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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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컷 원서와 번역본. 두 번째로 읽는 거라 이번에 원서와 병행했다. 
  

 

 법정스릴러 소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자신의 이익과 돈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를 전면으로 내세워 돈 밖에 모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LA 형사법 전문​ 변호사 미키 할러는 재범률이 높은 뒷골목 범죄자들을 변호하며 그들의 검은 돈을 수임료로 받아 챙기고 차는 언제나 링컨만을 고집한다. 어느 날, 강간 미수에 살인 미수 혐의를 받아 구치소에 수감된 억울한 할리우드 거대 부동산업자 루이스 룰레의 전화가 걸려오고, 그 의뢰인이 법을 이용한 악마임이 밝혀지면서 미키 할러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미키 할러는 '무고한 의뢰인'을 가장 무서워한다. 유명한 변호사였던 그의 아버지가 무고한 의뢰인에 대해 남긴 말이 "무고한 고객에게는 중간이 없다는 거야. 타협도, 협상도, 중도도 없어. 오직 한 번의 판결뿐이지. 점수판에 '무죄'라고 적어놓기라도 해야 할 거야. 무죄 말고 다른 선택은 없으니까."(p.112)였다.

 

가장 무서운 의뢰인은 무고한 사람이다. (p.466)

There is no client as scary as an innocent man.

 

 

변호사-의뢰인의 신뢰 원칙과 변호사 윤리 강령에 의해 변호사가 의뢰인의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는 것을 악용한 의뢰인은 현재 살인죄로 교도소에서 복역중인 한 죄수의 범죄가 사실은 자신이 한 일임을 밝힌다. 

자신이 한 일에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려 형을 집행 받고 자신은 무사하자 그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당시 그 사건의 변호사였던 미키 할러에게 의뢰를 맡긴 것이다. 그는 억울한 한 사람을 교도소에 넣었고 그걸로 끝이라 안일했다.

 

 

제발 믿어달라고 했건만 난 그에게 유죄를 인정하라고 다그치기만 했다. 내가 제공한 것은 법적 조언 이상이었다. 그에게는 돈도 없었고, 변호도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아니, 돈이 없었기에 변호도 없고 기회도 박탈당한 것이었다. 그렇다. 난 그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유죄라는 단어를 인정한 것은 궁극적으로 그의 결정이고 그의 입이었다 해도, 지금 내 기분은 그 반대라고 말하고 있었다. 변호사의 권위를 앞세워 그의 목에 시스템의 칼을 대고 항복하라고 강요했던 것이다. p.202

 

 

기적처럼 찾아온 무고한 의뢰인을 알아보지도 잡아주지도 못한 것이다. 아니, 오히려 다른 의뢰인들처럼 통째로 시스템의 밥으로 던져주고 만 꼴이었다. 이제 그의 무고는 잿빛으로 바래고 차갑게 굳어버렸으며, 대리석과 강철의 성벽 안에 갇힌 꼴이 되었다. 그리고 난 그 죄의식을 품고 남은 생을 살아야 할 것이다. p.208

 

 

 


 

미키 할러는 딜레마에 빠진다. 지금 맡은 이 의뢰인이 사실은 범인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이 변호 임무가 끝나더라도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해 같은 재판을 받게 할 수도 없다. ​그 와중에 자신의 조사관이었던 라울이 살해당하고, 자신이 용의자로 몰리게 되었다. 

 

 

나는 이런 법정 스릴러를 좋아한다. 잔인하지 않으면서 긴장감이 넘치고 화려한 법정씬과 지적 유희 거리가 가득 담겨 있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에 이어 마이클 코넬리의 미키 할러 시리즈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얼른 다 읽기 아까울 정도이다.

 

2편 [탄환의 심판]에서는 해리 보슈와 미키 할러가 조우한다고 한다. 한국에 가면 당장 번역본을 사서 읽어봐야겠다. 
기대되는 마이클 코넬리의 미키 할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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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 / 문학사상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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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판 안나 카레니나 번역본과 함께 찍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책이 한국에 있다.) 

 
 
 십칠 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여자의 이야기 [잠]을 덮자마자 잠이 나를 덮쳤다. 폭력적으로 쏟아진 잠깐의 낮잠에서 깨어났더니 [잠]이 나를 덮쳤다. ([잠]은 하루키 단편집 [TV피플] 속 <잠>을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밤낮으로 자지 못하게 된 여자는 남편과 아이를 배웅하고 남은 시간과 가족들이 자는 밤 시간 동안 책을 읽기로 한다. 잠을 자지 못한 첫날, 그녀의 눈에 띈 것은 [안나 카레니나]. 고등학교 때 읽은 적이 있지만, 도대체 그 시간들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그녀는 줄거리를 거의 기억 하지 못한다.   

1. 내가 주목한 것은 여자가 읽는 [안나 카레니나]에 대해 언급된 부분들이다. 

 
 
처음 일주일 동안에 [안나 카레니나]를 연거푸 세 번을 읽었다. 다시 읽으면 읽을수록 그곳에는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 그 장대한 소설에는 다양한 수수께끼와 다양한 시사가 가득 차 있었다. 세공한 상자처럼 한 세계 속에 더 작은 세계가 있고 그 작은 세계 속에도 좀 더 작은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런 세계들이 복합적으로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우주는 내내 거기에 있으면서 독자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의 나는 기껏해야 그중 한 조각밖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것을 분명하게 꿰뚫어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톨스토이라는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독자가 무엇을 읽어내기를 원했는지, 그 메시지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소설로서 결정을 이루었는지, 그리고 그 소설의 무엇이 결과적으로 작가 자신마저도 능가해버렸는지. p.73

첫 문장이 언급된 부분

 처음 일주일 동안 3번을 읽을 만큼 여자는 잠을 못 이루는 그 시간을 온전히 [안나 카레니나]에 쏟는다. 그 후 여자는 톨스토이의 다른 책을 집어드는데, 하루키는 이를 통해 '레프 톨스토이'의 책(특히 [안나 카레니나])을 추천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루키가 추천하는 것들을 덩달아 하루키 팬들이 따라 좋아하는 경향이 있으니 말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첫 번째 문장의 번역 비교로도 유명한 고전인데, 이 책에서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거기서 거기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로 번역되어있다. 어느 출판사판을 인용했을까 궁금했는데 역자만의 새로운 해석이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번역본은 문학동네 판으로 이러하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영문판도 출판사별로 각기 다른 첫 문장들을 가지고 있다.

  

 

 

 

 

2.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폭발적인 하루키의 관심 외에 '수영-몸'에 관한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하루키의 장편소설을 읽은 거라곤 [1Q84] 3권 밖에 없지만, 하루키의 책을 읽을 때면 책 속에서 발견하는 다른 책과의 연관성과 소재를 찾는 것 또한 재미이다. (상관없는 장면일지도 모르겠다)이를테면, 여자는 오후 시간에 스포츠클럽에서 수영을 하는데 평소에는 30분이면 충분했던 것이 잠을 이루지 못한부터는 오히려 몸에 힘이 넘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아래의 인용 부분을 통해 보이는 자신의 몸에 대한 자신감에서 [1Q84]의 여자 주인공 아오미야가 연상되었다. (아오미야는 요가 강사이고 수영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얼굴에 자신이 없는 것에 비해 몸에는 특별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남편이 병원으로 돌아간 뒤, 나는 수영복과 타월을 챙겨들고 자동차로 스포츠클럽에 간다. 그리고 삼십 분쯤 그곳에서 수영을 한다. 수영을 하는 행위 그 자체를 딱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수영을 하는 것은 그저 단순히 몸에 쓸데없는 살을 붙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옛날부터 내 몸매의 선을 좋아했다. 내 얼굴을 좋아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아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내 몸이 좋다. 벗은 몸으로 거울 앞에 서서 그 부드러운 윤곽이며 균형 잡힌 생명감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거기에는 뭔가 내게 무척 중요한 것이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것을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

만일 서른이 된 여자가 자신의 육체를 마음에 들어 하고, 그리고 그것을 마음에 든 상태로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p.22)]

  

 

 

 후에 자신의 탄력있는 몸에 대한 예찬하는 장면이 또 나온다. 위의 부분을 읽고 나도 취미 삼아하고 있는 수영이 당장 하고 싶어졌다. 수영하는 장면은 여자의 불면증 기간 동안 책 읽기를 제외하고 시간을 보내는데 약간의 비중을 차지한다.

책의 메인 소재가 되는'불면증-잠'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었지만, 결혼하고 미국에 온 이후 평화롭다면 평화로운 나의 생활이 불면증을 제외하고 주인공이 삶과 맞닿아있는 것 같아 지금 이 순간에 이 책이 공감이 되었다. 

'고전'이란 몇 번의 실패와 포기 끝에 '마침내'읽게 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백영옥). 뜻밖의 책에서 만난 [안나 카레니나]는 잠 못 이루는 여자를 통해서 하루키가 추천하는 책일 것이다. 하루키가 예찬해 마지않는 '위대한 개츠비'처럼 책에서 언급했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독자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책 [안나 카레니나]는 하루키의 추천 외에도 읽어야 할 의무감이 느껴지는 책이다.

"세공한 상자처럼 한 세계 속에 더 작은 세계가 있고 그 작은 세계 속에도 좀 더 작은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런 세계들이 복합적으로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우주는 내내 거기에 있으면서 독자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_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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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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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같이 찍힌 [1Q84]의 Q가 무엇인가? 처럼 question 역할을 하는 듯 하다.)

 

 

 

1. 책을 읽기까지
책을 구입하고 4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볼 마음이 들었다. 그때의 나는 사고력이 부족했던 거라고, 지금은 그때보다 더 똑똑해졌을 거라고 자만하며 책장을 넘겼다. 그 사이 읽었던 책들이 이 책과 나 사이의 간극을 좁혀주었는지 이번엔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책은 '정의'라는 추상적인 명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쉬운 예를 곁들어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제러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 칸트, 롤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에서 근현대까지 정치철학자들의 이론을 들어 논리를 펼치기에 읽기가 다소 어렵다. [이 책의 목적은 독자들이 정의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것이다. 책에서 예를 드는 구제금융, 가격 폭리, 소득 불평등, 소수집단우대정책, 병역, 동성혼을 둘러싼 논쟁은 자신의 도덕적-정치적 신념을 명확히 하고 그 신념의 정당성을 증명하라고 촉구한다. 아리스토 텔레스, 이마누엘 칸트, 존 스튜어트 밀, 존 롤스 등 정치철학자들과 함께 사상의 역사가 아닌 도덕적, 철학적 사고를 여행한다. (p.47)]
 
 
 4년 전, 이 책을 먼저 읽은 선배가 (이 책 읽기를 포기한 사람이라도, 이 질문까지는 읽어봤을 것이다) '당신은 빠르게 달리고 있는 전차의 기관사이다. 저 앞 철로에서 일하고 있던 인부 5명을 발견하고 멈추려고 했지만 브레이크가 고장 나 멈출 수가 없다. 대신 비상 철로로 돌리면 그곳에서 일하던 인부 1명이 죽는 대신 다섯 사람이 살 수 있다.'사례(p.36)나 '배가 난파되었다. 선원 4명은 간신히 구명 보트에 올라 탄 채 바다에서 표류했다. 구조를 기다리던 그들은 배고픔에 싸우다 그중 한 사람을 희생하기로 했다. 그들은 가장 약하고 어린 소년을 살해해 그 인육을 먹으며 연명하던 중 구조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재판에 회부되었다.'사례(p.51)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었다. 그 당시 나는 영문도 모르고 이것저것 대답했고, 그 선배는 나를 '공리주의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설명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라는 공리주의의 논리에 나는 왠지 욕심쟁이가 된 것 같아서 부인다. 발끈하며 이 책을 샀지만 얼마 못 읽고 책을 덮었던 기억, 따로 사는 동생과 나 각각 1권씩 소장하고 있을 만큼 인기 있는 이 책이 백만 권 넘게 팔렸다는 기록,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다가 포기했다는 말이 그 이후 들려왔다.
 
 
 

2. 정의를 설명하는 관점

책에서는 정의를 이해하는 방식, 정의를 자유와 연관 짓는 이론들, 정의가 미덕과 좋은 삶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이론을 살펴본다. 철학자들의 논리가 어려워 요약하며 읽은 부분에 의하면,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는 존 스튜어트 밀로 이어지고, 1980년대에는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등에 의해 지지되는 '자유지상주의' 논리가 새로 제기된다. 특히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칸트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목차의 제목인 '중요한 것은 동기다' 외에는 정언명령 vs 가언명령, 순수이성비판, 순수 실천이성, 도덕 형이상의 기초 등 핵심적인 단어를 요약한 것만이 기억난다. '정의론'을 설명한 존 롤스, (텔로스 telos) 목적을 중요시하는 아리스토텔레스 까지.

내가 생각해왔던 정의와 도덕이 도덕-정치철학의 이름으로 논리가 부여되고 단죄되기도 하는 과정 속에서 책이 쓰인 목적에 따라 나만의 생각과 반대 의견을 서로 부딪쳐가며 나만의 견해를 다듬었다. 어느 땐 자유지상주의자가 되어 낙태금지 철회와 동성애를 옹호하다가도, 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형제도를 존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의료 분야에 대해서는 민영화를 절대 반대하기도 한다.  

[어떤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지상주의 철학을 지지하는지는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 자유방임 경제정책을 지지하는 보수주의자들도 교재 기도, 낙태, 성인물 규제 같은 문화적 문제에서는 자유지상주의자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가 하면 복지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 다수가 게이의 권리, 출산 결정권, 언론의 자유, 정교분리 같은 문제에서는 자유지상주의자들과 견해가 같다. (p.91_자유지상주의)]  

 
 
3. 정의를 설명하는 '자유'라는 개념 
 
 최근 블로그 한 이웃님이 [데미안] 리뷰를 올린 것을 보고 데미안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그 책을 읽고 참 감명을 받은 터라 다시 읽을 고전의 배열에 올려두고 있었는데, 그 리뷰를 보고 마침 다시 읽을 마음이 든 거였다. 하지만 칸트에 따르면, 누군가의 글을 보고 데미안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 그리고 나는 언제든 데미안을 읽을 수 있다는 이 자유가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고 한다. 누군가에 의해 설득을 당했고, 외부에서 이미 결정된 내용에 따라 행동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자유가 내 욕구와 끌림을 따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위해서는 '이성'에 따라야 한다고 한다. 여전히 논리가 어렵다.
 
 같은 의미로, 밤에 책을 읽고 있었는데 한창 야식에 대한 식욕을 참지 못하는 남편에게 딱 맞는 구절을 발견해 읊어주었다. "우리는 자유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칸트가 생각하는 자유는 좀 더 엄격하고 까다로운 개념이다. 다른 동물처럼 쾌락이나 고통 회피를 추구한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식욕과 욕구의 노예로 행동하는 것이다. (...) 내가 선택하지 않은 욕구에 반응하고, 내 갈증에 복종하는 행위다. (p.153)" 이 문장을 듣고 남편은 '식욕의 노예'라는 말을 한동안 입에 달고 살았다. 
 
[내 의지는 항상 어떤 이익이나 욕구에 구애받는다. 선택은 하나같이 어떤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타율적 선택에 그칠 것이다. 내 의지는 결코 일차 원인이 되지 못하고, 다른 원인의 결과이자 이런저런 충동이나 끌림의 도구가 된다. (p.178)]
 
 
​4. 철학서라고는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 청소부], [삶을 위한 철학 수업]만 읽어본 내가 '정의'를 이해하기 위해 칸트의 '이성'을 분석하려고 하니 참 어려웠다. 대학교 때 '법철학' 과목을 배운 기억이 까마득한 옛날이 아니거늘,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바람이 불면 '자유'를 생각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에 '정의'를 생각한다. 물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얼른 사람을 불러 구해주는 게 마땅한 도리이자 정의이거늘,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게 되어 버린 걸 세상의 다양성을 탓해야 하는 건지, 정의란 개념을 책장 속에서 잠들 책으로 배워야만 깨우칠 만큼 세상이 하수상한건지 정말로 모르겠다.    

 

같은 저자의 [도덕이란 무엇인가]를 다음 책으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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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합니다 1~3권 세트 - 전3권
강풀 글.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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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내내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끝내는 울음으로 울컥한 마음을 대동하고 끝이 났다. 꺼이꺼이 소리 내어 크게 울었다. '진심'이란 게 남겨졌다.  

 

 

내게는 친할머니 한 분 밖에 없다. 일 년에 많아봤자 한 번 전화했던 것 같다. 다른 책도 아닌 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고서야 그 전화 한통을 이 먼 해외에서 하고 싶어졌다. 이제껏 할머니께 선물한 게 뭐가 있었지 생각해보니 설날이나 추석 때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쌀 과자와 사탕류, 가장 최근에는 한국 들어가는 길에 엄마 드리려 샀던 립스틱을 엄마가 할머니에게 드리고는 내가 할머니 선물로 일부러 사 온 게 된 립스틱 정도랄까(할머니가 친구 할머니 분들에게 손녀에게 받은 립스틱이라며 자랑을 많이 하셨다고 엄마에게 들었다). 내가 진심으로 할머니를 상대했던 게 언제였던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 무심한 나는 엄마에게 할머니 주소를 물어봤다. 이 책들을 보내려고 한다. 이 책을 드리면 할머니께서 좋아하실지 모르겠다. 우리네들에게 더 읽혀, 늦기 전에 살아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고 깨닫게 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한국 들어갈 때는 엄마의 선물 대신이 아니라 할머니를 위한 색 고운 립스틱을 사갈 것이다. 책도 립스틱도 아닌 다정한 전화 한 통을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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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는 여자 -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
성수선 지음 / 엘도라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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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지키는 데도, 열정을 지키는데도, 젊음을 지키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 열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부딪쳐야 한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강의도 들어보고, 여행도 떠나고, 잊고 지내던 친구들도 만나고, 옛 은사님도 만나고, 모교 캠퍼스도 걸어보고, 한 번도 안 입어 본 색깔 옷도 입어 보고, 헤어스타일도 바꿔보고. 열정도 갈구하는 자에게만 온다.

p.144 (2013.2.23)

 

 

 

 오랜만에 안 쓰던 다이어리를 펼쳐보니 윗 구절을 적어둔 쪽지가 있었다. 그 쪽지는 1년 전 이맘때 내가 읽었던 책이『밑줄 긋는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독서를 좋아하는 일반 여성 직장인이 출장을 오고다가 만난 책들을 소개하는 책 에세이이다. 저자가 <아침형 인간>을 읽고 아침형 인간으로 산지 몇 일되지 않아 회의도중 쌍코피를 터트렸다는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공감하는 사연이다. 책을 훑어보다 멈춘 <회사원들이여, 소설을 읽자> 부분에서 이런 문단이 눈에 띄었다.

 

 

 텍스트를 읽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생활전선에서 시달리느라 오랫동안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쉽고 재미있는 단편부터 읽는 것이 좋다. 일단 재미있어야 계속해서 읽을 수 있으니까. 퇴근하는 길에 지하철에서, 자기 전에 침대에서 한 꼭지씩 읽는 단편이 주는 선물 같은 행복은 체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너무 어려운 소설이나 몇몇 여자 소설가가 쓴,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서 배경과 심리 묘사만 주야장천 계속되는 소설들은 회사원들에게 '쥐약'이다. 잘못 읽었다가는 소설과 영원히 작별할 수도 있다.

 

 

 

 오늘 미용실에 앉아서 다시 읽어보려 애썼던『디어 라이프』로 인해 진이 빠진 나는 별것도 아닌 이 구절에 공감을 하고 있었다. 책에서는 회사원들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에 대해서 히라노 게이치로의『책을 읽는 방법』를 인용해 소설의 유용성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업무상 해외에 갈 기회가 많은 사람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외국인은 상대방의 교양 정도를 매우 중시한다. 그들은 첫 대면인 우리가 사회의 어떤 클래스의 속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대화가 모든 것이 된다. 식사 자리에서는 심각한 업무 이야기나 정치, 종교, 어린이 교육 문제처럼 언쟁의 화근이 되는 화제는 피하고, 소설이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때 무엇이든 괜찮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대해 짤막하게 내용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감상을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상대의 신뢰감은 훨씬 커질 것이다. 그런 것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독서를 통해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 책은 장난감인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으로 교양을 채울 수 있다면 계속 읽어야지 생각하다가,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 책들 중, 호어스트 에버스의『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는 작년에 소개하는 부분을 읽고 반해 바로 구입했었다. Luckily, 내게 호어스트가 있었지!

가끔은 이렇게 책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가볍게 꺼내 읽을 수 있는 책 에세이가 참 좋다.

 

 

 

그래. NO RAIN, NO RAI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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