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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연의 수학플러스 - 고사성어로 푸는 수학의 세계
이광연 지음 / 동아시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공자 曰, 피타고라스께선 최근 한국의 한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이광연씨가 펴낸 『이광연의 수학플러스』란 책을 읽어보셨소? 고사성어로 수학을 풀어 설명하다니 그 발상 한번 독특하지 않소! 요즘 나오는 수학교양 서적들은 나름 참신하다고는 하나 그 형식과 내용이 거의 비슷해서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보는 순간 눈을 떼지 못 하겠더오. 같은 내용이라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수학을 동시에 다루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고 두 학문을 자유자재로 엮어냈다 풀어냈다하는데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소. 책 한 권으로 수학과 한자를 동시에 잡다니, 바로 이런 걸 두고 일석이조一石二鳥, 일거양득一擧兩得(한 가지 일로써 두 가지의 이익을 얻음)이라 하는 것 아니겠소. 안 그렇소? 미스터 피타고라스. 허허허.
피타고라스 曰, 왜 안 그렇겠습니까? 공자님. 며칠 전 피타고라스 학회 도서관의 신간 도서 코너에서 눈에 띄기에 저도 그 분야의 전공자로서 관심을 갖고 이 책을 읽어보았답니다. 재미난 수학사와 역대 수학자들의 업적과 개인사를 다룬 이야기로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중학교 교과서부터 대학교 전공서적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수준을 다루고 있어서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를 만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더군요. 이광연씨가 제7차 개정교육과정 중·고등학교 수학교과서의 저자이기도 해서 교과서의 이해도나 논술 시험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특히 한국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적극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게다가 매 단원마다 익살맞은 그림이 등장하여 추임새를 넣어주니 재미가 배가 되고 질리지가 않아요. 동아시아 문명의 지혜가 담긴 고사성어와 고대 그리스부터 내려오는 논리를 드러낸 수학이 생각보다 조화를 잘 이루더군요.
공자 曰, 아니, 그대는 책을 제대로 읽어보기는 한 것이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학책이자 수학책인 『주비산경周髀算經』에도 확인할 수 있듯이 동양의 수학은 서양의 수학에 비해 전혀 뒤떨어져 있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는 오히려 상당히 앞서 있다고 하지 않았소! 게다가 원주율 π는 5세기경에 조충지라는 사람이 3.141592까지 구했는데 이 값은 유럽보다 천 년 이상 앞선 시기오. 물론 그대나 나나 기원전 5~6세기 사람들이지만 수학자라면 이 정도는 기본 아니오! 실망스럽소. 미스터 피타고라스! 어쨌든 그대 역시 이 책을 인상깊게 읽으셨구료. 그림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설명하는 수학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수식과 그림이 첨부되어 있어 비전공자인 내가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겠더오. 이렇게 수학이 재미있는 학문인 줄 알았다면 나도 진작에 자연과학 분야도 관심을 가져볼 걸 그랬소.
피타고라스 曰, 제 말씀에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물론 저도 동양의 수학이 서양보다 수 세기나 앞선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겨우 200년 앞선 산업혁명 이후로 서양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급속도로 앞서게 되었지요. 그 후, 서양이 각종 매체까지 주도권을 갖게 되면서 동양의 역사와 학자들은 서양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못 했구요. 이점은 저도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이공계열 기피 현상이 보인다는데 이 책으로 말미암아 많은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가졌으면 합니다. 저자도 단원이 끝날 때마다 이 점을 매우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엔 그 정도가 좀 지나쳤습니다. 이제 막 흥미를 갖고 공부 좀 하려하는데 뒤에서 부모님이 "너 공부 안하니?"하면 딱 하기 싫어지는 그런 심정이 되더군요. 고사성어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이라고 하나요?
공자 曰, 껄껄껄. 미스터 피타고라스도 이제 고사성어에 달인이 되셨구랴. 음, 그거야 천려일실千慮一失(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한 가지 정도의 실수는 저지를 수 있음)이라고 아무래도 저자가 교직에 몸을 담고 있다보니 학생들이 수학에 관심을 갖길 바라는 욕심이 좀 과했나 보오. 청출어람靑出於藍(쪽에서 우러난 푸른 빛이 쪽보다 더 낫다)이야말로 모든 스승이 바라는 바 아니겠소! 단지 내가 아쉬웠던 건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요즘 세대들을 위해 단원 끝마다 언급되었던 고사성어를 따로 정리하여 각 한자마다 음과 훈을 달아 보기 좋게 정리해 준 건 좋았지만, 이왕이면 고사성어의 뜻도 같이 써주었다면 더 좋았을 뻔 했소. 책 내용에 고사성어가 나오게 된 배경과 그 뜻까지 설명되어 있지만 나중에 고사성어만 따로 익히려는 독자들은 그 뜻을 다시 찾아봐야하지 않겠소? 아무튼 간만에 좋은 책을 만나 그대와 이렇게 담소를 나누니 기분이 참 좋구료. 아니 그렇소?

서평을 어찌쓸까 고민하다가 책에 나오는 인물 중 인문학과 수학의 대표적인 인물을 한 분씩 선정하여 그들이 이 책에 대해 주고받는 대화로 써 봤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서평을 쓰는 동안 고사성어와 수학 고유의 맛과 향을 잃지 않고 맛깔나게 비벼낸 저자의 글솜씨가 더 부러울 따름이었어요. 참! 공자님이 미스터 피타고라스보다 어리시지만 말투에 개성을 입히다보니 부득이하게 공자님께서 ’하오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공자 [孔子, BC 551 ~ BC 479]
중국 고대의 사상가, 유교의 시조. 최고의 덕을 인이라고 보았다.
공자 사상의 근본인 ’인’은 공자가 생각하는 인간의 최고 덕(德)이었다. 하지만 정작 공자 본인은 이를 명백하게 밝힌 바는 없었다고!
공자는 대체로 박애·덕·선 등의 뜻을 지니고 있는 심오한 인도주의자였다.
애석하게도 그의 사상은 살아 있을 때 실현되지 못한 채 증자, 자사를 거쳐 맹자에 이르러 활기를 띠고
한 무제 이후 중국 사상계를 지배한 가장 커다란 조류를 이루었으며, 한국·일본 등 중국의 주변 국가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요즘은 동양 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알아주는 인기인이시다!
피타고라스 [Pythagoras, BC582? ~ BC497?]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크로톤에 학교를 세우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여성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였는데
여제자들 중에서도 아름답고 뛰어난 테아노와 결혼까지 하였다.
정확히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 건지 자신의 배우자가 될 기회를 제공한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암튼 많은 제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수학사에 많은 업적을 남긴 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