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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는 여자 -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
성수선 지음 / 엘도라도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사랑을 지키는 데도, 열정을 지키는데도, 젊음을 지키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 열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부딪쳐야 한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강의도 들어보고, 여행도 떠나고, 잊고 지내던 친구들도 만나고, 옛 은사님도 만나고, 모교 캠퍼스도 걸어보고, 한 번도 안 입어 본 색깔 옷도 입어 보고, 헤어스타일도 바꿔보고. 열정도 갈구하는 자에게만 온다.
p.144 (2013.2.23)
오랜만에 안 쓰던 다이어리를 펼쳐보니 윗 구절을 적어둔 쪽지가 있었다. 그 쪽지는 1년 전 이맘때 내가 읽었던 책이『밑줄 긋는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독서를 좋아하는 일반 여성 직장인이 출장을 오고다가 만난 책들을 소개하는 책 에세이이다. 저자가 <아침형 인간>을 읽고 아침형 인간으로 산지 몇 일되지 않아 회의도중 쌍코피를 터트렸다는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공감하는 사연이다. 책을 훑어보다 멈춘 <회사원들이여, 소설을 읽자> 부분에서 이런 문단이 눈에 띄었다.
텍스트를 읽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생활전선에서 시달리느라 오랫동안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쉽고 재미있는 단편부터 읽는 것이 좋다. 일단 재미있어야 계속해서 읽을 수 있으니까. 퇴근하는 길에 지하철에서, 자기 전에 침대에서 한 꼭지씩 읽는 단편이 주는 선물 같은 행복은 체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너무 어려운 소설이나 몇몇 여자 소설가가 쓴,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서 배경과 심리 묘사만 주야장천 계속되는 소설들은 회사원들에게 '쥐약'이다. 잘못 읽었다가는 소설과 영원히 작별할 수도 있다.
오늘 미용실에 앉아서 다시 읽어보려 애썼던『디어 라이프』로 인해 진이 빠진 나는 별것도 아닌 이 구절에 공감을 하고 있었다. 책에서는 회사원들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에 대해서 히라노 게이치로의『책을 읽는 방법』를 인용해 소설의 유용성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업무상 해외에 갈 기회가 많은 사람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외국인은 상대방의 교양 정도를 매우 중시한다. 그들은 첫 대면인 우리가 사회의 어떤 클래스의 속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대화가 모든 것이 된다. 식사 자리에서는 심각한 업무 이야기나 정치, 종교, 어린이 교육 문제처럼 언쟁의 화근이 되는 화제는 피하고, 소설이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때 무엇이든 괜찮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대해 짤막하게 내용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감상을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상대의 신뢰감은 훨씬 커질 것이다. 그런 것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독서를 통해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 책은 장난감인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으로 교양을 채울 수 있다면 계속 읽어야지 생각하다가,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 책들 중, 호어스트 에버스의『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는 작년에 소개하는 부분을 읽고 반해 바로 구입했었다. Luckily, 내게 호어스트가 있었지!
가끔은 이렇게 책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가볍게 꺼내 읽을 수 있는 책 에세이가 참 좋다.
그래. NO RAIN, NO RAINB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