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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리얼리즘 - 대안은 없는가, 2판
마크 피셔 지음, 박진철 옮김 / 리시올 / 2024년 1월
평점 :
‘자본주의 리얼리즘‘이란 ˝자본주의 이외의 사회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상상불가‘는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1. (자본주의 이외의 다른 사회가 있을 수도 있음을)아예 알지 못함
2. (다른 사회가 있을 수 있음을)알면서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함
물고기가 물 밖 세상을 상상할 수 없듯이, 개인은 시대(지배관념)를 벗어난 세상을 상상하기가 힘들다. 또한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하는 게 사실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아보자˝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이 있는지를 제안하진 못한다.
저자의 믿음은 ‘자본주의(가 잘못됐다)‘라는 생각이고, 모든 것을 이와 결부시켜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이는 인문사회과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 일례로 저자는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개인의 정신건강적 측면이 악화되었다˝라고 말하는데, 과연 정신건강의 악화의 주 요인이 자본주의일까? 자본주의가 정신건강 악화에 얼마나 악영향을 줬는지, 정확히는커녕 대략적으로라도 파악할 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확실한 인과관계를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을 악화시킨 것은 의학 발달(로 인한 질병 분류의 세밀화), 과도한 도시화, 혹은 과밀화로 인한 경쟁의 촉진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직접적으로 자본주의와 관련있는 것은 아니다(의학 발달, 인구 과밀화는 사회주의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80년대 말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함께 사회주의는 무너졌다. 복지 제도 등으로 자본주의 체제에 그 흔적을 남기긴 했지만, 이제 현실에서 순수한 사회주의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는 북한이라는 잘못된 사례 옆에 있다 보니,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는 다 북한처럼 된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1. 강제가입과 2. 소득재분배적 측면에서 사회주의적인 제도에 가깝다. 또한 북한에는 장마당이 있어서 사실상 시장교환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우리는 순수한 자본주의도, 순수한 사회주의도 아닌 혼합된 체제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과 같은 시도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양성은 생존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우리가 처한 기후위기나 기타 사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언젠가 기후위기가 극심해지면, 국가 주도의 배급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개인의 자유보다 전체의 생존이 급선무가 될 것이다. 나는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고 국가는 작은 게 큰 것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런 기후위기가 심해지기 전에 시장의 자율적인 자정기능으로 소비와 생산이 동시에 줄어들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기보다는 인류가 다른 행성(혹은 지하)으로 가거나, 아니면 국가 주도의 배급사회가 오는 게 더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