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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입상 실전공식 - 공모전 상위 1%의 노하우를 배워라!
하하하 지음 / 전나무숲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하하하(夏河下)는 夏! 한여름 태양처럼 뜨거운 열정과 河! 흐르는 물과 같은 유연한 생각과 下! 처음처럼 언제나 겸손한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팀명을 지었다고 한다. 그들은 평범한 대학생으로 우연히 처음 도전한 공모전에서 덜컥 상을 받게 되면서 그 후로 공모전을 사랑하게 된 젊은이들이라고 자신들이다. 10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큰 규모의 공모전에 도전해 약 33%의 확률로 수상의 기쁨을 얻었지만 대상은 타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모전에서 3회 이상 입상한 사람은 전체 대학생의 3%뿐이라고 하니 자신들이 공모전 과외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자부했다. 그렇다면 그들의 공모전 과외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저 교과서 내용을 줄줄 읽기만 하는 따분한 과외 선생님이었다.
夏! 한여름 태양처럼 뜨거운 열정은 다 식어버린 걸까?
책의 구성은 공모전의 주제 파악, 자료 조사, 기획안 작성, PPT 디자인, 청중을 사로잡는 발표 비법으로 총 5개의 장(章)으로 나뉘어져있다. 앞의 3장은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얻은 각종 정보와 자신들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놓으며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PPT 디자인과 청중을 사로잡는 발표 비법 부분은 거의 날림 수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겨우 열댓 장 남짓한 지면에 PPT 디자인에 대해 담으려고 하기 보다는 참고하기에 괜찮은 PPT 전문서적을 추천해 주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그들의 발표용 대본 역시 두 페이지에 걸쳐서 맛보기식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학생 광고 경진대회' 사이트를 참고하여 수상한 팀들의 발표 영상을 볼 것을 권했다. 독자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역대 수상팀이 아닌 하하하(夏河下)의 공모전 노하우를 보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회의 모습이나 모의 발표 영상, 기획서, PPT, 발표 대본을 부록 CD 한 장에 담아내거나 이 자료들을 다운받아 볼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 열정은 없었는지 묻고 싶다.
河! 흐르는 물과 같은 유연한 생각은 이제 굳어버렸나?
대부분의 대학생이라면 학점, 각종 어학 점수와 자격증, 해외연수 그리고 이성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공모전은 그들의 관심 분야 목록 순위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공모전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대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공모전이 특채·취업 가산점 및 면접 시 특전, 무료 해외탐방 기회와 막대한 시상금, 스펙과 기업 경험의 기회, 전략적 사고력 향상, 창의력·아이디어 발상력 상승, 팀워크 리더십 계발 등등 혜택이 많다고 떠들어봤자 현실적으로 그들의 이목을 끌기 힘들다. 그들이 늘어놓은 공모전의 매력과 가치는 상투적이고 피상적인 것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 대학생들의 잠자고 있는 본능을 일깨워 공모전 앞에 끌어다 놓을 만한 게 없다. 차라리 자신들이 공모전으로 인해 변화된 자신들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편이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을텐데 말이다. 그밖에도 공모전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팀내 갈등을 해결하는 법' 같은 경험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들이 더 추가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下! 그들의 겸손함은 어디에 있을까?
잘짜여진 '공모전 입상 실전공식'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발표회를 본 것 같다. Prologue에서 Epliogue까지 체계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내용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Prologue에서 밝혔듯이 각 장(章)을 4명이 같이 쓴 책이라 문체가 약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했다. 그건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사무적이고 가르치려 드는 듯한 문체만은 시종일관 유지되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그 권위적인 문체에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적절한 유머는 상대방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들이 책을 쓸 때 이 점을 고려해서 썼다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너무 기대감이 컸는지 실망스러운 부분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쉬웠던 건 FGI나 인터뷰 영상을 촬영할 때 일반인을 대상으로 찍는 것 같은데 이 섭외 방법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없다는 점이다. 일반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이 공개되는 사진이나 동영상 찍기를 꺼려한다. 게다가 공모전 주제에 맞는 대상을 찾아내는 것 조차 평범한 대학생이 찾아내기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공모전에서 FGI나 인터뷰 영상의 중요성을 언급한 만큼 이 부분을 자세하게 다뤘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 대부분이 톡톡 튀는 참신함이 없고, 한 번도 심사위원의 눈길을 멈추게 하거나 페이지를 넘기다가 다시 한 번 그 페이지를 보고 싶게 하는 내용 없이 그저 술술 읽히는 작품만 나오고 있다고 했다. 내게는 이 책이 그렇다. 분명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있고 각 장은 서로 유기적인 흐름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공모전을 하고 싶게 만드는 강한 '끌림'이나 참신한 정보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단지, 공모전이 무엇이며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개략적인 가이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우수상감은 될지언정 대상감은 아니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