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 - 당신이 몰랐던 반쪽짜리 한국사
최중경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이 몰랐던 반쪽짜리 한국사

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 

저: 최중경 

출판사: 믹스커피

출판일: 2023년 11월21일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다. 역사를 어떻게 재구성하느냐는 목적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것은 권위주의 정권이 권력의 정당성을 위해서 악용될 수도 있다. 혹은 시민을 입맛에 따라 단결시키거나 그들의 의식을 조정하기 위해서도 남용될 수 있다. 아니면 건전한 목적에서 역사적 사실의 배경과 원인을 살펴서 어떤 통찰력을 얻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왜곡과 편견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인의 역사적 인식은 그러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권위주의 정권은 반공과 반일을 기치로 시민들의 의식을 재구성했다. 물론, 내가 반공과 반일의 구호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적 경험은 남이나 북이나 상호 간에 잊힐 수 없는 증오심을 낳았다. 일본에 의한 식민지화와 비틀어진 근대화로 인한 반일의 감정은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교육의 잔재는 아직 우리의 의식 속에 잠재된 것은 확실하다. 반공과 반일은 정치집단에 의해서 교묘하게 악용되고 있고, 그 외피는 보수와 진보라는 틀로 정의되곤 한다. 상식보다는 편견과 혐오가 판을 친다. 우리는 좀 더 건전한 광장에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일까? 이러한 모습을 보면, 실질적으로 조선 시대와 비교해서 과연 실질적인 변화라는 것은 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나 근대 개화기에서 보인 권력층의 추태는 무능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뿐이다. 사실상 나는 조선 시대가 군주제를 표방한 집단지배체제로 생각한다. 조선 시대의 권력층의 면면을 살펴보면, 왕족인 이씨를 중심으로 제한된 양반 가문이 정치적 권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 가치는 본인과 가문의 안위였다. 이러한 자들이 어떻게 성공적인 근대화를 이끌 수 있을까?

이 책에서도 언급된 헤이그 밀사 사건은 일본의 국권 침탈에 고종 황제가 이러한 만행을 전 세계에 고발하고 독립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식민지 시대 이씨 왕가는 무엇을 했는가? 그들은 일본의 황족으로 편입하여 이왕가로써 막대한 보조금을 받고 일본에 철저하게 협력했다. 왕족 중 누구 하나 독립을 위해서 노력한 사람은 있는가? 독립 후, 왜 왕정이 복원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조선 지배층의 무능은 청일전쟁의 계기가 된 동학난을 대처하는 데서도 드러났다. 임오군란으로 사실상 청나라의 직할 속령이나 마찬가지로 전락한 조선이 동학난을 진압하기 위해서 청병을 부른 것이다. 청병이 국내에 들어올 경우, 자동으로 일본군이 들어온다는 것을 이미 알면서 이들은 안이하게 청병을 끌어들였다. 

덧붙여 임진왜란에서의 당시 지배층의 형태는 그들이 왜 명나라에 대한 의리를 강조했는지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재조지은. 왜국으로부터 나라를 보존하게 도와준 명나라에 대한 충성은 이미 지배 권력의 정당성과 명분을 상실한 지배층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도입한 정치적 아젠다에 불과하다. 선조의 추태는 왜국에 대항한 의병장과 백성을 의식적으로 무시함으로써 절정에 달했다. 병자호란에서 왜 그렇게 조선이 쉽게 무너졌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에서 삼국시대를 비롯하여 고려까지 다양한 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내가 조선 시대에 대해서 특히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은 그만큼 그 시대 자체가 여러 모순과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포장하더라도, 모든 것을 가릴 수는 없는다. 문득, 우리 사회의 모순과 한계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현대의 우리 사회도 역시 조선이라는 그 시대의 한계를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는 한다. 

사실 역사책으로 이 서적이 아주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반인의 교양을 위해서 써진 수많은 책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전문 역사학자가 아니더라도 저장인 최중경이 말하는 화두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아마도 그가 기존 학계의 통설과 편견, 미화에 크게 관련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더 많은 사람이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이란 무엇인가 - 오직 일로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질문
고동진 지음 / 민음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직 일로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질문

일이란 무엇인가

: 고동진

출판사: 민음사 출판일: 2023711

 

일이란 무엇인가. 나 역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자기 자신에 질문했다. 사회생활 초년에는 의도하지 않게 이직을 했지만, 이후 지금 회사에서 꽤 오랫동안 계속 일하고 있다. 적어도 내가 속한 업계와 하는 일에 대해서 자부심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어떤 날은 실적 정리한다고 회사에 혼자 늦게 새벽까지 남아서 일을 하기도 했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한 달 동안 노력한 결과가 어떤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집안이 충분한 자산을 가지거나, 직장생활이 싫다고 그만둘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통해서 안정적인 삶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학을 전공했으므로 기업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알아듣지 못하는 이야기는 어떤 수준까지 알기 위해서 계속 생각하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하는 일이 아닌가.

지금 세대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경험한 사회생활에서 학연과 지연은 영업을 위해서는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그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업계 특성상 접대나 친목 자리가 많으니 술이라도 열심히 마시고 사람들과 친해지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사람 만나고 술 마셨다.

시간은 참 빠르다. 내 첫 직장에 면접을 갔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제는 실무 담당자가 아니라 관리자가 되었으니 말이다. 담당자로 오랫동안 일했으므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관리자로서의 내 역할은 무척이나 낯설다. 하지만 회사는 위계질서가 있고, 회사라는 조직 자체가 영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후배를 키우고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직장생활을 오랫동안 하면서, 나 역시 매너리즘에 빠지고 다소 냉소적으로 변했다. 아마도 직장을 다니는 모두가 그럴 때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코로나 영향도 있겠지만, 최근에 그런 점 때문에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본질적으로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 나의 위치에서 회사 내 선후배를 위해서 내 역할을 잘하고 있는가. 머리는 복잡했다. 그나마 독서를 할 때는 그런 생각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내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한 것 같지만, 이 책 고동진씨의 일이란 무엇인가를 읽기로 한 사람 중에는 나와가 같은 고민을 한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우리는 월급쟁이라고 자신을 비하하기도 하지만, 직장인이 가지는 그 높은 사회적 가치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사회와 가족을 위해서 일하는 그들이 단순히 무기력한 존재는 아니라고 믿는다.

저자도 서문에서 직장인은 회사노예’, ‘월급노예와 같은 단어들로 폄하될 대상이 아닙니다. 성실성과 꾸준함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멋진 사람,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라고 썼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나 비하하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직장을 다니는 것을 마지못해 다닌다고 한다면, 도태되고 자신의 처지만 비하할 것이다.

그렇지만, 직장생활에 대해서 자신만의 목표와 그를 달성하기 위한 의지와 성실함을 가진다면, 우리는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라 일을 통해서 자아실현도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매너리즘과 냉소주의에 고민하던 지금 이 책을 읽은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돌이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과 노력을 말이다.

사회 초년생이든 혹은 중간 관리자든 아니면 이제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이든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삼성전자에서 38년을 일한 사회 선배의 소중한 경험과 따듯한 조언을 통해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고동진씨가 비록 현업에서 물러나 지금은 삼성전자의 고문으로 있지만, 곧 제2의 인생을 정력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의 2번째 삶은 수많은 사회의 후배들을 위한 것이 되리라 생각한다. 직장인이라면 꼭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 반도체 슈퍼 乙 전략
전병서 지음 / 경향BP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반도체 슈퍼전략

: 전병서

출판사: 경향BP

출판일: 2023510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MBA 대학원의 수업 중에 전병서 교수의 중국 관련 강의를 본 적이 있다. 10여 년 전에 그가 쓴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이라는 책이 읽은 적이 있다. 비슷하게 중국을 다룬 다른 책들을 많이 읽었지만, 그가 쓴 이 책은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에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이번에 우연히도 한국 반도체 슈퍼전략이라는 책을 집어 들고 다시 그의 이름을 발견했다. 중국 전문가로만 알고 있던 그가 반도체 산업에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날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메타버스와 같은 신기술은 전부 막대한 반도체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나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안보 상품이 되었다. 기술적으로 빠르게 미국을 따라잡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미국은 중국의 기업들을 제재 대상으로 하고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함으로써 패권 우위를 지속하고자 한다.

미국과 서구 기업의 전략은 기술 개발과 유통은 자신들이 우위를 가지고, 생산은 아시아를 비롯한 국가에 맡김으로써 고정비용을 최소화하여 ROE를 높임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누렸다. 대표적인 IT 기업인 애플은 실질적인 제조행위를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서 반도체 산업의 가치 사슬에서 특히 제조에 있어서는 미국은 전체 사슬에서 12%만 차지할 뿐이다.

이러한 전략은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현명한 전략으로 평가받았지만, 코로나를 거치며 중국의 빠른 추격을 받는 가운데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님이 밝혀졌다. 이러한 배경을 생각하면, 미국 정부가 반도체 법과 IRA법을 통해서 추진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그것은 반도체 생산 내재화(Chip Inside)를 통해서 반도체 제조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공장에 투자하는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붓는 미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세계적인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는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시아에서 동일한 공장을 건설하는 것보다 공사비는 거의 4, 여기서 생산되는 제품의 원가는 50~100% 비쌀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기업의 민감한 기밀까지 제공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대만과 한국의 기업이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면, 이를 운영하기 위한 기술자들이 대거 주재해야 하며, 이들은 자연스럽게 미국의 인재풀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또한, 보조금을 미끼로 기술자료를 대거 습득함으로써 미국은 그들이 원하는 반도체 가치 사슬과 공급망에 있어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반도체 법과 IRA법이 중국만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국과 대만 기업이 또한 그 목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견제를 위해서 중국 시장을 버리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서 반도체가 아주 필요한 전기 자동차를 보더라도 중국 시장은 미국의 시장의 6배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저자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 봉쇄는 실익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언론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관련 업체의 폐업률이 급증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폐업률은 8.6%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반도체 기업 중에 지금까지 위기에 빠진 업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기술 수준도 어느 정도까지는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가이드를 보면 이것이 보이는데, Dram18nm, 낸드는 128, 로직은 14~16nm가 그것이다. 대략, 한국과 대만의 선도 기업과 비교해서 짧으면 1~2년 길면 5~7년 정도의 기술격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 기업의 기술 수준이 낫다고 헐뜯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서운 속도로 국가 전체적으로 반도체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은 전략적으로 노광기, 식각장비 등과 같은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반도체 산업은 안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향후 패권을 쥐기 위한 필수가 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가? 냉전적 사고방식을 통해서 중국을 배제하면 안 된다. 중국 시장의 발전은 계속될 것이므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협력은 이어가야 한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통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나, 최첨단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선도적인 기술 개발 투자에 대규모로 투자함으로써 초격차를 실현해야만 한다. 한국은 Dram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나, 첨단 파운드리 산업에서는 대만의 TSMC에 비하여 1/3에 불과하다. 예들을 들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하면, 결국 경쟁자인 고객사들은 껄끄럽다.

그렇다면, 저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지배구조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을 분리해서 독립시키며 경영은 삼성이 하지만 국민+연금+삼성이 1/3씩 지분을 갖는 주주 구성으로 삼성이 아닌 KSMC(Korean Semicondutor Manufacturing Co.,)를 만들어서 국가적 산업으로 키우자는 구상이다. 또한, 국가산업인 만큼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 파격적인 조세 편의와 인재 조달을 하자고 말한다.

책을 읽은 후, 단순히 반도체 산업에 대한 현황과 전망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위기와 연계된 저자의 통찰력에서 얻는 바가 많았다. 이 책은 현재 상황을 반영했으므로 시사성이 강하다. 따라서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빨리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시우행 2023-10-16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첨단기술의 유출을 방지해야 한다는 사실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삼성 출신 임원이 중국의 회유(거액의 월급과 인센티브)에 귀가 솔깃해 짝퉁 삼성 공장까지 건설하려다가 기술유출사건으로 드러났으니,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의리없는 인간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정말 쉬울까요?
 
인구소멸과 로컬리즘 - 대한민국 지방도시를 살리는 전략과 아이디어
전영수 지음 / 라의눈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한민국 지방도시를 살리는 전략과 아이디어

인구소멸과 로컬리즘

: 전영수

출판사: 라의눈

출판일:2023512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통계적 근거를 말하라면 인구 통계와 그를 바탕으로 한 세대 분석이 될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8명에 불과해서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2.01명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출산율의 표준편차를 한참 밑도는 이 충격적인 결과가 말해주는 미래는 자명하다. 그로 인한 엄청난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며, 결국 파국적이고 급진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이상하리만큼 한국 사회는 이러한 낮은 출산율에 대해서 거의 무감각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상시로 북한이라는 위험에 노출된 경험이 사람들을 대범하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지금 현실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쳐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보았지만, 결과는 변한 것이 없다.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물론 오석종은 현실주의자를 위한 철학에서 결혼은 등가교환의 대상이 되었고, 젊은 세대가 결혼 후 새로운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독립적인 개인으로 살려는 것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설명했다. 결국 사회가 변하면서 젊은 세대는 개인적 삶을 더 소중히 하게 되었다는 진단이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부모라는 새로운 정체성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고 나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살아가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원인과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 12%의 국토에서 52%의 인구가 살아가는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인구절벽과 그로 인한 지역소멸을 우려하는 지방의 한계소멸론이 그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관심을 가져야 될 것은 인구변화가 곧 생활의 체감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는 소리는 직주분리현상을 잘 설명한다. , 지방에서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서 서울 및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린다. 하지만 인구밀집도가 높아지면서 서울의 부동산값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한다. 결국 서울로의 일극집중화는 특히 젊은 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229개 지자체 중에서 102개 지자체가 소멸 위기체 빠진 지금, 지방을 살리고 아울러 인구소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실질적인 지방자치와 차별화된 지역별 창발모델의 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로컬리즘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SDGs17, CSV, ESG 및 사회연대경제, 자본이윤을 자활경제로 전환함으로써 지방을 살리는 것이다.

지역활성화와 이를 통한 직주분리현상의 완화, 젊은 세대의 유입 등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시행되었다. 그러나, 예를 들어서 지역시장에 야심차게 시작한 청년몰은 489개 점포에서 229개 점포가 폐업함으로써 사실상 실패했다. 청년몰을 정착시키고 활성화하기 위해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었지만, 그 효과는 실질적으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방시장에 가보았을 때, 흉물스럽게 남아있는 청년몰의 흔적을 자주 발견했다.

이러한 실패의 원인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예산을 투입하면 된다는 지극히 경직된 가치관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활성화가 지역민의 참여가 배제되거나 저조한 상황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영리가 없이는 활성화도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그 사업을 주도한 것이 사회적경제기업이나 사실상 그들은 지역 활성화에 있어서 수많은 기능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사회적경제의 폐쇄성, 연고적 정실주의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사유화하는 워싱(washing)까지 초래했다.

이 책에서도 수없이 소개되고 있는 것은 일본의 사례이며 정책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와 낮은 출산율을 겪고 있는 이 이웃 나라는 우리가 그 사례를 면밀히 봄으로써 여러 가지 통찰력을 얻을 수가 있다. 그렇지만 일본은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달리 남한 면적의 3배가 넘는 넓은 국토와 인구, 3배에 달하는 경제 규모에 따라 도쿄뿐만이 아니라 3대 경제권역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보다는 그 문제의 성격이 다소 다르기는 하다.

나는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다음 두 권의 책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그것은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와 리처드 플로리다의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The New Urban Crisis)’가 그것이다. 결국, 지방의 활성화라는 것은 사람이 모인다는 것이며 그 방안으로 저자가 말하는 로컬리즘이라는 개념도 도입되는 것이다.

저자가 말했듯이 돈으로 하는 각종 지원보다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양육형 직주락 환경의 조성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가장 심각한 문제인 인구소멸과 지방소멸을 다루고 있어 시사성이 높다. 그 해결책으로 지역별 차별화된 로컬리즘을 제시한다. 중앙과 지방의 정책 담당자가 참고해서 읽어보면 좋고,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일반 독자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인구소멸로 초래하는 중장기 전망과 같은 내용은 포함되지 않고, 이 책의 성격과도 달라 그 부분에 관심을 가진 독자는 이 책을 읽은 후에 다른 책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리 멘탈이지만 절대 깨지지 않아 -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자주 흔들리는 사람들을 잡아줄 마음 강화 습관
기무라 코노미 지음, 오정화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자주 흔들리는 사람들을 잡아줄 마음 강화 습관

유리 멘탈이지만 절대 깨지지 않아

: 기무라 코노미

: 오정화

출판사: 밀리언서재

출판일: 2023917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조금 거리를 두고 본다면 어떨까? 삶이 풍족해지고 편안해졌다고는 하지만 그 안에서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남모르게 정신적 고통을 받는 개인들을 발견할 수 있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 내면을 어떤 계기로 들여다볼 기회가 있다면 의외의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순전히 내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사회생활이 협력이라는 틀보다는 다소 경쟁의 의미가 가미되니 나의 약함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 내면은 한없이 연약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누군들 항상 강하고 억센 모습만 보일 수 있겠는가.

외부에 강한 자존심을 내보이지만, 그 속의 자존감은 낮은 사람들. 그것마저도 되지 않아서 흔히 말하는 유리 멘탈에 하루하루 힘들어하는 사람들. 그렇게 보니,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은 모두 어느 정도는 심리적 압박과 그로 인해 가볍든 무겁든 신경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나 역시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굳이 말하자면 전자에 해당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본인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나 혹은 서문에서 기무라 코노미가 말한 것처럼 유리 멘탈이라도 거기에 맞는 사고법을 하면 충분히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유리 멘탈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는 성격의 섬세함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은 것은 아니지만,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은 지나치게 외부의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책을 쓴 기무라 코노미는 모두가 억지로 강한 멘탈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충격으로부터의 회복력. 그리고 약한 멘탈을 가지고 있다면, 그에 맞는 관리법을 제대로 습득한다면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는 멘탈 관리연습이라는 항목을 둬서 이를 실행해보기를 권한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데,

 

첫째,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찾기

둘째, 나는 언제 기분이 좋은가

셋째, 내 감정에 이름붙이기

넷째, 나는 어떠한 점이 대단한가?

마지막, 오늘 하루 감사한 일을 적어보기

 

그가 말한 관리연습의 내용을 보면서 나는 우리가 멘탈 관리를 위해서 필요한 핵심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해서 돌아보기. , 내 감정을 제대로 이해못하고 알지 못하면 답답함을 느낄 뿐이다. 그것은 결국 과도한 스트레스와 예민함만을 낳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삶을 긍정적으로 여길만한 요소들을 한번 찾아보라는 것이다. 그 과정은 위에 적었듯이 내가 좋아하거나 기분이 좋은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하루를 보내면서 감사할 일을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서 삶의 긍정적인 면을 적극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자존심과 자존감을 제대로 구별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자존심이 외부를 향한 감정이라면, 자존감을 자신을 향한 것이다. 자신에 대한 높은 자존감을 형성할 수 있다면, 아무리 유리 멘탈이라고 하더라도 충격에서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서 그러한 방법의 단초를 찾아보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