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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찬미
한소진 지음 / 해냄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사의 찬미, 우리나라 최초 여성 성악가 윤심덕의 이야기 / 한소진 장편소설
<사의 찬미>라는 말은 참 많이 들어본 말이었는데 그저 드라마나, 영화 제목이나 예로부터
내려오는 구절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사를 찬미할게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들었는데 이렇게 책을 다 읽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성악가인 윤심덕의 목소리를 빌려 들
으니 사의 찬미라는 그 노래의 슬픔과 애환이 곱절로 느껴졌다.
<사의 찬미>는 외국 곡인 도나우강의 잔물결을 김우진이 작사를 한 곡으로 알려져 있으며,
책 속에서는 심덕이 술을 마시고 내뱉는 대사로 누가 이것을 가사로 써달라고 하는데 후에
김우진이 작은 종이에 지금의 가사를 써준 걸로 나와있다.
<차례>
프롤로그_ 조선의 특별한 별, 윤심덕
1장 아름답게 꽃 필 적에
2장 어린 봉선화 한 송이
3장 내리는 비, 우울
4장 진흙 속에서 피어나다
5장 슬픈 광기의 날들
6장 사랑…… 변명
7장 우는 꽃
8장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9장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10장 술이 기다리는 바다
11장 뜨거운 눈물을 감추고
12장 잃어버린 목소리
13장 행복한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14장 칼 위에서 춤추는 자여
15장 쓸쓸한 고해
16장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17장 환생 키를 바라노라
에필로그_ 종로에서 술 한 잔
어린 시절 노래 잘하는 아버지 밑에서 노래를 배우고 자란 심덕은 그 시대에는 결코 기대할
수 없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적극적인 원조 아래 여성이지만 배우고, 공부하여 교사가 된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총독부 간부의 눈에 나게 되고 이리저리 발령을 받아 힘든 나날
을 보내게 되지만 여성으로서 최초인 총독부의 관비 유학생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최고의
성악가가 되어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굳은 마음을 가진 심덕은 유학을 간 곳에서 홍난파
와 함께 그의 친구인 김우진을 만나게 된다.

윤심덕과 김우진, 둘은 조금씩 서로를 마음에 두게 되고 사랑하게 되지만 김우진은 아버지가
이미 맺어준 부인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둘의 사랑은 일찌감치 이루어질 수 없어 서로를
멀리하지만 그럼에도 자꾸 끌리는 두 사람은 괴롭기만 하다. 아버지와 갈등이 깊었던 우진
은 심덕을 위해 소설가의 꿈을 접고 아버지의 바람대로 살기로 결심을 한다.
이를 모르는 심덕은 그저 우진이 야속하기만 하지만 그녀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 동생들
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조선 최고의 성악가가 되리라 마음먹는다. 요즘 말로
기획사처럼 심덕을 후원하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게 해주겠다는 조순애를 만나게 되지만
기쁨도 잠시, 시대를 너무 앞서간 그녀를 반기고 옹호하는 세력보다는 그녀에게 질투를 느끼
고, 조선 시대의 여성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녀의 옷차림과 행동을 보고 헐뜯는 세력들이
많아 그녀는 주저앉게 된다. 이를 알고 김우진은 가정을 포기하겠다 말하며 심덕을 다시 만난다.
둘은 다시 만나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와 살림을 차리지만 심덕을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는
언론은 파파라치처럼 그들을 찾아내어 보도하고 심덕의 어머니와 우진의 아버지까지
찾아와 둘은 눈물을 건 이별을 하게 된다.
사랑도 잃고, 가족도 잃고, 명예도 잃고, 자신도 잃은 심덕은 영화로 재기를 누려보지만
그것 또한 말처럼 쉽지 않아 실패를 하게 되고,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술로 세월을
보내다 일본에서 음반을 내자는 제의를 받게 된다. 아무렴 더 끝이 어디 있으랴 싶었던
심덕은 그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며 대신 마지막에 사의 찬미라는 노래를 부르게 해달라고 한다.
심덕의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우진은 다시 한번 심덕을
찾아가 마지막으로 함께하자 하지만 그녀는 이미 너무 많은 것에 지쳐있었고 우진이 또 떠날
수 있을 거라는 불안함에 그를 피하려고 한다. 계속되는 우진의 간절함에 둘은 고향으로 돌아
오는 배를 타지만 원래 심장이 좋지 않던 우진이 발작을 일으켜 바다에 빠지게 되고 심덕
또한 그를 따라 바다로 뛰어든다.
책은 이렇게 끝이 나지만 이를 두고 세상에서는 많은 말이 돌았다. 둘이 사실 유럽으로 가서
악기점을 하며 살다 죽었다는 말도 있고, 음반을 명반으로 만들기 위한 음모로 둘을 누군가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둘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통탄하며 동반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무엇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을 다 읽고 사의 찬미라는 노래를 들으니 마음이
그렇게 에일 수가 없다.
시대를 너무나 앞서갔지만 결국 시대를 뛰어넘지는 못했던 사랑, 그래서 더 애틋하기도 한 사랑.
불륜은 결코 사랑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그들의 사랑이 그저 아련하다고 말해주
지는 못하겠다. 그러기엔 김우진의 아내와 그의 딸, 아들이 너무 가여우니까. 하지만 그
시대에 꿈 많고, 재주 많은 여성이 살아가기에 더없이 힘들었을 윤심덕의 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참 아프다. 윤심덕뿐 아니라 그 시대의 깨어있는 많은 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좋은 세상에 살 수 있었을까?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얻어낸 값진 오늘에 감사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어린 봉선화 한 송이
'아무래도 기생 팔자를 타고난 거 같지 않네? 하기야 기생이 제 일이지. 우리네처럼 평생
구정물에 두 손 두 발 다 담가 봤자 무슨 덕을 보갔니?'
박수 칠 때는 언제고, 돌아서기만 하면 수군대는 모습은 이중적이다 못해 원망스런 것이었
다. 그런 게 바로 관객이란 이름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누군들 알았을까.
행복한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혹 아무것도 아닌 내가 마치 무엇이나 된 것처럼 잘못 생각하고 사는 것은 아닌지 두렵습니
다. 이런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는 누구이며 가장 나쁜 친구는 누구일까요? 바로 나 자신이
겠지요. 만일 내가 나를 구할 수 없다면 세상도 나를 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를 천편
일률적인 것으로 찍어 누르는데도 이렇게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이제 나는 저항하지도 못하
는 걸까요? 눈 뜨면 절망이고, 눈 감으면 벗을 기다리는 마음뿐입니다.
사의 찬미 가사
황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허영에 빠져 날뛰는 인생아 너 속였음을
네가 아느냐 세상에 것은 너에게 허무니
너 죽은 후는 모두 다 없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