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리커버)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샬럿 브론테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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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19c 웹소설 같았다. (좋은 의미로)재미있었다는 말이다. 특히 초반부는 해리포터와 매우 흡사한 느낌이 들었다(외가에서 더부살이 하는 모습이나 기숙학교로 가는 모습 같은 것들이). 가족도 직계가 아니면 믿을만하지 못한 건 어디나 같나보다.

로우드에서 전염병이 돌자 학생들이 픽픽 죽어나가는 게 인상적이었다. 15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쉽게 죽는 존재였던 것이다. 지금이야 죽음을 보기가 힘들지만, 예전에는 죽음이 매우 일상적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작가도 기숙학교에서 두 언니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 어쩌면 옛날 사람이 철이 금방 든 것도 죽음이 가까웠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상실은 사람을 각성시키니까.

하여튼 소설 서사적으로 보면 여주가 두 남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내용이어서 특별할 건 없는데, 그 전개 방식이 매우 스무스하다는 데에 강점이 있다. ‘웹소설‘이라고 말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하지만 또라이같은 남주 두 명을 보고 있으면 작가가 얼마나 힘든 연애를 했는지 대충 보이는 거 같았다. 특히 존 리버스는 이게 믿음인지 아집인지 모를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싫은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 황금률인데, 리버스는 ˝내가 하고 싶으면 남들도 뭐든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교(경전)라는 건 결국 아전인수의 대상일 뿐인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결말부는 작가가 생각하는 정의로운 결과를 보여주는 것 같은데, 결국 주체적인 여성이 아닌, 어딘가에 종속되어야 하는 여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아쉽다. 하지만 1847년 작 아닌가. 개인이 시대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그와 동시에 이 작품이 그렇게까지 명작은 아니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재밌으니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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