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달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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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으로 기억하거나 어떤 상황을 장면으로 기억하는 편이라 그림책을 참 좋아한다. 어릴 때 보다 오히려 커서 더 그림책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림책에는 어른들이 상상 못할 많은 꿈과 이야기들이 숨어있는데 숨어 있는 내용에 비해 읽히는 시기가 짧아서 항상 아쉬웠다. 어린 시절은 너무 빨리 흘러가니까. 그리고 어른이라면 왠지 그에 맞는 수준의 독서를 해야 할 것 같은 알 수 없는 의무감이 있어 시선을 의식해서 잘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렇게 지내지 않기로 했으니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도 마음껏 볼 수 있다.

 

안녕달 작가님은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선 우리 그림책의 성취라는 평을 받으며 제57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그만큼 따뜻하고 기발한 상상력들이 그림책 속에 꼭꼭 숨어있다. 안녕달님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안녕달이라는 이름은 라디오를 듣다가 어떤 인디밴드가 이름이 예뻐서 공연에 불러줄 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가님도 이름이 예뻐서 날 좀 써줬으면 좋겠다 해서 예쁜 단어를 조합해서 지었다고 한다. 왠지 그럴듯하다. 그리고 물 흐르고 경치 좋은 산속 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하고, 저 멀리 바닷가 마을 학교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으며 지금도 어느 먼 바닷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다른 분들의 서평을 보다가 겉표지를 벗기면 또 다른 표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겉표지를 벗겨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시지 할아버지와 아이컨택을 하게 된다. 열어본 나도 놀랐지만 할아버지의 표정으로 봐서는 할아버지도 많이 놀라신 눈치다. 엄청 귀여우시다.

 

 

안녕달님의 그림책 <안녕>의 주인공은 매력적이고 오동통한 소시지다. 맞다. 우리가 아는 그 소시지. 맛있는 소시지. 그리고 이 책은 총 4부로 되어 있다. 1부는 소시지 할아버지가 엄마로부터 태어나 함께 살아가는 내용, 2부는 소시지 할아버지가 강아지를 만나는 내용, 3부는 할아버지의 강아지가 친구인 불과 폭탄을 만나는 내용, 4부는 그것을 사후세계의 먼 행성에서 소시지 할아버지가 바라보는 내용이다. 앞부분에는 글이 거의 없고 끝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 글 또한 길지 않다. 온전히 그림으로만 이야기하고 그림으로 보여준다. 나 혼자 대사를 생각하기도 하고 잘못 봤나 싶어 여러 번 넘겨보기도 하고, 그림책은 이런 묘미가 있어 참 좋다.

 

소시지 할아버지는 엄마 소시지에게서 태어났다. 소시지는 소시지를 먹고 소시지 똥을 눈다. 그들은 아주 먼 행성에 살고 있다. 소시지 할아버지는 어린 소시지일 때 밖에 나갔다가 놀림을 당하고는 쭈욱 엄마와 함께 지냈다. 세월은 흐르고 어린 소시지는 소시지 할아버지가 되고 자신의 전부였던 엄마와 첫 번째 이별을 하게 된다. 소시지 할아버지는 너무 슬퍼 곰인형을 데려와 함께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소시지 할아버지가 오가는 길에 다른 행성에서 데려온 애완동물을 파는 상점이 생긴다. 애완동물이 유행을 하고 그 유행에 맞춰 선호하는 종이 달라진다. 유행은 강아지에서 고양이로 그리고 외계 고양이로 옮겨간다. 팔리지 않게 된 강아지들은 50% 할인, 70% 할인으로 팔리게 되고 결국 한 마리의 강아지만 아무나 데려가세요라는 팻말과 남겨둔 채 문을 닫고 만다.

 

상점의 이름은 '지구별 강아지 나라'. 지구별의 ㄱ이 떨어져 '지ㅜ별 강아지 나락'이 될 때까지 강아지를 데려가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길로 산책을 다니는 소시지 할아버지는 강아지에게 자신의 소중한 우산을 주고, 먹이도 준다. 왜 데려가서 키우지 않지 하는 생각을 하다 아차! 했다. 소시지 할아버지는 소시지니까. 강아지는 소시지를 좋아하니까. 좋아해서 먹으니까. 결국 우여곡절 끝에 강아지를 데려오고만 소시지 할아버지는 강아지를 만지고 싶지만 만질 수가 없다.

 

 

아침이면 지나가는 아이들이 낚싯줄에 소시지를 매달아 강아지를 유혹하고 소시지 할아버지를 놀린다. 소시지 할아버지는 큰 결심을 하고 우주복 세트를 구입해서 처음으로 강아지를 만지고, 강아지를 품에 안고 곰인형과 잠이 들 수 있게 되었다. 엄마와의 이별이 곰인형과 강아지의 만남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이별과 만남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시지 할아버지에게 엄마와의 이별은 강아지와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강아지에게는 소시지 할아버지와의 만남이 소시지 할아버지와의 이별이, 다시 다른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말이다.

 


우리의 인생도 끊임없이 만남과 이별로 되풀이된다. 우리는 많은 것을 떠나보내고 또 많은 것을 마주한다. 그것이 시간이든 어떠한 사물이든 사람이든 감정이든 할 것 없이 말이다. 매일이 만남으로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소중함을 잃어버릴 때도 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음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만다. 떠나고 나서야 우리는 후회한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스한 인사와도 같다.

 

잃은 것에 대해 괴로워하고 자신을 미워하고 슬픈 나날을 눈물로만 보내지 마시라. 소시지 할아버지처럼 먼저 떠나간 이가 우리네 삶을 계속해서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고 있으니까. 너무 잘 살 필요도, 스트레스받아 가며 열심히 살려고 본인을 속일 필요도 없다. 지켜봐 주는 이들의 마음은 너무나도 넓어서 우리가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응원을 해줄 테니 말이다.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아직도 이별이 무섭고, 죽음이 두렵다. 그래서 곧잘 조바심을 낸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만남도 이별도 모두 소중하다. 우리 모두는 혼자이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니 외로워 말자. 없는 걸 아쉬워하고, 잃는 걸 두려워하기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소중하게 대하는 날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읽으면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을 테고 어른들이 읽으면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나와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만날 사람들 모두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 사후세계의 별에 가는 날, 남겨진 사람들에게 또 이렇게 인사하고 싶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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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참 좋았다 - 곽재구의 신新 포구기행
곽재구 지음, 최수연 사진 / 해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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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라 함은 배가 드나드는 개의 어귀로 항구와는 다른 의미라고 한다. 이 책은 지은이 곽재구 님이 포구를 다니며 쓴 에세이다. 지은이 소개를 보니 예전에도 포구기행을 쓰신 적이 있다. 그래서 곽재구의 신 포구기행이라는 제목이 붙었나 보다. 이 책은 월간 <전원생활>이라는 잡지에 연재된 글 중 25편의 산문을 추려낸 책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엄마 덕에 늘 사람이었다. 2부는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아도 좋았네. 3부는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참 좋았다로 구성되어 있으며 페이지의 중간중간에는 글만큼이나 아련하고 쓸쓸한 바닷가, 혹은 신비로운 포구의 사진들이 보이는데 <전원생활>의 기자로 일하고 있는 최수연님의 작품이라고 한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고, 부산에서 살고 있다. 지금은 그래도 덜하지만 예전에는 부산에 산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다가 가까워서 좋겠다거나 마치 집 앞에 바닷가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실이 놀라웠다. 한때는 바다 근처에서 살아보긴 했지만 포구라고 불리는 곳, 항구라고 불리는 곳 근처에서 살아 본 적은 없다. 여행을 가서야 포구, 항구, 바닷가를 본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어쩐지 포구라는 말은 살아본 적이 없어서인지 정감 어리고, 그곳 사람들의 체취가 느껴지는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여행자의 입장에서 바다를 보고 포구를 본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지은이와 함께 포구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지리에 어두운 나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격렬비열도를 만나고, 화진포를 바라보고 벽련포를 그리고 격포를 걸어본다. 여행자의 시선인 동시에 지은이가 그곳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의 일상을 느낀다.

 

에세이 한편 한 편은 지은이가 만난 포구이고, 그곳에서 느낀 감정들 그리고 생각이 난 시와 글들을 적어놓았다. 이름만 보고 느꼈던 섬에 대한 감정을 적어놓기도 하고 가다가 만난 사람과의 대화도, 배를 운전해주는 선장님과의 대화도 있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지은이는 가보고 싶었던 포구에 가고, 가서 느낀 점을 쓴다. 나는 그것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어디에 있는 섬인지 검색을 하거나 에세이 속에 담겨있는 시를 찾아본다. 이 일련의 과정들은 나 홀로 한적한 바닷가를 걷는 느낌이었다.

 

 


 

사연들도 다양하다. 육지면 소속인 두미도에서 만난 지은이와 동갑인 붉게 탄 피부가 아름다운 사내, 그는 게으른 사람이 제일 싫다고 한다. 초등학교 기능직 공무원까지 했지만 학교가 폐교가 되어 명예퇴직을 하고 자랑은 2남 1녀를 다 대학 보내고 취직 시킨 거라고 한다. 소원은 동백나무들이 오래도록 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도초도에서는 명품 천일염을 만드는 소금장이 채호천씨를 만나는데 그는 6천 평 규모의 염전을 혼자 운영한다고 한다. 우리 식구들 먹을 소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면 그게 좋은 소금이라며 소금까지 선물로 준다.

 

팽목항에서는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2014년 4월 16일. 우리가 잊지 못할 그 일을 말이다. 나는 그때 병원에 누워있었다. 전염성을 가진 병명 덕에 1인실에 앉아 티비를 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에서 울고 싶어서 우는 건지 그 일이 너무 슬픈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진료를 받으러 퉁퉁 부은 눈으로 가면 의사선생님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웃기게도 나는 그 사건 때문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의사선생님은 계속 이렇게 울면 빨리 안 낫는다고 겁을 주셨지만 나는 병실에 혼자 앉아 뉴스를 보며 또 울었다.

 

섬이라는 곳은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일 수도 그저 관광지일 수도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만남과 이별, 슬픔과 기쁨, 사랑과 연민과 같은 우리네 삶이 모두 들어 있다. 누군가는 벗어나고 싶어 하는 곳이고, 누군가는 가보기를 희망하고 꿈꾸기도 하는 그런 곳. 그 모든 감정들과 삶이 한데 섞여 파도처럼 밀려왔다 다시 밀려가는 곳 말이다.

 

다정하기도 하고 무덤덤하기도 한 지은이의 글체도 좋았지만 더욱더 내 향수를 자극하고,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조금이나마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최수연님의 사진이었다. 작은 사진들도 있지만 두 페이지 가득 차있는 사진들이 갑자기 펼쳐질 때면 나도 모르게 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곤 했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 탁 트인 바다, 고기를 잡는 사람들, 바다에 떠 있는 배.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그 사진들을 몇 번이나 뒤적여 봤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휴가는 없지만 문득 섬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드는 책이었다. 곽재구님의 글도 최수연님의 사진도 좋았지만 역시나 내가 눈으로 보고 느끼고, 삶의 냄새를 맡으며 그 자리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하고 행복하고, 때로는 슬프고 아련한 포구를 바라보며, 이 책을 읽는다면 그보다 좋은 휴가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어느 한 포구에 떠 있는 배처럼 나도 그렇게 인생과 함께 일렁이며 살아가야지.


 

 

밤새 창을 열고 파도소리를 들었다.

 

바람이 슬몃 불어오면 매화꽃향기가 조용히 다가왔다. 인생에서 내게 제일 행복한 시간 중의 하나는 밤의 섬마을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것이다. 하룻밤 내내 파도소리를 듣고 일어난 아침이면 마음 안의 텅 빈 공간들이 알 수 없는 꿈으로 채워지는 걸 느낀다.

 

 

 

고개를 돌리면 멀고 가까운 바다가 보이지요.

 

바다는 햇살을 만나면 반짝거려요. 그런 바다를 보면 마음이 넉넉해져요. 인생이 좀 힘들면 어때? 슬픈 일들이 마음을 떠나지 않으면 어때? 시가 써지지 않으면 어때? 노래가 절로 불러지는 것이지요.

 

 

 

당신이 사랑하는 영혼이 있다면

 

그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을 내게도 조금 나눠주시길. 난 이 도시에 처음 들른 외로운 이방인이니까. 나 또한 당신이 사랑할 인간 중의 하나이니까. 이렇게 인사를 하는 동안 마음은 한없이 사랑스러워지고 설레게 된다. 내가 사랑할 세상이 이 지구 어딘가에 꼭 있으리라는 추상이 마음 안에 새겨지는 것이다.

 

 

아이를 잃었을 때 세상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팽목항에서 아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비참한 것은 아이 잃은 우리를 매일 누군가가 감시한다는 것이지요. 국가가 무엇인지, 국가 권력이 국민에게 이래도 되는 것인지 가슴이 찢어졌지요. 그때부터 마음을 다 닫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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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말 한마디 안 했을 뿐인데 -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통하는 인정받는 사람들의 대화법
오타니 게이 지음, 조해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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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실수를 많이 하는 편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는데 나는 갚기보다 빚을 지는 경우가 많다. 해도 될 말과 안 해도 될 말을 구분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말이 튀어나와 의도치 않게 오해를 받은 적도 많고, 말 그대로 뇌를 거치지 않고 말해서 상처를 주거나 미움을 산 적도 많다.

 

 

글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나의 무한 긍정 댓글이나 항상 칭찬만 해주는 댓글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간혹 있다. 나 역시 그 마음을 알고 있지만 말보다 글로 전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신중하게 쓰려는 글이 항상 좋은 쪽으로 비치길 원했던 것 같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내가 쓴 한 줄의 댓글이 그 사람의 기분을 망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좀 더 좋은 표현은 없을까? 오해의 소지는 없을까 하고 계속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수많은 SNS 속에서 자신의 생각, 일상을 공유하는 일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지금 이 순간, 나 역시도 내 블로그에서 나의 생각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연예인들이 SNS에 글을 잘못 올리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실수를 해서 명예를 실추하는 것만 봐도 글을 쓰고, 말을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나는 연예인은 아니지만 말과 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이번 기회에 나의 서투르고 생각 없는 말과, 글을 고쳐보고자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은이 오타니 게이는 일본을 대표하는 경영 컨설팅 회사의 홍보 디렉터라고 한다. 무역회사, 자동차 회사부터 소규모 미술 전시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홍보, 마케팅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책 제목 때문에 말에 대한 내용만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홍보와 마케팅 경험자답게 SNS에서 더욱더 중요해지는 글에 대해 오해 없이 나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오늘날 현실 세계와 인터넷 세계 모두에서 성공하고자 한다면 알릴 정보와 알리지 않을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말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누군가 상처 입히는 내용이나 표현은 없는지, 근거와 참고 자료가 분명한지, 이해하기 쉬운 말로 쓰였는지 수차례 확인하고 편집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점에서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을 한다.

 


1장에서는 입이 무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말이 많은 것과 말을 잘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편인데 대부분의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말을 많이 한다. 왜냐하면 내가 잘못된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기 때문에 자꾸만 변명 아닌 변명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지은이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도 타고난 감각과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보여주려는 모습 외에는 드러내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될 내용은 말하지 않는 것, 이 규칙만 철저히 지켜도 사회생활이 좀 더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얼마 전에 들은 네이버 강의에서 '된다'님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블로그 속 '된다'의 캐릭터는 밝고 코믹하고 긍정적으로 도전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블로그에서 티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둘은 비슷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나의 생활을 기록하기 위한 블로그 일지라도 누구나 볼 수 있고, 아무나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개 메시지와 비공개 메시지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 나 역시 댓글을 달 때 공개로 해야 할지 비공개로 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 편이다. 요즘은 비공개로 하는 것이 상대방이나 나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앞으로는 내 블로그 댓글이나 내가 가서 다는 댓글도 비공개로 할까 생각 중이지만 그렇게 되면 또 비댓으로 같은 글을 복사해 붙인다고 오해할까 봐 조심스럽기도 하다.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이것은 나에게 중요한 문제이고, 여전히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2장에서는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필요한 대화의 기술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매너 있는 사람들은 공개 석상에서 말하지 않는 5가지가 있다고 한다. 종교, 재산, 가족, 정치, 소문. 사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아차! 했다. 모르는 사람과 어색하지 않으려고, 혹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말했던 대부분의 종류가 여기에 속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면접을 보러 가서 나도 모르게 이전 회사에 대한 이야기, 불만을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블로그에도 마찬가지고 좀 더 조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리고  불가피한 질문에 대답을 해야 될 때는 어떻게 말을 하는 것이 좋을까? 그에 대한 해답이 3장과 4장에 있다. 3장과 4장에서는 말하지 않는 기술과 바꿔 말하는 기술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3장 첫 페이지에 자주 실언을 하는 사람의 유형으로 5가지를 들고 있다. 자기 과잉 형, 흥분형, 팔방미인형, 확신범형, 무의식형.

 

내가 여기에 3군데나 해당하고 있어서 또 놀랐다.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주눅이 들거나 자기도 모르게 상대보다 우월하다고 느낄 때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곤 한다고 한다. 나는 그 사이에서 항상 고민을 해왔다. 친절하게 말을 하려고 노력하면 어느 순간 상대방이 나를 함부로 대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못됐게 말하자니 상대방이 너무 상처를 입는다. 말에는 역시 기술이 필요하고, 나에게 중간은 너무 어렵다. 3장에서는 가식 없이 할 말을 다 하면서 인기를 끄는 사람들은 '보완하는 행동'을 한다고 알려준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 알았다거나 설명이 부족했습니다>라고 표현을 한다는 것이다. 알맞은 표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거칠게 표현을 할 때는 <적절한 표현은 아니지만>을 덧붙이는 방법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여기까지는 이해를 하지만 비밀을 말해야 할 상황이라면 <사실 해서는 안되는 말인데 여기서만 한다>는 둥 <이 자리에서 듣고 잊어주세요>라고 말을 덧붙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사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입장 표명과 동시에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책임을 회피한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켜야 할 비밀이나 혹은 말하면 누군가 곤란해지는 이야기는 어느 자리에서든 하지 않는 게 좋겠다.

 

4장에서는 같은 말도 듣기 좋게 돌려 말하는 법과 부드럽게 표현하는 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이 정도로 해야 하나라고 생각 들 수 있는 부분도 몇 군데 있었지만 이는 지은이와 나의 문화, 생활환경의 차이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걸 극심하게 싫어하고 이를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한다고 들었다.

아마 그 차이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다 보면 가끔 또는 자주 비슷한 표현이 등장하는데 일본 번역체나 일본의 문화가 불편하다면 읽기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5장에서는 제대로 된 정보를 판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정보 윤리를 갖추어 미디어를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을 기르라는 것이다. 글의 출처를 파악하고, 내용을 꼼꼼하게 살피며, 올려진 정보의 날짜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글을 올릴 때에는 초상권, 저작권을 생각하며 올리고 사진을 찍을 때에는 양해를 구해야 한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들어서 얻는 정보보다 눈으로 보는 정보가 많기 때문에 책 제목은 《쓸데없는 말 한마디 안 했을 뿐인데》이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SNS에 관련되어있다.

 

6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효과적으로 말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여기서는 좋은 질문을 만드는 법을 통해 스스로에게 묻고 나만의 말을 계발하는 것에 도움을 주고 있다. 목표, 이루고 싶은 것, 가치관, 자주 사용하는 말 등에 대한 답을 카드로 쓰고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일에 대한 표현을 연습하는 것도 좋겠다. 그것이 인생 목표, 혹은 회사의 이념이나 비전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7장에서는 생각하는 시간의 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잠시 멈춤을 위한 아홉 가지 습관에 대한 이야기인데 간략하게 살펴보자면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하라 / 분위기를 전환하라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라 / 인터넷 하지 않는 시간을 정하라 등 아홉 가지의 일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타인에게 자신을 이해시키려면 나의 마음속부터 정리하고, 적절한 표현을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자기계발 서적답게 마지막 책의 부록에는 홍보 전문가가 알려주는 직장에서 인정받는 글쓰기 매뉴얼도 포함되어 있으니 회사에서 협력업체나 거래처에 메일을 보낼 때마다 힘들어하는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고 나니 말 한마디 하기 참 힘들다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지,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그것을 올바르게 전하려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말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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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온라인 쇼핑몰의 비밀
오완구 지음 / 라온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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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창업과 쇼핑몰 그리고, 대박이라는 결과. 나 또한 내가 하면 뭐든지 잘 될 것 같았고, 계획을 세우는 과정도 즐거웠기에 성공할 거라는 착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두려움에 맞설 용기가 부족했다. 현실을 마주하고 일단 부딪혀야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좀처럼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그저 대부분의 회사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직장생활이 따분해지거나 힘들어지면 슬그머니 피어올랐다가 사그라드는 현실도피처럼 나에게도 창업은 그랬다.

 

미래를 위한 불안, 고용불안, 내 시간을 내가 쓰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해 낸 것이지만 무섭고 막연해서 여기저기 강의만 듣고 책만 읽고 있는 나 자신이 싫었다. 왜 이렇게 겁쟁이냐고 원망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것만으로 발걸음을 뗀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허황된 이야기를 다루고, 성공 사례만 다룬 책만 읽는다고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자. 관련된 책을 찾아보고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하자.

 

처음 1장은 쇼핑몰 창업과 관련된 전반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황에도 잘 팔리는 상품은 분명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상품 기획과 판매 방식을 찾는 것이다.

 

최근에 들었던 네이버 강의 중에 크리에이터 '된다'님은 불만이 새로움을 만든다고 말씀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니즈(needs)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방식을 찾으라는 것 또한 일맥상통한다.

어떻게 보면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과 창업을 하는 것은 비슷한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장에서는 요즘 이슈가 되는 것들, 사회에 기반한 비즈니스 이야기 가 주를 이룬다. 혼족, 소확행, 실버세대 등 누구나 인지는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크게 관심 가지지 않는 문제들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구매 방식의 변화나 빅데이터가 라이프 스타일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 새로운 트렌드가 되어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으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VR, 3D프린터에 관련된 이야기는 하나도 모르는 나이지만  2장을 계기로 변화에 발맞추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에서 이야기하는 정보가 모두 완벽하게 맞는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은이는 창업에 앞서 오픈마켓으로 물건을 팔아보는 방법을 권하는데 오픈마켓의 수수료를 무료라고 적어두었다. 내가 오해를 하고 읽어서 이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오픈마켓은 판매수수료가 있다. 스마트 스토어보다 높았으면 높았지 결코 낮은 수수료가 아니다.

 

그리고 말을 인용하거나 내용을 소개할 때 나왔던 책의 저자와 책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 조금 의심스러웠다. 외국 사람이고 원서일 테니 못 찾았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챗봇에 관한 이야기도(인터파크의 톡집사, 네이버의 톡톡) 앞으로 더 나아겠지만 지금 현재는 24시간 상담이 되지 않는다. 업무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는 있지만 주말에는 문의가 역시나 힘들다. 책 내용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지만 혹시나 모르고 읽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경우도 있음을 대비해서 여기에 적어둔다.

 

3장에서는 쇼핑몰별 특징과 공략법에 대해 나와있다. 오픈마켓 3대장을 기본으로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고, 소셜 커머스, 네이버의 스마트 스토어, 카카오의 메이커스, 거대 종합몰, 전문몰, 폐쇄몰, 홈쇼핑까지 다루고 있으며 Q&A를 통한 궁금증 해결 부분은 상당히 좋았고 도움도 많이 되었다. 쇼핑몰별 특징과 세세한 비교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4장에서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실전에 관한 내용이다. 이 장에서는 소싱을 위한 방법, 아이템을 고를 때 주의할 사항, 계약서를 쓸 때 꼭 들어가야 할 내용부터 아이템을 판매할 때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상세페이지, 대표 이미지 제작법도 다루고 있으니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잘 나가는 쇼핑몰이나 소셜에서 인기 많은 제품의 상세페이지를 보고 분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처음 디자이너 일을 할 때 입사한지 이틀째인가 뷔페를 소개하는 상세페이지를 제작한 적이 있었는데 인수인계해주는 사람도 없어 곤란을 겪다가 소셜에서 광고하는 페이지가 생각이 나 티몬의 상세페이지를(업체별로 다르긴 하지만) 참고하여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물론 저작권에 위배되는 이미지나 폰트를 사용하면 안 된다.

 

마지막 장에서는 너도 나도 우리 모두의 탐을 내게 하는 그 이름, 마케팅 전략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마케팅 방법에 앞서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 주기를 설명해주는데 얼마 전에 시험을 쳤던 컴퓨터 그래픽스 운용기능사에도 같은 내용이 나와 괜히 더 반갑게 읽을 수 있었다. 상품은 도입기 - 성장기 - 성숙기 - 쇠퇴기를 거치게 되는데 각 시기에서 판매자가 해야 될 일을 알려주고 있다.

 

전략이라는 말에 비해 내용이 조금 적기는 했지만 심리에 기반을 둔 프로모션 전략이나 마케팅 기법을 알려주는 등 알짜 같은 정보가 많으니 꼼꼼하게 읽어보고 활용하면 좋겠다.

 

 

 

책은 전반적으로 재밌게 읽히고 중간중간 필요한 부분을 적어두면서 공부하기에 좋다.

 

표지에 스타일 난다, 무신사 같은 쇼핑몰을 어떻게 만들까라고 적혀있어서 두 쇼핑몰의 사례 관련 내용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고 사진보다 글이 많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글이 많은 이유는 쇼핑몰을 만드는 법, 디자인적인 부분에 대한 내용보다 쇼핑몰 자체에 관련된 이론적인 내용이 많다는 걸로 생각하면 되겠다.

 

1인 사업가, 실무담당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지은이의 경험에 기반한 내용들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큰 회사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을 사례로 꼽고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나 이는 마음의 문제임을 감안하고 열린 마음으로 읽으면 상당히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을 걸로 생각된다.

 

지은이의 내가 어디에서 일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는 글들에서 팁을 발견하기도 하고,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본인의 론칭 성공사례를 들어 시기별로 있었던 일을 적어놨는데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이 보면 도움이 되겠다.

 

쇼핑몰 관련이나 마케팅 책, 창업책 중에서 지은이의 블로그를 소개하거나 카페로 유입을 시도하는 책들도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점이 없어서 좋았다. 다시 한번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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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백 디자인 스토리
조운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 특이한 핸드백 디자인 스토리, 디자인에 관련된 책은 모두 읽고 싶은 욕심쟁이라
서평단을 모집하자마자 저요 저요! 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핸드백과 함께 복식사도 함께 볼
수 있으니 이렇게 좋은 기회가 또 있을까?

 

책을 지은 조운선 님은 스스로를 아트, 패션,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핸드백 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핸드백을 디자인하는 일 너무 좋아서 365일 중에 365일을 디자인실과 스튜디오
에서 살 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 시절 친구가 " 너는 핸드백이라는 사각형 틀 안에서
사는 사람인 것 같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밤을 새워 핸드백만을 생각하는 그 시간이
좋았다고 한다.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핸드백 디자이너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지은이를 보고 있자니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그녀의 열정을 배우고, 책을 더 읽고 싶어졌다.


가방은 여러 어원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물건을 넣어서 들고 다니는 것'을 말한다.
원시시대에는 이동과 저장을 위해 만들어서 사용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
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의 핸드백이란 간단한 소지품을 넣는 도구 그리고 패션, 디자인과
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되었다.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실은 그
어원은 남녀 공용의 지갑을 말하며 오늘날에는 남녀 모두의 필수 불가결한 물건이 되었다.

 

핸드백의 기원에 대한 정설은 사실 없다고 한다. 나 역시 아주 오래전부터 무엇을 들고 다닐
주머니로 사용되었으니 혁신이나 발명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우리 삶 속에 계속 함께
해 왔기 때문에 특정한 기록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친숙하니까 말이다.


책의 앞부분 챕터 1,2에서는 핸드백의 역사를 이야기해주는데 정설은 없지만 복식사로 유추
해서 이야기해주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다. 중세를 거쳐 근세 시대의 핸드백에 대해 이야기
를 해주고 근대의 핸드백은 물론 우리나라의 핸드백의 기원과 역사까지 정말 재밌게 이야기
하고 있어서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도 모르고 읽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방 회사인 '쓰리세븐'의 이야기부터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익숙한 엘칸토,
금강, 에스콰이어에서 핸드백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핸드백의 이야기, 1980년대 중반
 신세계 백화점이 피에르 가르뎅 브랜드를 라이선스 해 오면서 시장이 본격화되었다고 한다.

 

외에도 우리가 잘 아는 닥스, 루이까또즈, 메트로시티, 엠씨엠도 이야기를 거드니 지루할 틈
이 없었다. 특히 에르메스, 루이비통, 펜디, 구찌, 프라다, 샤넬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명품
백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심도 있게 나와있어 핸드백을 사랑하고, 관심 있는 분들이라
면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명품이라면 그저 왠지 돈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수많은 격동의 세월을 거쳐 아직까지도 명품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는 그
모습에 존경스러움과 장인정신까지 느낄 수 있었다.


챕터 3에서는 핸드백이 디자인되는 과정과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일련의
과정들을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어 무엇보다 핸드백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분들이나 관심이
있는 분들에겐 제일 매력적인 단계가 아닌가 싶다. 콘셉트를 기획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콘
셉트를 잡고 샘플을 만들고 하는 모든 일련의 단계가 디자인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일인
데 국내 핸드백 기업에서는 이렇게 프로세스를 통한 분석보다는 1등 브랜드의 디자인 모방과
전략 베끼기에 급급하다고 하니 그 점이 나도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만큼 성장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앞으로의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니 이 또한 기회
라고 생각하고 핸드백 산업에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챕터 4,5에서는 핸드백 디자인의 비전과 조운선 님의 디자인 스토리까지
영양가 있는 내용들로 가득 차있다. 원래 비전이라고 하면 그냥 대충 미래지향적인 말로 얼
버무리기 마련인데 핸드백 디자인 스토리에서는 이를 몇 가지로 나누고 또 그에 대한 내용을
사진, 표로 보여주니 신뢰할 수밖에 없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들의 경우 처음부터
터 끝까지 나는 이랬다저랬다, 자랑 아닌 자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그래도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 속에 영어를 표시하는 괄호와 단어, 큰 제목들이 모두 노
란색이라 글이 잘 안 보인다. 어차피 영어를 읽지는 않지만 계속 노란색을 보다 보니 뜻밖에
눈이 피로해졌다. 책표지의 노란색 정도로만 주를 달거나 제목의 색을 썼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핸드백의 프로세스 과정을 이야기하다 중간에 핸드백 디자인 개발 사례가 나오는데
일련의 과정을 다 설명하고 마지막에 사례를 넣었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핸드백도 잘 모르고 명품도 잘 모르는 3N 살의 여성이지만 문외한인 내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게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함께 수록된 사진들을 보면서 예전의 패션을 볼 수도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건축가가 패션을 디자인하
고, 공학도가 사진작가가 되고, 패션디자이너가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에 이 모든 것이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사실 우리는 모든 것을 디자인한다.

 

작게는 책상 위를 치우고 보기 좋게 정돈하는 것도 인테리어 디자인인 것이고 무엇을 입고,
어떤 가방을 들고, 어떤 신발을 신을지 결정하는 것 또한 패션 디자인인 것이다.

 

조운선님의 열정 어린 마음을 본받아 다른 분야이고 교차점도 없지만 이토록 내가 내일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핸드백 디자인 스토리를 읽고 핸드백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가는 사람들도 많았으면 좋겠다.

끝으로 조운선님의 꿈이자 사명인 한국에서도 독창적인 디자인력으로 핸드백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 세계시장에서 사랑을 받는 일이 멀지 않은 미래에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운선님의 빈티지 핸드백 컬렉션도 꼭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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