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9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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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 : ‘그것’을 본 인상을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깊고, 짙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걸쭉한 녹색. 지상에 드러나 있는 무기질적이고 지나온 세월이 짧은 콘크리트며 아스팔트에 비해 ‘그것’은 너무나도 복잡한 유기물 집합체 같았다. 그래, ‘그것’은 분명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P.71 : 뭐랄까요, 세상엔 설명할 수 없는 일, 설명 안 해도 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P.193 : 가끔씩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자기가 벌써 유령이 된 것 같은 느낌. 아니, 세계가 이미 멸망하고 난 뒤의 유령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렇게 조용한 산책길을 걷는 자신은 멸망한 세계가 꾸는 꿈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일본의 베니스라 불리는 후쿠오카의 '물의 도시' 야나가와를 모티프로 탄생한 상상의 도시 '야나쿠라'에서 벌어지는 연쇄 실종사건을 담고 있다.

거미줄 같이 얽혀 있는 수로가 도시 전체를 가로지르는 후쿠오카의 유명한 물의 도시 야나쿠라에서 연쇄 실종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불가사의하게도 실종됐던 사람들은 당시의 기억을 잃은 채 다시 돌아온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으로 돌아온 사람들, 전직 대학교수 교이치로는 그들의 집이 수로에 면해 있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그리고 제자 다몬, 딸 아이코, 신문기자 다카야스와 함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나간다.

말하기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혼자 있기보다는 남들과 같이 있는 쪽을 선호하는 주인공 '다몬'. 자신만의 복잡하면서도 독특한 세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고독을 느끼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를 호소하는 '교이치로'. 늘 혼자라고 생각하며 물가에 서서 강 건너를 바라보는 타입이었던 '아이코'. 나와 다른 타인을 부러워하면서도 공존이 아닌 병존을 택한 '다카야쓰'.

온다 리쿠는 각기 뚜렷한 캐릭터를 가진 네 명의 등장인물을 내세워, 완전한 개체로 존재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커다란 하나가 되기를 원하는 인간의 모순을 화두로, 개인과 공동체, 자아와 집단의식의 메커니즘을 그려낸다.
-aladdin 책소개 중에서..
 
수로가 연결된 마을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의 연쇄실종사건을 수사하면서 맞닥뜨리게 된 거대한 진실
돌아오는 자들은 사람이 아닌 그것이 된다는 사실... 다몬과 교이치로, 아이코, 다카야쓰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도서부 아이들을 데리고 지역 공공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자유시간 중에 읽었던 책인데 결론을 열 페이지쯤 남겨놓고 다 못봐서..ㅎㅎㅎ
그래도 재미나게 보았다. 온다 리쿠만의 기묘한 느낌은 여전히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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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 누구나 생애 한 번은 그 길에 선다
윌리엄 폴 영 지음, 이진 옮김 / 세계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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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당신은 뿌리입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당신이 어떤 꽃이 될지 알고 계시죠. 자신이 뿌리라고 너무 책망하지 마세요.
뿌리가 없으면 꽃도 없는 법이니까요. 지금은 보잘 것 없고 황폐해 보이지만 나중에는 꽃으로 피어납니다."
 
오두막으로 전세계의 많은 독자에게 하나님과 예수님 그리고 성령님에 대한 놀라운 새로운 접근을 가져다 주었던 작가 윌리엄 폴 영의 두번째 작품.
갈림길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잘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내 마음에 다가와주었던 문장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이 책의 리뷰를 대신하고자 한다. 내가 적는 이 문장들은 당신에게 혹은 또다른 누군가에게 나와는 다른 어떤 의미로 다가올 테니까..
 
p.11
고통, 상실, 체념은 각각 그를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그리고 그 셋이 힘을 합쳐 그를 참혹할 정도로 황폐하게 만들었다.
토니를 무장시킨 것도 그 세 가지였다. 그는 말속에 칼을 숨기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성벽을 쌓았다.
토니는 소외와 고독에 갇힌 채 그 속에서 안전하다고 착각했다.
 
p.25
"항상 예수님 곁에 머물러야 해. 그러면 절대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을 거야. 그리고 하나님은 절대로 널 놓지 않으신다는 것도 꼭 기억하렴."
하나님은 아직도 그를 놓지 않았을까? 알 수는 없지만 지금쯤은 놓아버렸을 것이다.
 
p.45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문득, 언젠가 이곳에 와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실제로 왔다기보다는 이런 상황에 처했던 적이 있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리라. 인생이란 결국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 아니었던가.
그는 늘 자신의 선택에 허세를 부렸고, 그 선택이 어떠한 의미인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그 모든 선택은 자신의 정확한 평가와 놀라운 판단력의 연장일 뿐이라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설득해왔다.
 
p.47
어딘가 도착해야 한다는 부담을 벗어던지면서 토니는 비로소 걸음을 멈추고 주위 풍경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목적 없는 여행은 그 자체가 놀라운 선물이었다. 지켜야 할 시간도, 따라야 할 계획도 없어지는 순간, 주변 풍경의 아름다움이 길 잃은 혼란의 짜증을
누그러뜨렸다.
 
p.67
토니, 진실과 반하는 사실만을 믿고, 또 그 속에서 산다면 그게 바로 지옥입니다. 당신은 영원히 그곳에서 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제 진실을 말씀드리죠. 당신이 진실을 믿건 믿지 않건, 그 진실이 당신에게 사실이건 사실이 아니건,
당신이 지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건, 당신은 결코 단절되지 않았습니다.
 
p.225
이 뿌리가 바로 '이전의 삶'입니다. 당신이 알고 경험하는 모든 것은 다른 것, 보다 큰 무언가의 맛보기일 뿐이죠.
당신이 알가가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의 속, 뿌리의 모든 것으로 당신은 꽃의 힌트를 찾습니다.
그러나 뿌리만 보고 꽃의 기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물론 마침내 꽃을 보게 되는 순간이 오면 그제야 뿌리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겠지요. 그 순간이 바로 '이후의 삶'입니다.
 
p.352
"내가 파파 하나님께 이런 선물을 부탁했거든. 아빠가 다시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내가 여기 와서 도울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어.
그래서 여기 있는 거야. 내가 마음을 다해서 아빠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아빠가 온전해지고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어."
 
p.409
"난 이미 죽었어요. 난 삶의 대부분의 시간에 죽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사실조차 몰랐었죠. 내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서 돌아다녔고, 주변 모든 사람들을 나의 죽음으로 괴롭혔어요. 하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아요. 난 진정으로 살아 있어요. 내 평생 처음으로 난 살아 있고 자유로워요. 그래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거예요. 난 마음을 정했어요. 이건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린지를 위해 진정한 삶을 선택하는 거예요."
 
p.426
축하할 시간. 이후의 삶을 위한 시간. 모이고 이야기하는 시간이지요. 한 가지 분명한 건 파파 하나님은 한 번도 우리 곁을 떠나신 적이 없다는 겁니다.
바로 지금부터 최고의 순간이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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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아이들 창비청소년문학 45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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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의 그 말은 어쩐지 가정 폭력으로 신고를 받은 남자가 남의 집안일에 신경 끄라고
냉정하고도 우아하게 항의하며 현관문을 닫아버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태생이 불우한 아이들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외딴섬에 세워진 로젠탈 스쿨. 다큐멘터리 PD인 '마'는 설립 이래 한 번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이 학교를 카메라에 담기로 결심한다. 로젠탈 스쿨은 완벽한 시설을 자랑하지만 취재를 통제하는 교장과
학교를 찬양하기만 하는 아이들을 보며 마를 의심을 품는다, 그러던 중 우발적으로 터진 폭력 사건을 찍은 촬영 감독은 지하실에 갇히고,
마를 향해 경고를 보냈던 "여기서 달아나" 메시지와 그간 취재한 내용을 압수하려는 교장과 교사들을 피해 산으로 달아나는데..
 
마치 공지영의 도가니와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을 섞어놓으면 이런 모양의 기묘한 공간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물론 위에 든 작품과 동일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보는 내내 심장이 답답하고 아려왔다.
이미 불우한 태생의 아이들(범죄자의 자녀, 고아, 살아남기 위해 범죄자가 되어야 했던) 그 아이들을 향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까. 그리고 교장의 그 태도는 또한 무엇일까.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요소를 타인에게 갖다 붙이는 행위에 성공하는 순간 그는 더 이상 타인이 아니게 되고 나를 투사한,
내 뜻을 반영한 내 소유의 로봇이 된다. 말하고 싶다. 나는 당신 소유가 아니고 당신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불우한 아이들을 여전히 쓰레기 취급하며 작은 섬에서 자신의 통제와 컨트롤 아래 완벽히 두려는 교장의 욕심
그것들을 동조하는 교사들. 그리고 어차피 세상에 나가봐야 자신들에게 더 호락호락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교장의 독재에 눌려 사는 아이들. 도가니가 그랬던 것처럼..
결국 용기를 내도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아이들이기에 참 미안하고 참 답답하고 참 슬프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고의는 아니지만 등으로 우리에게 생각할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구병모의 학원 소설..
피그말리온 효과.. 이 책을 보고 이 단어가 참 무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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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가족
니시 카나코 지음, 김활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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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죽은 무언가의 뼈처럼 새하얗고 온 세계의 중력을 짊어진 듯이 휙 구부러진 한 그루의 나무.

우리에게서 엄마의 가는 손가락을, 호수처럼 반짝이던 미키의 눈동자를, 우리 모두를 지키는 아빠의 팔을,

따뜻한 봄을, 수다쟁이 사쿠라를 모두 가져가버린 그 나무."

 

한 가족의 이야기. 멀리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가족이 섣달 그믐날을 맞아 한 곳에 모이면서

행복했던 시간, 자라면서의 추억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단번에 앗아가버렸던 사건..

절망한 아버지, 음식으로 몸을 채운 어머니, 빗나간 애정. 그 모든 것의 발단...

읽으면서 함께 웃고 즐거워하고 속상해 하고 가슴 아파하고 울었다.

 

누구보다 화목했던 부모님과.. 큰아들, 작은아들, 그리고 예쁜 여동생.. 수줍은 개 사쿠라..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았던 한 가정이 산산히 부서진 이야기...

그러나 다시 회복을 말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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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을 안고 튀어라 J 미스터리 클럽 1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권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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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너머로 낮게 가라앉은 도시에 아침이 왔다. 지붕들이 누렇게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아사히 맥주의 굴뚝 연기가 곧게 하늘을 향해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람은 없었다. 조차장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열차 소리가 들려왔다.

날씨는 쾌청. 세기의 대도적이 오사카를 누빌 날이었다."

 

다카무라 가오루 작가의 첫번째 작품. 1990년 일본 추리 서스펜스 대상을 수상한 이후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로

국내에서는 2008년에 발간되었다.

 

은행 지하에 잠들어 있는 백억 엔 상당의 금괴를 강탈하겠다는 무모한 계획을 세우는 여섯 남자들의 치밀한 준비 과정과 당시 사회상과 결부된 인물간의 갈등을 예리한 시선으로 파고들어 특유의 장중한 문체로 담아내었다.
여섯 명의 금괴탈취작전팀은 착착 계획을 진행시키지만 한편으로는 팀에 합류한 폭탄 제조 전문가 모모가 과거에 저지른 살인사건을 해결해야하는 입장에 놓이면서 갈등하게 된다. 그리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멤버들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팀은 차츰 불안에 빠지게 된다. 치밀한 금괴탈취작전의 막이 오르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은 그들을 계속 가로막게 되는데....

 

세밀한 묘사와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검색을 하다보니 영화로 2012년에 개봉했었는데 고다 역에는 츠마부키 사토시가, 모모 역에는 최강창민(동방신기)가 연기했다.

사실 다른 어떤 것보다 모모와 고다의 관계에서 애틋함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고..

무모한 일을 계획하는 이들의 결말이 어쩌든지 눈에 빤히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흠.... 재일한국인, 북한이 국적인 한국인, 스파이 등등 여러가지 민감한 소재를 함께 다루고 있는데..

결국은 씁쓸하고 슬픈 결론이 난 거 같아 좀 안타깝다..

 

황금을 안고 튀어라 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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