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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펼쳐보는 인체 크로스 섹션 - 인체 속을 살펴보는 특별한 탐험 ㅣ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리처드 플라트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스티븐 비스티 그림, 홍인표 감수 / 진선아이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입체적인 물체를 평면에다 옮겨 그리기란 쉽지 않은 작업이다. 3차원에서 2차원으로 차원이 바뀌면서 공간 내의 점을 지정하는데 필요한 독립좌표의 변수가 하나 줄어들었기 때문─한마디로 부피 개념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화가들은 회화, 수학, 기하학, 인체 해부학 등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쌓으며, 원근법이나 음영법과 같은 사물을 실제처럼 묘사하는 새로운 방법을 수세기에 걸쳐 찾아냈다. 최근에는 원근법 및 음영법에 근거한 동시에 빛의 굴절과 반사를 이용한 초리얼리즘 예술인 트릭아트까지 선보였다. 아마도 오늘날의 화가들은 3차원의 물체를 2차원의 평면 위에 표현해 내는데 어떠한 장애나 불편함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영국의 대표적인 역사·과학 그림책 작가로 잘 알려진 스티븐 비스티 역시 우리 인체 내부를 놀라울 만큼 사실적으로 평면에 옮겨 그렸다. 그는 여느 화가들처럼 원근법이나 음영법에 근거하여 우리 몸의 각 기관을 세포와 신경, 핏줄과 근육의 작은 단위로 쪼개고, 중요한 부분은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확대하고 세밀하게 표현하였다. 여기에 리처드 플라트는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위트있는 글로 그의 그림에 한층 생기를 불어넣었다. 리처드 플라트는 블루피터 어린이 도서상의 '최고 이론서 상'을 비롯하여 많은 상을 수상한 작가로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책을 쓰고 있다. 한마디로 『한눈에 펼쳐보는 인체 크로스 섹션』은 각각 글과 그림 두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이들의 멋진 합작품인 셈이다.
이 책 역시 주 독자 대상이 '어린이'지만 완성도 높은 그림과 전문서적 못지 않은 깊이 있는 내용으로 모든 연령의 독자층을 아우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오히려 책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고등학교 수준의 생물학 지식을 필요로 할 정도다.
우리의 인체 내부 이해를 돕기 위하여 탐험 대상으로 선택된 사람은 '스티븐 비스티'라는 남자로 직업은 예술가다. 자신의 신체를 모델로 그린 스티븐 비스티. 이 책은 단순히 각 신체 기관의 이름과 역할만을 읊어주고 있지 않다. 이야기가 존재하는 과학책이다. '미지의 세계인 인체를 구석구석 탐험하며 지도에 표시하는 임무'를 띤 특별 탐험대가 스티븐 비스티의 몸 속을 샅샅이 뒤지는 내용이다. 눈, 귀, 뇌, 척수와 신경, 뼈대, 피부와 근육, 입과 창자, 림프와 혈액, 콩팥·방광 및 생식기 계통, 심장, 코와 허파 순으로 이동하며 인체 속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입체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보여주는 인체 내부는 서른 장 남짓의 지면에 알차게 담겨있다. 하지만 탐험대라 불리는 작은 인간들이 매 인체 내부에 함께 그려지는데 그 수가 너무 많고 정교하게 그려져 있어서 오히려 산만한 느낌이 든다. 굳이 그려야했다면 신호등에 보이는 그려진 사람처럼 단순하게 표현하는 게 좋았을 것 같다. 특히 각각의 작업만마다 각기 다른 옷을 입고 있는데 개중에 혈액반인 '산소를 품은 피'와 '산소가 제거된 피'를 담당하는 자들의 의복색이 거의 구별이 가지 않는 붉은색이라 신체 기관이 그려진 일러스트 내에서는 구별이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구별을 할 수가 없다. 그저 정맥과 동맥으로 파악하는 수밖에는 없는데 그럴 바엔 혈액반을 굳이 둘로 나눌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인체 해부학을 근거로 한 입체적인 그림은 좋았지만 아쉽게도 분해되지 않은 원래의 신체 기관 그림이 없고 또, 아무리 자세한 그림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그건 '그림'일 뿐이니 실물이 궁금하면 기타 다른 자료들을 참고해야 한다.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하여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정교하고 자세한 인체 내부를 그린 책은 일찍이 본 적이 없기에 상당한 재미와 감탄을 느꼈다. 쉽게 떠올리기도, 쉽게 그려 보기도 힘든 인체 내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 함께 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