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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말 한마디 안 했을 뿐인데 -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통하는 인정받는 사람들의 대화법
오타니 게이 지음, 조해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말실수를 많이 하는 편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는데 나는 갚기보다 빚을 지는 경우가 많다. 해도 될 말과 안 해도 될 말을 구분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말이 튀어나와 의도치 않게 오해를 받은 적도 많고, 말 그대로 뇌를 거치지 않고 말해서 상처를 주거나 미움을 산 적도 많다.
글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나의 무한 긍정 댓글이나 항상 칭찬만 해주는 댓글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간혹 있다. 나 역시 그 마음을 알고 있지만 말보다 글로 전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신중하게 쓰려는 글이 항상 좋은 쪽으로 비치길 원했던 것 같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내가 쓴 한 줄의 댓글이 그 사람의 기분을 망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좀 더 좋은 표현은 없을까? 오해의 소지는 없을까 하고 계속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수많은 SNS 속에서 자신의 생각, 일상을 공유하는 일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지금 이 순간, 나 역시도 내 블로그에서 나의 생각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연예인들이 SNS에 글을 잘못 올리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실수를 해서 명예를 실추하는 것만 봐도 글을 쓰고, 말을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나는 연예인은 아니지만 말과 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이번 기회에 나의 서투르고 생각 없는 말과, 글을 고쳐보고자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은이 오타니 게이는 일본을 대표하는 경영 컨설팅 회사의 홍보 디렉터라고 한다. 무역회사, 자동차 회사부터 소규모 미술 전시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홍보, 마케팅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책 제목 때문에 말에 대한 내용만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홍보와 마케팅 경험자답게 SNS에서 더욱더 중요해지는 글에 대해 오해 없이 나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오늘날 현실 세계와 인터넷 세계 모두에서 성공하고자 한다면 알릴 정보와 알리지 않을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말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누군가 상처 입히는 내용이나 표현은 없는지, 근거와 참고 자료가 분명한지, 이해하기 쉬운 말로 쓰였는지 수차례 확인하고 편집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점에서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을 한다.
1장에서는 입이 무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말이 많은 것과 말을 잘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편인데 대부분의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말을 많이 한다. 왜냐하면 내가 잘못된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기 때문에 자꾸만 변명 아닌 변명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지은이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도 타고난 감각과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보여주려는 모습 외에는 드러내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될 내용은 말하지 않는 것, 이 규칙만 철저히 지켜도 사회생활이 좀 더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얼마 전에 들은 네이버 강의에서 '된다'님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블로그 속 '된다'의 캐릭터는 밝고 코믹하고 긍정적으로 도전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블로그에서 티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둘은 비슷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나의 생활을 기록하기 위한 블로그 일지라도 누구나 볼 수 있고, 아무나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개 메시지와 비공개 메시지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 나 역시 댓글을 달 때 공개로 해야 할지 비공개로 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 편이다. 요즘은 비공개로 하는 것이 상대방이나 나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앞으로는 내 블로그 댓글이나 내가 가서 다는 댓글도 비공개로 할까 생각 중이지만 그렇게 되면 또 비댓으로 같은 글을 복사해 붙인다고 오해할까 봐 조심스럽기도 하다.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이것은 나에게 중요한 문제이고, 여전히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2장에서는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필요한 대화의 기술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매너 있는 사람들은 공개 석상에서 말하지 않는 5가지가 있다고 한다. 종교, 재산, 가족, 정치, 소문. 사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아차! 했다. 모르는 사람과 어색하지 않으려고, 혹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말했던 대부분의 종류가 여기에 속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면접을 보러 가서 나도 모르게 이전 회사에 대한 이야기, 불만을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블로그에도 마찬가지고 좀 더 조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리고 불가피한 질문에 대답을 해야 될 때는 어떻게 말을 하는 것이 좋을까? 그에 대한 해답이 3장과 4장에 있다. 3장과 4장에서는 말하지 않는 기술과 바꿔 말하는 기술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3장 첫 페이지에 자주 실언을 하는 사람의 유형으로 5가지를 들고 있다. 자기 과잉 형, 흥분형, 팔방미인형, 확신범형, 무의식형.
내가 여기에 3군데나 해당하고 있어서 또 놀랐다.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주눅이 들거나 자기도 모르게 상대보다 우월하다고 느낄 때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곤 한다고 한다. 나는 그 사이에서 항상 고민을 해왔다. 친절하게 말을 하려고 노력하면 어느 순간 상대방이 나를 함부로 대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못됐게 말하자니 상대방이 너무 상처를 입는다. 말에는 역시 기술이 필요하고, 나에게 중간은 너무 어렵다. 3장에서는 가식 없이 할 말을 다 하면서 인기를 끄는 사람들은 '보완하는 행동'을 한다고 알려준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 알았다거나 설명이 부족했습니다>라고 표현을 한다는 것이다. 알맞은 표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거칠게 표현을 할 때는 <적절한 표현은 아니지만>을 덧붙이는 방법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여기까지는 이해를 하지만 비밀을 말해야 할 상황이라면 <사실 해서는 안되는 말인데 여기서만 한다>는 둥 <이 자리에서 듣고 잊어주세요>라고 말을 덧붙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사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입장 표명과 동시에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책임을 회피한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켜야 할 비밀이나 혹은 말하면 누군가 곤란해지는 이야기는 어느 자리에서든 하지 않는 게 좋겠다.
4장에서는 같은 말도 듣기 좋게 돌려 말하는 법과 부드럽게 표현하는 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이 정도로 해야 하나라고 생각 들 수 있는 부분도 몇 군데 있었지만 이는 지은이와 나의 문화, 생활환경의 차이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걸 극심하게 싫어하고 이를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한다고 들었다.
아마 그 차이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다 보면 가끔 또는 자주 비슷한 표현이 등장하는데 일본 번역체나 일본의 문화가 불편하다면 읽기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5장에서는 제대로 된 정보를 판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정보 윤리를 갖추어 미디어를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을 기르라는 것이다. 글의 출처를 파악하고, 내용을 꼼꼼하게 살피며, 올려진 정보의 날짜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글을 올릴 때에는 초상권, 저작권을 생각하며 올리고 사진을 찍을 때에는 양해를 구해야 한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들어서 얻는 정보보다 눈으로 보는 정보가 많기 때문에 책 제목은 《쓸데없는 말 한마디 안 했을 뿐인데》이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SNS에 관련되어있다.
6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효과적으로 말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여기서는 좋은 질문을 만드는 법을 통해 스스로에게 묻고 나만의 말을 계발하는 것에 도움을 주고 있다. 목표, 이루고 싶은 것, 가치관, 자주 사용하는 말 등에 대한 답을 카드로 쓰고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일에 대한 표현을 연습하는 것도 좋겠다. 그것이 인생 목표, 혹은 회사의 이념이나 비전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7장에서는 생각하는 시간의 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잠시 멈춤을 위한 아홉 가지 습관에 대한 이야기인데 간략하게 살펴보자면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하라 / 분위기를 전환하라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라 / 인터넷 하지 않는 시간을 정하라 등 아홉 가지의 일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타인에게 자신을 이해시키려면 나의 마음속부터 정리하고, 적절한 표현을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자기계발 서적답게 마지막 책의 부록에는 홍보 전문가가 알려주는 직장에서 인정받는 글쓰기 매뉴얼도 포함되어 있으니 회사에서 협력업체나 거래처에 메일을 보낼 때마다 힘들어하는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고 나니 말 한마디 하기 참 힘들다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지,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그것을 올바르게 전하려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말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