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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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의 대표작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딱히 와닿진 않았다.

미시마의 가장 큰 특징은 ‘좁은 주관성‘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찐스럽다‘고 표현하는 바로 그런 특징인데, 이 사람의 행동을 우리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의 내부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는 게 더없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 작품도 그런 좁은 주관성을 갖고 있다. 불은 봉기(거사)의 대명사다. 세상을 뒤엎어버리고 싶은 그런 마음, 하지만 우리는 그런 불을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객관적인 타당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방화는 범죄가 될 수밖에 없다.

멋있게 죽고 싶었던 미시마는 안중근을 참 부러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에서 태어났으면 과연 멋지게 자결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보지만, 아마 그는 그 나름대로의 좁은 주관으로 결국 뒤틀린 최후를 맞이하지 않았을까 싶다.

*3/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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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장자수업 1 - 밀쳐진 삶을 위한 찬가 강신주의 장자수업 1
강신주 지음 / EBS 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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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상처받지 않을 권리 다시쓰기>)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강신주 씨는 잡소리가 너무 많고, 그 사견이 편협하다. 그래서 내가 읽은 게 과연 ‘장자‘인지 아니면 ‘강신주 씨의 사견문‘인지 잘 모르겠다. 주문한 메뉴가 아니라 다른 게 나온 느낌... 어쨌든 다 읽긴 했으니 소감을 써본다.

빈 배처럼 자신을 버리고 세상을 노닌다. 소요(목적 없는, 한가함) 유(여행).
자신을 비운다는 것, 자신을 잊는다는 것.

분별(비교)하지 않고 주어진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최선이란 그때그때 맞춰 사는 게 아닌가 싶다.

바람과 구멍이 만나 소리를 내는 것.

행동 : 능력을 발휘하면서,
생각 : (자신이 능력자)라는 생각을 버린다면

생각 중 허영은 자의식, 즉 남의 시선(평판)을 의식하는 데에서 온다.

˝그런 일이 있은 뒤 열자는 스스로 아직 배우지도 못했다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와 3년 동안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아내를 위해 부엌일을 하고 사람을 먹이듯 돼지를 먹였으며, 모든 일에 특별히 편애하는 일도 없었다. ... 열자는 한결같이 이렇게 살다가 자신의 일생을 마쳤다.˝

열자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나 또한 무언가를 분별하는 의식, 허영, 자의식에 사로잡히지 않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최선을 다해) 받아들이면서 살고 싶다. 그러한 한결 같은 모습에 거룩함이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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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리커버)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샬럿 브론테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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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19c 웹소설 같았다. (좋은 의미로)재미있었다는 말이다. 특히 초반부는 해리포터와 매우 흡사한 느낌이 들었다(외가에서 더부살이 하는 모습이나 기숙학교로 가는 모습 같은 것들이). 가족도 직계가 아니면 믿을만하지 못한 건 어디나 같나보다.

로우드에서 전염병이 돌자 학생들이 픽픽 죽어나가는 게 인상적이었다. 15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쉽게 죽는 존재였던 것이다. 지금이야 죽음을 보기가 힘들지만, 예전에는 죽음이 매우 일상적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작가도 기숙학교에서 두 언니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 어쩌면 옛날 사람이 철이 금방 든 것도 죽음이 가까웠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상실은 사람을 각성시키니까.

하여튼 소설 서사적으로 보면 여주가 두 남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내용이어서 특별할 건 없는데, 그 전개 방식이 매우 스무스하다는 데에 강점이 있다. ‘웹소설‘이라고 말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하지만 또라이같은 남주 두 명을 보고 있으면 작가가 얼마나 힘든 연애를 했는지 대충 보이는 거 같았다. 특히 존 리버스는 이게 믿음인지 아집인지 모를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싫은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 황금률인데, 리버스는 ˝내가 하고 싶으면 남들도 뭐든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교(경전)라는 건 결국 아전인수의 대상일 뿐인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결말부는 작가가 생각하는 정의로운 결과를 보여주는 것 같은데, 결국 주체적인 여성이 아닌, 어딘가에 종속되어야 하는 여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아쉽다. 하지만 1847년 작 아닌가. 개인이 시대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그와 동시에 이 작품이 그렇게까지 명작은 아니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재밌으니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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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리얼리즘 - 대안은 없는가, 2판
마크 피셔 지음, 박진철 옮김 / 리시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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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리얼리즘‘이란 ˝자본주의 이외의 사회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상상불가‘는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1. (자본주의 이외의 다른 사회가 있을 수도 있음을)아예 알지 못함
2. (다른 사회가 있을 수 있음을)알면서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함

물고기가 물 밖 세상을 상상할 수 없듯이, 개인은 시대(지배관념)를 벗어난 세상을 상상하기가 힘들다. 또한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하는 게 사실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아보자˝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이 있는지를 제안하진 못한다.

저자의 믿음은 ‘자본주의(가 잘못됐다)‘라는 생각이고, 모든 것을 이와 결부시켜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이는 인문사회과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 일례로 저자는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개인의 정신건강적 측면이 악화되었다˝라고 말하는데, 과연 정신건강의 악화의 주 요인이 자본주의일까? 자본주의가 정신건강 악화에 얼마나 악영향을 줬는지, 정확히는커녕 대략적으로라도 파악할 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확실한 인과관계를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을 악화시킨 것은 의학 발달(로 인한 질병 분류의 세밀화), 과도한 도시화, 혹은 과밀화로 인한 경쟁의 촉진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직접적으로 자본주의와 관련있는 것은 아니다(의학 발달, 인구 과밀화는 사회주의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80년대 말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함께 사회주의는 무너졌다. 복지 제도 등으로 자본주의 체제에 그 흔적을 남기긴 했지만, 이제 현실에서 순수한 사회주의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는 북한이라는 잘못된 사례 옆에 있다 보니,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는 다 북한처럼 된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1. 강제가입과 2. 소득재분배적 측면에서 사회주의적인 제도에 가깝다. 또한 북한에는 장마당이 있어서 사실상 시장교환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우리는 순수한 자본주의도, 순수한 사회주의도 아닌 혼합된 체제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과 같은 시도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양성은 생존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우리가 처한 기후위기나 기타 사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언젠가 기후위기가 극심해지면, 국가 주도의 배급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개인의 자유보다 전체의 생존이 급선무가 될 것이다. 나는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고 국가는 작은 게 큰 것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런 기후위기가 심해지기 전에 시장의 자율적인 자정기능으로 소비와 생산이 동시에 줄어들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기보다는 인류가 다른 행성(혹은 지하)으로 가거나, 아니면 국가 주도의 배급사회가 오는 게 더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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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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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판단(죽이는)하는 아버지는, 아들이 의사가 되어 사람을 살리길 바란다. 또한 자신을 고통에서 구해주기를 바란다. 아들은 의사가 되어 가장 악한 사람과, 가장 위험하고도 사랑스러운 사람을 구한다.

사람의 목숨은 비율로 계산될 수 없으며, 모두가 귀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내 명예와 목숨이 위험해질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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