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깨주의의 탄생 - 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 보리 인문학 3
김희교 지음 / 보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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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

짱깨주의의 탄생

: 김희교

출판사: 보리 출판일: 2022425

 

대학에서 인기가 없는 역사학을 전공으로 했고, 졸업논문에서도 근대 중국사와 관련된 내용을 선택했었다. 학교를 다닐 때, 친구의 영향으로 사서오경을 읽겠다고 어려운 책을 펼쳐 보기도 했다. 춘추전국시대 중국고전을 읽는 재미는 컸고, 삼국지는 어린 시절 몇 번인가를 읽고 또 읽었다. 중국은 하나의 동경의 대상이었고, 경험하고 싶었던 곳이다. 냉전이 종식되고 1992년 대만과 우리나라가 단교를 했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세상은 단기간에 너무 빨리 변했다.

 

실제로 중국을 가본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출장으로 간 것이 처음이었다. 책으로 간접적으로 알고 있던 중국을 실제로 가보니 많이 달랐다. 신기했지만, 왠지 이질감이 느껴졌다. 내 상상력이 지나쳤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중국과 그 땅의 사람들에게 느꼈던 내 감정은 어느 정도는 공통의 감정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다는 기대감이 컸다. 불행한 근대를 함께 했다는 나만의 생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과 우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컸다고 할까?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아직 발전하지 못한 중국에 대한 단편적인 모습이 다소 불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도 내 감정은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서 오는 동경과 기대감한편으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어떤 실망감이 뒤섞인 복잡한 것이었다. 중국의 개혁개방의 효과는 컸고, 내가 사회생활 하면서 처음 가본 중국은 찾아볼 수 없다. 짧은 기간 동안, 중국 거래처의 본사는 허름한 옛 건물에서 최신 빌딩으로 변화되었다. 조금 어리숙한 사람들은 장사꾼의 피를 이어받은 듯 성숙하고 똑똑 해졌다.

 

중국은 이제 어리숙한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자본주의 국가보다도 더 자본주의화한 나라로 변신했다. 역동적인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은 이웃국가인 한국의 경제발전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중국의 경제발전 속에서 그 과실을 함께 나누었다. 아마도 중국의 막대한 수요가 아니었다면, 생산능력 과잉으로 인해서 오래 전에 구조조정이 있어야만 했던 산업설비들은 중국의 호황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우리가 선진국이 된 것은 어느 정도는 중국의 발전이 기여했다.

 

하지만 중국의 발전은 결과적으로 중국의 부상으로 이어졌다. 협력의 대상이었던 중국은 이제 경쟁자가 되었다. 중국에 진출한 휴대폰, 자동차는 이미 중국 업체에게 경쟁력을 상실했다. 급격한 경제성장은 값싼 노동력이라는 중국의 장점을 희석시켰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사드 배치는 중국의 반발을 가져왔고, 한한령과 경제적 보복이 이어졌다. 이제 한국인에게 중국은 북한이나 일본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었다. 혐오의 대상이 되었고,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식민주의와 인종주의에 테두리에서 설명한다. 맞는 말이다. 중국은 막대한 저력을 가진 대국이다. 전 세계에서 미국과 힘을 겨루는 G2의 하나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중국을 바라보는 것은 유사 인종주의의 프레임이다. 그것은 중국이 아무리 발전하고 위상이 높아져도 그들은 그냥 짱개니까 무시되는 존재라고 당연하게 치부한다. 그것은 과거 일본인이 한국을 보았던 선입견과 다들 바가 없다.

 

무심코 지나갔던 국내언론의 중국 관련 기사의 편향성을 이 책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보수 우익은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에 대항하여 미일과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말한다. 혐오심을 조장하기 위해서 언론은 수많은 기사를 내보내며 중국인이니까 대륙이니까 하는 식으로 폄하를 조장했다. 중국이 거대한 대륙국가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수많은 사건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결코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런 일부의 기사는 중국에 대한 대중의 유사 인종주의를 부채질한다.

 

중국의 대한 내 개인적인 감정으로 이 글을 시작했는데, 누군가 나에게 중국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냐 묻는다면 이제 사실은 중국을 이전처럼 기대한다거나 동경한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가 지적한 내용은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 많다. 한중의 관계를 한미일 동맹의 대립적인 이분법적 사고로 볼 수는 없다. 우리가 가진 유사 인종주의를 폐기하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그래서 발전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된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중국을 폄하하고 혐오하게 된 배경의 하나는 중국이 역사적으로 유럽과 미국과 같은 팽창주의적 제국주의를 채택하지 않았지만 역내에서는 그 우월적인 위치를 이용해서 여러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던 점이다. 그것은 서구식 제국주의와는 다르나, 충분히 제국주의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은 그렇게도 쉽게 언론매체의 왜곡보도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결책이라고 한다면 어떤 것일까? 우리는 충분히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서 유사 인종주의의 프레임에서 본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관계라는 것은 이성적인 것보다는 감정적인 부분이 매우 강하게 끼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중국이 가지는 전략과 사회적 발전단계에 대한 이해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우리는 이성적인 잣대를 기준으로 해서 앞으로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가끔 사람들에게 우리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려면 유튜브에서 80~90년대의 뉴스를 보라고 조언한다. 뉴스보도에서 나오는 낯선 모습이 우리였다. 아마도 사람들은 그럴 리가 있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중국과 같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그 시대 일본인이 그런 한국인을 보았을 때, 어떤 반응이었을까? 아마도 우리가 지금 보이는 반응이 아닐까? 중국은 발전하고 있고, 사람들의 의식도 충분히 성숙해질 것이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그것을 조롱하지는 말아야 된다.

 

이 책을 읽고서 많은 것을 사유해 보길 바란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 될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가 된다고 본다. 책은 조금 많이 두껍지만, 금방 읽힌다. 그만큼 사안은 시급하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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