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다
김태연 지음 / 시간여행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먼저 ‘이것이다’의 제목으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으므로, 소설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신의 계시를 받아서 소설은 시작이 되었다고,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이미 암시를 한다. 그것은 소설이 어떤 영감에 의해 흘러 갈 것인지를, 혹은 쓰게 되었는지를 독자들에게 알리는 글이다. 난 다분히 어느 한 종교에 심취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내가 믿고 신임하는 것은 나의 삶의 의지가 되므로, 그의 믿음이 되어 써내려갈 수 밖에 없는 종교를 영감의 매개체로 받아 들였다.


그러나,,,, 복잡한 이중 구조에 막히고, 현실적인 수학과 환타지적 ‘여의구’의 결합으로 인해 막힌다. 그 막힘을 풀어가는 중요한 요소는 주인공인 ‘나’이다. 그리고 독자인 나이다. 챔피언스리그인 189쪽에서 “만약 자연을 알고 싶다면 먼저 자연이 말하는 언어를 알아야 할 것이다. ������물리법칙의 특성������” 라고 제시한다. 그렇다, 수식을 특별히 계산할 필요는 없다. 여기에 나온 수학은 단지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을 풀어서 증명하려는 소설의 구조적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학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수학에 초점을 맞추고 읽다보면, 절반도 읽기 전에 읽기를 그만 두게 될 지도 모른다. 나는 객관적이고 흥미있게 이 소설을 읽고 싶어서 수학과 종교라는 의미 보다는, 소설의 흐름 안에 심취하고 주인공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수학이란 무엇인가? 평범한 사람들은 간단한 진리만 알면 되지 복잡하게 알아 무엇하느냐고 외치는 것이 수학이다. 1+1=2여야 하는게 수학이고, 5*9=45여야 하는게 수학이다. 다분히 계산 되어지는 고정적인 관념 같은 것이다. 이러한 수학을 작가는 종교와 연관을 시키고, 우주와 연관시키고 있다. 인간과 신과의 매개체가 수학? 수학 소설답게 주인공인 나는 자기 강박에 빠져 있다. 등뒤에 붙은 메모지를 떼어주려고 했는데, 뜻하지 않게 축구공을 떨어뜨린 친구가 축구공을 주으러 가던 도중 차에 치어 죽게 된다. 그러자 ‘나’는 친구의 죽음에 관해 비통해 하는 장면 보다는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어떤 명제를 거짓이 아닌 참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모습에서 주인공의 성격을 수학적인 공식안에 넣은 셈이다. 결국 법대에 합격하면서 누명도 서서히 벗겨진다. 챔피언스리그 165쪽 “지구 전체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고 우리가 사는 곳은 그 점의 한 구석에 지나지 않는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처럼 ‘여의구’는 먼 곳에서 바라 보았을 때 한 점에 불과하다. 주인공은 ‘여의구’를 통해 우주를 보게 되면서 법대에 합격하고도 진로를 수학쪽으로 결정을 하게 된다.


소설은 김광국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내면서 제3의 세계도 있다는 쪽으로 흘러간다. 그 제3세계는 우리들이 전혀 알 수 없는 세계이지만, 김광국과 수학으로 연결한다. 그렇다 보니 어려운 수학용어가 등장하게 되고 환타지적 요소가 가미된다. 풀어낼 수 없는 수학과 같은 것이 신의 세계인데, 수학천재인 김광국은 어려운 수학을 척척 풀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신? 이책을 읽고 나니 주인공으로부터 여의구로 여의구로부터 수학으로, 수학에서 미스테리 사건인 수학천재 김광국으로, 김광으로부터 신의 세계로, 신의 세계는 우주로, 우주는 다시 여의구로 통하고 있다. 결국 ‘이것이다’는 신들이 뻥뻥 차고 놀았을 우주를 상징하는 여의구라는 결론으로 끝을 맺는다.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작은 상자 속에서 광범위한 세계를 검색한다. 자료는 방대하고 어중간한 내용은 거기서 거기라 식상해 있다. 이러한 세상에서 이 소설이 대중을 만나려고 한다. 그렇다면 이미 발간된 책들 처럼 진리를 앞세우지 않고, 구지 복잡한 수식을 끌어들여 대중과 조금 먼 제스추어를 취한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낯설음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알 수 없는 모호한 기호들에 갇힌 기분을 이 소설은 준다. 이로써 식상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가벼운 이해가 허용되지 않은 것 또한 ‘이것이다’의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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