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너머 도시 - 이슬람이 만난 문명, 문명이 만난 도시
김수완 지음 / 쑬딴스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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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너머 도시

문명이 만난 도시

이슬람이 만난 문명

: 김수완

출판사: 술딴스북 출판일: 2023519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어떨까? 우리가 뉴스로 흔하게 접하는 것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았을 때, 카불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람들이 비행기 바퀴에 매달렸다가 하늘에서 추락하는 모습은 안타깝기도 하고 그 땅에 남겨진 평범한 사람들이 처연하기도 했다.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는 끊임없는 내전과 살육을 보자면, 아랍 에미리트의 두바이가 이룬 발전상은 도저히 떠올려지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가 가지는 인식의 한계는 뚜렷하며,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 뿐 아니라 혐오스럽게 생각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수많은 외국인의 존재라든지 그들이 세우고자 한 이슬람 사원이 지역 사회의 반대에 부딪히는 모습들은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일 것이다.

출장으로 자주는 아니지만,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방문한 적이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이들 지역의 모습은 완벽한 미래상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이들 나름대로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한다는 느낌과 우리가 모르는 이들의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이들에 대해서 잘 모르며, 어떤 갖춰진 편견을 가지고 있음은 느낀다. 그렇게도 이슬람 문화권은 우리에게 거리로도 감정적으로도 먼 존재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이슬람 문화권의 도시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역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여러 도시를 탐구한다. 대부분 도시는 가보지를 못했지만, 여러 차례 들어봤던 곳이다. 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탐구하는 일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책을 읽으면서 앞서 이야기했던 내가 가지는 갖춰진 편견을 깨닫게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말한 대로 이 책은 이슬람 문화권의 주요한 도시를 소개하고, 그 역사적 배경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기술한다. 이슬람이 우리가 생각한 편견처럼 단순히 폭력적이고 모두 근본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럽의 중세는 흔히 암흑기로 표현되는데, 엄격한 종교적 분위기로 인해서 그리스-로마 문화의 학문적 전통이 단절되기에 이른다.

그렇지만 당시 이슬람 세계는 종교적 관용성을 베풀었을 뿐만 아니라, 학문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뛰어났다. 이슬람 세계의 학자들은 그리스-로마의 원전을 아랍어로 번역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학문적 연구를 수행했을 뿐만 아니라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한편 그 지리적 위치로 인해서 이슬람 문화권은 인도와 유럽, 중앙아시아의 가교 구실을 하였다고도 할 수 있다.

유럽이 암흑기를 지나고, 르네상스를 꽃피웠던 것은 이슬람 문화권의 영향이 지대했다. , 유럽은 이슬람 학자들의 연구 결과물과 아랍어로 번역되어 보존되었던 고대의 그리스-로마의 철학, 과학 등을 입수하여 이를 통해 다시금 문화적 부흥을 일으켰다고도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학문적 성과에만 해당하지 않았고 문학적으로도 건축학적으로도 다양하게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이슬람 문화권의 역사적 역할과 영향은 우리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뉴스에서 전달되는 극단적인 이야기로만 이슬람 문화권을 판단하고 오해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사우디아라비아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네움시티 프로젝트라든지 두바이의 위상을 본다면,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만이 존재하며, 항시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편견에 사로잡힌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는 다양한 이슬람 문화권을 소개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흥미도 생길 것이다. 책을 읽은 사람 중에서는 한 번쯤 그 도시를 방문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고, 이슬람권에 대해서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그러한 사람이 적어도 몇 명이라도 나온다면 이 책의 의미는 더욱 빛날 것이다.

이슬람 문화권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다만, 아쉬운 것이 없지는 않다. 잘 알려진 도시도 있지만, 생소한 도시도 있으니 지도를 하나 넣는 친절함이 있었다면 어떨까?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으니, 왕조와 주요 사건을 기록한 연대표를 하나 넣었다면 이해가 더 잘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런 세심한 배려가 없더라도 읽을만한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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