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 스토리 3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브레이브 스토리 1권을 조금은 지루하게,

2권을 조금 상투적으로 읽었던 사람이라면

3권에서 느끼는 반전의 기쁨은 가뭄에 단비와 같을 것이다.

 

앞권들에서 아슬아슬한 게임 화면같은 주인공의 외면적 질주를 보여주었던 소설은

3권에 들어서면서

본질적인 마음의 문제 넘나들기 시작한다.

 

특히 주인공 와타루가

비전에서 만난 아버지의 그림자(야콤-아버지와 닮은 인물), 그의 애인, 갓난애를

분노와 미움에 북받혀 자기 손으로 죽이고 나서

인간 삶의 가치의 문제, 상대성의 문제를 고민하고

자기 내면의 어두운 욕망에 절망하는 씬은

3권의 백미다.

와타루는 일을 "아마도 환상이었나 보다"라며 자위까지 한다.

(3권이 끝날때까지 일이 환상이었는지 실제였는지에 대한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와타루의 개인적인 가족 문제 뿐만이 아니라

3권에서 드러나는 다른 "마음" 흔들림은

비전에서 와타루가 진정으로 원하는 소망이 무엇인가 하는 번민의 과정이다.

 

번민은 "내가 죽거나 고통을 당하는 대신" "다른 이들에게 행복이 있다면"

"나는 소원을 소망할 것인가," 하는 상대적인 가치,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절대절명의 위기를 좌지우지 있는 "생명줄의 가치"이다.

 

부연하자면 와타루는

난해한 선택의 위에 놓이게 되는데

어려움은 공공의 행복 가족의 행복, 나의 행복 친구의 불행

어떤 쪽도 선택하기 어려운,

더구나 어느쪽을 선택하건간에 자신과 타인의 목숨마저도  왔다갔다 있는

생명과 관련된 어려움인 것이다.

(더구나 그의 나이는 겨우 11세이다)

 

3권이 훌륭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은

"여행자로서의 활약" 치중한 것이 아니라

이런 "인간적인 갈등을 매번 느끼는" 인간의 번민에 대한

독자의 감정 이입을 작가가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는 점이다.

 

더불어 2권에서 병렬적으로 전개되었던 모험들이

3권에서는 하나를 향하여, 주제와 결말을 향하여 목표 의식을 가지고

인과적으로 엮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책을 잡으면 손에서 없다.

해답이 없는 이야기를 해답이 언젠가는 나오리라 기대하며 계속 다음장을 넘기도록 하는

어떤 탐정 소설, 추리 소설같은 전개를 작가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3권을 읽으면서

앞서 2권의 서평에서 내가 책을 "게임같은 소설"이라고 평했던 것을 

오평이라고까지 생각했다.

 

3권을 보면서 느낀 점은

소설은 게임같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끝없는 이야기"류의 환상 소설에 가깝다는 점이다.

여행을 통해 자신을 깨달아 가고 세상을 깨달아가고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아 가는 그런 소설.

 

아쉬운 점은 미카엘 엔데의 동화적이면서도 세련된 전개에 비해

소설이 보다 직설적이고 투박한 느낌을 준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아쉬운 점은

도입부가 너무 길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전체가 4권인데 책에서 손을 없는 단계가 3권에서부터 시작된다면

(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므로 일반화 수는 없다)

과연 1권을 독자가 계속 2권을 보게 될런지..

그래서 이런 기쁨을 3권에서 맛보게 될런지 걱정스럽다.

 

최근에 중에서

대사를 음미하며 다시 읽어보고 싶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주인공의 갈등을 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되는

어쩌면 환타지의 형식을 빌린

내면 탐구 동화 같은

그런 소설이었다.

 

그것이 3권을 보고 느낀 느낌이다.

 

<인상적인 구절들>

 

"..세계가 네 말대로 될테니까 너는 무엇을 하든 죄의식 같은 건 전혀 느낄 필요가 없어..."

(중략)

"그런거 싫어"

(중략)

키키마를, 미나를 좋아하는 것은 그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와타루의 말대로 따라 주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친절함이나 착한 마음이 자신의 마음으로 스며들어 오기 때문에 소중한 동료인 것이다.

(중략) 모두가 내 말대로 해 주어서 그래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아름답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당신이 만들어낸, 당신이 형태를 입힌 공포지만 당신에게는 결코 사라질 수 없는 공포다. (중략) 당신의 번민은 그야말로 사막의 신기루다. 당신은 있을리 없는 일을 두려워하고,

있을 리 없는 일로부터 도망치려 하고 있다. 그것은 그저 시간 낭비."

 

"왜 그처럼 불합리하고 잔인한 일이 이 비전에 존재하는가.

답은 하나일세. 알겠나. 그것은 당신 마음속에도, 그런 불합리함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당신 자신과 다르게 생긴 것을 싫어하거나, 생각이 다른것을 물리치거나,

무엇을 싫어하거나,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타인보다는 늘 좋은 생각을 하고 싶어하거나,

타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시샘하거나, 그것을 빼앗으려고 낑낑대거나,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다른 사람의 불행을 바라거나 하는 마음이

당신 안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댜.

비전에 있는 것은 단지 그것을 반영하여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지."

 

"당신은 용감하지. 당신은 상냥해. 당신은 타인을 배려할  줄 아네. 친구를 생각할 줄 알지.

당신은 선량해. 하지만 그런 당신의 안에도 증오가 있고, 질투가 있고, 파괴가 있네.

그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 눈을 피하고 등을 돌려 도망칠 수 없는 진실이야."

 

"당신뿐만이 아니네. 사람은 모두 같아. 예외는 없다네.

완벽하게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는 법이라네.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완벽한 나쁨보다도 훨씬 사악할 것이야.

그런 마음을 반영하여 형태를 이룬 비전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곳만은 가고 싶지 않네"

 

"차별도 파괴도 증오도 당신이라면, 우정도 부드러움도, 용기도 당신일세.

.. 타종족을 차별하고,

이 세상의 불합리함을 모두 그들 자신의 문제라고 떠넘기려는 무리들 역시 당신이고,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도 당신이네.

당신은 몇번이나 목숨이 위태로왔지. 당신을 죽이려 하는 것이 비전에 있어.

그것도 당신일세.

하지만 한편으로 아무 이익도 없이 당신을 도와주고 당신의 힘이 되려는 동료들도 있네.

그것도 당신일세."

 

"당신 자신을 들여다보게. 증오나 분노, 상냥함이나 용기, 어느 것이나 모두 당신 것이네. 그것을 직시한 이상,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결론을 내리게...."

 

"나는 운명을 바꾸고 싶었어.. (중략)

설령 운명을 바꾼다 해도 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리 운명만 바꾼다고 해도 슬픔이나 증오같은 것은 사라지지 않아. .."

 

"나는 처음에 모든것을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다고 생각했어. 다시 행복해질 것라고. 하지만 아니었어. 그 때뿐. 다시 또 다른 슬픔이나 괴로움이 찾아보면 전과 똑같아질 뿐.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싫어하는 것을 사라지게 만드는 게 아니었어. 그 사건은 사라지지만 내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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