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침묵과 용서 : 근친 성폭력의 감춰진 진실 - 침묵에서 벗어나 용서로 나아가는 성폭력 비평서
이미애 / 페스트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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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데 읽어나가면서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손을 못 대고 있습니다.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별 다섯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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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과 광기의 암호를 해독하다
리처드 레티에리 지음, 변익상 옮김 / 애플씨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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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크게 들었던 생각이다. 


연쇄살인범 프로파일링에 흥미를 느껴서 관련서적을 시간 날 때마다 찾아읽는 사람이라 이번 책에도 흥미가 있었는데, 읽고 나니 이건 내가 기대했던 것과 영판 다르다. 전에는 강력범죄자들과 나 사이에 큰 강같은 것이 있어서 우리는 서로 맞닿을 수 없는 그런 존재들이라고 생각했었다. 눈 두개 코 하나 입 하나라고 해서 다 같은 인간은 아니지- 하는 그런 정도의 인식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읽은 이 책에서 저자는 '아니, 그들과 우리는 다 같은 인간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것도 각각의 범죄유형을 하나하나 예를 들어 짚어가면서 그렇게 말한다. 


전에 읽었던 프로파일링 관련 서적들은 각 케이스를 풀어나갈 때 사체의 훼손방식이라든지 타겟으로 점찍힌 피해자들의 공통점이라든지 하는 것들을 엮어서 가해자의 빈곤한 정신세계나 유독 남들보다 강한 가학성이든 폭력성이든 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으로 만족하고 끝내는데, 이 책은 각 범죄자들의 정신분석검사 결과와 과거사를 쭉 보여주고 이 사람이 왜 이런 성격과 정신을 갖게 되었는지 더 깊게 분석해 들어간다. 그 부분이 좀 인상깊었는데 아무래도 경찰과 학자의 차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다이모닉>이라는 개념을 주창하는데 이것은 말하자면 아주 원초적인, 우리 개인의 심연 속에 누구나 갖고 있는 야성적인 일면이다. 평소에는 우리의 이성과 자아가 잘 통제하고 있지만 어떤 이유로 인하여 그 통제의 끈이 끊어질 때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면모를 저자는 다이모닉이라고 칭하면서 이 책에 등장한 각 범죄자들의 다이모닉한 면면이 어떻게 드러날 수 있었는지를 분석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책을 읽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원초성에 대한 통제를 마음에 되새길 수 있게 해준다. 내가 보기엔 그게 이 책의 큰 주제인 것 같다. 


연쇄살인범의 정신나간 머리속을 구경하는 재미로 범죄서적을 읽는 분에게는 추천하기 어렵지만 범죄/비범죄를 떠난 큰 범주에서의 인간심리에 관심이 있거나 혹은 양질의 사회구성원을 어떻게 하면 잘 키워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길티플레저로 휙 읽고 잊어버릴 책은 아니고, 읽고 나면 곰곰 되씹어볼 것들이 분명 있는데 그게 어떤 방식으로든 독자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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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ern Living 2021 Annual Recipes: An Entire Year of Recipes (Hardcover)
Editors of Southern Living / Abram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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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알못이라 레시피 검증까진 못했고요^^;; 예전처럼 흑백일까봐 망설이시는 분들께는 올해 책은 올컬러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네요^^ 커버는 속표지 겉표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꼭 옛날 어린이 위인전세트 커버처럼(?) 반딱반딱 코팅된 두꺼운 겉표지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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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사람들 - 왜 돌봄은 계속 실패하는가, 2021년‘올해의 인권책’선정
정택진 지음 / 빨간소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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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서 읽다가 다 읽기 전에 개인구매합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다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책입니다. 중간중간 오타(니트족을 NEET 대신 NEAT로 쓴다든지, 강영섭 최경철의 재회장면에서 층수를 서로 바꾼다든지)가 눈에 걸리는 것 빼고는 내용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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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 선집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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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존 스튜어트 밀이라는 이름은 고등학교 사회시간에 교과서에서 잠깐 본 것이 전부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과 교과과정을 밟았기 때문에 그 뒤로도 잠깐이나마 밀이라는 이름을 접할 기회가 없었을 뿐더러 '교과서에 나오는 사람이라니, 분명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이겠지' 하는 식의 편견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찮게 선집이 나온다는 말을 들었는데 때마침 서평단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큰 기대 없이 지원하였다. 두툼한 책이 '먹기 좋게'도 생겼고, 언제든 한 번 읽어보면 좋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소화시킬 수 있는 밑바탕이 부족한 상태여서 솔직히 내 돈 주고 구입을 할 거라는 생각까지는 못했다. 그 전에 읽어야 할 책들이 너무 많았고 나는 항상 그렇듯이 돈이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떤 암시도 없이 출판사로부터 택배가 온다는 알림을 받고 제일 먼저 한 생각은 '대체 어떤 서평을 쓸 수 있을 것인가' 였다. 언급했듯이 나는 이과 전공이고 동료들보다 좀 더 나은 수준이긴 하지만 문과 전공자들에 비하면 인문학적 밑바탕이란 것이 거의 없는 사람이다. 저자가 소위 '엄친아' 급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배경지식도 없다. 내공 깊은 사람들처럼 면면이 분석해서 큰 깨달음을 줄 만한 글은 솔직히 쓰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어려울 것 같았지만 이번 기회에 배울 기회로 삼고 싶다"고 쓴 지원동기를 보고 뽑아줄 정도면 출판사 측에서 나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 눈높이에서 본 이 책에 대한 인상을 써보려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언급같은 것은 없다. 그냥 읽어나가면서 느꼈던 자잘한 생각의 편린과 저자에 대한 인상 정도밖에는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화려한 서평은 아마 다른 분들이 많이 써줄 것 같으니 깊은 이야기는 그 분들의 글을 읽기 바란다.

1.

이 선집은 크게 여섯 섹션으로 나뉘는데, 수업시간에 들어본 적 있는 <자유론>부터 시작해서 <공리주의>, <종교론>, <대의정부론>, <사회주의론>, <여성의 종속>까지이다. 1천 페이지가 넘는 양에 주 6일, 매일 13시간씩을 직장에 갖다바치는 입장이라 솔직히 완독을 하지 못하였다. (나같은 사람에게 2주 간의 서평기간은 좀 짧지만 서평단 총 인원 중에 나같이 일하는 사람이 절대소수라는 것도 잘 안다.) 지금 읽는 부분은 <대의정부론>이고 안타깝게도 그 부분이 내가 처음 펼친 부분이다.

선거일에 농땡이 피우지 않고 제 때 투표 잘 한 것만으로 스스로를 칭찬하는 수준이라 이 내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의외로 술술 읽혔다. 가독성이 매우 좋다. 이것은 원저자의 사고가 명료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글로 옮긴 번역자의 노고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인문교양서적 중에 외국의 책을 우리 말로 옮긴 것들을 손에 잡아보면 이게 말인지 신탁인지 알 수 없는 책들이 있는데 역자 입장에서야 원문을 최대한 옮긴다고 그렇게 한 것이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아, 역시 이런 책은 읽는 게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책을 내려놓는 원인이 된다. 이 책은 그러지 않아서 나같은 우매한 독자들에게도 편안하게 다가온다. 일단 잘 읽히면 내용습득이 쉽다. 내용습득이 쉬우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어쩐지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던 번역자의 경험이 이번 번역에서도 우러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원텍스트가 잘 읽혀야 학생들이 읽고 수업을 따라올 테니까.

2주간 읽은 양 치고는 너무 적지 않은가 할 텐데, 중간중간 멈춰서 같이 읽으면 좋은 책들을 찾아보느라 가뜩이나 늦은 속도가 더 늦어졌다. '준비된' 사람을 뽑고 그 사람이 하는 선택이 유권자 개개인의 사적 이익에 반하더라도 대승적 관점에서 공익을 더하는 것이라면 그를 뒤흔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 준비가 미흡한 사람이라도 제 몫을 어엿히 해낼 수 있도록 관련 경험이 풍부한 위원회의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런 부분을 보면서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얼핏 들은 '철인통치론'이 생각나서 플라톤을 연이어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선집 완독은 더 늦어진다. 하지만 적어도 번역자 교수님은 이 선택에 '좋아요'를 눌러주실 것이라 믿는다.) 그 뒤로는 내친 김에 민주주의 관련 서적들을 쭉 읽어나갈 참이다. 언젠가 읽어야지 하며 사두고 묵히고만 있던 책들이 여럿 있다. 최장집과 토크빌, 슘페터 등등...그런 다음에는 <자유론>으로 가보자.

사실 제일 눈길이 가는 섹션은 <여성의 종속>이었는데, 200년 전의 지식인이 생각하는 '종속'은 어느 단계까지인가 하는 부분이 궁금했다. 21세기의 지금과 비교해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만한 이야기를 할 지...하지만 어쩐지 깨인 소리를 해봤자 옛날옛적 할아버지들 중에 트인 분들이 딸들을 고등학교까지 보냈다는 이야기를 듣는 정도의 느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일단 집에서부터 차별받고 자라온 여성으로서 이 부분에 대한 기대는 어쩐지 피로감이 같이 든다. 어차피 뻔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82년생 김지영>을 읽지 않았던 그 때처럼.

2.

얼마 접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인상이라 이것이 완전한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까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건강한 지식인'의 모습이다. 자신이 속한 사회, 더 크게는 세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스스로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하는 모습, 특정 계층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만한 언급이 나오더라도 뭉뚱그리지 않고 할 말을 다 하는 모습. 그렇게 자기주장을 명확하게 하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이렇게 한 사람이 불을 붙이고 여러 사람이 그 불을 이어받으면 세상이 더 환해질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그런 사람이 있는가 생각해보았는데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단편적인 현상을 가지고 짧게 판단해서 글부터 올리고, 그게 아니라는 반박이 들어오면 "아 그래요? 그럼 말고."하는 식이 많이 보인다.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이 그러고 있으니까 덜 배운 사람들은 으레 그래도 되려니 하고 살아간다.

예전, 우리 부모님 세대 때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왜 그럴까 짚어보면 대학이 한낱 직업학교로 전락했던 때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이렇게 바뀐 것 같다. 누구나 대학을 가고, 사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취업에서 불리해지는 바람에 뿌리가 얕은 대학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그 때쯤. 졸업장만 있으면 되니까 구태여 취업에 도움 되지 않는 것들을 배울 필요가 없고 그 과정에서 깊은 사유의 훈련이 배제된다. 생각하는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주변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현상을 현상으로 바라볼 뿐이고 그 뒤의 큰 흐름은 짚어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접하는 대부분의 사건을 감정적으로 소비한 뒤 잊어버린다. 사실 이 분위기는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더 격화되었다. 이러지 말자고 한 때 인문학 붐이 일었는데 무섭게도 그 인문학 붐조차 한 때의 이벤트로 소비하고는 다들 잊어버렸다.

그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세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복잡다단했다. 남에게 기대하기보다 우선 나부터라도 이렇게 내 세상을 진지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같이 했다. 그러니 좋은 책 열심히 읽자. 서당개라도 3년 귀동냥 하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니까. 앞으로 남은 섹션들 꼭꼭 씹어 읽은 뒤에는 또 다른 모습, 더 나은 모습의 내가 되기를 고대한다. 그리고 나처럼 이 책이 어려울까봐 선뜻 읽지 못했던 사람들 있으면 부담없이 손에 잡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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