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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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그런 처세서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그게 아니더라- 하는 것이 지금의 솔직한 감상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많은 것들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막연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가치판단들에 대해 심리학적 근거를 들어가며 판단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그런 판단들이 실제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쉬운 예가 제시되며 좀 더 바람직한 삶을 살기 위해 우리의 행동양식이나 사고관이 어떻게 바뀌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언급되어 있다. 이 때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들이 우리가 흔히 보던 매너리즘에 빠진 황금률들은 아니다. 보다 약삭빠르고 보다 현명하게, 우리의 삶을 더 효율적이고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아주 살짝, 시각을 바꿔볼 것을 권하는 정도인데, 책의 제목인 '프레임'은 바로 그 '시각' 혹은 '사고관'을 뜻하는 용어로, 사진프레임에 따라 같은 풍경에서도 여러가지 느낌을 가진 사진이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마음 속의 프레임을 바꿔 끼우면 같은 상황에서도 더 나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모순되고 앞뒤 안맞는 가치판단을 해오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역지사지, 초지일관 등의 사자성어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저자가 보여주는 우리의 모습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처음과 끝이 다른지! 읽어나가면서 새삼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잡아내어 우리 눈 앞에 들이미는 저자의 눈썰미에 감탄하기도 했다.

  저자의 화려한 이력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의 간결하고 명확한 서술방식이나 다양한 예시 덕분에 누구나 쉽게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이라 지루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안에 알차게 여러 내용을 담아놓아 읽는 이로 하여금 뿌듯한 포만감까지 느끼게 해주는, 덕목을 여럿 거느린 책이다. 특히, 그 중 가장 큰 미덕은 두리뭉실한 말이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문장으로 우리가 가져야 할 프레임을 제시해준다는 점으로, 굳이 여타 명상서적을 읽고 난 뒤처럼 '아 나는 보잘것없구나. 이제부터 나는 어떻게 해나가면 되는가'라는 생각을 따로 할 시간이 없는 현대의 바쁜 사람들에게는 목 마른 날 감로수같은 배려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상명하복 식의 '묻지마 복종'을 요구하는 거만한 책도 아니라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프레임을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이유들이 각 챕터마다 넉넉히 설명되어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는 사람, 무언가 어긋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한다. 그 외에도, '자신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의 타당성을 점검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일독을 권한다. 하지만 굳이 그런 목적이 없이도 교양을 위해 가볍게 읽어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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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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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기를 결정했을 때는 제목에 끌렸고, 읽기 시작하면서는 두께에 압도되었다. 550페이지를 웃도는 분량에, 띠지에 적힌 '중세의 CSI'라는 찬사가, 요즘 왠지 바삭하고 얄팍한 소설이나 읽게 되는 본인에게는 분명 어떠한 기대를 안겨주었다. 밤을 새워가며 토끼눈 되도록 한 권을 막 읽어낸 지금, 본인은 어떻게 느끼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세의 CSI'라는 표현은 맞다. 하지만 21세기의 CSI처럼 현란하고 치밀한 범죄구성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아리아나 프랭클린의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은 소위 '매니아' 층에서 각광을 받을 수 있는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터부시되는 (그래서 더 흥미를 끄는) '죽음'이라는 존재, 법의학, 12세기 영국이라는 중세배경, 살짝 들어가 있는 로맨스, 배경 중 하나로 등장하는 교회 (혹은 기독교 신앙) 등의 매력요소들은 프랭클린의 펜 아래에서 매끄러운 한 편의 이야기로 잘 어우러지기는 하지만 그것들을 엮어나가며 생기는 소소한 구석구석은 마무리가 약간 허술하다. 이러한 스릴러물에서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키다 멈출 정도로 사람을 쥐락펴락하는 면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 작품에서 그런 면은 크게 찾아보기 힘들어서 처음부터 한 호흡으로 책에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마치 아름다운 레이스를 감상하던 중, 보고싶지 않아도 밉게 묶인 매듭이 눈에 자꾸 들어오는 기분이었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 장르를 굳이 잊어버리고 한 편의 '소설'이라고만 생각하면 읽을 만한 책이고 재미도 있다. 하지만 사전에 특정 장르에 대한 선입견 혹은 높은 기준을 갖고 책을 읽는 사람은 정중히 일독을 말리고 싶다.

  특히 범인설정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저 범죄의 원인이 '그 사람의 천성'이었다고 이야기하기보다 뭔가 유아살해에 대한 더 설득력있는 근거가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범인-에 대한 작가의 설정은 밋밋했고, 때문에 그만큼 충분히 공들여가며 우리에게 그들의 범죄근성에 대해 어떤 '납득'을 시켜주는 것도 아니다. 작가의 설정에선 그들은 단지 '그런 성격'이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것이었다. 단지 '살인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는 좋은 스릴러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식으로 설명하려면 우주 삼라만상 중에 설명 못할 것이 없다. 마치 산이라서 산이고 물이라서 물이라는 느낌이 아닌가. 물론 이런 불평이, 은연중에 좀 더 큰 자극을 바랐던 본인의 욕심 때문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작가의 프로필을 보니 중세물을 본격적으로 쓰는 작가인 것 같았는데 그녀의 다른 작품을 기대한다. 다만 그 작품은 지금처럼 물흐르듯 매끄러운 글흐름 안에서도 어느 정도의 깊이를 더 보강한 내용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지금의 솔직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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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1 - 왕의 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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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존재다. 자신과 같은 종족이 60억 개체 이상 서식하고 있는데도 외계생명의 실마리를 더듬는가 하면, 소설과 영화 속에선 가상의 종족을 만들어내 그들에게 인간같은 지적 능력을 부여하며 논다. [테메레르]도 그러한 유희적 산물 중 하나로, 이 책에서는 인간과 동등하거나 혹은 더 월등한 지성과 감성을 가진 '용'이라는 존재를 전면에 부각시켰다.
  [테메레르]는 '그 시절 용이 있었노라'하는 설정과 실제역사를 날실씨실 엮듯 엮어 만든 대체역사소설로, 주요 설정은 <용-비행사>로 표현되고 있는 두 종족 간의 정신적 교류다. 소설 속에서의 용은 요즘의 전투기처럼 일종의 전쟁병기로 쓰이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과 인간 사이에 무조건적인 주종관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용은 자신의 의지로 비행사를 선택하며 비행사는 '마치 가족이나 연인을 대하듯이' 자신의 용을 돌보고 그와 교감한다. 용은 자신보다 먼저 죽은 비행사를 오래 추억하며 자신의 비행사가 죽는 광경을 보고 슬픔과 충격에 빠지기도 한다. 설정만 보면 <드래곤-라자>의 설정을 들고 나왔던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와 흡사하다. (두 소설 모두 '인간의 이상적인 교감상대'로서 '용(드래곤)'을 내세우고 있는 터이므로 그 두 존재가 가장 끈끈하게 묶일 수 있는 가시적 장치가 양 쪽에 모두 등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드래곤 라자]는 다른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부가적 장치로 <사람-드래곤>의 관계를 제시할 때 [테메레르]는 그 '관계' 자체를 소설의 핵심소재로 제시한다는 점으로, 이 때문에 두 소설이 비슷한 설정이라는 것을 느끼면서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테메레르]를 읽어낼 수 있었다. 집중해야 할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드래곤 라자]를 읽으면서 용과 인간 사이에 맺어지는 라자의 계약에 매력을 느꼈던 터라 이 소설에서 그 때 어느 정도 남았던 불만족-'왜 이 매력적인 설정이 요만큼밖에 나오지 않는 것인가'-을 모두 해소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테메레르]에서는 [드래곤 라자]에서 선명하게 강조되는 '깊은 생각이 필요한 주제'가 사라졌지만 그 대신 매력있는 소재 및 실존역사와의 교묘한 조합이라는 요소가 그 빈 자리에 들어오기 때문에 소설의 내용이 허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말하자면, 읽는 이로 하여금 동경과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를 갖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딱히 어떤 철학적 내용이 있다기보다 그저 가볍게 읽기 쉬운, 소위 '해리포터 류'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오히려, 무거운 주제가 있었다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희열이나 '내가 테메레르의 비행사였다면'으로 이어지는 즐거운 공상이 모두 깨져버렸을 정도로, 이 소설이 독자에게 가져다 주는 임팩트는 작은 것이 아니다. 이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재미라면 '다른 무언가'를 더 첨가하는 것이 오히려 군더더기처럼 보일 정도로, [테메레르]는 첫 장을 펼침과 동시에 독자를 그들의 세계로 빨아들인다. 확 박력있게 빨려들어가는 참에 '자, 빨려들어가는 참에 이것도 같이 생각해보렴'이라고 말하며 작가가 묵직한 주제를 던져준다면 본인도, 당신도, 다른 독자도 그녀를 저주할 지도 모른다.
  가끔 과감하게 느껴질 정도로 시점(時点)을 옮기는 덕분에 내용이 속도감있게 읽히며 아주 기본적인 수준의 세계사 지식만 있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 문학의 예술, 학술적 가치도 중요하겠지만 소설의 근본은 역시 대중에게 즐겁게 읽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테메레르]의 이런 면모는 가히 미덕으로 칭찬할 만 하다. 가끔 엿보이는 '작가가 갖고 있는 동양에 대한 신비감'만 보아넘길 수 있다면 즐기는 데 아무 염려할 것이 없으며, 실제로 그 점도 굳이 예민하게 읽지 않는 한 거의 느끼지 못하고 넘어갈 정도의 수준이다.

  자, 이제 지루한 평은 그만 하고 감상을 말하고 싶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네들에겐 소설 속 용들의 따뜻하고 큰 눈망울에 열광할 수 밖에 없다. 사람이 가질 수 있을 가장 이상적인 친구- 지적이며 관대하고 감성이 있는 그들, 무엇보다 순수한 그들을 보며 우리는 그들의 비행사를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종족끼리 교제를 하며 얻는 절대적 교감, 그 순수한 기쁨을 소망하기엔 우리는 살아오면서 상처받은 기억이 너무 많다. 나오미 노빅도, 수많은 타 종족이 나오는 판타지 소설의 작가들과 종류도 알 수 없는 외계인들이 등장하는 SF 작가들도, 그리고 그 책들을 읽는 우리도, 그냥 이렇게만 살기엔 너무 갑갑했던 게다. 엘프며 드워프가 등장하는 여타 판타지 소설을 비롯하여,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이 [테메레르]도, 단순한 놀이라기보다는 나 이외의 다른 존재와 '관계' 맺고 싶은 목마름을 해소해보려는 우리 인간들의 씁쓸한 자위책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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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상식사전 - 옆자리 선배도 모르는 회사생활 생존비밀! 길벗 상식 사전 9
우용표 지음 / 길벗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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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 들어오면 아이들은 당황하기 마련이다. 주어지는 시간표, 강요되는 봉사활동 등, 타의적인 행동에 익숙해져 있다가 갑자기 모든 것을 혼자 해내라고 하니 말이다. 활달한 아이들은 알아서 선배들과 친해지고 동아리활동에 모꼬지까지 열심히 챙기지만 수줍고 내성적인 아이들은 어느 새 집-학교-도서관-집...만 배회하게 되는 것 같다. 학점이 좋으니까 취직할 때 큰 걱정이야 없겠지만, 남들과 어울리면서 알아놓아야 했을 사회적 행동양식은 이제 어디서 배워야 할까.

 

  이제 소개하는 [신입사원 상식사전]은 그런 우리네들-수줍음 많고 요령없이 우직한 '학점파'들을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야전지침(필드매뉴얼,FM)이다. 직전까지 자신이 있었던 평온한 도서관의 세계와는 너무 달라 마치 전쟁터와도 같은 이 사회생활에 뛰어들었을 때, 요령, 간단한 예의범절 등과 같은 기본 방어구조차 없어 직장생활 시작 5일 만에 넉아웃된다면 그건 너무 우울한 일일 게다. 요즘처럼 취직하기 어렵다는 때라면 더더욱! 그런 사람들에게 권해주고픈 이 '상식사전을 빙자한 지침서'는 읽는 신입사원에게 방어력 +50정도는 넉넉히 보장해줄 수 있을 정도로, 여러가지 내용을 알차게 담고 있다.

  작게는 주도부터 크게는 회사에서 쓰이는 주요 프로토콜, 덧붙어 따라오는 '회사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한 소소한 팁들'까지 자신의 직속선배에게서도 다 들을 수 없을 법한 이야기를 저자는 마치 술자리에서 후배에게 이야기하듯 꾸밈없는 어조로 이야기해준다. 두리뭉실한 일반론이 아니라 실전에서 바로바로 쓰일 수 있을 법한 구체적인 팁을 주니 이제 막 병아리사원으로 입사한 어리버리 신입사원들 귀에도 쏙쏙 들어가 박힐 법 하며, 저자의 부끄러웠을 법한 실패담까지 반례로 같이 들어주니 듣는 입장으로서는 하나하나 허투로 듣지 못하고 항시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피곤한 사회생활 와중에도 집에 돌아오면 꼭 펴보고 싶은 책, 주변 친구들에게는 권하지 않고 혼자만 보고 싶은 책, 이 책이 회사생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은 아니지만 처음에 걸리기 쉬운 돌부리 몇몇을 확실히 치워준다는 데에는 이 책을 읽은 사람이면 누구 하나 이견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가짐만으로 모든 일이 잘 풀리지는 않듯이, 이 책에도 신입 특유의 투지와 낙관주의만으로는 풀어내기 힘든 소소한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다. 때문에 '백면서생'으로 요약되는 '아무 것도 몰라요' 표 신입사원 외에, 학교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던 신입사원, 이제 막 신입 딱지를 떼는 회사원들모두에게 역시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책 제목이 [신입사원 상식사전]이라고 해서 꼭 신입에게만 쓸모있는 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간관리자(매니저)급으로 올라가기 전의 사원이라면 누구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만한 내용들이니, 차라리 [말단사원 상식사전]으로 제목을 바꾸어도 내용과 크게 어긋남은 없을 게다. 

 

  모처럼 들어온 직장에서 좀 더 잘나가고 싶은 신입, 막상 들어오긴 했지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몰라 두렵기만 한 신입에게 꼭 필요한 책, 없어도 살지만 있으면 더 좋은 종합비타민처럼 읽어내는 것만으로 독자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책. 너무 직접적인 제목에 구입이 꺼려질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럴 수록 내용도 직접적인 경우가 많은 법이다. 취업준비생부터 병아리사원까지, 우리 이 책을 읽고 좀 더 자신있게 날아올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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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답이다 - 이론은 언제나 죽어있다 서돌 CEO 인사이트 시리즈
다카하라 게이치로 지음, 양준호 옮김 / 서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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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읽히는 내용 중에서도 한 귀로 흘려버릴 법한 것이 없었다는 것은, 책의 저자가 그만큼 내실있게 살아왔다는 증거이리라.

 

  기업 총수가 쓴 책인데다 그 제목이 '현장이 답이다'라고 해서, 현장에 관한 이야기, 어떻게 하면 사업이 번창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논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한 기업의 총수로서 지금까지 느껴온 것들, 어떻게 해야 보다 바람직한 경영자 혹은 고용자가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고 개인적으로도 그런 이야기가 독자에게 더 어필할 수 있었다고 본다.

  고용자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누군가를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선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리더'라는 입장 간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참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마치 사찰에 샘물이 조용조용 흐르는 것처럼 어렵지 않게 그 균형을 유지하며 산다. 주변에서 괴이쩍다고 손가락질 받을 수 있는 부분임에도 흔들림없이 믿는 대로 밀고나가고 부하로부터 '그것도 모르십니까'라는 무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오 그래, 자네가 한 번 설명을 좀 해주게'라고 말할 수 있는 심적 여유란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닐 터이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하찮은가, 지금 내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급한가, 조금 기분이 상하더라도 회사를 위한 젊은 제안들을 듣는 것이 급한가-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 몸으로는 실천이 금세금세 되지 않는 것들, 그러면서도 그 사소한 차이로 좋은 경영자 혹은 별 볼 일 없는 경영자로 단박에 갈릴 수 있는 중요한 면면에서마다 저자는 심적동요 없이 언제나 더 좋은 쪽, 더 바람직한 쪽을 택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옛 말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저자는 이 말을 '현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용했지만, 본인은 다른 의미에서 이 금언(金言)을 독자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애초의 집필의도처럼 현장도 중요하겠지만, 드러내고 싶지 않아도 여름밤 꽃향기처럼 책 속에서 저절로 드러나는 연륜있는 경영자의 면모는 오늘날 얼마나 귀한가- 이를 보면서 우리네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뒷모습을 보며 꿈을 키울 수 있는지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만으로도 이 얇은 책 한 권이 갖는 가치는 귀하다. 기업총수들의 부정축재와 앞뒤 거리낄 것 없이 주먹을 휘둘러 검찰청 출두를 밥먹듯 하는 모습을 질릴 정도로 보아온 사람들에게 다카하라 겐이치로는 이 얼마나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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