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 스토리 4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동화에서 사람은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이 존재한다.(의인화된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뉴스에서 보면 악당이 있고 선량한 사람이 있다.

나 자신을 보면 나는 착한 사람이고 가능하면 나쁜 면은 없었으면 좋겠다.

 

 

위의 사항들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상과 자신에 대한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내가 여러가지 일들을 겪어가면서

이 세상은 한마디로 단정할 수 없는 거울의 양면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즉 나쁜 사람이나 나쁜 상황에도 뒷면이 항상 존재한다는 그런것 말이다.

마치 새옹지마처럼 이 세상사에 극단적으로 나쁘거나 좋은 일이란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이론이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수 있지 않을까 하고.

 

=============================================================================

 

그저 화려한 환타지, 혹은 기교적인 스토리텔링의 액션무비같은,

혹은 애니같은 소설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던 책이었는데

위의 철학적 내용이 작가의 입을 통해서 이 소설에서 걸출하게 보여지고 있었다.

 

아마도 이 책의 핵심은 이런 것일 것이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이 세상의 고단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의 용기만이 나와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나의 눈과 생각으로 만든 나의 세상이니까."

 

3권에서 농밀한 밀도로 주인공의 번민을 다면적으로 보여주었던 이 소설은

4권에서 그동안의 복선과 궁금증을 모두 해결하면서

번민의 끝을 훌륭하게 소개하고 있다.

 

독자를 위해 그 과정을 소개할 수는 없지만

끝까지 책에서 손을 놓기가 힘들었다.

 

단지.. 현세로 돌아온 주인공의 행보는 납득이 갈만 하지만

지나치게 예측 가능한 결말이었다.

마지막 반전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조금 힘이 딸리는 느낌.

 

그래도.. 외면적 모험과 내면의 모험을 훌륭하게 조화시킨

정말 잘 쓴 환타지 소설이라는 느낌.

만일 미카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비교하며 읽어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인상적인 구절들>

 

 

"넌 미쓰루가 친구라고 말했어. 하지만 와타루. 친구 역시, 부모님 역시, 연인도 마찬가지로 올바르지 않은 것은 올바르지 않은 거야. 네 마음이 그것을 잘못되었다고 느낀다면 너에게는 그 마음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어."

 

문제는 하나의 진실을 어느 편에 서서 바라볼 것인가 하는것. 그리고 나는 어느 편에 서 있는가?

 

"바꿔야 할 것은 내 운명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아버지를 미워 하다니,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으므로, 그런 기분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아무래도 인정할 수 없었으므로, 자신이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거짓이 '미움'으로 가득한 분신을 만들어 냈고, 혼자 헤메게 했던 것이다.

 

"잘못을 반복해도, 다시 제자리에 서서 다시 생각하고, 살아가며, 열심이 살아가며, 다시 자신들의 길을 개척해 가는것, 그것이야말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내 비전에, 그런 기회를 부디 주십시오. 그것을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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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스토리 3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브레이브 스토리 1권을 조금은 지루하게,

2권을 조금 상투적으로 읽었던 사람이라면

이 3권에서 느끼는 반전의 기쁨은 가뭄에 단비와 같을 것이다.

 

앞권들에서 아슬아슬한 게임 화면같은 주인공의 외면적 질주를 보여주었던 이 소설은

3권에 들어서면서

본질적인 마음의 문제를 넘나들기 시작한다.

 

특히 주인공 와타루가

비전에서 만난 아버지의 그림자(야콤-아버지와 닮은 인물), 그의 애인, 갓난애를

분노와 미움에 북받혀 자기 손으로 죽이고 나서

인간 삶의 가치의 문제, 상대성의 문제를 고민하고

자기 내면의 어두운 욕망에 절망하는 씬은

이 3권의 백미다.

와타루는 이 일을 "아마도 환상이었나 보다"라며 자위까지 한다.

(3권이 끝날때까지 이 일이 환상이었는지 실제였는지에 대한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와타루의 개인적인 가족 문제 뿐만이 아니라

이 3권에서 드러나는 다른 "마음"의 흔들림은

비전에서 와타루가 진정으로 원하는 소망이 무엇인가 하는 번민의 과정이다.

 

그 번민은 "내가 죽거나 고통을 당하는 대신" "다른 이들에게 행복이 올 수 있다면"

"나는 그 소원을 소망할 것인가," 하는 상대적인 가치,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절대절명의 위기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생명줄의 가치"이다.

 

부연하자면 와타루는

난해한 선택의 칼 위에 놓이게 되는데

그 어려움은 공공의 행복 대 가족의 행복, 나의 행복 대 친구의 불행 등 등

어떤 쪽도 선택하기 어려운,

더구나 어느쪽을 선택하건간에 자신과 타인의 목숨마저도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생명과 관련된 어려움인 것이다.

(더구나 그의 나이는 겨우 11세이다)

 

이 3권이 훌륭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은

"여행자로서의 활약"에 치중한 것이 아니라

이런 "인간적인 갈등을 매번 느끼는" 인간의 번민에 대한

독자의 감정 이입을 작가가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는 점이다.

 

더불어 2권에서 병렬적으로 전개되었던 모험들이

3권에서는 하나를 향하여, 주제와 결말을 향하여 목표 의식을 가지고

인과적으로 엮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책을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뗄 수 없다.

해답이 없는 이야기를 해답이 언젠가는 나오리라 기대하며 계속 다음장을 넘기도록 하는

어떤 탐정 소설, 추리 소설같은 전개를 작가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3권을 읽으면서

앞서 2권의 서평에서 내가 이 책을 "게임같은 소설"이라고 평했던 것을 

오평이라고까지 생각했다.

 

3권을 보면서 느낀 점은

이 소설은 게임같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끝없는 이야기"류의 환상 소설에 가깝다는 점이다.

여행을 통해 자신을 깨달아 가고 세상을 깨달아가고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아 가는 그런 소설.

 

아쉬운 점은 미카엘 엔데의 동화적이면서도 세련된 전개에 비해

이 소설이 보다 직설적이고 투박한 느낌을 준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도입부가 너무 길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전체가 4권인데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는 단계가 3권에서부터 시작된다면

(단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므로 일반화 할 수는 없다)

과연 1권을 본 독자가 계속 2권을 보게 될런지..

그래서 이런 기쁨을 3권에서 맛보게 될런지 걱정스럽다.

 

최근에 본 책 중에서

대사를 음미하며 다시 읽어보고 싶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주인공의 갈등을 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되는

어쩌면 환타지의 형식을 빌린

내면 탐구 동화 같은

그런 소설이었다.

 

그것이 3권을 보고 느낀 느낌이다.

 

<인상적인 구절들>

 

"..세계가 네 말대로 될테니까 너는 무엇을 하든 죄의식 같은 건 전혀 느낄 필요가 없어..."

(중략)

"그런거 싫어"

(중략)

키키마를, 미나를 좋아하는 것은 그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와타루의 말대로 따라 주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친절함이나 착한 마음이 자신의 마음으로 스며들어 오기 때문에 소중한 동료인 것이다.

(중략) 모두가 내 말대로 해 주어서 그래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아름답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당신이 만들어낸, 당신이 형태를 입힌 공포지만 당신에게는 결코 사라질 수 없는 공포다. (중략) 당신의 번민은 그야말로 사막의 신기루다. 당신은 있을리 없는 일을 두려워하고,

있을 리 없는 일로부터 도망치려 하고 있다. 그것은 그저 시간 낭비."

 

"왜 그처럼 불합리하고 잔인한 일이 이 비전에 존재하는가.

답은 하나일세. 알겠나. 그것은 당신 마음속에도, 그런 불합리함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당신 자신과 다르게 생긴 것을 싫어하거나, 생각이 다른것을 물리치거나,

무엇을 싫어하거나,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타인보다는 늘 좋은 생각을 하고 싶어하거나,

타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시샘하거나, 그것을 빼앗으려고 낑낑대거나,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다른 사람의 불행을 바라거나 하는 마음이

당신 안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댜.

비전에 있는 것은 단지 그것을 반영하여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지."

 

"당신은 용감하지. 당신은 상냥해. 당신은 타인을 배려할  줄 아네. 친구를 생각할 줄 알지.

당신은 선량해. 하지만 그런 당신의 안에도 증오가 있고, 질투가 있고, 파괴가 있네.

그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 눈을 피하고 등을 돌려 도망칠 수 없는 진실이야."

 

"당신뿐만이 아니네. 사람은 모두 같아. 예외는 없다네.

완벽하게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는 법이라네.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완벽한 나쁨보다도 훨씬 사악할 것이야.

그런 마음을 반영하여 형태를 이룬 비전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곳만은 가고 싶지 않네"

 

"차별도 파괴도 증오도 당신이라면, 우정도 부드러움도, 용기도 당신일세.

.. 타종족을 차별하고,

이 세상의 불합리함을 모두 그들 자신의 문제라고 떠넘기려는 무리들 역시 당신이고,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도 당신이네.

당신은 몇번이나 목숨이 위태로왔지. 당신을 죽이려 하는 것이 비전에 있어.

그것도 당신일세.

하지만 한편으로 아무 이익도 없이 당신을 도와주고 당신의 힘이 되려는 동료들도 있네.

그것도 당신일세."

 

"당신 자신을 들여다보게. 증오나 분노, 상냥함이나 용기, 어느 것이나 모두 당신 것이네. 그것을 직시한 이상,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결론을 내리게...."

 

"나는 운명을 바꾸고 싶었어.. (중략)

설령 운명을 바꾼다 해도 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리 운명만 바꾼다고 해도 슬픔이나 증오같은 것은 사라지지 않아. .."

 

"나는 처음에 모든것을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다고 생각했어. 다시 행복해질 것라고. 하지만 아니었어. 그 때뿐. 다시 또 다른 슬픔이나 괴로움이 찾아보면 전과 똑같아질 뿐.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싫어하는 것을 사라지게 만드는 게 아니었어. 그 사건은 사라지지만 내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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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스토리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환타지다.

귀여운 초등 5학년 남자애가 모험을 하며

잘생겼지만 비밀이 있는 학교 친구를 마계에서(여기서는 비젼이라고 한다-환시 세계) 만나고

털이 보송보송한 고양이귀와 꼬리를 가진 소녀를 만나며

스스로의 용기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애니로 사진이나 영상을 몇번 보았는데

캐릭터들이 귀엽고 배경이 환상적이었다.

 

이 소설은 그 애니의 원작이 되는 셈이다.

애니가 짧은 시간에 응축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방대한 세세한 스토리를 담고 있어

약 400-450페이지짜리 한 권이 4권이나 되어야 전체 스토리가 끝난다.

 

이 1권은 비젼 세계에 가기 까지 주인공 소년의 현실 생활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부모의 이혼이 결정적으로 소년을 비젼으로 이끄는 원인이 된다.

 

사실 소설만 읽는다면 인트로가 1권의 반 이상을 차지하므로

모험에 진입하기까지 호흡이 상당히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개인적으로는 최소한 2권까지를 한권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흐름을 ?아 가며  일상에서 환상으로 가는 여행을

주인공 미타니 와타루와 함께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미카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동화같은 환타지가 <<끝없는 이야기>>라면

이 <<브레이브 스토리>>는 만화나 애니, 혹은 게임같은 환타지라고 할 수 있겠다.

 

아주 일본적인 느낌의 환타지.

<<반지의 제왕>>이 클래식하고 스릴과 갈등의 질곡이 깊은  있는 환타지라면

<<브레이브 스토리>>는 좀더 소년적이고 아기자기한 환타지.

한편 <<나르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종교적이고 신비주의적인 느낌의 환타지라면

<<브레이브 스토리>>는 중립적이고 보편적인 철학을 가진,

미와자키 하야오류의 자유와 평화를 중요시하는 "착한", "재미있는" 환타지이다.

(적어도 2권까지 본 느낌은 그러하다.)

 

굳이 흠을 잡자면

주인공 미타니 와타루의 생각이나 행동이 초등 5학년이라기 보다는

중학생 이상으로 어른스러워

조금 부조화스러워 보인다는 것이 결점.

(하지만 만화책에서는 중학생으로 설정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모험 환타지의 공식에 너무 충실해 보인다는 점.

외면적인 모험도 좋지만

주인공의 내적 동기 유발이나 갈등에 좀 더 페이지를 할애했다면 하는 생각.

(하지만 초등 5학년이니 무리일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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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콘서트
데이비드 나이븐 지음, 임성묵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비타민처럼 상큼하고 먹기 편한 책

 

실생활과 연관되는 최신의 의학 상식

아무데나 펼쳐 읽어도 1-2페이지로 간단하게 요점 정리되어 있는 여러가지 상식들.

보기 편하고

이해가 쉽고

유용한 상식 잡학 사전

=>생활 의힉 서적입니다.

 

한마디로!

지하철 안내도와 같은 책

-> 언제 어디서나 휴대하며 읽기에 부담 없다.

평소에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항들 외에 

의외로 알짜 정보를 건질 수도.

 

 

닮은꼴!

집안의 자상한 이모님

덜렁이지만 기발한 혈액형 B형 인간

TV  위대한 밥상 프로그램

옴니버스 만화 잡지

색으로 치면 레몬의 노랑색.

 

이것만은!

평범하고 구태 의연한 표지와

밋밋한 제목을 참고

일단 페이지를 넘겨보셔요!

(목차를 읽으면 재미있어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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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듀본의 기도 - 아주 특별한 기다림을 만나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은이

이사카 고타로 | 오유리 옮김

출판사

황매(푸른바람)

 

환타지?

 

오랫만에 명작을 발견했다.

500페이지 가까운 책을 10페이지처럼 읽었다.

 

저자는 이사카 코타로라는 1971년 생 법학부 졸업생

생긴 모습도 예리하면서 약간 삐딱해 보인다.

 

그의 데뷔작?

바로 이 소설인데

소설 내용이 어른용 환타지 미스터리이다. 그런데..정말 어른만을 위한 동화같다.

(어린이가 보기엔 이해가 어렵고 잔인한 장면도 많은데다가

인생의 묘미를 한 구절로 승화한 부분도 곳곳에서 발견되고-즉 심오하기까지 하다-)

 

음.. 이소설을 만일 어떤 범주에 놓아야만 한다면

미스테리 추리극, 환타지 동화, 공상 발랄 만화의 중간 접점에 놓일 것이다.

(순정 환타지 일수도 있다. 잘생긴 남자들이 많이 나오니까)

 

마술?

 

500페이지 중 약 400페이지 정도는 발단이며 전개이다.

황망한 미스테리 추리 모험극이 계속 진행된다.

나머지 약 80페이지 정도는 사건의 해결이 보인다.

그리고 나머지 약 20페이지 정도가 남으면

"이 작가 이걸 어떻게 짰지?"싶을 정도로 아귀가 꼭꼭 들어 맞는 해답이 전개된다.

그리고 결말.

여운과 아쉬움이 바람처럼 독자를 휘감는다.

"아, 왜 내가 그런 복선들을 놓쳤을까. 아 그 때 그 사람의 행동은 바로 그래서 그랬는데...

설마 이런 결말일 줄이야"

-여기에서 아쉬움은 서운함과는 다르다. 결말을 납득할 수 없는게 아니라

결말에 너무나 납득할 수 있기 때문에

내자신이 감쪽같이 속았다는 사실에 경의와 전률을 느끼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말이 되는 이야기"로 바꾼건 작가의 마술같은 글만드는 솜씨 때문.

일단 상상의 화폭이 넓다.

일본에서 고립된 외딴섬을 환타지 세계로 설정해서

그 섬만의 규율, 사회 체계와 다양한 개성의 섬사람들을 만들어 낸 것만으로도

눈이 휘둥그래질 지경인데

날실과 씨실을 엮어 그 세계와 현실 세계를 접목해서

하나의 미스테리 사건을 만들어내고 풀어헤치는 솜씨가 전혀 군더더기도, 빈틈도 없었다.

 

천재?

작가 스스로도 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고심하고 연구하고 연습하고 머리를 쥐어짰으리라는 상상이 어렵지 않다.

만일 그게 아니라면

이 작가는 진정한 천재일 것이다.

 

이 소설을 바라보며 한 마디로

"2차원 세계의 독자를 위한 3차원 세계에서 온 작가의 선물"이라고 한다면 과찬일런지?

 

 

이유가 안 돼?

 

한가지 놀라웠던건 번역 솜씨

원본을 알 도리는 없으나 단어를 고르는 번역자의 안목이 상당히 빛나는 소설이었다.

그 단어나 문장을 읽으면 바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보이는..

상당히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이 문장

"이유가 안 돼"(사쿠라의 말)

 

 

여운?

 

또한 한가지 더 놀라왔던건

비록 이 소설이 어쩌면 그저 재미있고 기발할 수만 있었던 소설일 수도 있었는데

덤으로 보여주는 작가의 도덕관과 가치관이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흘리는 말에서(위의 사쿠라의 말을 포함해서)

인생에서 들어봐야만 할 말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이 소설은 단지 재미있는 시간때우기가 아니고

지적 유희 게임만도 아니고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고 내주변을 돌아보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 되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남아

다시 책을 쓸어보게 되는 소설.

 

최근에 읽은 가장 멋진 소설이었다.

 

 

 

인상적인 구절들

 

".. 자기가 사라지는 장면을 누군가가 지켜봐 주길 바라지 않겠어요? 저 같으면 그럴텐데요. 그렇지 않으면 나란 사람이 처음부터 존재했는지 안 했는지 누가 알아요?"

 

"인생이란 건 말이지. 백화점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나 매 한가지야. 나는 제 자리에 멈춰 서 있어도 어느 틈엔가 저 앞으로 나가 있지.(중략) 도착하는 곳은 정해져 있지. (중략) 자기가 있는 장소만큼은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라고들 생각해."

 

..내가 강해서 그런 게 아니다. 약하기 때문이다. 그냥 대충 그 자리만 모면하면서, 딱히 살아갈 이유도 목표도 없던 나는 그녀가 보기에 제일 먼저 쓰러트려야 할 대상이었음에 틀림없다.

 

"그 아이...(중략 ) 그런, 사람을 밀쳐낸 적이 있는 손이었어. 눈은 또 살인자의 눈을 하고 있고 아주 부정한 짓을 한 손이더라고." (중략) "아무렴 네가 걔랑 친구겠니. 두고 봐라. 세상을 어지럽히는 건 꼭 그런 아이란다."

 

"내가 알고 있는 한, 그렇게 머리가 좋고 상대의 아픔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자는 오래 삽니다."

..나는 권선징악을 컨셉으로 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천벌을 받는다.'는 옛말을. 나는 좋아한다. 왜냐하면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동물을 먹고 살아간다 나무껍질을 벗겨 살아간다. 몇 십, 몇 백의 희생을 치르고 한 사람의 인간이 살아간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해서 살아갈 가치가 있는 인간이 몇이나 되는지 아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 어느 만큼의 동물들이 희생을 치러야 하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꽃들을 짓밟을 것인가. 사쿠라는 그런 의문을 던지는 대신 사람을 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가게들이 있으니까 인간이 저 잘났다고 착각하는 게야. 이렇게 살다간 '태양이 없어도 우린 문제 없다.'고 떠벌릴 테지.

 

 

"다만 민들레꽃이 피는데 가치는 없어도 그 꽃의 천진한 아름다움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인간에게 가치는 없지만, 없는 것은 없는 것일 뿐 그렇다고 화를 낼 일을 아니지요."(중략) "우리 꽃이나 심을까요?"

 

광기와 수용, 미치기와 받아들이기. 둘은 닮은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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