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찬미
한소진 지음 / 해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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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찬미, 우리나라 최초 여성 성악가 윤심덕의 이야기 / 한소진 장편소설

<사의 찬미>라는 말은 참 많이 들어본 말이었는데 그저 드라마나, 영화 제목이나 예로부터
내려오는 구절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사를 찬미할게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들었는데 이렇게 책을 다 읽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성악가인 윤심덕의 목소리를 빌려 들
으니 사의 찬미라는 그 노래의 슬픔과 애환이 곱절로 느껴졌다.


<사의 찬미>는  외국 곡인 도나우강의 잔물결을 김우진이 작사를 한 곡으로 알려져 있으며,
책 속에서는 심덕이 술을 마시고 내뱉는 대사로 누가 이것을 가사로 써달라고 하는데 후에
김우진이 작은 종이에 지금의 가사를 써준 걸로 나와있다.

 

<차례>

 

프롤로그_ 조선의 특별한 별, 윤심덕

 

1장 아름답게 꽃 필 적에
2장 어린 봉선화 한 송이
3장 내리는 비, 우울

4장 진흙 속에서 피어나다
5장 슬픈 광기의 날들
6장 사랑…… 변명

7장 우는 꽃
8장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9장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10장 술이 기다리는 바다
11장 뜨거운 눈물을 감추고
12장 잃어버린 목소리

13장 행복한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14장 칼 위에서 춤추는 자여
15장 쓸쓸한 고해

16장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17장 환생 키를 바라노라

 

에필로그_ 종로에서 술 한 잔

 

 

어린 시절 노래 잘하는 아버지 밑에서 노래를 배우고 자란 심덕은 그 시대에는 결코 기대할
수 없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적극적인 원조 아래 여성이지만 배우고, 공부하여 교사가 된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총독부 간부의 눈에 나게 되고 이리저리 발령을 받아 힘든 나날
을 보내게 되지만 여성으로서 최초인 총독부의 관비 유학생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최고의
성악가가 되어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굳은 마음을 가진 심덕은 유학을 간 곳에서 홍난파
와 함께 그의 친구인 김우진을 만나게 된다.

 

 

윤심덕과 김우진, 둘은 조금씩 서로를 마음에 두게 되고 사랑하게 되지만 김우진은 아버지가
이미 맺어준 부인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둘의 사랑은 일찌감치 이루어질 수 없어 서로를
멀리하지만 그럼에도 자꾸 끌리는 두 사람은 괴롭기만 하다. 아버지와 갈등이 깊었던 우진
은 심덕을 위해 소설가의 꿈을 접고 아버지의 바람대로 살기로 결심을 한다.

 

이를 모르는 심덕은 그저 우진이 야속하기만 하지만 그녀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 동생들
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조선 최고의 성악가가 되리라 마음먹는다. 요즘 말로
기획사처럼 심덕을 후원하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게 해주겠다는 조순애를 만나게 되지만

기쁨도 잠시, 시대를 너무 앞서간 그녀를 반기고 옹호하는 세력보다는 그녀에게 질투를 느끼
고, 조선 시대의 여성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녀의 옷차림과 행동을 보고 헐뜯는 세력들이
많아 그녀는 주저앉게 된다. 이를 알고 김우진은 가정을 포기하겠다 말하며 심덕을 다시 만난다.

둘은 다시 만나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와 살림을 차리지만 심덕을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는
언론은 파파라치처럼 그들을 찾아내어 보도하고 심덕의 어머니와 우진의 아버지까지
찾아와 둘은 눈물을 건 이별을 하게 된다.

 

사랑도 잃고, 가족도 잃고, 명예도 잃고, 자신도 잃은 심덕은 영화로 재기를 누려보지만
그것 또한 말처럼 쉽지 않아 실패를 하게 되고,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술로 세월을
보내다 일본에서 음반을 내자는 제의를 받게 된다. 아무렴 더 끝이 어디 있으랴 싶었던
심덕은 그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며 대신 마지막에 사의 찬미라는 노래를 부르게 해달라고 한다.

 

 

심덕의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우진은 다시 한번 심덕을
찾아가 마지막으로 함께하자 하지만 그녀는 이미 너무 많은 것에 지쳐있었고 우진이 또 떠날
수 있을 거라는 불안함에 그를 피하려고 한다. 계속되는 우진의 간절함에 둘은 고향으로 돌아
오는 배를 타지만 원래 심장이 좋지 않던 우진이 발작을 일으켜 바다에 빠지게 되고 심덕
또한 그를 따라 바다로 뛰어든다.

 

 

책은 이렇게 끝이 나지만 이를 두고 세상에서는 많은 말이 돌았다. 둘이 사실 유럽으로 가서
악기점을 하며 살다 죽었다는 말도 있고, 음반을 명반으로 만들기 위한 음모로 둘을 누군가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둘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통탄하며 동반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무엇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을 다 읽고 사의 찬미라는 노래를 들으니 마음이
그렇게 에일 수가 없다.

 

시대를 너무나 앞서갔지만 결국 시대를 뛰어넘지는 못했던 사랑, 그래서 더 애틋하기도 한 사랑.

불륜은 결코 사랑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그들의 사랑이 그저 아련하다고 말해주
지는 못하겠다. 그러기엔 김우진의 아내와 그의 딸, 아들이 너무 가여우니까. 하지만 그


시대에 꿈 많고, 재주 많은 여성이 살아가기에 더없이 힘들었을 윤심덕의 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참 아프다. 윤심덕뿐 아니라 그 시대의 깨어있는 많은 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좋은 세상에 살 수 있었을까?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얻어낸 값진 오늘에 감사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어린 봉선화 한 송이

 

'아무래도 기생 팔자를 타고난 거 같지 않네? 하기야 기생이 제 일이지. 우리네처럼 평생
구정물에 두 손 두 발 다 담가 봤자 무슨 덕을 보갔니?'

박수 칠 때는 언제고, 돌아서기만 하면 수군대는 모습은 이중적이다 못해 원망스런 것이었
다. 그런 게 바로 관객이란 이름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누군들 알았을까.

 

 

 

 

행복한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혹 아무것도 아닌 내가 마치 무엇이나 된 것처럼 잘못 생각하고 사는 것은 아닌지 두렵습니
다. 이런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는 누구이며 가장 나쁜 친구는 누구일까요? 바로 나 자신이
겠지요. 만일 내가 나를 구할 수 없다면 세상도 나를 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를 천편
일률적인 것으로 찍어 누르는데도 이렇게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이제 나는 저항하지도 못하
는 걸까요? 눈 뜨면 절망이고, 눈 감으면 벗을 기다리는 마음뿐입니다.

 

 

 

 

사의 찬미 가사

 

황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허영에 빠져 날뛰는 인생아 너 속였음을
네가 아느냐 세상에 것은 너에게 허무니
너 죽은 후는 모두 다 없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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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했어도 슬로북 Slow Book 3
함정임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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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업무를 시작하려 자리에 앉았을 때, 생각을 정리하기에 앞서, 원하지 않던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을 때. 입으로 혹은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던
그 말 '괜찮다, 괜찮다.' 언제부터인지 그 말은 내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고, 시작을 가져다
주었다.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위로, 괜찮다.


그래서 책 제목에 유달리 관심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부터 몸 상태가 별로였다.
주말까지는 분명히 괜찮았는데 한 주가 시작이 되고 내 아픔도 시작되었다. 쇼핑하는 것처럼
 병원 순회를 다녀오고 집에 와 앓아누웠다. 약기운 때문에 세상이 빙빙 돌고 몽롱한 상태
에서도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이렇게 아픈데도 회사를 안 가서 엄청 좋다는 철없는 생각
과 이번에는 또 뭐가 문제길래 몸이 나에게 시위를 할까 하는 위기감.

 

 

빙빙 도는 상태에서 잠도 오지 않고,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들어서 책을 펼쳐들었다.
솔직히 고백하는데 작가님이 이야기하는 글, 그림, 작가는 대부분이 모르는 이야기, 본 적
없는 그림, 읽어 본 적 없는 글을 쓴 작가들이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섭섭했는데 그럼에도
글을 읽으며 나는 위로받기 시작했다.

 

책 표지를 감싸고 있는 잔잔한 그라데이션처럼 함정임 작가님의 글은  요즘 어때? 잘지내?
라는 오랜 친구처럼 나에게 안부를 물어온다. 아니, 잘 모르겠어라고 말을 하고 싶다가도
혹여나 나를 신경 쓸까 그럼~ 잘 지내지라고 말을 하고 싶다가도 거짓말은 하기 싫어서 하
는 말, 그냥 뭐 괜찮다며 얼버무리는 그 말.

 

이 책은 함정임님의 짧은 에세이 60여 편과 작가님이 찍은 흑백의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내가 이런 삶을 살고 싶어 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소설가는
이런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여기도 가봤고 저기도 가봤고, 창을 좋아하며, 박물관을 사
랑할 줄 아는 그런 사람. 일주일에 두어날 은 창이 넓은 달맞이 언덕의 서재에서 글을 쓰고,

바다를 보고 품는 사람. 하지만 곧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끌렸던 건 이 분의
문체였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야 다른 것이고, 모르는 분, 모르는 사람이 쓴 글을 통해
공감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작가님의 글은 담담하면서도 사람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는 상냥한 위로를 가졌다.

 

 

그래서 좋았다. 이해를 하지 못한 글은 이해를 못 한 채로 읽고, 공감하면서 많은 생각이 드는
글은 잠시 책을 접어두고 내 생각을 글로 썼다. 엎드린 채 써서 엉망진창이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읽어보니 무슨 소리를 썼는지 도통 알 수는 없게 되었지만 나는 그 시간들이 좋았다.
이런 나를 보듬어 주고 기대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 속에서 마주한 나의 고향, 부산. 부산에서 글을 쓰는 분이라 더 반가웠다.

 

 

 

괜찮다는 말은 차마 못 했어도


공포나 불안이 아니면 체념이,
그리움이나 애틋함이 아니면
덧없음이 도사리고 있다.
하루하루 별일 없기를 기원하고,
뒤돌아 안도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여기에 모인 글들은
바닷가 서재에서
불안과 공포, 체념과 덧없음을 떨치며
추모의 마음으로
애도 일기를 쓰듯
건져 올린 하찮지만
고유한 삶의 편린들이다.

 


유월을 떠나보내며


언니의 보호자가 되어 이틀을 꼬박 병실에서 보냈다. 졸지에 환자복을 입고 있는 언니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나도 낯설었다. 언니를 수술실로 들여보내고 대기하는 동안 만감이
교차했다. 여러 역할 속에 살아왔지만, 나는 유독 보호자 역할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눈앞에 보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구인가.

이름을 바꾸는 행위, 그것은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 나아가 자신의 뿌리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탐색하는 일이다.

 

 


소설은 자기 안에 억눌린 자아에 귀를 기울이고, 숨을 터주는 것부터 출발한다.
차마 보여주기 부끄럽지만, 드러내놓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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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초이스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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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이영도 님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다. 나의 10대 중반 ~ 20대 초반
에 걸쳐 심적인 부분, 철학적인 부분에 상당히 많은 의문을 품게 했고. 답을 찾게 했다. '너무
 오버 아닌가?', '장황하기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이다. 어떤 고전이나 오래

오래 전해내려오는 유구한 역사가 담긴 책이 아니라 판타지가 무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랬다. 중학생 때 처음으로 <드래곤 라자>라는 판타지 소설을 접했
고, 어떤 만화책보다 어떤 소설책보다 매력적 인 세계관을 가졌던 그 책은 나를 순식간에
빠져들게 했다. 수업시간에 읽다가 키득거려서 혼난 적도 많았고, 그때 당시 소설책이 너무


비싸서 친구와 같이 대여해서 읽었는데 서로 먼저 읽겠다고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그만큼 매력적인 이야기였고, 그 안에 담겨있는 모험, 판타지, 심오한 철학들은 내가
철이 들고 나서도 계속 계속 내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그 당시 오타쿠라는 말도 없던 시절이었는데 내가 바로 <드래곤 라자> 덕후였다. 세이클럽
에서 이 책으로 퀴즈를 내기도, 맞추기도 했고 노트에 내가 좋아했던 구절을 한자 한자
손으로 써 내려가기도 했다. 주인공인 후치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후치보다 어렸는데
지금은 후치만한 아들이 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나이가 되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후치를 보며 후치가 후안무치의 줄임말(사자성어) 임을 알게 되었고, 용감하고 위트 있는
 소년에 대한 로망을 품었고, 길시언을 보며 왕좌의 고독함(?)을 대신 느껴보았고, 제레인트
에게서 종교의 의미를 배웠으며, 이루릴에게서 냉소란 것을 그리고 모두를 사랑하며 변해가는
 법을 배웠고, 페어리퀸에게서 내 주변 모든 사람에게 내가 투영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물론 이영도 님이 <드래곤 라자>이후 아무 책도 안내다가 10년 만에 <오버 더 초이스>를
 내서 내가 이렇게 오버 오버해서 말을 하는 건 아니다. 그 뒤로도 많은 책을 내주셨지만

내 마음속 넘버원은 <드래곤 라자>라는 것. 그래서 이런다. 말이 많은데 이제는 신간 이야기
를 해야지. 이건 <오버 더 초이스>에 관한 서평이니까.

 

 

이영도 님의 신간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어머 이건 꼭 읽어야 해 하면서 서평을 신청
하고 서평에 당첨이 되었을 때도 난 내가 이렇게 <드래곤 라자>에 대해 구구절절이 추억
팔이를 할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냥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읽고 난 뒤 책표지를 보면 이보다 더 나은 표지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책의 내용을 잘 표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한 컷 한 컷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책을 읽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혹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봐 이야기하는데 앞에서 이야기한 책도,  <오버 더 초이스>
도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 소설이 뭔지 잘 모른다면 쉽게 말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반지의 제왕>, <호빗> 이런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버 더 초이스>는 <오버 더 호라이즌> 이후 새롭게 나온 이영도 님의 신간이며 배경과
주인공이 같다. '티르 스트라이크'라는 보안관 보조가 1인칭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있으며

그래서 사건을 멀리서 보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그 속에서 함께 사건을 풀어나가고 모험을
 겪는 느낌이 든다. '티르 스트라이크'는 전직 제국 군 12군단 검술 사범으로 그 위명을 날렸
으나, 여자 친구를 위해 군수품 빼돌리다가 적발되어 불명예 제대하고 북쪽으로 와서
'이파리 하드 투스'라는 종족이 오크인 보안관의 보안관보를 하고 있다.


어느 비 내리는 날, 카닛 종족의 6살짜리 소녀의 시체를 폐광 환풍구에서 끌어올리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태어난 지 6년 밖에 되지 않았던 소녀는 지진이 나 움푹
패어진 폐광 근처에서 놀다 환풍구로 빠져버렸고 마을 사람들은 그 소녀를 살리기 위해
며칠 동안 있는 방법 없는 방법 모두를 동원했지만 소녀는 결국 죽게 된다. 소녀의 시체를
끌어올리고 바로 관에 넣어 장례를 치르려던 찰나 소녀의 아버지는 그 관을 들고 멀리 도망
가 버린다. 도망가는 소녀의 아버지를 쫓던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8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가 전복되어 있는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8마리의 말은 모두 죽어있었고 그 마차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 '이카드 덴워드'는
혼수상태로 옮겨지게 된다.보안관보 '티르'는 '이카드'라는 소년을 옮기다 마차에서 소년과
 어울리지 않는 검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티르'는 검을 소유하며

'이카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마음 아픈 이야기가 마무리되려던 찰나 설상가상으로 죽은 소녀의 어머니는 독미나리를 먹고
 자살기도를 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위기는 넘기지만 독미나리의 독 때문인지 깨어난 소녀
의 어머니는 칼을 찾아 지상과 지하의 주인에게 넘겨주면 죽은 사람들을 부활시켜줄 것이라
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나타난 15세의 소년 '이카드 덴워드'. 그와 함께 나타난 검,

그리고 지상과 지하의 주인. 과연 이런 것들이 우연일까?

 

 

 


죽은 소녀의 어머니는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고, 어차피 모두 부활할 수 있으니 너희도
자식이 죽는 고통을 한번 겪어봐라라는 이상한 정신 상태로 마을의 아이들을 공격하게 되고

 마을의 보안관과 보안관보인 '티르'는 그녀를 말리고, 쫓고, 체포하면서

사건의 전말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처음에 '티르'는 지상과 지하의 주인을 악마라고 생각한다  하늘은 신의 영역이니까, 그리고
 지상이 신의 영역이기에는 너무 많은 아이러니와 고통이 존재하니까. 하지만 중반부에 밝혀
지지만 지상과 지하의 주인은 식물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 그거 맞다.


식물은 지상에서 자라며 지하로 뿌리가 자라니까. 식물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우리가 몸에 걸치고 있고, 먹고, 마시고, 집을 짓고, 이동하는 모든 것에 식물이 존재한다.

단지 자연, 배경, 힐링의 대상만이 아닌 우리의 삶을 결정할 수도 있는 식물이 의지를 가지고
우리를 지배하려고 한다면? 그것도 어마어마한 부활이라는 무기로 우리 인간(위어 울프,
트롤, 오크 등등 모두)에게 거래를 시도하려고 한다면? 책 속 이야기에 따르면 식물은 인간
에게 정해진 평균수명을 살 때까지 계속 부활시켜줄 테니 식물을 태우는 행위만은 하지


말라고 한다. 생각보다 쉬울 거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인간은 불을 이용하는 유일한 종이고

불로 문명을 발전시켜온 종이기도 하다. '이카드'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온 기사단의 일원
이었고 식물을 모두 태워 없애겠다는 당차고 패기 어린 계획을 실행해 나간다.


책을 읽으면 어느쪽이 옳다 그르다 말하기 힘들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6살밖에 살지 못한
 하나뿐인 딸을 읽은 엄마, 아빠의 마음을...그리고 사랑하는 약혼녀를 잃은 사람의 슬픔을
우리가 짐짓 알 수는 없으니까. 책 속에서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과연 무엇이 옳은
선택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사람을 되살린다는 건 어떻게 보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그릇과 안에 담긴 기본적인
사실만이 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그 사람이 아니라면...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텐데 예를 들어 말하면 이런 거다. 책 속에서 '케이토'가 예를 든 것처럼. 정말 소중한
 사람에게 갖고 싶었던 책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그 책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읽고 또 읽다가

 그 책을 다른 사람의 실수로 잃어버렸다. 그래서 그 잃어버린 사람이 정말 미안하다고 그것
과 똑~같은 책을 준다면 새 책과 잃어버린 책은 같은 책인 것일까? 과연 그렇다면 돌아온
사람을 반겨야 할지, 피해야 할지 나로서는 어려운 문제이다.


이영도 님은 항상 이렇게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 문제를 던지고, 글로
설득하며 생각하지도 못할 결론으로 이야기의 마무리를 짓는다. 그리고 그 결론에 대해서
또 한참을 생각하게 한다. 부활을 시켜줄 테니 우리를 태우지 말라는 식물의 거래와 당장
식물을 태우지 않으면 겨울조차 버티기 힘든 인간(그래도 다시 살아나겠지만) 그 사이에서

 

오크 보안관과 인간 보안관보 그리고 그들이 사는 작지만 전혀 작지 않은 마을의
사람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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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3

 


"문제요?"

"묻지 말아야 할 걸 묻는 것. 그러다가 덜컥 대답을 알아버리면 어쩔 건데.

그러면 문제가 정말 심각해지지."


"예?"

"어떤 금액으로든 삶에 값을 매기면 안 돼. 일단 가격이 책정되면 그다음엔 거래도 가능해지거든."

 

 

 

p.131

 


확실히, 같은 공기를 나눠쓰는 자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일만으로도 생존 시간의 많은 부분
과 수입의 상당량을 소비해야 한다. 이미 호흡을 그만둔 이웃까지 업고 걷기에 인생은
 쉬운 길은 아니다. 그들이 불쑥불쑥 일어나 우리 사이에 서면 삶이 피곤해진다.

 

 

 

p.242

 


그동안 고심하던 보안관은 시장에게 아인켈 우체국장과 어부 마하단 쿤, 사냥꾼 니바이 알루
스, 음악교사 케이토를 사무실로 좀 보내주십사 부탁했다. 그 인명들은 다시 몬도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저 무해해 보이는 목록을 우리 소도시의 사정에 어두운 이들을 위해
 바꾸면 이렇게 된다. 트롤, 마법 검사, 호랑이 아니제이, 위어울프를 좀 데려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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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정도의 소설이었으면 좋았을듯한데 장편소설이라 군데군데 이야기가 루즈해지는
부분이 있어 읽는 시간이 좀 오래 걸렸고, 많이 끊어 읽었다. 중후반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이영도 님의 특유의 재치 있고 심오한 글들을 읽고 있자니
나도 이 마을 속 주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티르'는 내가 알고 있던 '티르'와 성격이 좀 다른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다음 달에는
<오버 더 호라이즌>을 오랜만에 다시 읽어볼까 한다.

책을 읽을 때 글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적어둬야지 하는 책이 있고, 재밌고, 생각할만한
글이 있어 여러 번 계속 곱씹어 읽게 되는 책이 있는데 <오버 더 초이스>는 후자다.

사실 적어두고 생각날 때 읽어보는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표현이 상당해서 그리고
내용이 굉장히 재치 있어서 같은 글을 읽고 또 읽는 것도 큰 기쁨이다.


시간에 쫓기듯 읽지 않고 싶어서 계속해서 앞부분을 읽고 또 읽다 보니 서평 날짜가 지나서
 늦게 글을 쓰게 되었지만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지금도 후회
는 없다. 오랜만에 읽은 이영도 님의 글은 여전히 재밌었고, 어려웠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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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션 디자이너 - 영화미술감독이 생각하는 프로덕션 디자인
강승용.김지민 지음 / 비엠케이(BM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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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할 만큼 영화는 이제
우리 일상생활에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 되었고, 그만큼 영화 산업도 상당히 많이 발전해 왔다.

내가 영화를 처음 접한 건 국민학생 때 보았던 <영구와 땡칠이>지만... 이건 내 의지로 본 것
이 아니니 제외하고 고등학생 때 금요일 저녁이던가 영화가 무료여서 야자도 빼먹고 Na
카드로 엄청나게 긴 줄을 서서 봤던 기억이 있다. 영화티켓이 5천 원일 때부터 만 원이 넘는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항상 궁금했던 점이 있었다. 엔딩크레딧에 올라가는 저 많은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할까? 어떤 직업인 것일까?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라 그저 상상만
해왔었는데 수많은 세월을 거쳐 드디어 관련된 책이 나왔다.
 
이 분야에 관련된 책은 내가 알기로 이 책이 처음이다. 제목부터 사실 생소한 <프로덕션
디자이너>인데 영화도 좋아하고 디자인이라는 단어도 좋아해서 무심코 신청했는데 상당히 재밌었다.

 

 

 

처음에는 전혀 모르는 분야라 많이 어려울 줄 알았다. 평소 영화를 즐겨 보기는 하지만
관련 용어는 생소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웬걸 영화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도 재밌게
술술 읽히고 알지 못하는 단어들도 많았지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 책을 쓰신 분이 <사도>의 미술감독이라고 한다. 외에도 <실미도>, <판도라>, <연가시>,
<효자동 이발사> 등 엄청나게 많은 작품의 프로덕션 디자인 일을 맡으셨다고 하는데

한번 쓰고 없어지는 영화 세트와 소품들이 아쉽지는 않지만 자신이 20년 동안 걸어온
길과 제작 과정, 자료들 그리고 그 안에서의 노력, 노하우들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김지민 작가님과 함께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나처럼 유난히 엔딩크레딧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엔딩크레딧
에 나오는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에 대해 정리하고 알려주는 책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영화는 투자 - 제작  - 마케팅 - 배급의 순서로 만들어지며 제작에는 연출, 촬영, 조명,
미술, 녹음, 편집, 음악/후보정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일련의 과정은  투자자와 프로듀서 그리고 감독 연출 파트가 있으며 제작 파트, 조명 파트,
미술 파트, 녹음 파트, 편집 파트, 음악 파트, 사운드 파트, 마케팅 파트, 배급 파트로
나누어지며 파트 안에서 또 각자의 역할로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감독과 촬영감독이 같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을 텐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각 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영화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지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도움도 많이 될 것 같으니 진짜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 미술 파트의 책임자가 프로덕션 디자이너이다. 현장에서는
미술감독이라 부르며 디자인, 세트, 세트 데코레이션 의상 분장 소품이 모두 미술 파트에
속하며 이를 총괄한다고 한다.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고 그 가짜가 끝까지 진짜처럼
받아들여지도록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몫이다.

 

한 편의 영화를 시각적 의미로 해석하고 시각적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해 창작과 제작을
통해 현실화 시키는 것인 프로덕션 디자이너이다.
아니 그런 것까지? 싶을 정도로 정말 세세하게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것을 알게 되어 많이 놀랐다.

 

<사도>를 예를 들어보면 어떻게든 권력을 지켜야 하는 초초한 왕의 마음, 옷조차
갑갑해서 입지 못한 울화 가득한 외로운 왕자를 표현하기 위한 그분의 노력도 알 수 있다.

영조의 방에 그려진 그림은 깎아지른 절벽을 통해 날카로운 왕의 심리를 표현했고,
세자의 방은 물고기 그림을 통해 자유로운 왕자의 영혼을 반영했다고 한다.

 

원래 아닌데 역사적 사실과 다른데 하면서 영화를 보는 것보다 왜 그렇게 배치했는지,
어떠한 것을  표현했는지 생각하면서 보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 책은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자질이나 해야 할 일을 크리에이터, 매니저, 커뮤니케이터.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시각적인 감각은 물론 일련의 과정에 대한 경험, 판단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로덕션 디자인에 대한 국한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일 자체에 대해
간략하지만 세밀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더 좋다.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고 있자니 책 자체로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짧은 서평으로 이 책에 대한 매력을 다 설명할 수는 없는 게 아쉬울 뿐이다.

묵묵히 일을 해오신 강승용 감독님도 대단하시고 그 많은 과정과 정보를 재미있게 편집하여
읽기 좋게 글을 써주신 김지민 님도 대단하시다.

 

그 안에서 일하는 무수한 분들, 오늘도 2시간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좀 더 나은 근로환경이 되길 바라고 갑질의 횡포에 상처
받는 분들 없으면 좋겠다. 또한 관련된 분야의 책들이 많이 많이 나와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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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0

영화가 시작된 순간 관객이 만나게 될 허구의 마법을 만드는 일이 바로 프로덕션 디자인
이기 때문이다. 거짓인 줄 알면서도 몰입하기를 원하는 관객을 향해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최선을 다해 완벽한 구름의 집을 디자인해야 한다.

 


p.214

원래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있던 곳은 창경궁의 문정전이었다. 그러나 실제의 문정전은
영화를 두 시간 가까이 끌고 나갈 공간으로는 약해 보였다. 영화의 이야기가 거의 마당에서
 이루어져야 했고, 그 이야기가 가진 비극성을
드러내려면 왕의 잔혹한 위엄에 대비되는

사도의 뒤주는 가능한 한 초라하게 비쳐야 했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문정전
을 사료의 그것과 달리 드넓은 마당으로 디자인했다.

 

 

p.231

예를 들어 시나리오 상에 '책을 읽는다.'라고 되어 있다 하자. 그렇다면 책을 읽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며 그 상황에서는 어떤 책, 어떤 장르의 책을 놓아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책상, 의자, 조명기, 주변의 재떨이, 찻잔에 담긴 음료는 커피 혹은 홍차 등 단순한 상황을
전개하는 데에도 수많은 미술적 요소가 있고, 그 요소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성향을 파악하여 디자인,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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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살인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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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드라마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극이나 어려운 드라마는 잘 안 보는 편이다. 이해하기
힘든 건 둘째치고 역알못이라 그런지 허구와 재미를 더했다고 해도 드라마에서 나오는 장면
들이나 말투는 어쩐지 낯설고 정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엄청나게 유명했던
사극들도 본 적이 없고, 관련된 책들은 당연히 읽은 적이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는데... 부끄럽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처음으로 읽어보는 역사소설이라 겁을 많이 먹었다. 이 책을 지은 분은 김별아라는 작가님
인데 알고 보니 엄청 유명하신 분이다. 역시 나만 몰랐다. 선덕여왕으로 유명해진 <미실>을
그전에 책으로 쓰셨던 분이고,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사랑을 이야기로 쓴 <열애>도
이 분의 작품이라고 한다.


사실 읽고 나서야 괜히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구나 싶었지만 처음으로 접하는 역사소설은
나에게 많이 어려웠고 특히나 그 시절의 문체라고 해야 하나 말투를 그대로 쓰시는데 따로
*를 달아 설명해주고는 있지만 안에 내용을 읽느라 따로 또 시선을 왔다 갔다 하기가 힘들긴 했다.

 

 

책의 구성은

 

 

< 차 례 >

 

서(序)
죽은 자의 말
바다의 도장
처음의 풍경
수사
뜨겁고 독하고 맑은
도깨비 자식
비밀과 거짓말
대군궁의 궁노
고통을 묻다
호홀지간
금을 얻다
십자 모양 칼자국
검은 강 붉은 놀
관노와 사노
살을 먹이다
지박령의 비밀
꽃의 순서
작가의 말

 

로 이루어져 있으며, 조선시대 석양이 내릴 무렵 도성 한복판에서 일어난 괴이한 살인사건을
그려내고 있다. 처음 <구월의 살인>이라는 제목을 보고 9월에 일어난 살인사건이라고
 각했지만 구월은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이다. 시체도 있고, 목격자도 있지만 이상
하게 범인은 없는 이 사건, 이 사건이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것은 단 한 번, 효종 1년
 2월 27일 기사에 삼성국문 을 받던 범인이 옥중에서 물고 당했다는 여덟 줄의 기록이
 다라고 한다. 이 범인은 자신이 사람을 죽인것은 자복하였지만 자기가 죽인 자의 종이
된 것에 대해서는 불복하였다고 적혀 있었다.

 

어째 누가 보아도 수상한 결말. 그래서 작가인 김별아 님은 이를 토대로 자료를 수집하고
살인사건이지만 살인사건 이상의 무엇이 있다 생각하여 상상력과 사실, 진실, 비밀과 거짓말
사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추리력이 더해진 역사 소설을 지으셨다고 한다. 

 

앞에도 잠시 말했지만 책 한 장에 모르는 글자가 수두룩한데 그만큼 조선시대의 사회를
반영하려고 하였고, 그에 따른 단어와 문체를 쓰시는 것이 엄청 대단하게 느껴졌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생동감 있고, 나오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몰입도가 상당하다.

 

각 이야기마다 주인공이 있으며 과거와 현재가 반복되기 때문에 헷갈릴 수도 있지만 등장
인물들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한 편 한 편 읽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만나기
시작하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알고 보면 더 매력적인 인물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구월의 살인
>을 통해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숙종 10년 실록에 첫 등장하는 반사회 조직 '검계'와의
관계도 추측하여 소설 속에 나오는데 우리나라 영화 <조선 명탐정>의 느낌도 제법 난다.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지만 수십 차례 과거에 낙방하여
결국 형조의 좌랑이 되지만 오히려 형조로서의 자질을 발견하고 미제 사건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전방유,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계에 들어온 윤 선달, 종의 신분으로
 자유와 희망을 꿈꾸지만 남편을 잃고 배신당한 복수를 하기 위해 역시 계에 들어온 구월,
그리고 계의 수장인 노장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그 시대의 현실이었을 것이다.

 

 

범인은 누굴까? 그리고 목격자는 왜 범인을 진술하지 못할까? 죽은 자의 몸에서 발견된
여러 개의 상흔은 과연 한 명의 복수심일까?

 

이것을 생각하며 읽는 것만으로도 책은 상당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나는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김별아님의 흡입력과 글에 반해서 이 분의 다른 작품도
보려고 한다. 내가 좀 더 아는 게 많았다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역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그리고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더욱더 재밌는 소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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