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탕달의 연애론 - 새롭게 쓰는
스탕달 지음, 권지현 옮김 / 삼성출판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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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좋은 술은 세월을 뛰어넘어 마시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좋은 글도 그러하다. 쉬이 변색되지 않는 내용을 담은 글은 긴 세월이 지난 후에도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내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 앞에, 20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스탕달이 와 있다. 입담 좋은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가장 쉽게 변해버릴 것만 같은 '사랑'은 그 정수만 농축되어 마치 변치 않는 소금결정처럼 오롯이 빛난다. 2백 년 후의 후손(?)인 내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 고개를 주억거릴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 '농축'의 힘일 터이다. 

  사람이라면 살면서 한두 번쯤 잊지 못할 사랑을 한다. 그것이 어린 시절의 풋사랑일 수도 있고 성인이 된 후의 열렬한 사랑일 수도 있지만 그 '여러 가지 사랑'들은 모두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갖고 있어야 할 구심점을 잃고 불안정하게 이리저리 흔들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스탕달은 이 책에서 그러한 사랑을 모두 네 가지로 구분하고 각각에 대해 자신이 그 동안 생각하고 관찰해왔던 것을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이란 무릇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에 닿아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비교할 바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가도 자칫 한 순간에 차라리 처음부터 없었으면 좋았을 경박한, 한낱 가십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해버리기도 하는데 이 책은 저자의 담담한 펜 끝을 빌려, 그러한 말초적 자극보다는 독자 자신이 해왔던 지난 사랑의 기억을 반추하면서 사랑이라는 것이 갖는 어떤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인 품성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200년 전의 프랑스 여인들도 내가 지난 달에 했던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었다니. 그들도 나처럼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면서 공상에 빠지기도 하고 난데없이 그 사람 주위의 사물들이 유리눈이 날리는 것마냥 반짝반짝 빛나보이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니. 시간과 공간은 달라도, 그들과 내가 공유하는 감정의 흐름은 똑같았다. 사랑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 중 하나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또한, 저자가 쌓아왔던 여러 경험에 의한 내공으로 연애고민을 하는 독자들에게는 따로 살짝 조언을 던지기도 한다. 바야흐로 목하 짝사랑 중인 나에게는 어떻게 해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더 사로잡을 수 있을지 좀 더 명확한 길이 보이는 기분이었다. 시선을 조절하라느니 하는 구체적인 조언이야 200년 전 파리에서 통할 법한 약간 낡은 이야기지만, 그가 말한 '결정 작용'을 조절하는 법이라든가 언제 밀고 언제 당겨야 할 지 (대화를 어떻게 받아주고 또 어떻게 대해야 할 지)에 대한 것은, 요즘도 충분히 통할 법 했다. 게다가 남자 입장에서 해주는 조언이라 특히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느꼈다. 
  알랭 드 보통이 번개처럼 우리 앞에 출현하기 전에, 이미 옛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스탕달이 있었다. 프랑스인 다운 섬세한 기질로 인류가 벌일 수 있는 사건 중 가장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 늘어놓는 그의 이 담론과 찬탄과 경외가, 꺼칠한 손익계산과 덧붙어 마치 샴쌍둥이같은 묘한 형상을 한 요즈음의 모랫바람같은 사랑에 익숙해진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운 여름이 막 지난 참이다.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높은 하늘 아래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그 동안 혼자 바쁘게만 살아온 사람들도 옆에 따뜻하게 손잡을 사람 하나가 은근히 욕심날 법 하다. 외로운 사람들은 이제 옛 사람이 얘기해주는 사랑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자. 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보던 사랑의 자극적이고 숨막히는 일면만이 사랑의 전부가 아니다. 한 존재에 대한 진정한 매혹이 가져다주는 열락과, 그로 인해 불안정해지는 자신의 삶이 상대방의 그것과 얽히면서 아름다운 인생의 한 장면을 엮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놀라운 가능성의 시사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녹아들어가 있다. 이만하면 로맨스에 대해 논한 여러 책 중에서도 당당히 고전으로 꼽힐 만한 책이다. 사랑을 하는 사람, 사랑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 또 나처럼 짝사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람, 언젠가 사랑을 할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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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비즈니스 매너
브리기테 나길러 지음, 김시형 옮김 / 황금비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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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바야흐로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우리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과 부딪칠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옛날과 같이 주변 사람, 한 직장의 동료, 가족 및 친지에 국한된 대인관계가 아닌 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 중에는 같은 가치관과 문화권을 겪어온 사람도 있지만 나와 전혀 다른 집단에 소속된, 그래서 파악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요즈음,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 상대방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 둘 매너교본을 손에 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소개하는 브리기테 나길러의 『한 권으로 끝내는 비즈니스 매너』도 그런 매너교본의 일환으로 나온 책이다. 저자는 오스트리아 그로스 은행 출신의 고객 담당 및 이미지 컨설턴트이고 그러한 활동을 통해 오스트리아에서 수여하는 훈장도 받은 바 있다. 그녀는 일을 하면서 느껴온, 일과 사생활의 동시성공을 위한 소소한 팁들을 작정한 듯이 책 안에 풀어놓고 있다. 때문에, 읽다보면 종종 '비즈니스 매너라기엔 너무 범위를 넓게 잡은 것이 아닌가?'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녀의 팁은 버릴 데가 없을 만치 상세하고, 여러 상황에 적확히 들어맞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책 제목은 『한 권으로 끝내는 비즈니스 매너』지만, 그 내용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범위가 '넓다'. 비즈니스에 국한된 매너라기보다, 일상 생활, 가족과의 사생활 등, 언제 어디에서나 사람과 부대끼는 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경우에 대한 적절한 예의규범을 제시하고 있다. 그에 더하여 '어떻게 하면 좀 더 센스있어 보이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간간이 곁들이고 있어 매너교본이라기보다 일종의 '성공처세서'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책은 크게 12섹션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안에서 저자는 패션, 화술, 나이든 분이나 소위 '클래식'한 분들을 위한 전통적인 예절,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팁을 전해주고 있었다. 본인은 여성이다보니 아무래도 패션과 화술 쪽에 관심이 많이 쏠렸는데, 미사여구만 늘어놓지 않고 여러 가지 상세한 상황에의 대처법을 알려주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예를 들어, 패션의 경우에는 각 체형을 세세히 나누어놓고 그에 걸맞는 옷차림이나 아이템을 매치하는 법을 알려준다든가, 화술의 경우에는 직장에서의 험담에 현명히 대응하는 화법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저자 특유의 조근조근한 말투로 연해 나오고 있다. 평소에 둔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사람이나 센스 없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에게는 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한국인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인 서양식 테이블매너 및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와인에 대한 기초지식까지 같이 실어두고 있어, 전에 알고 있던 단편적 지식을 다시 정리하고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을 바로잡는 데 좋았다. 와인의 경우에는 '지역 특산물로 마련한 와인에는 같은 지역의 와인을 매치하라'는 등의 자잘한 조언도 있었고, 요리법이 각각 다른 요리에 대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와인의 종류를 열거해두는 배려가 보였는데 다만 본인이 와인에 대해 아직 많이 알고 있는 편이 아니라서 그 와인이 한국에서도 구하기 쉬운 것인지 아닌지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이 문제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 각각의 와인지식에 따라 갈리는 문제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중간에 나오는 목소리 코칭이 좋았는데, 이는 본인이 가늘고 높은, 전형적인 '어린아이'의 목소리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흡도 짧은 편이고 횡격막이 튼튼한 편도 아니어서 울림있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참 부러웠었다. 목소리톤 자체는 타고난 성대의 모양이 있으니 사후 교정이 어렵겠지만, 이 책에서는 좀 더 울림있고 듣기 명확한 목소리을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연습법을 짧게 실어놓았다. 전에는 자신의 목소리에 불만이 있으면서도 크게 스스로 교정해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중에 방송아카데미 성우반에 들어가야하나'하는 크게 실현성 없을 생각만 하고 교정법도 따로 찾아본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아 이제 좀 더 설득력있는 목소리가 필요하겠구나' 싶고 집에서나마 꾸준히 연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즈니스매너'라는 이름을 보고 책을 구입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물론 이 책에도 비즈니스매너에 대해 상당히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다만 회사내규나 의전을 적절히 시행하는 법이라든가 하는 것보다는 좀 더 '매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구입 전에 한 번 원하는 내용이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회사에만 국한된 매너교본이나 상식사전은 기존에도 나와있는 책이 많으니 이 기회를 맞아 회사 밖에서도 매너있고 우아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기 위해 이 책을 골라보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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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리라이팅 클래식 4
강신주 지음 / 그린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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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비의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를 손에 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제목만 보고 끌리는 바람에 동생을 졸라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읽은 일이었다. 『열하일기…』는 산뜻한 제목 답게, 자칫 어렵게 다가올 수 있을 내용을 입담좋게 풀어나간 저자 덕분에 시종일관 웃음을 물고 책장을 넘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리라이팅 클래식]이라는 브랜드가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되었다. 이번의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을 읽기로 마음을 정한 데에는 그 브랜드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 강신주는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철학자 '장자'의 사상을 다시 세세히 들추어 내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전부터 철학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은 일반 독자라면 장자의 이름과 사상을 그저 중고등학교 윤리교과서에서 지나가는 한두 줄로만 접했을 것이다. 본인도 역시 그러하다. 장자에 대해 본인은, 노자의 뒤를 잇는 사람, 세속에 뛰어들어 소통하기보다 스스로의 도의 완성을 추구했던 사람이라는 막연한 이미지만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장자는 우리가 알던 그가 아니다. 아니, 우리는 지금까지 그를 반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책장을 넘길 때마다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책에서 장자의 사상이 잘못 이해되고 있는 부분을 세세히 집어내어 어디서부터 그런 왜곡된 이해가 시작되었을 지를 찬찬히 짚어준다. 장자가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제시했던 '망각-기존의 선입견, 초월성에 대한 선망의 폐기'가 정작 후세 사람들에게는 힘든 삶에 대한 망각, 초월성을 손에 넣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망각으로 잘못 이해되어 왔다는 것으로 말문을 여는 저자는 그러한 그의 사유가 지금까지의 우리의 이해와는 달리, 타인과의 수평적 연결을 최종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하여 이루어내고야 말 소통을 사상의 종착점으로 삼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장자' 내의 여러 에피소드를 동원하여 독자에게 낱낱이 납득을 시켜주고 있다. 이 때, 여러 은유적인 에피소드들과 더불어 동서양의 여러 철학자들이 제시한 비슷한 맥락의 사상을 같이 곁들여놓고는 어려운 용어는 따로 설명도 해주고, 그 사람들의 사상과 장자의 사상을 나란히 비교해가며 설명한 점이, 단순히 이렇다저렇다 하는 결론만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해가 쉬워 좋았다. 그 동안 호기심에 접한 이런저런 철학서엔 그런 거두절미 식의 서술이 얼마나 많았는지! 기꺼이 내공 없는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울 법한 서술방식을 버리고 마치 아버지가, 형이 자식과 동생에게 이야기해주듯 나직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펜 끝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
  각 장의 배치도 읽는 이로 하여금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길이에서 끊어주어 버스 안 앉은 자리에서도 용케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쭉쭉 읽어낼 수 있었다. 또한, 중간중간 따라오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전장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을 거듭 이야기해주는 배려가 보이는데, 이는 '불필요하다'싶기보다는 '맞춤한 때에 다시 일깨워준다'는 느낌이었다. 따로 정리하면서 읽지 않아도 그렇게 알아서 길잡이를 내밀어주어, 그것만 잡고 열심히 산을 오르다보니 어느 새 산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었다는 기분이라 읽는 내내 힘든 줄도 몰랐다.

  책장을 덮고 나서는 곧 마음이 즐거워졌다. 지금은 '나 혼자 읽지 말고 한 세 권쯤 더 사다가 책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좋은 내용을 부담없이 읽어낼 수 있어 친구에게 선물하면서도 받는 사람의 취향차를 걱정하느라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좋을 책, 단순한 요약서가 아닌 '저자와 같이 생각해보기'를 어렵지 않게 이끌어내는 책. 이런 책을 두고 양서라고 할 터이다. 요즘 좋은 책을 찾기 어디 쉽겠는가.
 
  덧붙여, 고미숙의 『열하일기…』를 읽고서 막연히 '아, 좋은 책이었다. 다음에 다른 시리즈를 더 읽고싶다.'하는 생각을 했다면 이번의 『장자…』를 읽고서는 '이런 것이 책을 읽는 재미인가'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점이 참 고맙다.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혹은 흘려넘기는 독서만 하다보니 '책을 읽으며 같이 생각한다'는 것은 요즘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머리에 낀 이끼를 좀 벗겨낼 수 있었다는 점이 고마운 것이다. 그 외에도,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진 분야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아직 옹알이하는 아기들에게 주는 건강이유식처럼 꼭꼭 내용을 씹어먹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이 책, 아니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가 갖는 미덕일 것이다. 때문에, 차후에 출간될 시리즈 안의 다른 책들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그린비에 모쪼록 초심을 잃지 말고 지금처럼 좋은 텍스트를 골라 책으로 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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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저자 특강 안내!
    from 도서출판 그린비 2007-09-04 09:29 
    안녕하세요.돌아온 리라이팅 클래식,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출간을 기념해서 저자 강신주 선생님을 직접 모시고 특강을 진행합니다. 그동안 속세를 초월한 '신선사상'으로 오해되어왔던 장자의 철학을 현실참여적인 실천의 철학으로 재해석하고, 그 철학을 통해 갈수록 치열해져가는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를 깨트릴 해법을 제시하려는 저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타자와의 소통과 연대를 추구한 철학자, 장자!2,000년의 세월을 넘어 현..
 
 
leeza 2007-09-09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라이팅 시리즈의 책들을 볼 때마다 참 어려운 책들을 이렇게 쉽게 재밌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 하고서 느끼게 된다죠^^ 장자의 사상은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재밌더라구요~ 리뷰 잘 보고 추천하고 갑니다~

Solitaire 2007-09-10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라이팅 클래식, 정말 좋은 기획인 것 같아요^^ 맘같아선 한 100권 연속 쫘라락 나와줬으면 좋겠어요>.< 두고두고 읽어도 좋은 책들이지 않아요?*^^* 추천해주셨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황감합니다!
 
홍루몽 - 전12권 세트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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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4대 기서라는 이야기, 고등학교 때 고전문학을 배우면서 종종 몽자(夢字)소설의 대표적인 예로 듣고 배워왔던 [홍루몽]을 직접 손에 쥐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다. 성격이 진득하지 못하고 급한 탓에 전 12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뭐야, 삼국지보다 더 길잖아?'라고 투덜대긴 했지만, 그 길이가 읽는 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소설은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그 농담이 잘 나타나있었다. 같은 몽자소설인 '구운몽'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대의 어느 소설을 가져다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을 만한 길고 먹음직한 이야기. 한 집안의 가족사를 다루면서도 동시에 한 개인의 사랑과 숙명을 세세히 그려내는 치밀함. 거기다 읽을 수록 맛깔나는 번역자의 문장과 화려한 삽화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소설이었다고 본인은 감히 말하고 싶다.
 
  12권에 걸쳐 흘러가는 이 긴 소설의 뼈대는 가씨 집안의 흥망사지만 진정한 핵심은 가보옥과 임대옥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다. 그 정도로, 읽다보면 '이거,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인가?' 하는 느낌이 들 만치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기류가 심상찮다. 물론 이들이 이탈리아의 그네들처럼 한 눈에 빠지는 격정적인 사랑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차근히 그러나 무섭도록 깊어지는 애정을 서로 드러내놓고 전하지 못해,  눈빛으로 말다툼으로 어떻게든 자신의 애타는 심정을 전하고 싶어하는, 목하 첫사랑 중인 이팔청춘 그들을 보면 본의 아니게 읽는 사람 스스로의 첫사랑이 생각날 정도다. 특히 소설 중반에 나오는 대옥과 보옥의 선문답에서는 대옥이 갖고 있는 불안함과 어쩌지 못할 사랑이 행간마다 배어나오는 바람에, 읽으면서 줄곧 눈물을 뚝뚝 흘렸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서로 사랑하니 둘이 이루어진다면 참으로 좋았겠지만 보옥에게는 이미 정해진 다른 인연-설보채와의 '금옥의 인연'이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아무리 서로 사랑해도 현세에서의 보옥은 원하지 않는 상대와 혼인하게 된다. 얼마나 덧없는 두 사람의 사랑인지. 그 대목을 읽고 '결국 갈라놓았구나!'하고 이미 고인이 된 작가에게 성을 내게 되는 것은 아마 내 성격이 급한 탓만은 아닐 것이다. 이 소설 중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대옥의 절명에서 느껴지는 비통함의 카타르시스, 저도 모르게 같이 울며 '인생은 다 이런 것인가'하고 되뇌게 되는 그 드라마성도 아마 그런 분노와 절망에서 나오는 것이지 싶다.
  소설에서, 보옥은 두 가지의 인연을 갖게 되는데, 전세에서부터의 목석의 인연도, 현세에서의 금옥의 인연도 어느 하나 그를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었다. 마음은 목석의 인연을 갖는 대옥에게, 진짜 연분은 금옥의 인연을 갖는 보채에게 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모두 제 1이면서도 결국 진정한 제일은 될 수 없는, 가짜도 아니고 진짜도 아닌 인연. 집안 사람들에게 속아 보채와 혼인한 뒤 넋이 나가버리는 보옥도, 혼인식 날 피를 토하며 보옥과 주고받은 시가를 태우고 그만 절명하고 마는 대옥도, 평생 낭군의 마음을 얻지 못한 채 가씨 집안의 며느리로 살아가는 보채도 모두 이 인연의 희생자였다. 일견 대단한 듯 하지만 그렇지도 않은, 그저 사람이 만나고 헤어질 뿐이라고 말하는 듯한 이들의 엮임을 보면 마치 옆에서 '인생이란 다 그런 것이지. 이런저런 것에 눈을 빼앗겨 매혹되고 싸우고 울부짖어도 결국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지. 사람 사이의 맺음과 끊김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남은 생을 끝까지 살아내는 것이지.' 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러한 주인공들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외에도, 소설에는 꽃처럼 순결하고 꽃처럼 금방 져버리고 만 아가씨들, 한 때 부귀했지만 결국 몰락해버리고 만 권세가 가씨 부중의 모습, 출가의 길을 떠나는 보옥이 그려지면서 이야기 전체에 덧없는, 한 때 반짝 빛나고 말았다는 그 서글픈 느낌이 흘러간다. 그 안에서 인간들이 어떤 드라마를 펼치고 있더라도 시간은 묵묵히 흐른다. 정해진 톱니바퀴는 예정대로 움직인다. 그 안에 희노애락이 춤추고 눈물과 핏방울이 흩어져도 그저 담담히 흘러가는 세월. 그 무서운 현실 안에서 다시금 자신의 자리를 찾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소름이 끼치기까지 한 그 담담함에 마지막 장을 쉽게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마치 향 연기처럼 애틋하고 아련한 이야기. 읽다보면 어느 새 눈물을 뚝뚝 흘리게 되고 마는 이 서정성과 비통. 연기는 흩어져 사라져도 그 향기는 주위에 오래도록 남듯,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도 아름다웠던 그들의 모습과 이루지 못한 사랑이 깨진 거울에 잠시 머무른 햇빛마냥 반짝, 우리 마음에 들어와 박힌다. [홍루몽]을 읽으면서 본인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아련한 향수를 갖고 바라보았다. 마치 우리가 순수했던 어린 시절에 대해 갖는 향수같은 그런 아쉬움과 슬픔을 가지고. 몇 백년이 지나도 거듭 읽혀지는 [홍루몽]의 힘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세기를 뛰어넘어 전해지는 그들의 순수성. 아무리 많이 읽어도 이미 때가 탄 우리들의 눈에는 그것이 여전히 슬프고 아름답게 비친다. 때문에 우리가 아직까지도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책은 아직 초판이라 후반부로 갈 수록 사소한 오타가 하나 둘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데 모두 문장부호에 관련한 문제라 크게 신경이 쓰이는 정도는 아니다. 200명 가량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터라 각 권마다 가계도가 거의 다 붙어있지만 간혹 그렇지 않은 권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한 장 복사해서 옆에 두고 같이 보아가며 읽기를 권한다. 하지만 역시 재판이 나올 경우 출판사 측에서 따로 휴대용 가계도를 만들어 넣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중국풍의 삽화가 눈을 즐겁게 해주므로 읽으며 지루할 틈도 없고 이 시절의 소설이 흔히 갖는 성에 대한 세세한 묘사도 거의 없으므로 중학생 정도의 자녀에게도 걱정없이 손에 들려줄 수 있을 책이다. 한 질 사 두고 오래오래 읽을 책, 언제 읽어도 다시금 새롭게 느껴지는 책. 오랜 시간을 지나오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소설, 이 [홍루몽]의 진가를 이 글을 읽는 이들도 부디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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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에게 길을 묻다 2
송정림 지음, 유재형 그림 / 갤리온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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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보다 가벼운 소설류가 더 많이 읽히는 시대라 그런지, 고전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이런 책도 나온다는 것이 신기했다. 특정 국가권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려 한 흔적도 좋았다. 다만 모처럼 좋은 기획의도로 나온 책이 생각 밖의 것으로 그 가치를 깎아먹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 자체가 그렇게 흡인성 있는 글은 아니었다고 먼저 이야기해두어야 할 것 같다.
 

  '고전입문서'를 목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인지, 챕터별 글들의 대부분은 해당 작품의 요약으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었다는 느낌이라기보다, 손가는 대로 쓰고 퇴고를 거치지 않은 듯한 엉성한 요약이라 보는 내내 기분이 편치 않았다. 물론 '좀 더 낫구나' 싶은 글도 있지만 챕터마다 그 격차가 심한 편이며, 그나마 낫다 싶은 글도 얼마 없다. 그리고, 이렇게 첫머리부터 그 결말까지 다 써놓으면 내용은 쉽게 알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해당 작품을 직접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감동이나 기대감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차라리 그 작품마다 생각해볼 만한 화두를 몇 가지 제시해주든지 어느 점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란 것인지를 써주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약글 뒤에 에세이 식으로 작가의 글이 한두 문단 정도 더 붙어있는데, 글에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기보다, 그냥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똑같이 감상적인 글이라도, 단어를 어떻게 고르고 문단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글이 담을 수 있는 이미지의 용량수준이 달라진다. 선가의 화두가 아닌 이상 여러 번 곱씹어야 겨우 흐릿한 실루엣을 잡을 수 있는 문장은 좋은 문장이 아니다. 품은 뜻이 명확하면서도 글체가 힘차고 그 자체로 튼튼한 질감이 느껴지는 문장이 좋은 문장인데 아쉽게도 작가의 글은 이 셋 중에 해당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다행히 뒤로 갈 수록 글은 점차 나아져서, 중반 이후로는 비교적 잘 읽히지만 처음에 받은 충격이 너무 강해 굳이 너그러운 평을 쓰고 싶지는 않다. 글 쓸 때의 컨디션 차이가 문제가 되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기는 했지만, 프로니만큼 컨디션 조절은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그 부분에까지 관대한 독자가 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웬만한 실용서적에도 긴 서평을 쓰는 본인이지만 이 책은 딱히 작가의 혼이 담긴 글도 아니어서 길게 글을 쓸 만한 서평거리가 없다. 초반부터 '쓰고싶어서 썼다기보다, 주문받아서 쓴 거예요'라는 느낌이 나는 통에, 글에서 아무 향기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인도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글솜씨를 갖고 이렇다저렇다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건 실력 이전에, 어느 정도의 '성의' 문제라고 본다. 글쓴이가 좀 더 생각해가며 구상을 하고 글을 다듬어줬으면 이렇게까지 실망하진 않았을 것 같다. 아마추어의 서평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작가는 프로다. 돈을 받고 그만큼의 좋은 글을 읽게 해주는 사람이다. 프로의 글이 여느 북클럽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고만고만한 서평보다는 더 좋아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생각인가?

  2편이 나온 것을 보면 1편이 어느 정도 호평을 받았을 것 같은데, 2편만 유독 글의 질이 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이 좋은 것인지 2편만 읽어본 지금의 본인으로서는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굳이 사고 싶은 사람은 우선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읽고 구매를 결정하기를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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