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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백 디자인 스토리
조운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 특이한 핸드백 디자인 스토리, 디자인에 관련된 책은 모두 읽고 싶은 욕심쟁이라
서평단을 모집하자마자 저요 저요! 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핸드백과 함께 복식사도 함께 볼
수 있으니 이렇게 좋은 기회가 또 있을까?
책을 지은 조운선 님은 스스로를 아트, 패션,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핸드백 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핸드백을 디자인하는 일 너무 좋아서 365일 중에 365일을 디자인실과 스튜디오
에서 살 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 시절 친구가 " 너는 핸드백이라는 사각형 틀 안에서
사는 사람인 것 같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밤을 새워 핸드백만을 생각하는 그 시간이
좋았다고 한다.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핸드백 디자이너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지은이를 보고 있자니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그녀의 열정을 배우고, 책을 더 읽고 싶어졌다.
가방은 여러 어원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물건을 넣어서 들고 다니는 것'을 말한다.
원시시대에는 이동과 저장을 위해 만들어서 사용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
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의 핸드백이란 간단한 소지품을 넣는 도구 그리고 패션, 디자인과
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되었다.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실은 그
어원은 남녀 공용의 지갑을 말하며 오늘날에는 남녀 모두의 필수 불가결한 물건이 되었다.
핸드백의 기원에 대한 정설은 사실 없다고 한다. 나 역시 아주 오래전부터 무엇을 들고 다닐
주머니로 사용되었으니 혁신이나 발명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우리 삶 속에 계속 함께
해 왔기 때문에 특정한 기록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친숙하니까 말이다.
책의 앞부분 챕터 1,2에서는 핸드백의 역사를 이야기해주는데 정설은 없지만 복식사로 유추
해서 이야기해주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다. 중세를 거쳐 근세 시대의 핸드백에 대해 이야기
를 해주고 근대의 핸드백은 물론 우리나라의 핸드백의 기원과 역사까지 정말 재밌게 이야기
하고 있어서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도 모르고 읽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방 회사인 '쓰리세븐'의 이야기부터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익숙한 엘칸토,
금강, 에스콰이어에서 핸드백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핸드백의 이야기, 1980년대 중반
신세계 백화점이 피에르 가르뎅 브랜드를 라이선스 해 오면서 시장이 본격화되었다고 한다.
외에도 우리가 잘 아는 닥스, 루이까또즈, 메트로시티, 엠씨엠도 이야기를 거드니 지루할 틈
이 없었다. 특히 에르메스, 루이비통, 펜디, 구찌, 프라다, 샤넬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명품
백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심도 있게 나와있어 핸드백을 사랑하고, 관심 있는 분들이라
면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명품이라면 그저 왠지 돈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수많은 격동의 세월을 거쳐 아직까지도 명품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는 그
모습에 존경스러움과 장인정신까지 느낄 수 있었다.
챕터 3에서는 핸드백이 디자인되는 과정과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일련의
과정들을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어 무엇보다 핸드백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분들이나 관심이
있는 분들에겐 제일 매력적인 단계가 아닌가 싶다. 콘셉트를 기획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콘
셉트를 잡고 샘플을 만들고 하는 모든 일련의 단계가 디자인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일인
데 국내 핸드백 기업에서는 이렇게 프로세스를 통한 분석보다는 1등 브랜드의 디자인 모방과
전략 베끼기에 급급하다고 하니 그 점이 나도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만큼 성장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앞으로의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니 이 또한 기회
라고 생각하고 핸드백 산업에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챕터 4,5에서는 핸드백 디자인의 비전과 조운선 님의 디자인 스토리까지
영양가 있는 내용들로 가득 차있다. 원래 비전이라고 하면 그냥 대충 미래지향적인 말로 얼
버무리기 마련인데 핸드백 디자인 스토리에서는 이를 몇 가지로 나누고 또 그에 대한 내용을
사진, 표로 보여주니 신뢰할 수밖에 없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들의 경우 처음부터
터 끝까지 나는 이랬다저랬다, 자랑 아닌 자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그래도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 속에 영어를 표시하는 괄호와 단어, 큰 제목들이 모두 노
란색이라 글이 잘 안 보인다. 어차피 영어를 읽지는 않지만 계속 노란색을 보다 보니 뜻밖에
눈이 피로해졌다. 책표지의 노란색 정도로만 주를 달거나 제목의 색을 썼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핸드백의 프로세스 과정을 이야기하다 중간에 핸드백 디자인 개발 사례가 나오는데
일련의 과정을 다 설명하고 마지막에 사례를 넣었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핸드백도 잘 모르고 명품도 잘 모르는 3N 살의 여성이지만 문외한인 내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게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함께 수록된 사진들을 보면서 예전의 패션을 볼 수도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건축가가 패션을 디자인하
고, 공학도가 사진작가가 되고, 패션디자이너가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에 이 모든 것이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사실 우리는 모든 것을 디자인한다.
작게는 책상 위를 치우고 보기 좋게 정돈하는 것도 인테리어 디자인인 것이고 무엇을 입고,
어떤 가방을 들고, 어떤 신발을 신을지 결정하는 것 또한 패션 디자인인 것이다.

조운선님의 열정 어린 마음을 본받아 다른 분야이고 교차점도 없지만 이토록 내가 내일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핸드백 디자인 스토리를 읽고 핸드백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가는 사람들도 많았으면 좋겠다.
끝으로 조운선님의 꿈이자 사명인 한국에서도 독창적인 디자인력으로 핸드백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 세계시장에서 사랑을 받는 일이 멀지 않은 미래에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운선님의 빈티지 핸드백 컬렉션도 꼭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