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꾸로 여행하는 우주 비행사다. 저 위에서는 거리가 친밀감을 자아내고, 이 아래에서는 가까움이 불안을 낳고 따라서 거리가 생겨난다.

우리가 화성에 물리적으로 존재함으로써 그곳의 공허를 압도해 버리면 어떤 본질적인 것이 사라지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우주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이상, 우주는 모두에게 속하니까.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저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우리 시대의 불안을 보다 잘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사안에 오로지 두 가지 측면만 존재하고 어느 한 측면을 위해 죽을 둥 살 둥 싸워야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달까.

조망 효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어도 밥은 그 느낌을 상상할 수 있다. "예전에 개를 몇 마리 키웠어요. 그 애들을 데리고 긴 산책을 나가서 하늘과 구름을 바라보며 완전한 평화를 느끼곤 했죠. 가끔은 바다로 데려가서 해가 질 때까지 걸었는데 수평선에 갖가지 색이 펼쳐지는 광경이 정말 마법 같았어요. 그럴 때면 모든 것이 그냥 소리 소문도 없이 증발해 버리는 기분이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광대함을 체감했던 것 같네요."

저녁 햇살 한줄기가 실내로 비쳐 든다. 나는 작디작은 무수한 입자들의 춤사위를 지켜보다가 시속 약 10억 8천만 킬로미터로 우리에게 달려드는 빛에 또다시 경외감을 느낀다.

서두르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것도 보거나 듣지 못하게 되잖습니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에 대해,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가 생기고요. 말하자면 넓게 볼 수 있게 되죠. 그래서 제가 그쪽 질문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다면 제 대답은 ‘걷기’고, 그쪽이 그런 느낌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면 그 사람과 같이 걸어 봐요."

보통 제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이런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어요.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데, 나는, 나는, 나는’ … 그런데 긴 산책을 하고 나면 그런 생각이 전부 사라져요. 완전히 이완되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이완되면 마음이 열리고요. 그러면 생각할 수 있어요.

휴식은 저항의 한 형태입니다

아이들과 가까이 붙어 있는 것은 좋지만, 눈물이 왈칵 쏟아질 만큼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을 때에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외계 행성은 예술가들이 표현한 인상으로만 경험할 수 있다. 행성이 어떻게생겼을지를 보여 주는 그림으로만.

내 탐구가 사실 일종의 도피일 수도 있는지

쌍둥이 행성을 찾는 것은 우리의 기원을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철학적 혁명’이 될 것이다. "진화론과 비교해 보세요"라고 베단탐이 말한다. "동물이(이를테면 앵무새, 전갈, 소처럼) 세 종류뿐이었다면 다윈은 결코 그런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을 겁니다. 지구를 동물의 한 종류로 생각해 보면 이 비교의 의미를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넓은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고 우리의 행성 지구가 어떤 사슬의 일부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사한 ‘동물’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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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에덴 1 - 추앙으로 시작된 사랑의 붕괴
잭 런던 지음, 오수연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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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번역 너무 잘했다. 오수연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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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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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아 철학에서 ‘신‘은 ‘이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또한 스토아 철학에서는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하나 밝혀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운명에 따라 결정되어 있다면, 삶에서 ‘행‘과 ‘불행‘의 구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미래를 생각할 때 두려운 이유는 미래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다면, 단지 주어진 길을 따라갈 뿐이라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이 책의 저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스토아 철학자이자 로마 황제였다.

˝잃는 것은 현재뿐˝, ˝판단이 없으면 속박도 없다˝와 같은 금언들을 계속 반복함으로써, 손해에 대해 판단하지 말라고 한다. 또한 인생의 짧고 덧없음을 거듭 말하며 죽음을 항상 생각하고, 의연히 받아들이라 가르친다. 무언가를 강조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것이 눈에 밟힌다는 뜻, 늙음(시간을 잃는 것)과 죽음은 로마 황제도 항상 골몰하던 주제였나보다.

˝자만심 중에서도 마치 자신이 자만심에서 자유롭게 된 것처럼 생각하는 자만심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자만심이다.˝

책을 읽을수록 자만심이 생기는 요즘인데, 이 글귀를 보고 나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토아 철학에서 ‘아파테이아‘는 영혼을 정념에서 해방시킨 뒤 찾아오는 ‘평정의 상태‘를 말한다. 약 1860년 전 사람이 쓴 글을 읽고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건 참으로 좋은 일이다. 마르쿠스도 그의 가족도 친구도 모두 죽어 없어졌으나 그의 저작만이 남아서 후대인들의 정신을 고취한다는 것은, 진정한 책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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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나는 별 하나하나에는 보이지 않는 별 아홉 개가 있다.

달은 형성 시점부터 지금까지 매년 약 1.5인치의 속도로, 인간의 손톱이 자라는 속도와 비슷한 속도로 느적느적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전 세계가 머나먼 과거에 화석화된 물질을 태우며 살았던 시절의 사람들을. 과거를 소각하고, 그 과거와 함께 미래까지 소각했던 사람들을.

풍경이 너무나도 단조롭기에 걸음을 늦추어야만 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가 느끼기에, 빨리 걸을수록 단조로움은 배가 된다. 인내심을 가진 눈만이 수천 가지의 뉘앙스를 포착할 수 있다. 풀이 무성한 관목들. 화다닥 달아나는 뱀. 돌에 새겨진 선들.

많은 국가와 민간 우주항공 기관은 가능한 한 속히 화성으로 가는 데 혈안이 되어 있지만 정작 화성에 도착한 후 어떻게 처신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기술적 프로토콜이 아니라 최초의 인간 정착민들의 사고방식에 관해 이야기해야 할 때 말이다.

단기적인 것은 장기적인 것과 공존해야 한다. 둘 중 하나만 택하는 것은 인생을 절반만 살겠다는 것이다.

거리를 두고 더 멀리 볼수록 더 많은 연결 고리를 보게 된다고

나는 향후 2억 5천만 년 동안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보여 주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발견한다. 달이 천천히 멀어지고, 태양은 조금씩 식어가고, 아프리카와 유럽은 서서히 하나의 대륙으로 합쳐진다.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는 서로 멀어지다 각자의 길을 간다. 호주는 북쪽으로 이동해 아시아 대륙에 붙고, 남극 대륙은 마다가스카르 인근 어딘가에 자리를 잡는다.
오늘날 대규모로 펼쳐지는 지정학적 갈등은 대륙이 추는 느릿느릿한 춤사위 속에서 저절로 정리될 것이다.

우리는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세상을 잠시 표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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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대여 페이백]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 / 돌베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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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브라이언 콕스의 "우리는 의식을 가진 우주다"라는 말뿐이다

거의 모든 우주 비행사가 우주에서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자마자 지구 활동가가 됩니다.

리처드 버크민스터 풀러는 "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우주선에 탄 우주 비행사다"라고 썼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면 그것을 잃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태어난 곳이 바로 천국이다. 우리가 번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 주는 곳은 다름 아닌 이 작은 행성이다.

인간은 생태계의 파괴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밤을 밝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는 심리적인 질환을 개개인에 초점을 맞춘 약물과 치료법으로 치료하죠. 하지만 개인보다 훨씬 거대한 차원의 문제가 존재한다면요? 그런 질환이 우리가 이 세상과 맺은 관계에서 비롯하는 논리적인 결과라면

"조망 효과가 일어나려면 경외감이 필요해요.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경험은 산이나 숲에서 숨 막히는 풍경을 마주하는 경험과 비슷하죠. 하지만 도시에서는 어떨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도시에는 우리 자신보다 거대한 무언가가 별로 없으니까요.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뿐이네요. 어둠 속의 빛, 별이 빛나는 하늘을요."

"빛이 실제로 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든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이런 내 생각을 들은 스포엘스트라가 말한다. "심지어 조명과 안전 사이의 연관성을 반증하는 연구도 있었고요."
그는 조명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동네보다 잘 갖춰진 동네에서 범죄 사건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를 언급하면서 이는 단순히 조명이 밝을수록 활동량이 많아지고 그만큼 바람직하지 않은 활동량도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조명 설비가 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경우는 오로지 사회적 통제가 갖춰져 있을 때뿐이라고 결론 내린다.

우주는 인간 상상력의 주요한 원천 중 하나입니다. 과학의 원천이기도 하지요. 우주cosmos라는 단어가 ‘질서’를 의미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프랑스 천체물리학자 파투마타 케베의 『원스 어폰 어 문』La Lune est un roman에서 읽기로는 ‘지구 조석’이라는 것도 있다는데. 케베는 그 책에서 달의 인력에 반응하는 지구의 단단한 표면이 매일 약 30센티미터 정도 상승하고 하강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케베는 지표면 전체가 수백 마일 면적에 걸쳐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데도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현상을 ‘땅의 비밀스러운 호흡’이라고 부른다.

어느 한 편의 시에서 엘슨은 동료 과학자들에게 시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호기심도 결국은 정신의 일부니까요."

전 인류의 꿈이라고 하기에 우주 비행사와 관제탑은 너무나도 백인 중심, 남성 중심, 미국 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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