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연의 수학플러스 - 고사성어로 푸는 수학의 세계
이광연 지음 / 동아시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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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자 曰, 피타고라스께선 최근 한국의 한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이광연씨가 펴낸 『이광연의 수학플러스』란 책을 읽어보셨소? 고사성어로 수학을 풀어 설명하다니 그 발상 한번 독특하지 않소! 요즘 나오는 수학교양 서적들은 나름 참신하다고는 하나 그 형식과 내용이 거의 비슷해서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보는 순간 눈을 떼지 못 하겠더오. 같은 내용이라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수학을 동시에 다루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고 두 학문을 자유자재로 엮어냈다 풀어냈다하는데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소. 책 한 권으로 수학과 한자를 동시에 잡다니, 바로 이런 걸 두고 일석이조一石二鳥, 일거양득一擧兩得(한 가지 일로써 두 가지의 이익을 얻음)이라 하는 것 아니겠소. 안 그렇소? 미스터 피타고라스. 허허허. 

피타고라스 曰,
왜 안 그렇겠습니까? 공자님. 며칠 전 피타고라스 학회 도서관의 신간 도서 코너에서 눈에 띄기에 저도 그 분야의 전공자로서 관심을 갖고 이 책을 읽어보았답니다. 재미난 수학사와 역대 수학자들의 업적과 개인사를 다룬 이야기로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중학교 교과서부터 대학교 전공서적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수준을 다루고 있어서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를 만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더군요. 이광연씨가 제7차 개정교육과정 중·고등학교 수학교과서의 저자이기도 해서 교과서의 이해도나 논술 시험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특히 한국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적극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게다가 매 단원마다 익살맞은 그림이 등장하여 추임새를 넣어주니 재미가 배가 되고 질리지가 않아요. 동아시아 문명의 지혜가 담긴 고사성어와 고대 그리스부터 내려오는 논리를 드러낸 수학이 생각보다 조화를 잘 이루더군요.

공자 曰, 아니, 그대는 책을 제대로 읽어보기는 한 것이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학책이자 수학책인 『주비산경周髀算經』에도 확인할 수 있듯이 동양의 수학은 서양의 수학에 비해 전혀 뒤떨어져 있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는 오히려 상당히 앞서 있다고 하지 않았소! 게다가 원주율 π는 5세기경에 조충지라는 사람이 3.141592까지 구했는데 이 값은 유럽보다 천 년 이상 앞선 시기오. 물론 그대나 나나 기원전 5~6세기 사람들이지만 수학자라면 이 정도는 기본 아니오! 실망스럽소. 미스터 피타고라스! 어쨌든 그대 역시 이 책을 인상깊게 읽으셨구료. 그림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설명하는 수학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수식과 그림이 첨부되어 있어 비전공자인 내가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겠더오. 이렇게 수학이 재미있는 학문인 줄 알았다면 나도 진작에 자연과학 분야도 관심을 가져볼 걸 그랬소.

피타고라스 曰,
제 말씀에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물론 저도 동양의 수학이 서양보다 수 세기나 앞선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겨우 200년 앞선 산업혁명 이후로 서양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급속도로 앞서게 되었지요. 그 후, 서양이 각종 매체까지 주도권을 갖게 되면서 동양의 역사와 학자들은 서양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못 했구요. 이점은 저도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이공계열 기피 현상이 보인다는데 이 책으로 말미암아 많은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가졌으면 합니다. 저자도 단원이 끝날 때마다 이 점을 매우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엔 그 정도가 좀 지나쳤습니다. 이제 막 흥미를 갖고 공부 좀 하려하는데 뒤에서 부모님이 "너 공부 안하니?"하면 딱 하기 싫어지는 그런 심정이 되더군요. 고사성어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이라고 하나요?   

공자 曰,
껄껄껄. 미스터 피타고라스도 이제 고사성어에 달인이 되셨구랴. 음, 그거야 천려일실千慮一失(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한 가지 정도의 실수는 저지를 수 있음)이라고 아무래도 저자가 교직에 몸을 담고 있다보니 학생들이 수학에 관심을 갖길 바라는 욕심이 좀 과했나 보오. 청출어람靑出於藍(쪽에서 우러난 푸른 빛이 쪽보다 더 낫다)이야말로 모든 스승이 바라는 바 아니겠소! 단지 내가 아쉬웠던 건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요즘 세대들을 위해 단원 끝마다 언급되었던 고사성어를 따로 정리하여 각 한자마다 음과 훈을 달아 보기 좋게 정리해 준 건 좋았지만, 이왕이면 고사성어의 뜻도 같이 써주었다면 더 좋았을 뻔 했소. 책 내용에 고사성어가 나오게 된 배경과 그 뜻까지 설명되어 있지만 나중에 고사성어만 따로 익히려는 독자들은 그 뜻을 다시 찾아봐야하지 않겠소? 아무튼 간만에 좋은 책을 만나 그대와 이렇게 담소를 나누니 기분이 참 좋구료. 아니 그렇소?



 서평을 어찌쓸까 고민하다가 책에 나오는 인물 중 인문학과 수학의 대표적인 인물을 한 분씩 선정하여 그들이 이 책에 대해 주고받는 대화로 써 봤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서평을 쓰는 동안 고사성어와 수학 고유의 맛과 향을 잃지 않고 맛깔나게 비벼낸 저자의 글솜씨가 더 부러울 따름이었어요. 참! 공자님이 미스터 피타고라스보다 어리시지만 말투에 개성을 입히다보니 부득이하게 공자님께서 ’하오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공자 [孔子, BC 551 ~ BC 479]   

중국 고대의 사상가, 유교의 시조. 최고의 덕을 인이라고 보았다.
공자 사상의 근본인 ’인’은 공자가 생각하는 인간의 최고 덕(德)이었다. 하지만 정작 공자 본인은 이를 명백하게 밝힌 바는 없었다고! 
공자는 대체로 박애·덕·선 등의 뜻을 지니고 있는 심오한 인도주의자였다.
애석하게도 그의 사상은 살아 있을 때 실현되지 못한 채 증자, 자사를 거쳐 맹자에 이르러 활기를 띠고 
한 무제 이후 중국 사상계를 지배한 가장 커다란 조류를 이루었으며, 한국·일본 등 중국의 주변 국가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요즘은 동양 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알아주는 인기인이시다!
  
피타고라스 [Pythagoras, BC582? ~ BC497?]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크로톤에 학교를 세우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여성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였는데
여제자들 중에서도 아름답고 뛰어난 테아노와 결혼까지 하였다.
정확히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 건지 자신의 배우자가 될 기회를 제공한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암튼 많은 제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수학사에 많은 업적을 남긴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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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 살인사건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3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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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봐도 일흔 살은 족히 넘어 보이는 노파의 옷차림은 이채롭다. 질곡의 세월을 감추려는 듯 젋은 여자들 못지 않은 진한 화장과 머리 위에 다소곳하게 고정된 붉은 머리카락은 한껏 부풀어 올라 그녀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거기에 나이를 잊은 듯한 가슴이 푹 파인 붉은 칵테일드레스와 하늘거리는 보라빛 롱스카프까지 더해져 묘한 분위기까지 풍긴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사로잡는 건 그녀의 고혹적인 표정과 몸짓이다. 그건 분명 사랑에 빠진 여인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모습이다! '살인'을 소재로 하는 추리소설의 표지 모델로 내세우기에 그녀는 너무 늙었고 또 너무 사랑스러웠다. 양볼을 붉게 붉힌 그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로맨스? 살인사건? 또 로맨스와 살인사건은 대체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TV 프로그램의 구성 작가, 스토리 에디터와 프로듀서로서 다양한 작업을 해 온 리타 라킨은 미국 작가 협회에서 수여하는 상과 '에드거 앨런 포 상'을 포함한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저자는 오랫동안 선망해 오던 추리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을 모티브로 자신의 첫 번째 소설 주인공으로 글래디 골드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탄생시켰다. 『맛있는 살인사건』,『플로리다 귀부인 살인사건』에 이은 『카사노바 살인사건』은 글래디 골드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이었다. 앞서 두 작품을 읽지 못한 나로서는 한참 방영중인 드라마를 중간부터 봐야하는 껄끄러운 느낌이 들긴 했지만 두 장에 걸친 등장인물 소개와 1,2편에서 나온 과거를 곱씹는 장면에서 그럭저럭 지나간 줄거리를 더듬어 볼 수 있었다.  


 평균 연령 76.4세인 다섯 명의 할머니들로 구성된 노인  탐정단. 잠깐, 노인 탐정단이라고? 그것도 평균 연령 76.4세? 탐정이라고 하면 흔히 범인을 능가하는 비상한 두뇌와 재빠른 운동 신경을 소유한 '젊은이'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인 에도가와 코난처럼 은신하기에 유리한 초등학생 신체라도 지녀야 한다. 대체 리타 라킨은 무슨 생각으로 여느 모로 살펴보나 탐정으로서 유리한 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노인 탐정단을 구성한 것일까? 어느 날, 앨빈 퍼거슨이라는 사람이 노인 탐정단을 찾아와 자신의 어머니가 욕조에 빠져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함께 살았던 필립 스마이스라는 남자를 조사를 해달라고 의뢰(그래도 의뢰는 들어오는 구나;)를 해왔다. 그의 말에 따르면, 향년 95세인 그의 어머니 에스더 퍼거슨과 20살 연하인 스마이스는 연인 사이로, 두 사람은 상류층 노인들만 이용한다는 포트로더데일에 있는 실버타운 그리슨 빌라에서 한 아파트를 사용했다. 뚜렷한 살인 동기나 물증은 없었지만 앨빈은 완고한 자세로 필립 스마이스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리하여 노인 탐정단의 리더 격인 글래디스 골드(글래디)는 탐정단의 일원이자 친동생인 에벌린 마코위츠(에비)과 함께 필립 스마이스가 곧 입주하기로 되어있는 월밍턴 하우스에 잠입수사를 착수하게 된다.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개 노인들 뿐이지만 전반적인 소설의 분위기는 그리 어둡거나 칙칙하지 않다. 오히려 찬란한 태양이 부서지는 수면 위로 팔딱팔딱 뛰어오르는 생선들처럼 넘치는 생동감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노인 탐정단을 비롯한 많은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넘친다. 그렇다고 그녀들의 수사 진행 속도 역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극적 긴장감을 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른 아침, 산책을 나온 노인의 발걸음처럼 긴 호흡을 지닌 추리 소설이다. 가끔 발걸음을 멈추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이 두어 번 있었는데 그건 사건의 전개와는 별개의 일이다. 돌파리 의사 때문에 환각제를 먹어 난동을 부리는 소피와 알츠하이머병으로 고생하는 밀리의 이야기가 나올 때였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적은 그녀들이기에 신체의 작은 변화에도 촉각이 곤두서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노인을 주연으로 내세운 광고나 영화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대부분이 노인 특유의 완숙미와 삶의 지혜를 돋보이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 나오는 노인들은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오래 산 '젊은이'에 불과했다. 그의 비밀을 밝혀내겠다며 필립 스마이스에게 접근한 73세의 에비는 그만 살인자와 사랑에 빠졌고 동생의 위험한 사랑을 지켜보며 충고를 하려드는 75세 글래디 역시 남편 잭 골드의 살인 사건에서 조우한 잭 랭포드와 아슬아슬한 사랑의 감정 싸움 중이다. 단순히 황혼의 로맨스라고 치부기엔 감정 소모가 심하고 열정이 넘치는 사랑이다. 그녀들의 삶은 결코 마무리 짓는 단계가 아닌 아직 한참 성장하고 쉽게 상처받는 ing형인 소녀의 삶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화려하게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살인자와 사랑에 빠진 에비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두 명의 잭 사이에서 사별의 아픔과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는 글래디는 과연 잭 랭포드와 화해하고 그의 품에 다시 안길 수 있을까? 에비의 사랑은 『카사노바 살인사건』에서 마무리가 지어지고 글래디의 사랑은 제 4편 『추억 속의 살인사건』으로 여지를 남겨 놓았다. 내가 그녀들의 나이 만큼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들로 하여금 노인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 만큼은 확실하다. 더 오래 살았기에 더 많은 상처가 있고 더 쉽게 상처받는 그녀들을 꼭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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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입상 실전공식 - 공모전 상위 1%의 노하우를 배워라!
하하하 지음 / 전나무숲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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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하(夏河下)는 夏! 한여름 태양처럼 뜨거운 열정과 河! 흐르는 물과 같은 유연한 생각과 下! 처음처럼 언제나 겸손한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팀명을 지었다고 한다. 그들은 평범한 대학생으로 우연히 처음 도전한 공모전에서 덜컥 상을 받게 되면서 그 후로 공모전을 사랑하게 된 젊은이들이라고 자신들이다. 10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큰 규모의 공모전에 도전해 약 33%의 확률로 수상의 기쁨을 얻었지만 대상은 타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모전에서 3회 이상 입상한 사람은 전체 대학생의 3%뿐이라고 하니 자신들이 공모전 과외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자부했다. 그렇다면 그들의 공모전 과외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저 교과서 내용을 줄줄 읽기만 하는 따분한 과외 선생님이었다.
 

夏! 한여름 태양처럼 뜨거운 열정은 다 식어버린 걸까?

 책의 구성은 공모전의 주제 파악, 자료 조사, 기획안 작성, PPT 디자인, 청중을 사로잡는 발표 비법으로 총 5개의 장(章)으로 나뉘어져있다. 앞의 3장은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얻은 각종 정보와 자신들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놓으며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PPT 디자인과 청중을 사로잡는 발표 비법 부분은 거의 날림 수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겨우 열댓 장 남짓한 지면에 PPT 디자인에 대해 담으려고 하기 보다는 참고하기에 괜찮은 PPT 전문서적을 추천해 주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그들의 발표용 대본 역시 두 페이지에 걸쳐서 맛보기식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학생 광고 경진대회' 사이트를 참고하여 수상한 팀들의 발표 영상을 볼 것을 권했다. 독자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역대 수상팀이 아닌 하하하(夏河下)의 공모전 노하우를 보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회의 모습이나 모의 발표 영상, 기획서, PPT, 발표 대본을 부록 CD 한 장에 담아내거나 이 자료들을 다운받아 볼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 열정은 없었는지 묻고 싶다.    


河! 흐르는 물과 같은 유연한 생각은 이제 굳어버렸나? 

  대부분의 대학생이라면 학점, 각종 어학 점수와 자격증, 해외연수 그리고 이성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공모전은 그들의 관심 분야 목록 순위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공모전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대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공모전이 특채·취업 가산점 및 면접 시 특전, 무료 해외탐방 기회와 막대한 시상금, 스펙과 기업 경험의 기회, 전략적 사고력 향상, 창의력·아이디어 발상력 상승, 팀워크 리더십 계발 등등 혜택이 많다고 떠들어봤자 현실적으로 그들의 이목을 끌기 힘들다. 그들이 늘어놓은 공모전의 매력과 가치는 상투적이고 피상적인 것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 대학생들의 잠자고 있는 본능을 일깨워 공모전 앞에 끌어다 놓을 만한 게 없다. 차라리 자신들이 공모전으로 인해 변화된 자신들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편이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을텐데 말이다. 그밖에도 공모전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팀내 갈등을 해결하는 법' 같은 경험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들이 더 추가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下! 그들의 겸손함은 어디에 있을까?

 잘짜여진 '공모전 입상 실전공식'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발표회를 본 것 같다. Prologue에서 Epliogue까지 체계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내용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Prologue에서 밝혔듯이 각 장(章)을 4명이 같이 쓴 책이라 문체가 약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했다. 그건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사무적이고 가르치려 드는 듯한 문체만은 시종일관 유지되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그 권위적인 문체에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적절한 유머는 상대방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들이 책을 쓸 때 이 점을 고려해서 썼다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너무 기대감이 컸는지 실망스러운 부분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쉬웠던 건 FGI나 인터뷰 영상을 촬영할 때 일반인을 대상으로 찍는 것 같은데 이 섭외 방법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없다는 점이다. 일반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이 공개되는 사진이나 동영상 찍기를 꺼려한다. 게다가 공모전 주제에 맞는 대상을 찾아내는 것 조차 평범한 대학생이 찾아내기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공모전에서 FGI나 인터뷰 영상의 중요성을 언급한 만큼 이 부분을 자세하게 다뤘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 대부분이 톡톡 튀는 참신함이 없고, 한 번도 심사위원의 눈길을 멈추게 하거나 페이지를 넘기다가 다시 한 번 그 페이지를 보고 싶게 하는 내용 없이 그저 술술 읽히는 작품만 나오고 있다고 했다. 내게는 이 책이 그렇다. 분명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있고 각 장은 서로 유기적인 흐름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공모전을 하고 싶게 만드는 강한 '끌림'이나 참신한 정보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단지, 공모전이 무엇이며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개략적인 가이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우수상감은 될지언정 대상감은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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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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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손가락』은 '누가' 사건을 저질렀나보다 '왜' 사건을 저질렀나에 초점이 맞춰진 추리소설이다. 따라서 소설 초반에 범인과 범행 방법에 대해 낱낱이 밝힌 후, 독자들에게 '왜'라는 이유를 좇게 만든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건 추리소설의 긴장감이 반감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마에하라네 가족 이외에 용의선상에 떠오른 인물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을 뿐더러 딱히 이렇다할 논리적인 장치 없이 오로지 형사 가가 교이치로의 '감'에만 의존한 채 사건은 너무나도 쉽게 풀려버린다. 냉정한 관점에서 본다면 추리소설로서는 그다지 매력이 없다. 전통 추리소설의 묘미를 기대하고 읽은 독자라면 적잖이 실망할 것이다. 다만, 현대의 가족상과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의 가족과 사회 내에서의 지위에 대한 풍자와 문제의식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난 이 책의 가치를 발견했다.

 세대주는 마에하라 아키오, 47세. 처는 야에코, 42세, 14세의 아들과 치매에 걸린 72세 된 어머니.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만 제외한다면 이 가족은 그다지 눈 여겨 볼 만한 사항은 없어 보인다. 흔히들 말하는 평범한 가정인 것이다. 하지만 누구든 이 가정 내를 깊숙이 들여다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그저 '가족'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야에코의 아들에 대한 사랑은 올바른 관심이나 애정이라고 볼 수 없다─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으며 의사소통은 단절된 채 남보다도 못한 관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는 가족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식사시간이 해체되는 장면에서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족의 식사시간은 단순히 밥을 먹는 행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로 가족의 대화를 통해서 서로 간의 사랑을 확인하고 가족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느끼는 시간인 것이다.

 아키오는 늘 문제가 닥치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기보다는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소극적이고 근시안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물이었다. 그의 아내 아키오는 오직 자식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으로 살아가지만 그 사랑이 결국 아들을 파멸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이들의 하나뿐인 아들 나오미. 부모의 올바른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하여 마음 속엔 늘 분노가 가득 차 있으며 사회성이 부족하다. 이런 가족들 틈에 끼어 그들과 마주하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그 안에서만 생활하는 어머니. 그 누구도 자신들의 문제를 직시할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상처가 나면 바로 치유하고 약을 발라야 한다. 치유의 과정은 쓰리고 아프다. 하지만 그 과정이 고통스럽다고 마냥 상처를 내버려 두면 결국 곪아터진다. 어떤 식으로든 상처는 감출 수는 없는 법이다. 아들 나오미를 통해 마에하라 가족이 방관하던 마음의 상처는 결국 묵혀왔던 고름을 터뜨렸다. 녀석은 대담하게도 7살짜리 여자 아이를 자신의 집에서 살해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안 아키오 부부는 사건을 은폐하는 것도 모자라 최후의 수단으로 내밀었던 카드는 결코 인간이라면 해서는 안될 짓이었다.

 마에하라 가의 맞은편에 사는 이웃집 사람이 기억하는 마에하라네 가족들은 비교적 평범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들은 결코 '평범'한 가족이 아니었다. 대가족 시절에 노인들은 집안의 어른으로서 존중받았고 손주들은 부모의 효심을 보고 자라며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며 자랐다. 하지만 오늘날의 핵가족 속에서 노인들은 그저 자식들에게 짐으로만 여겨지고, 바쁜 현대인들은 가족과 함께 식사는커녕 얼굴 마주 볼 시간도 부족하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무관심해지고 점점 단절되어 간다. 바로 마에하라네 가족처럼 말이다.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연 난 평범한 사람인가? 우리 가족은 평범한 가족인가? 그런데 '평범하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우선 '평범하다'란 단어부터 정의해 보기로 한다. 사전을 뒤적여 본다. 평범하다[平凡--] : [형용사]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 라고 나온다. 역시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이 소설을 천천히 곱씹어 보니 정의조차 애매한 그 뜻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내린 '평범하다'의 정의는 상처가 있을지언정 그 상처를 못 본 체하지 않고 치료를 시도하는 노력,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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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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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1년, 폴라드에서 랍비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성적 학대와 노동 착취로 얼룩진 어린 시절. 열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 경험한 낙태(낙태된 아이 역시 그녀의 첫사랑 피터, 흑인의 아이였다.)와 방황. 사회로부터의 차별과 편견의 냉혹한 시선을 개의치 않는 자유로운 영혼.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흔들릴지언정 주저앉지는 않는 강인한 정신력. 인종차별이 만연한 시절 흑인과 두 번 결혼하여 열두 명의 흑인 아이를 낳은 백인 여자. 두 명의 남편을 모두 사별하고 홀로 열두 명의 자식들을 훌륭하게 길러낸 어머니. 이 모든 수식어는 바로 저자 '제임스 맥브라이드(James McBride)'의 어머니인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Ruth McBride Jordan)'을 향하고 있다. 


 이 책은 에세이지만 서사 형식을 띠고 있어 소설처럼 느껴진다. 이야기는 감추어진 어머니의 행적을 찾기 위한 여덟 번째 아들, 제임스의 노력으로 물꼬를 튼다. 어머니의 감추어진 행적은 인종의 차별이 만연한 시절 흑인을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까지 결심하게 되면서 고향과 가족들에게서 자연적으로 멀어짐으로써 시작되었다. 당시 백인과 흑인의 결혼은 목숨을 걸어야할 만큼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미국 남부에서 자란 어머니 루스의 이야기와 뉴욕에서 자란 아들의 이야기를 한 챕터(Chapter)씩 번갈아가며 들려준다. 두 이야기는 별개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것처럼 보여도 이미 예정된 것처럼 결국은 씨실과 날실로 만나 서로를 채워주고 보다듬어 준다. 책의 서문에서 그가 '이 책은 내게 들려준 어머니의 살 그대로이고 그 삶의 갈피에 나의 삶 또한 두서없이 담겨 있다.'고 밝힌 것처럼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피부색에 따른 정체성의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왔지만 어른이 된 제임스는 그때까지도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다. 결국 그는 어린 시절부터 질문 자체가 금기시 되어 온 어머니의 물기 어린 기억의 심층부와 마주하는 것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했고 그것이 이 책을 쓴 목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들려주고 있는 사회적 차별과 냉대가 마냥 어둡거나 암울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저자의 위트있는 필력 덕분인 것 같다. 실제로 책을 읽다가 소리내어 웃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의 열두 명의 형제자매들 역시 피부색으로 어린 시절 정체성에 혼란을 겪긴 했지만 모두 자존감이 높고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겸비하고 있다.  이 한 편의 에세이에는 어머니와 아들, 두 편의 성장소설과 흑인과 유대인, 두 개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에 그 어떤 편견이나 차별도 없이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특히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 어떤 나라에서 겪는 인종차별보다 깊은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 민족성 자체가 배타적이거나 인종적 사대주의를 타고나서 그리된 것이 아니다. '세계 유일의 단일 민족국가'라는 글귀가 국정교과서에서 사라진 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글귀는 사라졌지만 오랜 세월동안 자부심으로 꼭꼭 눌러 쓴 '세계 유일의 단일 민족국가'란 글자 자욱은 아직도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또렷이 새겨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임스가 말하고자 하는 '차별'은 비단 인종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한 집단이 만들어 낸 평균이란 범주를 벗어나는 사람들은 늘 드러내놓거나 은연 중에 '차별'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평균이란 대체 무엇일까? 정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모호한 평균을 좇으며 그 범주를 벗어난 사람들을 무조건 배척한다면 모두가 획일화된 죽은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은, 그 다양성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발전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 책의 주인공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Ruth McBride Jordan)'이 우리에게 그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진리를 몸소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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