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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끌림>은 여행기이자, 사진집이자, 수필이자, 시집입니다.
다양하지만 어수선하고, 감성적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입니다.
그것이 때로는 친근하면서 때로는 다가가기 어렵기도 합니다.
어째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와 같네요.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쓴웃음을 짓기도 하는 그런 친구 말입니다.
그 친구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내가 걸어온 길이 아름다워 보일 때까지 난 돌아가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는 말했습니다.
사람으로부터 마음을 심하게 다친 사람이 거북이를 키우는 이유에 대해 말한 것을.
"거북이의 그 속도로는 절대로 멀리 도망가지 않아요."
"그리고 나보다도 아주 오래 살 테니까요."
우리는 말합니다.
아주 마음을 많이 다친 사람이었군요.
하지만 그렇게 사람을 등지면 결국 우울해지고 말아요.
영화 레옹에서도 그와 비슷하게 화분을 가지고 다녔죠.
그 거북이는 주인을 원망할까요, 주인에게 감사할까요.
거북이도 주인을 알아보고 반응을 한답니다.
그리고 그는 또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태양을 향해 수없이 많은 창문이 열린 베니스의 건물 벽을 통째로 서울로 부치고 싶다.
"창문을 올려다보며 어린아이가 자라고, 사각 창문에 맞춰 삶이 재단되고 인화된다."
페루에서 만난 옥수수청년과의 일화.
"앞으로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
그럴 땐 똑같이 생긴 뭔가를 두 개 산 다음 그 중 하나에 마음을 담아서 건네면 된다.
환하게 웃으면서 그러면 된다."
탁스코로 가는 길에는 산적의 눈을 피하기 위해 돈을 숨기는 방법을 교환했지만,
멕시코시티에서는 물장사 아저씨에게 받은 라임으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캐나다 기차에서 만난 이 수첩 속 달력 칸칸에 적혀 있던 베토벤, 존 레넌, 고흐, 아인슈타인.
"우리가 오늘을 살고 있어서 가치가 적다고 생각되는 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야."
우리는 그에 대해 말합니다.
맞아요. 아니에요.
내 생각도 그래요. 내 생각은 달라요.
나도 같은 경험을 했어요. 흔히 할 수 없는 경험이네요.
이 사진이 그곳이군요. 다른 곳이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우리는 참 그와 오래 얘기를 한 것 같아요.
때로는 혼자. 때로는 같이. 마지막에는 여럿이.
그리하여 결국 마지막에는 그의 마지막 말처럼 되었죠.
"이 책은 아무것도 아니다.
여행의 기록이라 포장되었지만 여행의 기록도 아니며 더더군다나 여행의 지침서도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영원히 떠나 있는 사람이고자 했던
소망 가까이로 몇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세상에 나왔으니 나는 비로소 떠난 게 된다."던.
그의 말을 전부 공감하거나 이해할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끌림>이라는 제목 그대로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그의 소탈한 사진 한 장과 솔직한 말 한 마디가 간간히 내 가슴을 울렸기 때문일 겁니다.