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연중행사와 관습 120가지 이야기 - 일본 황실 도서관의 수석 연구관에게 직접 듣는
이이쿠라 하루타케 지음, 허인순.이한정.박성태 옮김 / 어문학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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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딸이 학교에서 일본 문화 퀴즈대회를 했다면서 일본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아이는 서점에 가도 틈틈이 일본에 관한 책을 뒤적였다. 실은 에니메이션에 관심을 갖는 아이가 일본에 대해 부쩍 눈길을 주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첫 번째 해외 여행은 일본으로 가겠다는 것이 그 아이의 꿈이다. 아이를 지켜 보면서 자연히 나도 일본이라는 나라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일본의 연중행사와 관습 120가지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제1장에서는 일본인의 자연관과 신앙에 대해 나와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와 일본은 인접국가여서 관습이나 행사, 음식이 많이 닮았다. 음력을 쓰는 것도 그렇고, 십이지와 십간으로 여러 가지 일을 표시하는 것도 닮았다. 일본인의 신앙에 대해서도 나왔는데 그 들만의 독특한 정신적 지주를 여기에서 발견한다. 애니미즘으로 시작된 그들의 신앙은 모든 사물에는 신이 깃들었다고 여겼고, 지금도 신궁과 신사에서 참배하고 있다. 모든 일상생활에 신이 있다고 여겨 각 가정에서도 신을 모시고 있다. 제2장에서는 정월의 관습에 대해 나와 있다. 새해에는 오토시타마라는 둥근 떡을 나누어 먹는 관습이 있다. 새해 첫 날부터 서로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풍습이라 생각한다. 제3장에서는 연중행사의 관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입춘 전날을 ‘쎄쓰분’이라고 하는데, 이날은 큰소리로 ‘복은 집 안으로 들고, 악귀는 밖으로 나가라’고 하면서 콩을 뿌린다. 여기서 콩을 뿌린다는 행위에는 농민들의 풍작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인상적인 것은 단오절에 중국의 ‘용문폭포를 올라 잉어가 용이 되었다’라는 고사의 영향으로 자식의 출세를 빌기 위해서 고이노보리를 세웠다. 그런 이유로 5월5일은 남자아이의 명절이 되었다.

또 음력 7월 15일에나 양력 8월 15일에는 조상의 영혼에 공양하는 오본이라는 관습이 있다. ‘제등 흘려 보내기’ 혹은 ‘제등 띄워 보내기’라고 하는데, 제등에 촛불을 켜고 강이나 바다로 띄위 보내면 정령이 그 제등을 타고 강을 지나 바다로 나가 ‘저승’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다. 제4장에서는 결혼의 관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결혼식 피로연에 초대한 하객에게 돌아갈 때 답례품인 히키데모노를 주는 것이 통례이다. 히키데모노는 일종의 작은 선물인데, 결혼에 참석하지 못한 가족들과 경사스러움을 나누고자 하는 배려이다. 우리나라에서 잔치가 끝난 후 음식을 나누어 주었던 것과 흡사하다. 제5장에서는 임신. 출산의 관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일본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하는 오미야마이리는 태어난 아이를 처음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가 가까운 신사에 참배하는 의식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신사에 의해 결속이 다져져 일본인으로서의 힘을 길러내고 있는 관습으로 보인다.

제6장에서는 경사의 관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아이가 성장하여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 시치고산이나 성인식 등이 있고, 장수를 축하하고 연장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회갑이나 고희를 축하한다. 약간의 형식은 다르겠으나 어느 나라에나 비슷한 의미를 가진 관습들인 것 같다.

제7장에서는 선물의 관습에 대해 말하고 있다. 경사스러운 일에는 포장지를 두장을 겹쳐서 선물을 싸고, 불행한 일에는 ‘나쁜 일이 겹치지 않도록’ 한 장의 포장지로 선물을 포장한다. 포장한 선물은 미즈히키라는 종이 끈으로 묶었는데, 끈의 색깔이나 묶는 법에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제8장에서는 편지에 관한 관습에 대해 말하고 있다. 편지를 직접 개봉하기를 원할 때는 봉투 겉면 왼쪽 밑에 ‘친전’이라 쓴다. 제9장에서는 장례식의 관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세상과의 마지막 이별의식으로 ‘임종의 물이 있는데, 가족이나 형제자매와 같은 친인척이 순서대로 탈지면이나 가제에 물을 적셔 죽은 사람의 입술을 축여준다. ‘임종의 물’은 그 의미가 남다르게 깊고 뜻 있어 보이는 관습이다.

제10장에서는 운에 관한 관습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달마는 무로마치 시대에 만들어진 ‘일어나는 장난감’이 그 기원이다. 소원을 빌 때 한족 눈을 검게 칠한 다음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다른 한 쪽 눈을 검게 칠한다. 달마는 사업이 번창하도록 하거나 많은 운을 불러오기 위한 물건이다. 달마의 모습이 우리나라에서 벽에 걸어 놓던 그림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어서 귀엽다. 제11장에서는 관습과 관련된 속담에 대해 말하고 있다. ‘북쪽 방향으로 잠을 자면 병이 낫지 않는다’는 속담은 죽은 사람이 나갈 때 시신을 북쪽으로 하여 재단을 마련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이 북쪽으로 누워서 잠을 자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이다.
위에서 제1장~제11장에 걸처서 일본의 연중행사와 관습에 대해 읽어보았다. 우리나라의 관습들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낯설지 않았다. 일본의 ‘다자이후 세이초’라는 곳에는 그리스 • 로마시대의 신전과 맞먹을 정도의 크기로 건물 주춧돌이 수백 미터나 늘어서 있다. 이곳은 3-400년 경에 백제가 규슈 일대를 다스리기 위해 관청을 세운 곳이다. 역사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우리의 조상 백제가 일본을 다스렸다는 역사적 사실은 그런 적 없는 일로 묻히게 된다. 이대로 그러한 사실이 묻혀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역사와 더불어 관련이 있는 이웃나라 일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 일본에 대해 알 면 알수록 재미있는 것도 많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영향이 곳곳에 묻어 있어서, 먼 나라 이야기와 다르게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을 바로 알고 새롭게 인식하고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관련하여, 가장 근본적인 일본인의 민족성의 토대가 되는 ‘일본의 연중행사와 관습 120가지 이야기’는 나에게 일본인의 정신 바탕을 자세하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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