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가 선 자리, 벼랑

벼랑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ㅣ 푸른도서관 24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6월

아이들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아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소설. 

제 각각 다른 사연을 지녔지만 각 연작소설에서 작가는 청소년 시기를 관통하는 혼돈과 고민을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른들이 '그 때는 한 번 쯤 그럴 수 있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제들, '졸업만 하면 얼마든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라는 말로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아이들의 고민이 심각하게 그려진다.   

불확실한 미래의 성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저당잡혀야 하는 소설 속 상황들은 현실과 다름없다. ('바다 위의 집', '초록빛 말', '생 레미에서 희수', '늑대 거북의 사랑') 그리고 그 현실에 적극적으로 ('바다 위의 집'), 혹은 소극적으로 ('늑대 거북의 사랑') 저항하는 아이들의 시도는 힘들지만 진정한 자신이 중심이 되는 삶을 모색하려는 첫 걸음이다.  

소설집의 제목과 같은 '벼랑'은 차마 상상할 수 조차 두려운 엄청난 사건을 저지른 아이의 삶 이면에 어떤 일이 숨겨져 있는지를 파헤친 소설이다. 나약한 소녀를 둘러 싼 냉혹한 현실에 몸서리치게 된다. 그 소녀가 내면의 고통을 타인에게 전이시키며 저지르게 되는 일까지 과정이 설득력있게 전개된다. 이 시대, 이 아이들이 놓인 현실은 얼마나 차갑고 잔인한 벼랑 끝인가.  

  정해진 길에 의문을 갖고 다른 길로 걸어가려는 아이 ('바다 위의 집'),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에게 가해지는 편견 ('생 레미에서 희수'), 냉혹한 현실에서 비행 청소년으로 파괴되어 가는 아이('벼랑'), 경쟁과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던 아이가 깨닫게 되는 또 다른 삶 ('초록빛 말'), 미래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현재의 행복에 대한 질문 ('늑대 거북의 사랑'). 소설집에 실린 다섯편의 단편은 이제 어른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 현실은 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것인가.

중2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