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션 디자이너 - 영화미술감독이 생각하는 프로덕션 디자인
강승용.김지민 지음 / 비엠케이(BM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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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할 만큼 영화는 이제
우리 일상생활에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 되었고, 그만큼 영화 산업도 상당히 많이 발전해 왔다.

내가 영화를 처음 접한 건 국민학생 때 보았던 <영구와 땡칠이>지만... 이건 내 의지로 본 것
이 아니니 제외하고 고등학생 때 금요일 저녁이던가 영화가 무료여서 야자도 빼먹고 Na
카드로 엄청나게 긴 줄을 서서 봤던 기억이 있다. 영화티켓이 5천 원일 때부터 만 원이 넘는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항상 궁금했던 점이 있었다. 엔딩크레딧에 올라가는 저 많은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할까? 어떤 직업인 것일까?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라 그저 상상만
해왔었는데 수많은 세월을 거쳐 드디어 관련된 책이 나왔다.
 
이 분야에 관련된 책은 내가 알기로 이 책이 처음이다. 제목부터 사실 생소한 <프로덕션
디자이너>인데 영화도 좋아하고 디자인이라는 단어도 좋아해서 무심코 신청했는데 상당히 재밌었다.

 

 

 

처음에는 전혀 모르는 분야라 많이 어려울 줄 알았다. 평소 영화를 즐겨 보기는 하지만
관련 용어는 생소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웬걸 영화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도 재밌게
술술 읽히고 알지 못하는 단어들도 많았지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 책을 쓰신 분이 <사도>의 미술감독이라고 한다. 외에도 <실미도>, <판도라>, <연가시>,
<효자동 이발사> 등 엄청나게 많은 작품의 프로덕션 디자인 일을 맡으셨다고 하는데

한번 쓰고 없어지는 영화 세트와 소품들이 아쉽지는 않지만 자신이 20년 동안 걸어온
길과 제작 과정, 자료들 그리고 그 안에서의 노력, 노하우들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김지민 작가님과 함께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나처럼 유난히 엔딩크레딧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엔딩크레딧
에 나오는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에 대해 정리하고 알려주는 책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영화는 투자 - 제작  - 마케팅 - 배급의 순서로 만들어지며 제작에는 연출, 촬영, 조명,
미술, 녹음, 편집, 음악/후보정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일련의 과정은  투자자와 프로듀서 그리고 감독 연출 파트가 있으며 제작 파트, 조명 파트,
미술 파트, 녹음 파트, 편집 파트, 음악 파트, 사운드 파트, 마케팅 파트, 배급 파트로
나누어지며 파트 안에서 또 각자의 역할로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감독과 촬영감독이 같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을 텐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각 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영화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지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도움도 많이 될 것 같으니 진짜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 미술 파트의 책임자가 프로덕션 디자이너이다. 현장에서는
미술감독이라 부르며 디자인, 세트, 세트 데코레이션 의상 분장 소품이 모두 미술 파트에
속하며 이를 총괄한다고 한다.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고 그 가짜가 끝까지 진짜처럼
받아들여지도록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몫이다.

 

한 편의 영화를 시각적 의미로 해석하고 시각적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해 창작과 제작을
통해 현실화 시키는 것인 프로덕션 디자이너이다.
아니 그런 것까지? 싶을 정도로 정말 세세하게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것을 알게 되어 많이 놀랐다.

 

<사도>를 예를 들어보면 어떻게든 권력을 지켜야 하는 초초한 왕의 마음, 옷조차
갑갑해서 입지 못한 울화 가득한 외로운 왕자를 표현하기 위한 그분의 노력도 알 수 있다.

영조의 방에 그려진 그림은 깎아지른 절벽을 통해 날카로운 왕의 심리를 표현했고,
세자의 방은 물고기 그림을 통해 자유로운 왕자의 영혼을 반영했다고 한다.

 

원래 아닌데 역사적 사실과 다른데 하면서 영화를 보는 것보다 왜 그렇게 배치했는지,
어떠한 것을  표현했는지 생각하면서 보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 책은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자질이나 해야 할 일을 크리에이터, 매니저, 커뮤니케이터.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시각적인 감각은 물론 일련의 과정에 대한 경험, 판단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로덕션 디자인에 대한 국한적인 이야기뿐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일 자체에 대해
간략하지만 세밀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더 좋다.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고 있자니 책 자체로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짧은 서평으로 이 책에 대한 매력을 다 설명할 수는 없는 게 아쉬울 뿐이다.

묵묵히 일을 해오신 강승용 감독님도 대단하시고 그 많은 과정과 정보를 재미있게 편집하여
읽기 좋게 글을 써주신 김지민 님도 대단하시다.

 

그 안에서 일하는 무수한 분들, 오늘도 2시간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좀 더 나은 근로환경이 되길 바라고 갑질의 횡포에 상처
받는 분들 없으면 좋겠다. 또한 관련된 분야의 책들이 많이 많이 나와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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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0

영화가 시작된 순간 관객이 만나게 될 허구의 마법을 만드는 일이 바로 프로덕션 디자인
이기 때문이다. 거짓인 줄 알면서도 몰입하기를 원하는 관객을 향해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최선을 다해 완벽한 구름의 집을 디자인해야 한다.

 


p.214

원래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있던 곳은 창경궁의 문정전이었다. 그러나 실제의 문정전은
영화를 두 시간 가까이 끌고 나갈 공간으로는 약해 보였다. 영화의 이야기가 거의 마당에서
 이루어져야 했고, 그 이야기가 가진 비극성을
드러내려면 왕의 잔혹한 위엄에 대비되는

사도의 뒤주는 가능한 한 초라하게 비쳐야 했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문정전
을 사료의 그것과 달리 드넓은 마당으로 디자인했다.

 

 

p.231

예를 들어 시나리오 상에 '책을 읽는다.'라고 되어 있다 하자. 그렇다면 책을 읽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며 그 상황에서는 어떤 책, 어떤 장르의 책을 놓아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책상, 의자, 조명기, 주변의 재떨이, 찻잔에 담긴 음료는 커피 혹은 홍차 등 단순한 상황을
전개하는 데에도 수많은 미술적 요소가 있고, 그 요소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성향을 파악하여 디자인,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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