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나는 인생 - 개정판
성석제 지음 / 강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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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소설의 형식이라거나 생김새에 관해 가타부타 이야기할 생각을 없었다. 다만 소설이 관용의 폭이 아주 넓은 장르라는 것,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그 안에서 어슬렁거릴 수 있었다는 것은 말해두고 싶다“- 서문중  
   


성석제에 대한 첫 경험이다. 다른 소설을 읽지 못했지만 들어서 알고 있던 명성을 확인하기 위해 가볍게(?) 시작해 볼 요량으로 선택한 책이다. 재미나는 인생. 뭔가 재미를 줄 것 같지 않은가? 누군가 ‘요즘 사는 재미가 뭐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냥 웃지요’ 라고 할 것이다. 관조하는 인생이 나타난다고? 아니다 반쯤 포기한 삶이다.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거짓이다.


엊그제 고대학생 하나가 대자보를 쓰고 학교를 나왔다고 했다. 대자보를 읽어보니 마치 커다란 감옥에서 출소하는 사람의 느낌이다. 기대에 부푼 것이 아니라 매우 익숙하기만 했던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는 데에 대한 두려움과 그래도 자신을 위해, 희망을 찾아서 떠나겠다는 의지로 충만한 글이었다. (예슬양의 기사를 검색해보라)

글을 읽으면서 매우 우울해졌다. 마치 10여 년 전 10년을 넘게 죽을똥살똥 하며 들어갔던 대학을 나서면서 들었던 막막한 기분에 온몸을 흠뻑 담갔다가 꺼낸 듯 한 맛이 느껴졌다. 그땐 국가부도사태라는, 아이엠에프로 더 유명한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사는 게 재미있는가. 재미나는 인생은 낙서 같은 인생을 나열한다. 손바닥 하나에 들어올 만한 짧은 글들을 모아 나간다. 연속성도 없고 개연성도 없다. 반짝 반짝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인생으로 유려한 문체로 펼쳐진다.


킥킥대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외국인이 아닌 국내작가의 글을 보면서 킥킥대면 된장찌개를 먹으면서 ‘아 시원하다’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왠지 느껴지는 것만 같아서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이것이 즐거운 인생인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읽는다는 것이.


다른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누구 추천 좀 해주오. 이 책도 다른 책도 다 읽은 이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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