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2023 : 과시적 비소비
김용섭 지음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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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3

Life Trend 2023

저자: 김용섭

출판사: 부키 출판일: 20221022

 

지금까지 트렌드 분석에 관한 책은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에서 매년 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시리즈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외에도 이노션 인사이트 그룹에서 출간하고 있는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시리즈도 있는 데다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김용섭의 라이프 트렌드시리즈도 매년 출간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년에 3권을 함께 구매했는데, 내가 게으른 탓에 라이프 트렌드 2023’에 대한 글을 지금에야 올리게 되었다.

현재 내가 하는 일은 원자재와 관련된 일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범용의 필수재를 다루고 있으므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아니다. 따라서 트렌드 분석이라든지 하는 것은 나와는 거의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실 김난도 교수팀이 출간하는 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처음은 2017년로 늦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매년 꾸준하게 읽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다.

그렇지만 트렌드 분석이라는 것이 결국은 사람들의 사고방식, 가치관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에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재료라는 것을 이해했다. 몇 년간의 독서를 통해서 트렌드 코리아에서 일관되는 흐름이라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에 맞춰서 사람들의 행동 패턴과 유행을 살펴보면 비록 나 자신은 그 세대에 속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본다.

김용섭은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트렌드 분석가이자 경영전략 컨설던트이다. 앞서 이야기를 한 2권의 시리즈가 수많은 저자의 협업으로 탄생한 책이라면, 이 책은 온전히 김용섭 혼자서 만든 책이다. 2013년에 첫 책이 출간된 이래로 현재까지 꾸준히 책을 내놓은 것을 보니, 벌써 10년이다. 그간에 어떻게 책이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꾸준함과 성실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는 매우 체계적으로 조사와 분석을 수행한 연구보고서와 같은 트렌드 코리아에 비해서 조금 그 깊이와 넓이가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뜻밖에도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우려는 바로 사라졌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분석한 전문가인 만큼 그의 책에서 많은 통찰력을 얻었다. 물론, 세 종류의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그 흐름이라는 것은 비슷하기는 하지만.

서문에서 그는 어떤 사람이 라이프 트렌드에 주목할 것인가 질문한다. 그리고 그 대상을 통해서 그가 다루고자 하는 트렌드를 열거한다. 과시적 비소비, 중고 패션 시장와 럭셔리 빈티지 비즈니스, 테니스, 워케이션, 디지털 노마드 비자, 4일 근무제, 농어촌 주택과 세컨드 하우스, 클린 테크, 넷제로와 ESG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의 선정과 설명을 통해서, 단순히 마케터의 관점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4일 근무제와 워케이션과 같은 새로운 근무형태를 통해서는 조직 관리자와 경영자 처지에서 새로운 사회적 변화에도 최상의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와 농어촌 주택은 정부와 지자체의 숙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이제는 사무실에 앉아서만 업무를 수행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었다. 새로운 공간이 창출되고, 이에 따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떨 것인가? 소멸하는 지방이 다시 회생할 방법은 이러한 트렌드에 대응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때만 가능하지 않을까?

넷제로와 ESG는 단연 오늘날의 화두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서 각 기업은 어떠한 움직임을 취할 것인가? 이러한 변화는 향후 유관 산업에게 어떠한 도전과제를 부여할 것인가? 여기서 승자와 패자는 확실하게 나눠질 것인가? 이러한 질문은 앞으로 취업을 앞둔 사람에게는 유망한 업종을, 투자자에게는 미래에 이익을 얻게 해줄 우량기업을 선별하게끔 할 것이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는 마케터 혹은 관련된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더욱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것이다. 책을 읽은 후에 밖으로 나가 관찰해본다면 어떨까? 그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얻을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의 변화는 그대로 트렌드에 반영되며, 이를 통해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아마도 앞으로 김난도 교수팀의 책과 더불어 김용섭의 책도 필독서의 하나로 자리 잡을 것 같다.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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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의 세계사 - 한 장으로 압축된 인류의 역사 EBS CLASS ⓔ
김종근 지음 / EBS 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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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의 세계사

한 장으로 압축된 인류의 역사

저자: 김종근

출판사: EBS Books 출판일: 2022815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는 지리학자 김종근이 쓴 교양서이다. 고대로부터 근대까지 대표적인 동서양의 지도를 통해서 그 이면의 이야기와 의미를 설명한다. 오늘날에도 지도는 매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최첨단의 정보통신기술을 통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측정되고, GPS 기술을 통해서 우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다.

문명의 혜택을 입지 않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세계 많은 지역에 개인용 단말기인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있다. 하늘 위에는 통신회사들이 쏘아 올린 수많은 통신위성이 있으며 이들 단말기와 교신한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이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술 토대에는 고대부터 이어지는 인간의 호기심과 탐구 정신이 바탕이 되었다고 본다.

지도는 단순히 위치나 영역을 표시하는 역할이 아니라 그 자체로 세계를 이해하는 철학의 영역이었다. 고대에 상상한 세계지도는 말 그대로 세계관의 표현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마치 SF소설을 읽는 듯이 이들이 그린 세계지도는 평평한 지구를 바탕으로 대양과 대지가 그저 그들이 믿는 대로 그려져 있을 뿐이다. 세상은 그들이 직접 발로 걸으며 파악하기에는 아직 너무나도 거대하고 막연했을 테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고대 세계가 가졌던 우주관은 바로 이들이 만든 세계지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최초의 세계지도는 바빌로니아인들이 만든 것이다. 그리스인의 세계지도는 그들의 철학이 담겨 있는데, 아낙시만드로스의 원통형 지구, 헤카타이오스의 세계지도, 에리토스테네스가 설명한 지구를 재현한 지도가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구를 평면 지도상에 표현한 것은 프톨레마이오스로 그의 지리학은 한동안 세계를 지배했다.

이들 그리스인이 만든 세계지도는 점차 발전하였지만, 유럽의 중세시대가 되면서는 퇴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독교 세계관이 발현된 지도는 주로 마파문디라는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이 역시 고대의 지도와 같이 당시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투영된 것이다. 영국의 헤리퍼드 마파문디는 처음 듣기도 했지만, 책에 실린 도록을 보니 중세인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이해할 것만 같았다.

이러한 시대에 그리스인을 계승한 것은 이슬람 지역이었다. 수많은 그리스 철학의 도서 뿐만 아니라 그 철학적 전통까지 아랍어로 번역되어 계승되었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표시한 세계지도는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이다. 여기에 섬으로 표시된 신라의 존재가 확인된다. 그렇다고 지도에 관한 발전이 유럽이나 중동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중국에서도 일찍부터 여러 고지도가 발전했다. 현재는 현존하지 않으나, 801년 당 황제에게 진상된 화이도는 중국만이 아니라 주변 국가까지 확대하여 만들어진 지도이다.

중세 이후, 지도학이 발전한 국가는 네덜란드이다. 신구교 갈등으로 인해서 탄생한 네덜란드 공화국은 상업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거대한 무역 선단을 운영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지도의 존재는 매우 중요했다. 따라서, 지도에 대한 각종 지식과 기술이 발전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도를 잘 모르는 사람도 학교에서 배웠던 메르카토르법의 존재는 기억날 법하다. 메르카토르법은 정각도법, 즉 지구상의 어느 지점 간의 각도도 정확하게 표현하는 지도투영법이다. 메르카토르의 지도책 아틀라스의 지도 배치와 차례는 이후 지도 책자에 모범이 되어,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을 대체하였고 아틀라스는 지도의 대명사가 되었다.

지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프랑스의 카시니 지도이다.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귀화한 카시니 가문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이 지도는 최초의 국가 기본도이다. 천문관측에 사용되던 경도 측정결과를 지도 제작에 반영했다. 150년에 걸친 제작과정으로 탄생한 카시니 지도는 경도측정과 삼각측량으로 매우 정교한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이웃한 여러 국가도 나서서 기본도를 만드는 동인을 제공했다. 무엇보다도 근대국가 형성에 지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지도도 빼놓지 않을 수 없다. 고산 김정호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대동여지도가 대표적이다. 고산은 평생 여러 지도를 만들었다. 여러 설에서는 그가 한반도를 3번 종주하고 직접 측량하여 지도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공식적인 기록에는 없는 사실이고,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이야기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는 지도 제작을 지원했으며 고산도 오랫동안 축적된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동여지도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대동여지도를 보면, 남부 지방은 비교적 정확하지만, 북부 지방은 오차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이 고산이 조선왕조에서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했음을 보여준다.

지도는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당시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투영하여 만들어졌다. 전근대사회에서는 국민국가가 형성되는 와중에서 정치적, 군사적 목적에 의해서 제작되었다. 19세기가 되어서는 현재의 지도와 비교하더라도 크게 오차가 없는 지도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지도의 역할이 이러한 것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 책의 마지막에 소개된 존 스노의 콜레라 지도가 그것이다.

지도에 대해서 우리가 평소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교양서를 읽고 있자니, 그 이면에 있는 흥미로운 사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한번 가볍게 읽기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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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 싫어하던 바퀴벌레의 매력에 푹 빠진 젊은 과학자의 이야기
야나기사와 시즈마 지음, 명다인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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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싫어하던 바퀴벌레 매력에 푹 빠진 젊은 과학자 이야기

저자: 야나기사와 시즈마 역자: 명다인

출판사: 리드리드 출판 출판일: 2023320

 

일본의 젊은 과학자의 바퀴벌레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문득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곤충관에서는 아이들을 위해서 표본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곤충을 전시하고 만져보게 하기도 한다. 저자가 소개한 한 일화에서 아이들은 한 곤충을 손으로 직접 만질 기회를 얻었는데 한 아이가 그 곤충의 이름을 물었다. ‘마다가스카르바퀴순간, 아이는 재빠르게 손을 치웠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바퀴벌레는 대개는 지저분하고 병균을 옮기는 매개체로 흔히 파리 따위와 더불어 해충이라고 일컫는 부류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 혹은 선생님 등을 포함한 주변인들로부터 이러한 곤충에 대한 혐오감을 배운다. 그래서 이들의 생태와 역할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가기 전에 먼저 혐오감부터 배우게 되는 것이다.

혐오감. 오늘날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데, 대개는 말이다. 반면에 이러한 다양성은 개인의 발견 이래로 사람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신경증과 불안감을 가져다주었다. 일부의 사람은 이러한 자유로부터 도피하고자 한다. 철학자 정지우는 이를 지적하며 종교와 정치구호에 자신을 맡기지 않은 오늘날 당신은 사유를 통해서 굳건히 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랬다. 나 자신도 바퀴벌레는 매우 싫다. 요즘에는 집에서 바퀴벌레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다. 특히 아파트라는 집단생활을 하면서는 주기적인 방역과 소독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해충의 존재를 박멸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생존력과 적응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휠씬 강하다.

그 종류도 무척이나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책에서는 일본에서 주로 발견되는 종류를 소개한다. 그것은 먹바퀴, 독일바퀴, 이질바퀴다. 성충의 길이는 각각 25~33, 10~12, 30~40. 사는 곳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는데, 간단하게 책에서 소개되어 있다. 저자는 곤충은 좋아했지만, 처음에는 혐오감에 바퀴벌레를 매우 싫어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바퀴벌레의 생태를 알아가고 다양한 종을 알게 되면서 그 매력에 빠졌다.

새로운 바퀴벌레 종을 연구하기 위해서 그는 오키나와 요나구시 섬으로 향했다. 관찰과 발견을 통해서 35년 만에 일본에서 처음으로 새로운 종을 발견하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름은 다소 어렵지만, 그 두 종은 우스오비루리바퀴와 아카보시루리바퀴이다. 덕분에 NHK 방송에도 소개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혐오감의 대상이었던 바퀴벌레, 하지만 편견을 버리고 그 생태를 살피고 역할을 확인할수록 저자는 그 매력에 빠졌다. 문득, 그 어떤 교훈이라는 것을 누군가 말하라고 한다면, 이런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편견에 빠져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판단하지 말자고. 우리가 가진 혐오감이라든지 하는 것 따위는 우리가 직접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말이다.

이 책은 성인을 위해서 출간된 책은 아닌 것 같다. 비교적 짧은 내용에 곤충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써진 글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가진 사회적 문제점에 대한 사유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바퀴벌레를 보고서 놀라지 않고 그 모습을 주의 깊게 볼 용기도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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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마음을 위한 심리학 - 꼭꼭 숨겨진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
야오야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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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마음을 위한 심리학

꼭꼭 숨겨진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

저자: 야오야오 역자: 김진아

출판사: 미디어숲 출판일: 2023310

 

중국에서 출판된 책을 번역 출간한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얼마 전에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사례로 들어서 반갑기도 했다. 책의 내용과는 좀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콘텐츠가 여러 나라에서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 책에서 간접적이나마 확인한 것 같아서 참으로 신기했다.

이 책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예로 든 것은 주인공인 변호사가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구분을 통해서 우리는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을 차별하고 배제한다. 하지만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것은 단순히 어느 한쪽이 많고 적은 것에 따라서 구별된 것은 아닐까? 서론에서 동성애, 자폐 스펙트럼, 성적 문제, 외상 후 스트레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다루고 있어서, 이 책의 번역본 제목에 의문이 갔다.

그래서 책을 찾아서 원본의 제목을 찾았다. ‘重口味心理学중국어를 하지 못하므로, 구글 번역기로 돌려보았다. ‘무거운 맛 심리학번역은 거칠지만,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다루고자 한 무거운 주제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잘 맞는 제목이 아니었을까 싶다. 처음에 책을 읽으려고 했을 때는 제목만 보고서는 우리가 마음속에 가지는 특별한 마음에 관한 책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한 내용은 우리가 정상과 비정상을 일반적으로 나눌 때 후자에 속하는 어둡고 싶은 사람의 심리를 다룬다는 것을 알았다. ‘차라리 제목을 다르게 지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딱 맞는 제목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는 않지만, 원제를 조금 변형해서 만들어보았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저자인 야오야오는 바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는 않는다.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해서, 나무그림을 이용한 심리검사에 관한 내용을 먼저 이야기한다. 이러한 그림 심리테스트를 통해서 자신의 본 모습을 알아낼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나무를 그리는지에 따라서 우리는 여러 가지를 유추해낼 수 있다. 그래서 나도 A4 용지를 꺼내서 나무를 그렸다. 나는 왼쪽에 있는 A4 용지의 위아래를 거의 전부 차지하는 거대한 나무를 그렸다. 한번 그려보고 어떤 의미일지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림 심리테스트를 통해서 우리 모두 유년과 성장기에 자라면 수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로 인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비정상이라고 단정하는 그들은 단지 그 과정에서 다수와는 다른 경험과 자극을 받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항상 행복한 사람도 불행한 사람도 없듯이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사정과 상처를 앓고 살아간다.

그러한 상처가 어쩌면 다른 방식으로 발현한 것이 우리가 비정상이라고 단정 짓는 그런 상황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한 심리적 장애를 누군가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자폐 스펙트럼이나 동성애, 외상 후 스트레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지는 않을까? 그들이 다수와 다르다고 그저 비정상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그 내면에 있는 심리적 요인을 살펴본다면 우리는 좀 더 따듯한 시선을 그들을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적어도 이해하려는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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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 HEAR - 듣기는 어떻게 나의 영향력을 높이는가?
야마네 히로시 지음, 신찬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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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는 어떻게 나의 영향력을 높이는가?

なぜ,あのにはでもしてしまうのか 心理カウンセラ-のすごい技術

HEAR

저자: 야마네 히로시 역자: 신찬

출판사: 밀리언서재 출판일: 202321

 

오늘날 발전된 사회의 특징을 나에게 묻는다면, 아마도 여러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겠지만 사람들의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획일적인 종교와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사회는 그 다양성을 잃고 경직되어 간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북한 사회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경직되고 다양성을 잃은 회색빛으로만 보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다양한 가치관이 서로 공존하고 부딪치면서, 진정한 자존감과 자아를 갖기보다는 집단주의에 빠져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되풀이한다. 상대방이 관심을 가지든 가지지 않든 상관없다. 이들은 진영논리에 빠져 상대방을 비난만 할 뿐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같은 장소에 있으나 수없이 파편화된 개인과 집단이 공존하는 병든 곳이다.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시대. 그래서 어쩌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의 미덕이 돋보일지도 모르겠다. 현대인은 전근대사회에서의 구성원처럼 한 곳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살지 않는다. 전근대사회의 구성원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뿌리박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았다면, 현대인은 끊임없이 자신은 누구인지 묻는다. 그러한 과정에서 조금은 과장되게 자신의 사고방식을 내세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천천히 듣는 자세는 그래서 어쩌면 듣는 이의 안정된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보를 얻는다는 1차원적 목적이 아니라 그를 통해서 상대방에게 공감하는 것이다. 이 공감 능력의 발휘는 지금처럼 타자에게 경계심을 가진 시대에서 상대방이 바로 앞에 있는 듣는 사람에게 마음의 빗장을 여는 가장 위력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공감과 인정, 다양한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습득하는 것. 그것은 듣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책의 저자는 간결하게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면 일단 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가오게 하려면 말하지 말라. 상대방이 마음을 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먼저 말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조언도 하지 말자. 침묵의 어색함을 견디자. 듣되, 너무 열심히 듣지 않아도 된다. 듣는 것을 즐겨라.

저자의 이야기에서 공감되었던 것은 아무래도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조언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같다. 듣기는 하지만, 쓸데없이 참견하거나 잔소리를 한다면, 상대방은 내게 가졌던 호감을 바로 걷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인생을 조금 더 살았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조금 주제넘은 참견과 잔소리를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장생활을 영업으로 했기 때문에, 대화의 어색함, 정적을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그 어색함을 깨기 위해서 끊임없이 상대방과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진작 마음속 깊은 이야기는 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금은 어색한 순간도 있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너무 낯설어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길지 않은 책이지만, 천천히 읽어가면서 조금은 사람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이랄까? 모양이랄까? 느낌이랄까? 그런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가볍게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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