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과 작별하는 심플 라이프
제시카 로즈 윌리엄스 지음, 윤효원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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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과 작별하는 


심플라이프


저: 제시카 로즈 윌리엄스 역: 윤효원


출판사: 밀리언서재 출판일: 2023년 6월15일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덧 주변에 무엇인가 쌓이기 시작한다는 감정을 품게 된다. 그것은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어떤 물건일 수도 있고, 혹은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인간관계와 같은 무형의 것도 있을 것이다. 오래된 엔진에 여러 가지 이물질이 끼듯이 이렇게 쌓여간 것들은 우리의 삶을 버겁게 하기도 한다. 그것은 어떤 미련일까? 그렇다면 대체 무엇에 대한 미련일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Window XP라는 오래된 운영체제를 고집했다. 이미 개발사에서 지원도 끊긴 오래된 운영체제를 쓴 것은 아마도 익숙함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랜섬웨어가 침입해서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던 이메일 데이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나마, 따로 보관했던 업무 파일은 손해를 입기 전에 컴퓨터 전원을 꺼서 살릴 수 있었다. 막막했다. 몇 년간 보존했던 이메일 데이터가 사라졌다니.


이메일 데이터를 잃고 나니, 막연했다. 종종 찾아보았던 예전 파일이 사라진 것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상실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 기분이 지속되는 것은 겨우 1~2일뿐이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에 내가 이 이메일 데이터 얼마나 집착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걸 깨달은 직후, 나는 운영체제를 최신으로 변경했고, 새로운 데이터 파일로 이메일을 설정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살아가면서 생기는 수많은 흔적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어느덧 그 흔적은 내게 부담을 주기도 한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그 흔적이 지금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아마도 갑작스럽게 생각날 때 한두 번 꺼내 볼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거의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추억이라고 생각해서 찍었던 수많은 사진이 앨범에 쌓여있지만, 그것을 꺼내 보는 시간은 거의 없다. 옷장을 열어보면 이제는 입지 않는 많은 옷이 있다. 물론 그 옷 중에는 무척이나 값이 나가는 옷도 있겠지만, 이미 유행은 지나버려서 입고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덧 쌓인 옷은 자리만 차지한다. 


그것은 마치 내가 고집스럽게 가지고 있던 이메일 데이터와 같은 것들이다. 지금은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계속 지니고 살 필요는 없다. 랜섬웨어로 사라져버린 내 이메일 데이터가 사실 그렇게 소중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사실처럼, 필요 없는 물건들과도 어느 정도 이별할 시간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비우기는 비단 물건에 해당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사람과의 관계라든지 감정과도 연관되어 있다. 무엇인가 그 사람과 꼭 필요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면, 나에게 상처만 주는 사람을 오래된 인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계속 지속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을 물건에 비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같이 무엇인가를 공유하고 있다는 그 감정을 가진 사람들과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말하자면, 서로 간에 과거가 되어 버린 사람과의 관계는 가끔 만나서 추억을 더듬어보는 일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이 무익하지는 않다. 하지만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감정이라는 부분도 그렇다. 지나는 것은 지나는 대로 두는 것. 그래서 홀가분하게 털고 일어나서 내일을 좀 더 생각하는 편이 유익할 것이다. 그것은 인생을 말 그대로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 더 생각한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따라서, 뭔가 비운다는 것, 심플라이프는 단순한 미니멀 라이프의 개념을 벗어나 보다 광의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통찰력을 얻어보고 바란다. 버린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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