이다. 유립인이 내 역사, 내 민족, 내 가족이 피를 흘리고 죽음을 당했다는 이 책을 읽는다면 충분히 자극적이리라.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단 한권의 책으로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또한 그 당시 대부분의 몽골인은 문맹이어서 역사적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고 하니 피해를 본 상대방에 의해, 그의 관점에 의해 남겨지는 내용이라는 점도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이다. 서양열강에 의한 중국이 피를 흘리지 않았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2008년 올림픽을 치러낸 지금의 중국의 모습까지 이 책에는 담겨 있다. 종군기자답게 생동하는 다큐처럼 진행되는 글의 흐름을 이곳에 간단히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도 중국이 기침만 해도 바이러스가 침투해서 같이 몸살을 앓게 될 것은 뻔 한 일이기에 한 번쯤 읽기를 권장하고 싶은 책이다.

세계의 눈이 중국으로 집중 되고 있다. "용의 유전자"라는 책을 읽고 나니 저자가 궁금하게 되어 그의 약력을 들춰보았다. 에릭 두르슈미트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고, 2차 대전을 겪었다. 12년 정도 종군기자를 했으며 전쟁에 관한 책을 '용의 유전자'외에도 여러 권을 출간했다. 그러니 그의 눈에 비친 전쟁의 참혹함과 비참함은 글로 옮겨놓은 것 보다 몇 배는 더 했을 것이다. 이제는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충돌할 중국과 미국, 신 냉전의 태풍 속에서 우리와 세계의 선택은?"이라는 저자의 질문을 다시 읽는다. 징기즈칸이 상대의 군사보다 수적으로 훨씬 규모가 작았어도 유럽 정벌이 가능했던 것은 그만의 환경적 강한 근성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거대한 힘을 가진 선진국 사이에서 버텨낼 수 있는 방법은 강한 '민족성'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축구를 응원하기 위해 서울광장에 모여들었던 붉은 악마의 물결과 같은 정신이라면 중국이든, 미국이든, 누구든 한반도를 흔들고 요동을 쳐도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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