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배터리 레볼루션 - 향후 3년, 새로운 부의 시장에서 승자가 되는 법
박순혁 지음 / 지와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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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배터리 레볼루션

: 박순혁

출판사: 지와인 출판일: 2023220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이 이제는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 같다. 근래의 유례가 없는 불볕더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태풍의 진로 등. 문명의 발전으로 인간의 삶은 편해졌지만, 그 대가로 지구 환경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의 삶을 반성하고 지구를 이전과 같은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자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국내를 여행하다 보면 간간이 보이는 태양광 발전시설과 풍력발전 설비는 이제는 더 이상 신기하거나 낯설지 않다. 오늘날 현대 문명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GHG)를 배출하는 것은 아마도 운송 연료일 것이다. 육상 및 해상 운송 수단에 사용되는 대부분 연료는 화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다.

특히, 육상 운송 수단인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연히 전기 자동차나 수소 자동차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도 지적했듯이 전기 자동차는 자동차 산업의 태동기에 지금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도 먼저 등장했다. 하지만 상용화에는 실패했는데, 당시에는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할 기술이 부족했다. 또한, 내연기관에 비해서 가격도 비쌌다.

그렇지만 오늘날 전기자동차는 우리가 더 이상 신기한 눈으로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흔해졌다. 짧은 주행거리는 발달하는 배터리 기술로 인해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한번 충전으로 500km를 주행하는 자동차도 등장했다.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시대적 요구와 기술적 발전이 합쳐지면서 사람들에게 2차전지 사업은 유망한 미래산업으로 여기게 되었다.

일찍부터 국내 업체들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여 미래를 준비했다. 저자가 소개하는 국내 업체들은 이미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LG 에너지솔루션, SK, 에코프로, 포스코를 비롯한 업체들은 미래산업인 2차전지 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국내 기업이 가지는 기술적 성취는 매우 견고하고 공고하다.

2차전지의 4대 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이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극재이다. 이 양극재 기술은 진입장벽이 매우 높고 배터리 원가의 50%를 차지한다. 국내업체들은 값도 싸고 용량도 큰 2차전지를 만들 수 있는 90%급 하이니켈에 있어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 이 의미는 에너지밀도가 높은 고품질 2차전지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NCM(니켈, 코발트, 망간) 양극재는 비싼 코발트 비중을 줄이고 에너지밀도와 안정성이 좋은 니켈과 망간으로 대체한 것이며, 니켈과 알루미늄을 추가한 것이 NCA이다. 삼원계 배터리 구성원소 중에서 니켈의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밀도가 높아 싸고 가벼운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안정성을 확보하며 니켈 함량을 90% 수준까지 올린 것이 하이니켈 기술이다.

전 세계에서 이러한 하이니켈 양극재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에코프로비엠, LG화학, 엘앤에프, 포스코케미컬 뿐이다. , 우리나라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기술인 것이다. 또한, 국내업체는 배터리 형태에 있어서도 싸고 가벼우며 부피도 적은 파우치형 폼팩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GGM은 서로 협력하여 GM은 전기차의 하드웨어 플랫폼인 얼티엄 플랫폼을 만들어서 이를 각 자동차 제조업체에 라이센싱하려고 한다. 물론, 여기에 들어가는 2차전지는 LG가 만든 제품이 들어간다.

그러나 향후 한국의 2차전지 사업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은 안정적인 광물 확보다. 배터리라는 제품 자체가 여러 희귀 금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은 아르헨티나 움브레 무에르토 염호 개발권을 매입해서 염호에서 리튬을 추출 생산할 예정이다.

이 책에서 주목했던 것은 우리가 2차전지 사업에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인식이 그것이다. 첫째, 자동차 회사들이 배터리를 직접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동차 회사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은 실패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배터리의 공급은 신차 개발 36개월 전에 결정되는데 신차 개발 단계에서 설계도를 경쟁 자동차 회사에 줄 회사는 없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CATL과 거대한 전기차 시장이 시장을 리딩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사실 중국 내수시장의 왜곡을 제외한다면, 세계시장에서 한국업체의 점유율을 가히 압도적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중국의 LEP 배터리는 리튬인산철을 사용해서 만드는 배터리이나 에너지밀도가 낮다. 따라서 LEP 배터리는 결과적으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집중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해외를 리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리하면, 국내 업체의 2차전지 사업에 대한 투자와 연구는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며, 선각자의 노력으로 그 기술이 계속 축적되었다.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자국 배터리 업계 지원과 중국 시장의 왜곡된 상황을 제외한다면, 국내 업체의 2차전지가 세계시장에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인해서 전기차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예상한다. 이러한 시대를 맞이해서 전기차의 핵심인 2차전지 사업에서 국내 업체가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과 파우치형 폼팩트 기술 등의 초격차 전략을 통해서 앞으로의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크다.

석유 업계에서도 정유업체의 젊은 직원들이 그룹 계열사인 2차전지 업체로 많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세상을 선도할 산업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2차전지. 에코프로의 주가 급등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렇지만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이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2차전지 및 미래 산업동향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신 분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서 기본적인 개념을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저자의 통찰력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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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과 작별하는 심플 라이프
제시카 로즈 윌리엄스 지음, 윤효원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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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과 작별하는 


심플라이프


저: 제시카 로즈 윌리엄스 역: 윤효원


출판사: 밀리언서재 출판일: 2023년 6월15일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덧 주변에 무엇인가 쌓이기 시작한다는 감정을 품게 된다. 그것은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어떤 물건일 수도 있고, 혹은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인간관계와 같은 무형의 것도 있을 것이다. 오래된 엔진에 여러 가지 이물질이 끼듯이 이렇게 쌓여간 것들은 우리의 삶을 버겁게 하기도 한다. 그것은 어떤 미련일까? 그렇다면 대체 무엇에 대한 미련일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Window XP라는 오래된 운영체제를 고집했다. 이미 개발사에서 지원도 끊긴 오래된 운영체제를 쓴 것은 아마도 익숙함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랜섬웨어가 침입해서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던 이메일 데이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나마, 따로 보관했던 업무 파일은 손해를 입기 전에 컴퓨터 전원을 꺼서 살릴 수 있었다. 막막했다. 몇 년간 보존했던 이메일 데이터가 사라졌다니.


이메일 데이터를 잃고 나니, 막연했다. 종종 찾아보았던 예전 파일이 사라진 것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상실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 기분이 지속되는 것은 겨우 1~2일뿐이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에 내가 이 이메일 데이터 얼마나 집착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걸 깨달은 직후, 나는 운영체제를 최신으로 변경했고, 새로운 데이터 파일로 이메일을 설정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살아가면서 생기는 수많은 흔적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어느덧 그 흔적은 내게 부담을 주기도 한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그 흔적이 지금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아마도 갑작스럽게 생각날 때 한두 번 꺼내 볼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거의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추억이라고 생각해서 찍었던 수많은 사진이 앨범에 쌓여있지만, 그것을 꺼내 보는 시간은 거의 없다. 옷장을 열어보면 이제는 입지 않는 많은 옷이 있다. 물론 그 옷 중에는 무척이나 값이 나가는 옷도 있겠지만, 이미 유행은 지나버려서 입고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덧 쌓인 옷은 자리만 차지한다. 


그것은 마치 내가 고집스럽게 가지고 있던 이메일 데이터와 같은 것들이다. 지금은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계속 지니고 살 필요는 없다. 랜섬웨어로 사라져버린 내 이메일 데이터가 사실 그렇게 소중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사실처럼, 필요 없는 물건들과도 어느 정도 이별할 시간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비우기는 비단 물건에 해당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사람과의 관계라든지 감정과도 연관되어 있다. 무엇인가 그 사람과 꼭 필요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면, 나에게 상처만 주는 사람을 오래된 인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계속 지속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을 물건에 비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같이 무엇인가를 공유하고 있다는 그 감정을 가진 사람들과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말하자면, 서로 간에 과거가 되어 버린 사람과의 관계는 가끔 만나서 추억을 더듬어보는 일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이 무익하지는 않다. 하지만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감정이라는 부분도 그렇다. 지나는 것은 지나는 대로 두는 것. 그래서 홀가분하게 털고 일어나서 내일을 좀 더 생각하는 편이 유익할 것이다. 그것은 인생을 말 그대로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 더 생각한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따라서, 뭔가 비운다는 것, 심플라이프는 단순한 미니멀 라이프의 개념을 벗어나 보다 광의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통찰력을 얻어보고 바란다. 버린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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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관우에게 말하다 1 - 의리를 무기로 천하를 제압하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유연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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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관우에게 말하다 1

저: 천위안 역: 유연지

출판사: 리드리드 출판 출판일: 2023년 7월10일 


중국의 심리학자 천위안은 현대 심리학을 중국의 고전인 삼국지의 인물을 예로 들어서 해석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삼국지는 중국의 고전으로 수많은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한자 문화권인 동북아시아에 있어서 삼국지는 중국만의 고전이 아니라 전통사회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공통의 고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본의 게임사인 코에이의 유명한 게임인 ‘삼국지’ 시리즈는 어떤가? 재일교포가 스토리를 썼던 만화 ‘창천항로(蒼天航路)’는 기존의 주인공인 유비가 아니라 조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 새로운 시도에 사람들은 신선함을 느꼈다. 이러한 삼국지의 영향은 앞서 설명한 다양한 시도 이외에도 천위안과 같이 현대 심리학을 통해서 인물을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서 통찰력을 얻으려는 시도로도 나아가고 있다. 

저자는 이미 삼국지의 매력적인 인물인 조조와 제갈량을 다뤘고, 또 한 명의 인물인 관우를 내세운다. 관우는 흥미로운 인물인데, 유비와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 이야기부터 끝까지 충의를 지키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그를 각인시키기 만들었다. 오늘날 중화권에서는 관우는 하나의 신으로 추앙받는다. 대만의 거래처를 방문했을 때, 나는 관우의 제단을 발견한 적도 있었다. 

국내에서도 관우는 신으로 숭배받았는데, 그 흔적은 강북의 동묘를 보면 알 수 있다. 동묘가 관우를 모신 조선 시대의 사당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관우가 하물며 중화권에서는 아직도 숭배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물신으로 여겨지는 관우가 이렇게 신으로 추앙받는 것은 그가 보인 행적이 아닐까. 그것은 ‘신의’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의 행적을 보면, 가장 유명한 것은 오관육참일 것이다. 보통의 경우, 조조의 제안을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관우는 유비에 대한 의리를 선택했다. 오관에서 여섯 명의 장수를 베고 조조를 벗어난 것이다. 의리의 화신, 관우. 

흔히들 중국인들은 이재에 밝은 민족이라고 하고, 그래서 관계에 있어서 오늘날에도 ‘꽌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장사라는 것, 그것은 생각해보면 상대방의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오늘날에도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있어서 생판 모르는 사람과의 거래도 쉽게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오직 소액의 거래일 뿐이다. 

전근대사회에서 그런 안전장치를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고,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믿음, 즉 의리 혹은 신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삼국지에서 관우가 보여 준 그 모습은 바로 그러한 믿음에 대한 예시를 거의 완벽하게 보여 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관우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심리학으로 들여다보게 해준다. 색다르게 삼국지를 읽는다는 느낌이 든다. 삼국지가 너무 방대해서 읽기에 주저한다면, 천위안이 쓴 인물별 삼국지를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물론 전체적인 삼국지의 이야기를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이 매력적인 인물들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 수 있고 또 거기서 나름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삼국지를 몇 번이나 읽었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각 인물과 연관된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서 그들을 더 싶게 이해할 기회가 될 것이다. 시간이 된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해보고 싶다. 삼국지는 어떻게 재가공되더라도 재미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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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너머 도시 - 이슬람이 만난 문명, 문명이 만난 도시
김수완 지음 / 쑬딴스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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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너머 도시

문명이 만난 도시

이슬람이 만난 문명

: 김수완

출판사: 술딴스북 출판일: 2023519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어떨까? 우리가 뉴스로 흔하게 접하는 것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았을 때, 카불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람들이 비행기 바퀴에 매달렸다가 하늘에서 추락하는 모습은 안타깝기도 하고 그 땅에 남겨진 평범한 사람들이 처연하기도 했다.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는 끊임없는 내전과 살육을 보자면, 아랍 에미리트의 두바이가 이룬 발전상은 도저히 떠올려지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가 가지는 인식의 한계는 뚜렷하며,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 뿐 아니라 혐오스럽게 생각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수많은 외국인의 존재라든지 그들이 세우고자 한 이슬람 사원이 지역 사회의 반대에 부딪히는 모습들은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일 것이다.

출장으로 자주는 아니지만,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방문한 적이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이들 지역의 모습은 완벽한 미래상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이들 나름대로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한다는 느낌과 우리가 모르는 이들의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이들에 대해서 잘 모르며, 어떤 갖춰진 편견을 가지고 있음은 느낀다. 그렇게도 이슬람 문화권은 우리에게 거리로도 감정적으로도 먼 존재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이슬람 문화권의 도시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역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여러 도시를 탐구한다. 대부분 도시는 가보지를 못했지만, 여러 차례 들어봤던 곳이다. 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탐구하는 일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책을 읽으면서 앞서 이야기했던 내가 가지는 갖춰진 편견을 깨닫게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말한 대로 이 책은 이슬람 문화권의 주요한 도시를 소개하고, 그 역사적 배경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기술한다. 이슬람이 우리가 생각한 편견처럼 단순히 폭력적이고 모두 근본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럽의 중세는 흔히 암흑기로 표현되는데, 엄격한 종교적 분위기로 인해서 그리스-로마 문화의 학문적 전통이 단절되기에 이른다.

그렇지만 당시 이슬람 세계는 종교적 관용성을 베풀었을 뿐만 아니라, 학문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뛰어났다. 이슬람 세계의 학자들은 그리스-로마의 원전을 아랍어로 번역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학문적 연구를 수행했을 뿐만 아니라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한편 그 지리적 위치로 인해서 이슬람 문화권은 인도와 유럽, 중앙아시아의 가교 구실을 하였다고도 할 수 있다.

유럽이 암흑기를 지나고, 르네상스를 꽃피웠던 것은 이슬람 문화권의 영향이 지대했다. , 유럽은 이슬람 학자들의 연구 결과물과 아랍어로 번역되어 보존되었던 고대의 그리스-로마의 철학, 과학 등을 입수하여 이를 통해 다시금 문화적 부흥을 일으켰다고도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학문적 성과에만 해당하지 않았고 문학적으로도 건축학적으로도 다양하게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이슬람 문화권의 역사적 역할과 영향은 우리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뉴스에서 전달되는 극단적인 이야기로만 이슬람 문화권을 판단하고 오해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사우디아라비아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네움시티 프로젝트라든지 두바이의 위상을 본다면,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만이 존재하며, 항시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편견에 사로잡힌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는 다양한 이슬람 문화권을 소개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흥미도 생길 것이다. 책을 읽은 사람 중에서는 한 번쯤 그 도시를 방문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고, 이슬람권에 대해서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그러한 사람이 적어도 몇 명이라도 나온다면 이 책의 의미는 더욱 빛날 것이다.

이슬람 문화권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다만, 아쉬운 것이 없지는 않다. 잘 알려진 도시도 있지만, 생소한 도시도 있으니 지도를 하나 넣는 친절함이 있었다면 어떨까?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으니, 왕조와 주요 사건을 기록한 연대표를 하나 넣었다면 이해가 더 잘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런 세심한 배려가 없더라도 읽을만한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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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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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계절

: 권여선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357

 

2018년에 순전히 소설의 제목만 보고, 그의 소설 안녕 주정뱅이를 읽었다. 스스로 술 좋아하는 주정뱅이라고 자신을 생각해오고 있었으니까. 여전히 이 소설은 내 책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산문집 오늘 뭐 먹지?’를 읽으며 술을 좋아하는 사람의 공감대랄까? 참 그것이 뭐라고 딱히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마음에 와닿았다고 해야 하나.

2020년에 다시 그의 소설 아직 멀었다는 말을 읽고, 잊은 듯싶었는데 그의 신간을 맞이했다. 생각할 것도 없었다. 바로 책을 주문하고, 그의 단편들이 모인 이 책을 신줏단지 모시듯 소중하게 대하며 읽어 내려간다. 내가 권여선이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것은 기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공감이라는 부분은 크다. 그래서 그가 최근에 쓴 글이 모여 나올 때 무척이나 궁금하다.

나와는 그 세대가 다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공감을 못 할 정도로 먼 것은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기성세대가 되고 현재보다는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정도로 나 역시 나이가 들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조금은 아니 많이 쓸쓸한 그의 서사를 들어보니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아무래도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한 그 시작은 대학교를 입학한 이후가 아닐까? 중고등학교에서 자기 스스로 무엇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한참이나 요원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대학교 캠퍼스의 뭔가 설명할 수 없는 해방감은 자기 자신을 뭔가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어른이라고 생각하게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나 자신이 얼마나 미숙했는지 말이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할까? 내 인생의 한순간에 그렇게도 진지한 이야기를 밤새 나누며 술을 마셨던 그 선후배들은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사실 우정이라든지 사랑이라든지 하는 그 심각했던 감정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현실에 적응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에 희미한 자국만 남길 뿐이다. 사람이 그렇게 가벼운 것인가? 나만 그런 것일까?

어느 한적한 저녁에 홀로 책을 읽다가, 갑작스럽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만났던 사람이 떠올랐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 기억을 붙잡으려고 해도 이미 흔적도 거의 남지 않았다. 상대방이 했던 말도 심지어 그 상대방의 이름조차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기가 났는지 나는 계속해서 그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나중에 기억을 되돌려 겨우 그 이름을 떠올렸다.

그렇지만, 무엇인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인가? 시간으로만 내 망각을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그저, 사람은 그렇게 한정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부족한 존재라는 것만으로도 나를 위로하기는 어려웠다. 그것은 어쩌면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들을 버리고 만 것 같단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러한 흔적은 비로소 우리가 치열한 삶의 한 가운데서 욕망을 버릴 때 떠올려지는 것 같다. 윤회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전의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윤회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결국 나 자신의 정체성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그것은 물리적인 육체의 재탄생과는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유한한 삶의 기억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정된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더 이상 그 의미를 종교에서 정치에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쓴 소설을 읽으며 표현할 수 없는 적막감과 상실감을 느꼈다. 그가 가지는 이 감정이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문득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어느 순간이 그리워졌다. 그렇지만 그것이 감정에 과도하게 몰두하였다는 말은 아니다.

어쩌면 지금의 나라는 존재의 유래에 관해서 단지 탐구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탐구를 통해서 나 자신의 기억을 돌아보며, 앞으로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문득, 그와 허름한 포장마차에 앉아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그 이야기가 비록 심오하지 않더라도 재미있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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