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거절할 수 없다 - 직장인을 위한 책장의 철학
츠지야 켄지 지음, 이성현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유머가 넘치는 사람을 보면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똑같은 현상을 관찰하더라도 그이의 묘사와 서사는 뭔가 몸속 깊은 곳에서 베어 나오는 듯한 인상을 줄만큼, ‘푸핫‘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얼마 전 고인이 된 배삼룡씨는 어눌한 말투와 행동이 그리는, 독특하면서도 명료함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몇 년 전에 폐암으로 죽은 이주일 씨의 경우는 그가 몸을 흔들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면 비록 그를 생전 처음 본 사람이라도 웃지 않고는 못 배기는 포스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살아서 영화 만드는 데에 정신을 쏟고 있는 심형래씨는 과거 십여년이상을 어린이들의 우상으로 존재했고 존경하는 사람에도 당당히 1위에 오르곤 했던 ‘웃기는 사람’이었다. 그가 말하며 눈에서 입가로 이어지는 근육의 실룩임을 보고 있노라면, 뭘 먹고 있거나 싸고 있는 경우엔 하여튼 조심해야 한다. 그만큼 웃기는 사람이다.


웃음은 무미건조하고 팍팍한 세상살이의 목마름을 지워줄 물과 같다. 풍자와 해학은 고래로 있어왔던 ‘놀이’이고 이에 재주가 있는 이들이 두드러져 인기가 많았다. 말이나 행동으로 보이지 못해도 글로서 웃음을 주는 이들도 꽤 있다. 글쟁이들은 등장인물을 통하거나 비현실적 배경을 보여주거나 또는 노골적으로 세태를 비틀어 꼬집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터넷 신문의 총수나 기자, 독자들도 글쓰기 영역에서 많은이들을 웃기는데에 동참하고 있다.


책한권을 읽으면서 이렇게 비식비식 웃기는 처음이다. 이건 머릿속에 형체나 인물을 그리거나 상황의 모호함등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웃음이 아니다. 그저 읽으면서 문장이 주는 우스움, 경험해 보지 못한 엉뚱함이 주는 비식거림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인류가 태초부터 가방을 만들었다는 것과 최초로 만든 가방이 여자의 핸드백이었음은 분명하다. 중략. 다음으로 만들어진 것이 여자의 지갑이었다. 왜냐하면 핸드백안에 넣을 물건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핸드백 안에 무엇을 넣는지도 남자에게는 수수께끼이지만, 화장품과 지갑이 들어있는 것은 분명하다. 당시에 화장품은 석회, 오징어먹물, 우동가루 등으로 괜찮았어도 지갑만큼은 만들 필요가 있었다. 중략. 다음으로 만들어진 것이 여행가방이다. 이것은 이동할 때 일상용품이나 기저귀 등을 넣어서 남자가 운반하는 가방으로, 인류 최초의 실용적인 가방이다.



거의 대부분의 글들이 이런 식이다. 국립대 철학과 교수라는 사람이 가볍기 그지 없는, 마치 농담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듯한 인물을 등장시켜서(분신) 한없이 주변을 희화하하고 상황의 엉뚱함을 창조해낸다. 대부분 글의 소재는 그가 생활하는 학교나 집주변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자주 등장하는 그의 조교와 부인은 평범하기 짝이 없지만 그의 에피소드에 녹아들면 영낙없이 특별한 캐릭터로 재탄생 하는 것이다.


비실비실 웃다보면 책장이 다 넘어가 있다는. 이 책의 서문은 무척 참신하고 획기적이어서 아마 읽다가 책을 집어던지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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