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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답이다 - 이론은 언제나 죽어있다 ㅣ 서돌 CEO 인사이트 시리즈
다카하라 게이치로 지음, 양준호 옮김 / 서돌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쉽게 읽히는 내용 중에서도 한 귀로 흘려버릴 법한 것이 없었다는 것은, 책의 저자가 그만큼 내실있게 살아왔다는 증거이리라.
기업 총수가 쓴 책인데다 그 제목이 '현장이 답이다'라고 해서, 현장에 관한 이야기, 어떻게 하면 사업이 번창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논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한 기업의 총수로서 지금까지 느껴온 것들, 어떻게 해야 보다 바람직한 경영자 혹은 고용자가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고 개인적으로도 그런 이야기가 독자에게 더 어필할 수 있었다고 본다.
고용자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누군가를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선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리더'라는 입장 간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참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마치 사찰에 샘물이 조용조용 흐르는 것처럼 어렵지 않게 그 균형을 유지하며 산다. 주변에서 괴이쩍다고 손가락질 받을 수 있는 부분임에도 흔들림없이 믿는 대로 밀고나가고 부하로부터 '그것도 모르십니까'라는 무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오 그래, 자네가 한 번 설명을 좀 해주게'라고 말할 수 있는 심적 여유란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닐 터이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하찮은가, 지금 내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급한가, 조금 기분이 상하더라도 회사를 위한 젊은 제안들을 듣는 것이 급한가-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 몸으로는 실천이 금세금세 되지 않는 것들, 그러면서도 그 사소한 차이로 좋은 경영자 혹은 별 볼 일 없는 경영자로 단박에 갈릴 수 있는 중요한 면면에서마다 저자는 심적동요 없이 언제나 더 좋은 쪽, 더 바람직한 쪽을 택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옛 말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저자는 이 말을 '현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용했지만, 본인은 다른 의미에서 이 금언(金言)을 독자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애초의 집필의도처럼 현장도 중요하겠지만, 드러내고 싶지 않아도 여름밤 꽃향기처럼 책 속에서 저절로 드러나는 연륜있는 경영자의 면모는 오늘날 얼마나 귀한가- 이를 보면서 우리네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뒷모습을 보며 꿈을 키울 수 있는지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만으로도 이 얇은 책 한 권이 갖는 가치는 귀하다. 기업총수들의 부정축재와 앞뒤 거리낄 것 없이 주먹을 휘둘러 검찰청 출두를 밥먹듯 하는 모습을 질릴 정도로 보아온 사람들에게 다카하라 겐이치로는 이 얼마나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