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팽이 식당(食堂かたつむり)

: 오가와 이토 역: 권남희

출판사: RHK 출판일: 2022111

 

달팽이 식당이라는 이 소박한 제목을 보고서, 느리지만 자기 방식대로 삶을 나아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왠지 느낌은 우연히 보았던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이 생각나기도 했다. 소설은 3년간 같이 살았던 인도인 남자친구가 모든 가재도구와 식당을 차리려고 모은 현금까지 한순간에 가지고 사라진 직후부터 시작된다. 주인공인 린코는 할 수 없이 몇 년간의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얼마 남지 않은 돈을 지닌 채 고향으로 돌아와야 했다.

 

찾아간 어머니의 집이지만, 그와 어머니와 관계는 서먹하다. 번지점프 외에는 이렇다할 일거리도 없는 이 한적한 시골에서 어머니는 그에게 월세, 난방비 등까지 내라고 한다.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도시생활을 하면서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배운 요리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웃인 구마씨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 집의 창고를 개조해서 식당을 시작하기로 한다.

 

이 식당은 좀 특이했다. 원칙적으로 하루에 한 팀만 예약을 받아서 그들을 위한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예약자는 린코가 어울리는 요리를 준비하도록 일정한 정보를 제공해야한다.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 지, 무슨 이유로 달팽이 식당을 예약했는지 그런 배경은 린코가 그 상황에 어울리는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 있는 요소이다.

 

상황에 어울리는 맛있는 음식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법. 식당은 어느새 소원을 이뤄주는 장소로 소문이 난다.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식당을 찾아온다. 서먹한 어머니와의 관계도 시간이 갈수록 점차 이해하게 된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 그녀는 어머니의 편지를 찾아낸다. 그 내용은 어머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나타냈다.

 

이 소설은 2010년에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느낌은 한적하고 고요한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는 이런 분위기의 소설이 꽤 많이 출간되는 것 같다. 평화로운 일상생활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떤 삶의 교훈을 얻는다고 해야 할까? 문득, 이런 식당이 동네에 하나쯤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어떤 사람과 무슨 이유로 갈 것인가도 상상해보았다. 아마도 어머니와 함께 가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짱깨주의의 탄생 - 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 보리 인문학 3
김희교 지음 / 보리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

짱깨주의의 탄생

: 김희교

출판사: 보리 출판일: 2022425

 

대학에서 인기가 없는 역사학을 전공으로 했고, 졸업논문에서도 근대 중국사와 관련된 내용을 선택했었다. 학교를 다닐 때, 친구의 영향으로 사서오경을 읽겠다고 어려운 책을 펼쳐 보기도 했다. 춘추전국시대 중국고전을 읽는 재미는 컸고, 삼국지는 어린 시절 몇 번인가를 읽고 또 읽었다. 중국은 하나의 동경의 대상이었고, 경험하고 싶었던 곳이다. 냉전이 종식되고 1992년 대만과 우리나라가 단교를 했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세상은 단기간에 너무 빨리 변했다.

 

실제로 중국을 가본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출장으로 간 것이 처음이었다. 책으로 간접적으로 알고 있던 중국을 실제로 가보니 많이 달랐다. 신기했지만, 왠지 이질감이 느껴졌다. 내 상상력이 지나쳤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중국과 그 땅의 사람들에게 느꼈던 내 감정은 어느 정도는 공통의 감정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다는 기대감이 컸다. 불행한 근대를 함께 했다는 나만의 생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과 우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컸다고 할까?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아직 발전하지 못한 중국에 대한 단편적인 모습이 다소 불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도 내 감정은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서 오는 동경과 기대감한편으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어떤 실망감이 뒤섞인 복잡한 것이었다. 중국의 개혁개방의 효과는 컸고, 내가 사회생활 하면서 처음 가본 중국은 찾아볼 수 없다. 짧은 기간 동안, 중국 거래처의 본사는 허름한 옛 건물에서 최신 빌딩으로 변화되었다. 조금 어리숙한 사람들은 장사꾼의 피를 이어받은 듯 성숙하고 똑똑 해졌다.

 

중국은 이제 어리숙한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자본주의 국가보다도 더 자본주의화한 나라로 변신했다. 역동적인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은 이웃국가인 한국의 경제발전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중국의 경제발전 속에서 그 과실을 함께 나누었다. 아마도 중국의 막대한 수요가 아니었다면, 생산능력 과잉으로 인해서 오래 전에 구조조정이 있어야만 했던 산업설비들은 중국의 호황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우리가 선진국이 된 것은 어느 정도는 중국의 발전이 기여했다.

 

하지만 중국의 발전은 결과적으로 중국의 부상으로 이어졌다. 협력의 대상이었던 중국은 이제 경쟁자가 되었다. 중국에 진출한 휴대폰, 자동차는 이미 중국 업체에게 경쟁력을 상실했다. 급격한 경제성장은 값싼 노동력이라는 중국의 장점을 희석시켰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사드 배치는 중국의 반발을 가져왔고, 한한령과 경제적 보복이 이어졌다. 이제 한국인에게 중국은 북한이나 일본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었다. 혐오의 대상이 되었고,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식민주의와 인종주의에 테두리에서 설명한다. 맞는 말이다. 중국은 막대한 저력을 가진 대국이다. 전 세계에서 미국과 힘을 겨루는 G2의 하나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중국을 바라보는 것은 유사 인종주의의 프레임이다. 그것은 중국이 아무리 발전하고 위상이 높아져도 그들은 그냥 짱개니까 무시되는 존재라고 당연하게 치부한다. 그것은 과거 일본인이 한국을 보았던 선입견과 다들 바가 없다.

 

무심코 지나갔던 국내언론의 중국 관련 기사의 편향성을 이 책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보수 우익은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에 대항하여 미일과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말한다. 혐오심을 조장하기 위해서 언론은 수많은 기사를 내보내며 중국인이니까 대륙이니까 하는 식으로 폄하를 조장했다. 중국이 거대한 대륙국가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수많은 사건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결코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런 일부의 기사는 중국에 대한 대중의 유사 인종주의를 부채질한다.

 

중국의 대한 내 개인적인 감정으로 이 글을 시작했는데, 누군가 나에게 중국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냐 묻는다면 이제 사실은 중국을 이전처럼 기대한다거나 동경한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가 지적한 내용은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 많다. 한중의 관계를 한미일 동맹의 대립적인 이분법적 사고로 볼 수는 없다. 우리가 가진 유사 인종주의를 폐기하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그래서 발전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된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중국을 폄하하고 혐오하게 된 배경의 하나는 중국이 역사적으로 유럽과 미국과 같은 팽창주의적 제국주의를 채택하지 않았지만 역내에서는 그 우월적인 위치를 이용해서 여러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던 점이다. 그것은 서구식 제국주의와는 다르나, 충분히 제국주의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은 그렇게도 쉽게 언론매체의 왜곡보도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결책이라고 한다면 어떤 것일까? 우리는 충분히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서 유사 인종주의의 프레임에서 본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관계라는 것은 이성적인 것보다는 감정적인 부분이 매우 강하게 끼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중국이 가지는 전략과 사회적 발전단계에 대한 이해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우리는 이성적인 잣대를 기준으로 해서 앞으로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가끔 사람들에게 우리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려면 유튜브에서 80~90년대의 뉴스를 보라고 조언한다. 뉴스보도에서 나오는 낯선 모습이 우리였다. 아마도 사람들은 그럴 리가 있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중국과 같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그 시대 일본인이 그런 한국인을 보았을 때, 어떤 반응이었을까? 아마도 우리가 지금 보이는 반응이 아닐까? 중국은 발전하고 있고, 사람들의 의식도 충분히 성숙해질 것이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그것을 조롱하지는 말아야 된다.

 

이 책을 읽고서 많은 것을 사유해 보길 바란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 될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가 된다고 본다. 책은 조금 많이 두껍지만, 금방 읽힌다. 그만큼 사안은 시급하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 진실이 때론 거짓보다 위험하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천위안 지음, 이정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2

진실이 때론 거짓보다 위험하다

: 천위안 역: 이정은

출판사: 리드리드출판 출판일: 20221212

 

삼국지를 세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난 월탄 박종화 선생의 삼국지를 몇 번이나 읽었는데, 이문열 선생의 삼국지는 아직 한번도 읽지 못했다. 삼국지를 세번 이상은 족히 넘게 읽었지만, 솔직히 나는 여전히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통찰력을 얻지는 못했다. 아마도 과거에 비해 현대인은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가지 상황을 맞이해서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내 자신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

 

천위안의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는 삼국지를 통해서 오늘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인생을 찾아보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이 남겨 있는 듯, 삼국지에서는 처절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명분이든 권력욕이든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가야만 한다. 그저 휩쓸려 가는 인생이 아니라,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고 사는 주체적인 삶이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될 본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조조와 같은 사람들은 난세의 간웅이라고 하더라도 존중할 수 있다. 현대의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적 인간이라는 유형은 결국 이 책에서 삼국지의 인물인 조조를 통해서 수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은 극심한 경쟁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다소 메마른 인물은 아닐까? 그것은 그저 이상을 쫓아서 현실을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냉철한 판단 하에 가고자 하는 방향을 굳건하게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타인을 높이고 자신을 낮추며, 일관된 신념으로 신뢰를 쌓는다. 나를 떠나는 사람이라도 호의를 베풀어라.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우물의 깊이를 알 수 없다. 타인의 삶을 함부로 단정하지 말라. 이 책에서 주목했던 글이다. 전략적 사고에서 장사를 하든 정치를 하든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적당한 경계선을 지키며 그들과의 관계는 언제나 적을 만들지 않는 선에서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동등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자리를 스스로 만들며, 그것에 따라서 평가받는다.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이 있더라도 그것은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자리와 상황에 구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틀을 잘 살피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세상에는 위험과 책임을 지지 않고 싶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냉소적으로 말할 것이다. 그래봐야 나에게 득이 될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그냥 안분지족하며 살고 싶다고 말한다. 무엇인가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조소를 보낸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그렇지만, 당신은 그런 삶을 살고 싶은가? 그냥 떠밀리는 삶? 그저 월급쟁이라는 조소를 보내며 삶을 좀비처럼 살아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 나는 아니다.

 

주체적인 삶을 산다는 것, 쉽지 않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될 것이다. 무엇인가 할 때, 문제점만 찾으려는 것은 말 그대로 돌다리를 두들기는 것뿐이다. 문제점을 무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짊어지고 가야 될 위험의 정도를 제대로 알고, 거기에 비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더 가치가 있는 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만 한다. 뭔가 해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 삼국지를 한번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묵의 지구 - 당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가장 작은 종말들
데이브 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침묵의 지구(Silent Earth)

당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가장 작은 종말들 

저: 데이브 굴슨 역: 이한음

출판사: 까치 출판일: 2022년11월10일


레이첼 카슨(Rachel Louise Carson)의 침묵의 봄이 출간된 것이 1962년이다. 이미 고전이 된 이 책을 2015년에 읽었는데, 그는 화학 살충제 사용의 전면적 금지가 어렵다면 선택적 방제와 천적을 이용한 자연친화적 방식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그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해충과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서 다양한 화학비료와 살충제가 사용되고 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한 선택적 방제가 가능하다고 선전하고 있으며 대개는 간편함과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 


데이브 굴슨은 영국 서식스 대학교의 생물학 교수로 작은 생명체인 곤충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구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나, 수많은 곤충이 그동안 멸종하거나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음을 경고한다. 꽃가루 매개자인 벌 역시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벌의 집단 폐사가 기사화되기도 했다. 이 작은 생명체인 곤충은 해충만을 떠올리며, 우리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우리 일상에서 골치 아픈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곤충을 걱정하는 것은 하찮은 일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 작은 생물체의 종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화학 살충제와 비료는 단일 경작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사용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화학물이 곤충에게 어떠한 악영향을 주는 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경작지 주변에서도 발견되는 이러한 잔존 화학물의 존재는 곤충에게 있어서 여러가지 영향을 주는 것만큼은 사실일 것이다. 사실 이것을 증명하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어가지만 시간도 많이 필요한 작업들이다. 또한, 집요하게 이를 훼방하는 거대 화학회사의 존재도 이러한 싸움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 작은 생명들의 역할은 크다. 당장 식용 작물의 3분의 2가 벌과 같은 꽃가루 매개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들의 종말이 우리에게 얼마나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지 금방 알 수 있다. 단일 경작지와 그로 인한 생물 다양성의 감소는 다양한 꽃가루 매개자를 양산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미 이러한 결과는 장기적인 관찰에서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곤충이 우리가 생각하는 해충만이 아니라 이로운 역할을 하는 수많은 종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데이브 굴슨은 이러한 상황을 고발하는 것만 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안을 제안한다. 그것은 개개인이 주말농장이나 개인텃밭, 정원을 가꿈으로써 화학비료와 살충제 사용을 지양하는 방식이 있을 수도 있다. 혹은 정치적인 방식을 통해서 상황을 호전시키는 방안을 강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가 책의 중간에서 가상으로 쓴 가혹한 미래에 대한 상상은 우리가 바로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곧 맞이할 수 있는 불길한 내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농업혁명으로 인해서 오늘날 식량생산은 우리가 필요한 것보다도 휠씬 많은 수확량을 거두고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수확량의 3분의 1은 버려지고 있고 나머지 3분의 1은 가축의 사료로 사용된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보다 현명하게 자신의 욕망을 버리고 보다 절제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이 책의 부제와 같은 작은 종말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중요한 것은 기성세대 못지않게 젊은 세대에게 이러한 삶의 지혜를, 방식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이 필요한 시간 - 빅뱅에서 다중우주로 가는 초광속 · 초밀착 길 안내서
궤도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이 필요한 시간

빅뱅에서 다중우주로 가는 초광속, 초밀착 길 안내서

: 궤도

출판사: 동아시아 출판일: 20221017

 

한동안 책을 읽지 못했는데, 늙게 시작한 공부를 마무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었다. 12월 중순이 되면 지난 2년간의 짧지만 길었던 시간이 지나간다. Covid-19라든지 회사의 변화와 같이 여러가지 상황이 발생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았다는 것은 내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결과가 좋던 나쁘던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물론, 힘에 부치고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말이다.

 

궤도라는 필명의 한 젊은 과학자가 쓴 책을 읽었다. ‘과학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제목의 이 흥미로운 짧은 책을 오랜만에 즐거운 마음으로 펼쳐보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물리학에 관심을 가졌던 계기는 아이패드에서 무료로 접할 수 있었던 이화여대의 물리학 수업이었다. 아프리카 지부티로 향하는 비행기 이코노미 좌석에서 13시간을 있어야 되었을 때, 나는 그 강의를 전부 다운로드해서 비행시간 내내 들었다. 물리학이 그렇게 재미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조금 아이러니했다.

 

과학 따위에는 관심도 없던 내가 이후에는 물리학과 관련된 책을 사서 읽기도 하고, 지금까지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서 접하는 새로운 지적세계는 그것을 100% 다 이해못하더라도 나에게는 충분한 자극을 준다. 이 책은 백화점과 같다. 오늘날 우리의 관심을 끄는 여러가지 과학적 사실이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렇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그 주제의 일부는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 지는 조금 의심스럽기는 하다.

 

인공지능, 기계학습, 가상인간, 양자컴퓨터와 같은 이야기는 이전부터 많이 들었다. 컴퓨터가 범접할 수 없다고 생각한 바둑에서 인공지능은 딥러닝을 통한 학습을 통해서 인간을 이겼다. 아마도 이세돌 9단의 한번의 승리는 인공지능과의 바둑대결에서 인간이 이긴 마지막 사례가 될 법도 하다. 양자컴퓨터의 개념은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약간 혼란스럽기는 했다. 아마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다루는 책을 추가로 읽는 편이 나을 법 싶다.

 

2부의 제목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테드 창의 유명한 SF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시간, 기억, , 노화, 죽음으로 이어지는 주제로 이어졌다. 인간이 자연수명을 휠씬 넘어 살게 되면서,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나왔던 노화에 대한 설명이 아마도 가장 실감났던 것 같다. 서서히 모든 신체적 기능이 무너지는 과정, 그것이 노화이다. 치매는 그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노화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증상이 발현되더라도 인지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의 단초를 얻은 것 같아 기뻤다. 그것은 사유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서, 블랙홀의 신비로움에 빠졌다. 킵 손이 쓴 인터스텔라의 과학이라든지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를 읽어보기도 했다. 물리학이 그리는 세계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하여 종종 현실감각을 잃는 경우도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이야기가 나오니, 인터넷에서 촬영된 이미지를 찾아보기도 했다.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휠씬 고화질의 이미지는 태초의 우주에 대한 신비를 우리에게 전달해줄 수 있을까?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은 그저 내게는 매력적일 뿐이다.

 

아마도 물리학 이야기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시공간, 빛의 속도와 같은 주제는 영원할 것만 같다. 사실 상대성 이론을 일반인이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양자역학에서의 세계는 어떤가? 빛이 파동인지 입자인지에 대한 오랜 논쟁. 관찰과 실험한다는 그 행위가 미시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는 알 것 같으면서도 항상 어려운 이야기다. 우주에서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척도는 엔트로피가 증가되는 것이라는 사실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인데, 생각해보니 이해가 가는 논리였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수학. 수학은 항상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만약, 수학이라는 세계를 어린 시절에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모르는 이 거대한 지적세계에 얼마나 매료될 수 있었을까 상상해본다. 하지만 나는 수학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 점은 항상 아쉽게만 느껴진다. 어쩌면 새롭게 어떤 계기가 있다면, 천천히 수학을 한번 공부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항상 설레는 경험임을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