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드리는 기도는 항상 같다. 나를 위해 기도한다. 마음의 평화를 달라고 기도한다. Agnus Dei 미사곡에서는 눈물이 고이기도 한다.

하지만 기도와 상관없이 성당에 가면 항상 생각난다. 주송을 하는 미사에 참석한 것은 한 번 뿐이지만 사소한 기억들까지 쉽게 지워지지는 않는다. 종교가 같다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 인연이라고 믿고 싶었던 나의 어리석은 욕망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이겠지.

이미 끝났다는 걸 알고 있다. 설혹 다시 기회가 와도 물리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헛된 욕망을 향해 나아가는 생각을 통제할 수 없다.

여전히 미련이 남아 있음을 알고 있다.

함께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고, 말과 행동을 떠올리며 모멸감과 분노에 휩싸이는 것도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오직 나의 것일 뿐, 그에게서 나는 이미 사라진 존재라는 것도 알고 있다.

바보같지만 인정해야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이 나의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분노, 부정, 우울, 타협, 인정의 과정을 의식적으로 거쳐야 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생각보다 길어진다는 것이, 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화가 나고 씁쓸하다.

바보같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미 끝났고, 나는 벗어나야 하고, 나를 아끼고 나를 위해 열정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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