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 - 당신이 몰랐던 반쪽짜리 한국사
최중경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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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반쪽짜리 한국사

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 

저: 최중경 

출판사: 믹스커피

출판일: 2023년 11월21일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다. 역사를 어떻게 재구성하느냐는 목적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것은 권위주의 정권이 권력의 정당성을 위해서 악용될 수도 있다. 혹은 시민을 입맛에 따라 단결시키거나 그들의 의식을 조정하기 위해서도 남용될 수 있다. 아니면 건전한 목적에서 역사적 사실의 배경과 원인을 살펴서 어떤 통찰력을 얻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왜곡과 편견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인의 역사적 인식은 그러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권위주의 정권은 반공과 반일을 기치로 시민들의 의식을 재구성했다. 물론, 내가 반공과 반일의 구호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적 경험은 남이나 북이나 상호 간에 잊힐 수 없는 증오심을 낳았다. 일본에 의한 식민지화와 비틀어진 근대화로 인한 반일의 감정은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교육의 잔재는 아직 우리의 의식 속에 잠재된 것은 확실하다. 반공과 반일은 정치집단에 의해서 교묘하게 악용되고 있고, 그 외피는 보수와 진보라는 틀로 정의되곤 한다. 상식보다는 편견과 혐오가 판을 친다. 우리는 좀 더 건전한 광장에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일까? 이러한 모습을 보면, 실질적으로 조선 시대와 비교해서 과연 실질적인 변화라는 것은 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나 근대 개화기에서 보인 권력층의 추태는 무능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뿐이다. 사실상 나는 조선 시대가 군주제를 표방한 집단지배체제로 생각한다. 조선 시대의 권력층의 면면을 살펴보면, 왕족인 이씨를 중심으로 제한된 양반 가문이 정치적 권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 가치는 본인과 가문의 안위였다. 이러한 자들이 어떻게 성공적인 근대화를 이끌 수 있을까?

이 책에서도 언급된 헤이그 밀사 사건은 일본의 국권 침탈에 고종 황제가 이러한 만행을 전 세계에 고발하고 독립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식민지 시대 이씨 왕가는 무엇을 했는가? 그들은 일본의 황족으로 편입하여 이왕가로써 막대한 보조금을 받고 일본에 철저하게 협력했다. 왕족 중 누구 하나 독립을 위해서 노력한 사람은 있는가? 독립 후, 왜 왕정이 복원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조선 지배층의 무능은 청일전쟁의 계기가 된 동학난을 대처하는 데서도 드러났다. 임오군란으로 사실상 청나라의 직할 속령이나 마찬가지로 전락한 조선이 동학난을 진압하기 위해서 청병을 부른 것이다. 청병이 국내에 들어올 경우, 자동으로 일본군이 들어온다는 것을 이미 알면서 이들은 안이하게 청병을 끌어들였다. 

덧붙여 임진왜란에서의 당시 지배층의 형태는 그들이 왜 명나라에 대한 의리를 강조했는지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재조지은. 왜국으로부터 나라를 보존하게 도와준 명나라에 대한 충성은 이미 지배 권력의 정당성과 명분을 상실한 지배층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도입한 정치적 아젠다에 불과하다. 선조의 추태는 왜국에 대항한 의병장과 백성을 의식적으로 무시함으로써 절정에 달했다. 병자호란에서 왜 그렇게 조선이 쉽게 무너졌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에서 삼국시대를 비롯하여 고려까지 다양한 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내가 조선 시대에 대해서 특히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은 그만큼 그 시대 자체가 여러 모순과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포장하더라도, 모든 것을 가릴 수는 없는다. 문득, 우리 사회의 모순과 한계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현대의 우리 사회도 역시 조선이라는 그 시대의 한계를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는 한다. 

사실 역사책으로 이 서적이 아주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반인의 교양을 위해서 써진 수많은 책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전문 역사학자가 아니더라도 저장인 최중경이 말하는 화두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아마도 그가 기존 학계의 통설과 편견, 미화에 크게 관련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더 많은 사람이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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