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룬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팔린 가습기 살균제는 그야말로 재난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회적 재난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고(약 1700명), 그것도 겨우 추정치일 뿐이다. 부상자나 집계되지 않은 사람들은 셀 수도 없다. 17년 동안 독약을 팔았음에도 아무도 그걸 알지 못했다는 게 너무 마음 아프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의 생명/건강과 관련해서는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은 분할할 수 없는 것이기에, 하나를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난 상황에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달리기 할 때 오디오북을 듣는 걸 좋아한다. 이 책도 그렇게 오디오북으로 접하게 되었는데, 듣다 보니 너무 좋아서 읽어서 한 번 더 봤다. 손웅정 씨는 전직 프로 축구선수다. 손흥민 씨의 아버지로만 알고 있을 수도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왜 손흥민 씨가 그렇게 훌륭한 인성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손웅정 씨는 29세에 무릎 부상으로 이른 은퇴를 하게 된다. 그 후 가장으로서 이런저런 일을 다 하는데, 노가다를 하면서 주변에서 수근대는 소리가 신경쓰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날 때부터 프로 선수였던 것도 아닌데 … 일이 창피한 게 아니라 그걸 창피해 한 게 창피한 거였다‘, ’살아가는 길이 하나뿐인 것도 아닌데, 왜 당당하고 떳떳하지 못했나’. 이 부분은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낸 것도 존경스럽지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떳떳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긍심은 스스로 높이는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오늘도 나만의 삶을 살아야겠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은 진부다. 하지만 요즘 이 말이 참 와닿는다. 운동 하고 밥 먹고 휴식하면서 사람은 더 건강해진다. 정신적 측면에서 독서는 <운동+밥>인 것 같다. 원래는 따로따로 해야 하는 것들인데 한 번에 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가성비가 좋은 행위인가. 물론 책 같은 거 읽지 않아도 정보를 취하거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지금은 19세기가 아니니까. 하지만 정보 전달의 본질은 글자이기에 독서는 영원할 거 같다.
13년 전에 샀던 책을 다시 읽는다. 그때는 수업 교재라서 과제 느낌으로 읽었는데, 다시 음미하면서 읽어보니 이 책 아주 대단하다. 1. 관찰력, 표현력이 미쳤다. 2. 복합적이면서 유기적인 구조관찰력과 표현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이 소설의 가장 유명한 첫 문장에서 드러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대충 행복한 가정은 모두 다 갖춘 반면, 그 중 한 가지만 빠져도 불행하기가 쉽다는 말이다. 작가가 정의한 행불행에 대해 공감하진 않지만 그 통찰력을 녹여낸 문장만큼은 멋지다고 생각한다.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구조라는 것은, 소설의 주인공인 안나 카레니나와 스테판 오블론스키의 비교에서부터, 레빈과 키티의 실연,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 등 여러 이야기가 비교와 대구로 엮여 있음을 말한다. 나는 이렇게까지 다층적인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소설가를 본 적이 없다. 비록 이 문학동네 판의 번역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첫 문장을 보라 -고만고만/나름나름 ㅋㅋ), 원작이 워낙 대단하기에 번역이 구려도 참고 읽을 만하다. 다만 민음사나 열린책들이 훨씬 더 가독성이 좋다는 평이 많으니 읽으실 분들은 문동은 피하시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