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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의 세계사 - 한 장으로 압축된 인류의 역사 ㅣ EBS CLASS ⓔ
김종근 지음 / EBS BOOKS / 2022년 8월
평점 :
지도 위의 세계사
한 장으로 압축된 인류의 역사
저자: 김종근
출판사: EBS Books 출판일: 2022년 8월15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는 지리학자 김종근이 쓴 교양서이다. 고대로부터 근대까지 대표적인 동서양의 지도를 통해서 그 이면의 이야기와 의미를 설명한다. 오늘날에도 지도는 매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최첨단의 정보통신기술을 통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측정되고, GPS 기술을 통해서 우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다.
문명의 혜택을 입지 않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세계 많은 지역에 개인용 단말기인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있다. 하늘 위에는 통신회사들이 쏘아 올린 수많은 통신위성이 있으며 이들 단말기와 교신한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이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술 토대에는 고대부터 이어지는 인간의 호기심과 탐구 정신이 바탕이 되었다고 본다.
지도는 단순히 위치나 영역을 표시하는 역할이 아니라 그 자체로 세계를 이해하는 철학의 영역이었다. 고대에 상상한 세계지도는 말 그대로 세계관의 표현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마치 SF소설을 읽는 듯이 이들이 그린 세계지도는 평평한 지구를 바탕으로 대양과 대지가 그저 그들이 믿는 대로 그려져 있을 뿐이다. 세상은 그들이 직접 발로 걸으며 파악하기에는 아직 너무나도 거대하고 막연했을 테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고대 세계가 가졌던 우주관은 바로 이들이 만든 세계지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최초의 세계지도는 바빌로니아인들이 만든 것이다. 그리스인의 세계지도는 그들의 철학이 담겨 있는데, 아낙시만드로스의 원통형 지구, 헤카타이오스의 세계지도, 에리토스테네스가 설명한 지구를 재현한 지도가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구를 평면 지도상에 표현한 것은 프톨레마이오스로 그의 ‘지리학’은 한동안 세계를 지배했다.
이들 그리스인이 만든 세계지도는 점차 발전하였지만, 유럽의 중세시대가 되면서는 퇴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독교 세계관이 발현된 지도는 주로 마파문디라는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이 역시 고대의 지도와 같이 당시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투영된 것이다. 영국의 헤리퍼드 마파문디는 처음 듣기도 했지만, 책에 실린 도록을 보니 중세인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이해할 것만 같았다.
이러한 시대에 그리스인을 계승한 것은 이슬람 지역이었다. 수많은 그리스 철학의 도서 뿐만 아니라 그 철학적 전통까지 아랍어로 번역되어 계승되었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표시한 세계지도는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이다. 여기에 섬으로 표시된 ‘신라’의 존재가 확인된다. 그렇다고 지도에 관한 발전이 유럽이나 중동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중국에서도 일찍부터 여러 고지도가 발전했다. 현재는 현존하지 않으나, 801년 당 황제에게 진상된 ‘화이도’는 중국만이 아니라 주변 국가까지 확대하여 만들어진 지도이다.
중세 이후, 지도학이 발전한 국가는 네덜란드이다. 신구교 갈등으로 인해서 탄생한 네덜란드 공화국은 상업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거대한 무역 선단을 운영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지도의 존재는 매우 중요했다. 따라서, 지도에 대한 각종 지식과 기술이 발전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도를 잘 모르는 사람도 학교에서 배웠던 메르카토르법의 존재는 기억날 법하다. 메르카토르법은 정각도법, 즉 지구상의 어느 지점 간의 각도도 정확하게 표현하는 지도투영법이다. 메르카토르의 지도책 ‘아틀라스’의 지도 배치와 차례는 이후 지도 책자에 모범이 되어,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을 대체하였고 ‘아틀라스’는 지도의 대명사가 되었다.
지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프랑스의 카시니 지도이다.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귀화한 카시니 가문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이 지도는 최초의 국가 기본도이다. 천문관측에 사용되던 경도 측정결과를 지도 제작에 반영했다. 150년에 걸친 제작과정으로 탄생한 카시니 지도는 경도측정과 삼각측량으로 매우 정교한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이웃한 여러 국가도 나서서 기본도를 만드는 동인을 제공했다. 무엇보다도 근대국가 형성에 지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지도도 빼놓지 않을 수 없다. 고산 김정호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대동여지도가 대표적이다. 고산은 평생 여러 지도를 만들었다. 여러 설에서는 그가 한반도를 3번 종주하고 직접 측량하여 지도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공식적인 기록에는 없는 사실이고,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이야기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는 지도 제작을 지원했으며 고산도 오랫동안 축적된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동여지도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대동여지도를 보면, 남부 지방은 비교적 정확하지만, 북부 지방은 오차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이 고산이 조선왕조에서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했음을 보여준다.
지도는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당시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투영하여 만들어졌다. 전근대사회에서는 국민국가가 형성되는 와중에서 정치적, 군사적 목적에 의해서 제작되었다. 19세기가 되어서는 현재의 지도와 비교하더라도 크게 오차가 없는 지도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지도의 역할이 이러한 것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 책의 마지막에 소개된 존 스노의 콜레라 지도가 그것이다.
지도에 대해서 우리가 평소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교양서를 읽고 있자니, 그 이면에 있는 흥미로운 사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한번 가볍게 읽기를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