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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비즈니스 매너
브리기테 나길러 지음, 김시형 옮김 / 황금비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바야흐로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우리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과 부딪칠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옛날과 같이 주변 사람, 한 직장의 동료, 가족 및 친지에 국한된 대인관계가 아닌 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 중에는 같은 가치관과 문화권을 겪어온 사람도 있지만 나와 전혀 다른 집단에 소속된, 그래서 파악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요즈음,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 상대방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 둘 매너교본을 손에 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소개하는 브리기테 나길러의 『한 권으로 끝내는 비즈니스 매너』도 그런 매너교본의 일환으로 나온 책이다. 저자는 오스트리아 그로스 은행 출신의 고객 담당 및 이미지 컨설턴트이고 그러한 활동을 통해 오스트리아에서 수여하는 훈장도 받은 바 있다. 그녀는 일을 하면서 느껴온, 일과 사생활의 동시성공을 위한 소소한 팁들을 작정한 듯이 책 안에 풀어놓고 있다. 때문에, 읽다보면 종종 '비즈니스 매너라기엔 너무 범위를 넓게 잡은 것이 아닌가?'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녀의 팁은 버릴 데가 없을 만치 상세하고, 여러 상황에 적확히 들어맞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책 제목은 『한 권으로 끝내는 비즈니스 매너』지만, 그 내용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범위가 '넓다'. 비즈니스에 국한된 매너라기보다, 일상 생활, 가족과의 사생활 등, 언제 어디에서나 사람과 부대끼는 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경우에 대한 적절한 예의규범을 제시하고 있다. 그에 더하여 '어떻게 하면 좀 더 센스있어 보이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간간이 곁들이고 있어 매너교본이라기보다 일종의 '성공처세서'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책은 크게 12섹션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안에서 저자는 패션, 화술, 나이든 분이나 소위 '클래식'한 분들을 위한 전통적인 예절,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팁을 전해주고 있었다. 본인은 여성이다보니 아무래도 패션과 화술 쪽에 관심이 많이 쏠렸는데, 미사여구만 늘어놓지 않고 여러 가지 상세한 상황에의 대처법을 알려주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예를 들어, 패션의 경우에는 각 체형을 세세히 나누어놓고 그에 걸맞는 옷차림이나 아이템을 매치하는 법을 알려준다든가, 화술의 경우에는 직장에서의 험담에 현명히 대응하는 화법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저자 특유의 조근조근한 말투로 연해 나오고 있다. 평소에 둔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사람이나 센스 없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에게는 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한국인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인 서양식 테이블매너 및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와인에 대한 기초지식까지 같이 실어두고 있어, 전에 알고 있던 단편적 지식을 다시 정리하고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을 바로잡는 데 좋았다. 와인의 경우에는 '지역 특산물로 마련한 와인에는 같은 지역의 와인을 매치하라'는 등의 자잘한 조언도 있었고, 요리법이 각각 다른 요리에 대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와인의 종류를 열거해두는 배려가 보였는데 다만 본인이 와인에 대해 아직 많이 알고 있는 편이 아니라서 그 와인이 한국에서도 구하기 쉬운 것인지 아닌지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이 문제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 각각의 와인지식에 따라 갈리는 문제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중간에 나오는 목소리 코칭이 좋았는데, 이는 본인이 가늘고 높은, 전형적인 '어린아이'의 목소리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흡도 짧은 편이고 횡격막이 튼튼한 편도 아니어서 울림있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참 부러웠었다. 목소리톤 자체는 타고난 성대의 모양이 있으니 사후 교정이 어렵겠지만, 이 책에서는 좀 더 울림있고 듣기 명확한 목소리을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연습법을 짧게 실어놓았다. 전에는 자신의 목소리에 불만이 있으면서도 크게 스스로 교정해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중에 방송아카데미 성우반에 들어가야하나'하는 크게 실현성 없을 생각만 하고 교정법도 따로 찾아본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아 이제 좀 더 설득력있는 목소리가 필요하겠구나' 싶고 집에서나마 꾸준히 연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즈니스매너'라는 이름을 보고 책을 구입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물론 이 책에도 비즈니스매너에 대해 상당히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다만 회사내규나 의전을 적절히 시행하는 법이라든가 하는 것보다는 좀 더 '매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구입 전에 한 번 원하는 내용이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회사에만 국한된 매너교본이나 상식사전은 기존에도 나와있는 책이 많으니 이 기회를 맞아 회사 밖에서도 매너있고 우아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기 위해 이 책을 골라보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