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어색하게 외면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오래된 감정의 잔상이 쉽게 지워지리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냉정하지 못한 나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나를 외면했으니 나의 유치함만을 탓할 필요는 없겠지.

한때는 그와 마주칠 법한 장소는 애써 피하려했다.
그가 있는 장소에 나타나는 것이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한다는 의미로 읽힐까봐,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견딜 수 없을까봐 두려웠다.
그리고 그가 나와의 관계를 숨기고 싶어했다는 것을 알게 된 마당에 나의 등장으로 그에게 불편함을 주기도 싫었다.

하지만 그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자존심이고, 여전히 버리지 못한 착한여자 컴플렉스였다.
이미 끝난 관계 때문에 나의 생활과 활동 반경을 축소할 필요는 없었고, 나의 문화 생활과 취향을 포기할 필요는 더더욱 없었다. 누구를 위한 배려를 하려 한 것일까.  나는 그에게 배려받지 못했으면서 왜 끝까지 그를 배려하려고 했을까.

한 달동안 나를 치유하는 과정을 의식적으로 잘 거쳐왔다고 생각한다. 확신없는 관계를 끝맺을 때처럼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부딪힐 용기는 여전히 내 안에 있었다.
그래, 비록 다른 사람들에게 한 것처럼 편하게 인사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쿨하게 한 걸음' 내딛었다. 
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애쓰지 않고, 애써 반가움을 가장한 인사를 하지 않고, 서로 외면한 듯 그렇게 스쳐 지나가고, 그리고 그는 그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길을 갈 뿐.

성장은 다름이 아니다. 나의 선택, 나의 행동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를 억지쓰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 그리고 받아들이는 것.  나는 오늘 '쿨하게 한 걸음' 성장했다.

 2009.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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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1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1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