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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패티 맥코드 지음, 허란.추가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번에 맛보기로 이야기했던 넷플릭스의 성장 비결을 다룬 <파워풀>을 드디어 다 읽었다. 읽기는 미리 보기를 다 쓰고 그 다음날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이것저것 핑계로 많이 늦어졌다. 여하튼 그때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은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단위가 크든 작든 모든 직급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리더는 새로운 시장 수요를 예상하고, 놀라운 기회를 포착하며, 새로운 기술을 물고 늘어지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앞서 책을 훑어보며 목차만 보고 어떤 내용일까 기대를 많이 했었다. 목차가 꽤 인상적이었고,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어떤 방법으로 지금의 넷플릭스를 만들었을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은 목차에 모든 것을 다 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1장 _ 어른으로 대접하라
2장 _ 도전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라
3장 _ 극도로 솔직해져라
4장 _ 격렬하게 토론하라
5장 _ 원하는 미래를 '지금' 만들어라
6장 _ 모든 포지션에 최적의 인재를 앉혀라
7장 _ 직원이 가치만큼 보상하라
8장 _ 멋지게 헤어져라
사실 나는 우리나라의 조직문화나 기업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회사를 다닐 때나 단체생활을 할 때 항상 곤욕이었다. 까라면 까야 하고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행동들이 많았다. 일적인 부분이었다면 어떻게든 참고 견뎌냈겠지만 내가 다닌 회사들은 대부분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는 곳이었다. 잔심부름만 하다 자괴감에 빠진 적도 많았고, 내 신세가 너무 처량해서 탕비실에서 고무장갑 끼고 운 적도 많았다. 물론 그런 회사들과 넷플릭스는 기본적으로 다른 곳이긴 하다.
말했듯이 그런 회사들과 넷플릭스를 비교하는 건 이상하지만 내가 근무했던 환경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과 비교해보고 싶지만 다녀 본 적이 없어 모르겠는걸 어떡하나. 책 뒷면의 조준호 LG인화원 사장은 이 책을 개인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어떻게 발전시킬까 씨름하는 리더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적혀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도구와 정보를 제공하라. 그러면 그들은 기꺼이 '빛나는 일'을 해낼 것이다. 게다가 당신에겐 유연성을 유지하라는 것 외에 어떤 것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p.41)
내가 읽었을 때 이 책의 대부분의 느낌은 쿨하고, 핫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기업문화는 일과 개인의 생활의 균형이 맞고, 개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그것을 또 한 번 뒤집어엎는다. 넷플릭스에는 휴가가 따로 없다고 한다. 대신 자신이 쉬고 싶을 때 어느 정도 휴가를 간다거나 쉰다고 한다. 그리고 경비 정책과 출장 정책도 없앴다고 한다. 넷플릭스는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계속 노는 직원이 생기거나, 회사의 돈을 함부로 쓰는 직원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 해답을 넷플릭스는 직원을 어른으로 대하면 직원들도 어른으로 행동한다는 것에서 찾았다.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 회의 시간에 너무 답답해서 나도 모르게 "우리 모두 다 어른인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라고 말을 하는 바람에 우리 모두 어른인데가 유행어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놀림당하고 농담 식으로 지나갔지만 나는 일을 할 때 항상 그런 생각을 했다. 상대방을 어른으로 대하고 대접을 해주면 회사에서는 손해를 볼 일이 없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소통이라는 업무는 끝이 있을 수 없다. 연례, 분기별, 월간, 주간 행사가 아니다. 일상적이고 끊임없는 소통은 경쟁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생명줄이다. (p.68)

물론 넷플릭스라고 모든 방법들이 성공을 한 것은 아니다. 많은 실패와 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고, 발전을 할 수 있었다. 능력이 탁월한 동료, 명확한 목표, 제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이 세 가지는 무엇보다 강력한 조합이라고 말을 한다. 내가 읽으면서 놀랍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은 직급에 상관없이 임원들이 회사가 가지는 목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리더들은 일을 시킬 뿐 동기를 부여하거나 왜 해야 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마치 일급비밀인 양 자기들끼리 회의를 하고 결론을 내고 실행은 모두 아랫사람들인 우리가 한다. 그게 대체 어느 나라 법인지 모르겠다. 넷플릭스는 직급에 관계없이 모든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정보를 준다고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의견도 솔직하게 듣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서로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쿨하고 핫하게 해서 놀라운 점이 많았다. 상대방에게 일로 지적을 받으면 괜히 마음 상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근데 막상 다시 또 그런 일이 생기면 그때 그 사람이 했던 말이 맞는 경우도 많다. 소통은 보수적인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이 든다.
넷플릭스에서는 경영진이 '시작해라, 그만해라, 계속해라.'라는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각 팀원은 동료에게 시작해야 할 것 한 가지, 그만해야 할 것 한 가지, 매우 잘하고 있고 계속해야 할 것 한 가지씩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회의 중 사람들 앞에서 소리 내어 말하는 훈련까지 했다니... 소심한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지만 이 역시 부럽기도 했다.
의견을 가지세요, 입장을 지니세요. 그러면 대체로 옳습니다. (p.107)
계속해서 회사가 직원들에게 해주는 것들만 이야기했었는데 따지고 보면 직원들도 회사를 위해 똑같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이 익숙해지고 여유가 생긴 직원들은 하나 둘 불만을 품기 시작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럴 것이 아니라 그 불만을 없앨 수 있는 것과 없앨 수 없는 것으로 나누고 없앨 수 없는 것은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방향을 바꾸는 게 좋다. 아무런 의견도 입장도 없이 그저 불만은 토로하는 직원을 반기는 회사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옳다는 이야기를 해야 할 때 반드시 의견과 입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까지 그 방법을 유연하게 해내지 못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회사도 직원에게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처럼 직원도 회사에 자신의 의견과 입장을 충분히 피력해야 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인재관리에 대해 세 가지 기본 철학을 만들었는데 첫째는 훌륭한 사람을 채용하고 누구를 내보낼지를 결정하는 것은 관리자의 몫이라는 것. 둘째는 모든 직무에 적당한 사람이 아닌 매우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 셋째로 아무리 훌륭한 직원이어도 그의 기술이 회사에 더는 필요치 않다면 기꺼이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철학이 상당히 쿨하기도 하고 을의 입장으로서는 슬픈 대목이기도 했다. 공과 사를 구분하길 원하면서 또 이렇게 인간적인 배신감이 드는 이유는 나도 한국 기업문화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가 보다. 정으로, 의리로 일을 할 때도 있는 나에게 나름 쇼킹한 철학이 아니었나 싶다. 넷플릭스는 이렇게 사고의 틀을 계속해서 부수는 연습을 했고,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철학을 찾고 강점을 찾아낸 것이다.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의 말처럼 사실 모든 조직문화에 정답은 없고 다양한 실험이 필요하다는 맥락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나 외국의 책을 번역한지라 글이 영 빨리 읽히지를 않는다. 마치 X파일의 배우들이 낭독을 하는 느낌이랄까. 개인적인 생각일지 몰라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몇 군데 있어 아쉬웠다. 그리고 내가 리더의 입장이 아닌 근로자의 입장이라면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서운함과 몰인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책에 적힌 넷플릭스의 방법이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니다. 조직은 그에 맞는 문화가 필요하고 그 문화를 찾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야 된다는 점이 이 책이 우리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