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뿌리
김중미 지음 / 검둥소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김중미 작가. 역사와 사회를 날줄과 씨줄로 얽어 넓은 시각으로 우리의 삶을 통찰하게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이주노동자에게 가해지는 폭력,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겪어야 하는 차별이 결코 현재 우리가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우리 땅의 가장 어둡고 낮은 곳에서 우리가 겪었던 고통이었고 부인하고 싶었던 진실이었다. 

  언니들이 양공주라는 멸시를 받으며 살면서 미국을 동경하고 결국 미국 장교의 딸로 입양을 가는 경숙,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발목이 잘려 돌아 온 해자 아버지, 미군을 대상으로 매춘을 하는 해자네 집의 언니들, 늘 겉으로 씩씩하지만 아픔과 불안함을 간진한 해자, 대학에 간 오빠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대학을 포기하고 흑인과 결혼한 윤희, 윤희 언니를 대하는 싸늘한 시선, 튀기라는 편견과 엄마가 양색시라는 멸시를 견뎌야 했던 재민. 정원이 동두천에 사는 동안 만났던 이들은 어둠 속에 묻혀진 우리의 역사였다. 작가는 그들의 삶을 추상적이지도, 감상적이지도 않게 구체적이고 차분하게, 하지만 낱낱이 들추어낸다. 그리고 그들의 아픈 삶을 따뜻하게 감싸안는다. 인간의 삶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경외감이 소설 전반에 흐른다.  

  외면당하고 멸시당했던 어둠과 고통의 역사 속의 그들이 우리의 삶과 사회를 일구는 뿌리가 되었듯이,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에서 거부되고 추방되는 그들 역시 우리의 뿌리가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많은 자히드와 정아 역시 얽혀져 이 땅을 더 단단하게 얽어맬 '거대한 뿌리'가 될 것이다. 

중1~2. 이주 노동자, 다문화 가정, 역사에 대한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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